[원신 상황문답/시카노인 헤이조] 매력점

콕-

“???!!”

그의 녹빛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속절없이 진동했다. 이런 표정도 재밌네.

커다란 그의 눈 아래로 있는, 아담하지만

존재감 확실한 점 두 개가

귀엽고 매력적이라는 생각에

그만 손가락으로 톡- 가볍게 건드려 본 당신.

“헤이조, 이거 귀여운 거 알아?”

“ㅇ,어?!”

그답지 못 하게 당황한 눈빛은

당신이 미소 짓게 만든다.

“그리고 이 반응은,

헤이조가 예상하지 못 했던

행동일 때 나오는 것도 알아?”

“...여행자, 너어!”

탐정의 자존심을 슬쩍 건드리면서도

능글한 말을 내뱉는 당신의 어깨를 꽉 붙들고는

얼굴이 잔뜩 달아오른 헤이조.

...진짜 좋아하지만 않았어도...

당신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는

무어라 알아듣지 못 하게 중얼대는 모습에

잘 안 들린다며 그의 붉은 머리칼을 쓰담는 당신.

한참 뒤에서야 고개를 든 그의 얼굴은

여전히, 잘 익은 복숭아빛 이었다.

“혹시나 불쾌했다면 미안해.”

“알잖아, (-). 싫었다면 네게는 바로 말했을거야.”

“그럼 다행이다. 헤헤, 나 이거 진짜 좋아하거든.”

헤이조를 가리키며 일부러 씨익 웃는 당신,

그는 당신의 앞에서만 무장해제되어

고장난 표정을 보인다.

“좋...아?!”

점이 좋다고 한 건데, 한 번 더 콕- 찌르며

배시시 웃는 당신의 모습에

그 예리하고 단호한 미소탐정은 어디로 갔는지,

멘탈이 와르르 무너진 표정이 되고 만다.

생각이 복잡해 보이는 그와는 달리

이나즈마의 벛꽃나무 아래이기 때문인 건지,

그의 예쁘고도 수줍은 얼굴을 보고 있으면

괜히 평온하면서도 애틋한 마음이 든다.

그의 덕분인지는 몰라도 이곳,

이나즈마에서의 생활이 꽤나 즐겁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봐왔던 헤이조는,

그의 외모만큼이나 매력적인 성격에

따뜻하고 철두철미한 소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행자.”

누가봐도 난 당신에게 호감이 있어요- 싶은

눈빛과 표정은 세상 순진무구하게만 느껴졌다.

“응, 부탁할 일 있어?”

“그냥... 그냥 불러봤어.

나 너랑 같이 있는 거, 진짜 좋거든, 파트너.”

나참, 탐정 일할 때의 능구렁이는 어디로 갔는지.

이런 플러팅도, 솔직하고 담백하고

무엇보다 당신 역시 그런 헤이조가 좋아서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헤이조, 우린 언제쯤 더 깊은 사이가 될 수 있을까?

오늘도 보내는 당신의 텔레파시는

•••

“(-)도 날 좋아하는 게 아니면 어떡하지 카즈하?”

아쉽게도, 전혀 전해지지 못 했다.

“있지 헤이조... 너희 둘을 보고있자면...”

약 17번째 그의 고민상담을 도와주고 있는,

카즈하이다.

“왜, 혹시 가망이 없어? 카즈하 네가 봐도 그래?!?!

이거 진짜 큰일이야. 내가 원하는대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은 이게 첫 번째란 말야.”

“헤이조, 이건 사건이 아니라 네 연애사잖아.”

“같은 ‘사’ 가 들어가는 건 똑같잖아!

나 지금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고.”

“...그래, 알겠어.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 점이 예쁘다고는 해줬지만

여전히 가망은 없으니 포기해라?”

“...답답해 죽겠으니까 지금 당장

(-)에게 고백하러 가지 않는다면

이 검을 뽑아들겠다는 말이야. 빨리 가.”

대체 얼마나 괴롭혔길래...

질렸다는 듯 살벌한 카즈하의 표정에

헤이조는 벙찐 표정으로 그에게서 도망친다.

“...고...백?”

단 두 음절만으로도

헤이조의 온 세계는 쿵 내려앉는 듯 했다.

벚꽃나무 아래에서 목련처럼 빛나던 (-)에게

내가 고백을 해도 되는 거야?

단지 내 두 점이 예쁘다고 해줬다는 단서만으로도?

쿵-

쿵-

애써 난리 난 심장을 부여잡고,

그녀에게로 향하는 그.

“헤이조-!”

“파트너!”

봐, 저렇게 예쁘게 웃어서

등 뒤에서부터 서리가 낄 정도로 시려진다니까.

평소에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함께 걷던 (-)는

오늘따라 헤이조에게 팔짱을 꼈고,

오늘따라 날씨도 너무 좋고,

오늘따라 카즈하의 말도 신경쓰이는데-

“있잖아 여행자...아니, (-).”

“응?”

이미 초조해진 그의 눈빛과 말투에서,

당신은 다음 말을 눈치챈 듯 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체 생글생글 웃으며

짓궂게 뭐냐고 되묻는 당신.

“오늘따라... 정말 예쁘네.”

“뭐가?”

“...벛꽃?”

“하? 그건 항상 예쁘잖아.”

“그리고... 너도야...”

“응?”

한숨인지 심호흡인지 모를 커다란 숨을

후- 내쉰 그가 용기를 낸다.

“너도 항상 예쁜데, 오늘은 더 예쁘다고.”

“헤, 웬일로 낯간지러운 칭찬을 해주는거래?”

“넌 이런 점 없어도 예뻐.”

“...부끄럽게.”

“그래서 (-),”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생그럽게 웃는

당신의 팔을 고쳐잡고, 눈을 맞추는 헤이조.

“여태 모으고 생각해 온 단서에 의해

며칠 동안 굉장히 어렵게 내린 결론인데,

우리, ...꽤 잘 어울리지 않아?”

넌 무슨 고백도 이런 식으로 해?

-시카노인 헤이조-

소재란 말이죠...

쓰면 생각나고 쓰면 생각나고 쓰면 생각나고

이거 쓰면서 또 생각남 짜증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