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10 포켓로그, 블루 아카이브, 투 포인트 호스피탈 정리

처음에는 플레이시간과 함께 짤막한 소감를 기록하기로 했다.

오늘은 요즘 하던 게임들에 관해 정리하고자 한다.

아무래도 엔딩크레딧도 보지 않고 어떤 게임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논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엔딩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게임도 여럿 있고 해서, 그 게임 얘기들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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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켓로그 (약 250시간 플레이)

    포켓로그 (약 250시간 플레이)

    가장 큰 매력은 1000마리 정도 되는 포켓몬을 보유한 IP의 힘이다.

    타입부터 시작해서 특성, 숨겨진 특성, 알기술, 진화 컨셉 등 다양한 요소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무한런을 한번 끝내고 난 뒤 200층 플레이가 많이 지루해졌다.

    그 이유는 첫째로 무한런이 상당히 길었기 때문이다. 그냥 플레이를 많이 한 거다.

    둘째로 내가 가진 지식 한에서 아득바득 전투하며 올라가다가 도주 특성을 이용하니까 게임이 월등히 쉬워져서

    이전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반 플레이에서는 색이 이상한 포켓몬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색이 이상한 포켓몬이 나올 확률이 올라가는 이벤트도 경험하니 더더욱 역체감이 심하다)

    그리고 200층을 올라가며 나오는 야생 포켓몬 풀이 다 보던 놈들이라 식상해졌다.

    시즌마다 바이옴 특징에 변동을 준다면 좀 더 재미가 있을지도.

    데일리런은 티켓을 주는데,

    포켓몬을 어느정도 모았다 보니 원하는 포켓몬 확률 up 뜨는 날이 아니면 가챠를 돌리지 않아 티켓이 쌓여 있다.

    그래서 티켓을 모을 필요가 없어져 데일리런을 굳이 돌 필요가 없어졌다.

    그나마 끝까지 붙잡은 세대 챌린지, 타입 챌린지를 놓은 이유는

    7코스트쯤 되는 전설의 포켓몬을 스타팅으로 놓으니 게임이 너무 쉬워져서다.

    안 좋은 포켓몬들 여러마리 데리고 가는 플레이는 어렵다.

    어려운 게 문제는 아니다. 리트라이할 때마다 재미가 떨어지는 게 문제다.

    나오는 적들은 다 비슷비슷하고.. 딱히 이 게임에 나의 선택들이 영향을 크게 주는 것 같지도 않고.

    200층 보스에 무한다이노와는 전혀 다른 전략을 요하는 포켓몬을 추가하든가

    유즈맵 기능을 넣어주거나 하면 좋을 것 같다.

    거꾸로 배틀이라는 기능이 생겨서 흥미를 자극하지만

    흐름이 끊겨서 다시 안 들어가게 되었다.

    플레이하는 중에 UI가 괜찮게 개선된 점은 인상적이었다.

    2. 블루 아카이브 (약 2년 간 매일 플레이)

    이 게임을 플레이한 2년 동안 사실 계속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접지 못한 이유는 블루 아카이브를 그만둘 만큼 인생이 바쁘지 않아서다.

    아마도 어떤 사정이 있어 AP를 장시간 쌓아놓게 되면 그 흐름이 끊겨 다시 안 들어갈 것 같다.

    서브컬처 수집형 게임을 다양하게 한 것도 아니라 특별한 플레이 이력으로 남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블루 아카이브 역시 포켓로그처럼 즐길 때 지능적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전투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따라하기만 하는 게 많다.

    블루 아카이브를 그만하고 싶은 이유를 정리해 보겠다.

    재미가 없다.

    첫째로 전투 얘기를 먼저 해 보겠다.

    기본적으로 게임성이 거의 없다는 건 많은 유저들이 공감한다.

    나는 제약해제결전 이후 재미에 대한 기대를 크게 잃었다.

    그동안 내가 재미를 느끼던 요소 중 하나로 단순한 캐릭터 구경이 있었다.

    나는 인권캐릭터들보다 비인기 캐릭터에 더 관심을 가지는 유저로서 언젠가 다양한 캐릭터가 활용되는 컨텐츠가 업데이트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차례로 난이도가 올라가는 12개 지역을 빠르게 뚫어야 하는 이벤트 첫날에도 나는

    효율을 따지기보단 그동안 안 쓰던 애들 하나씩 넣어서 스킬 컷씬 보는 걸 소소한 낙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다 6명의 스트라이크 학생과 4명의 스페셜 학생을 기용하는 제약해제결전이 업데이트되었다는 소식에 큰 기대를 했다.

    하지만 막상 한섭에 업데이트가 되어 플레이하려고 보니 이미 정답이 다 나와있는 상황이었다.

    그냥 내가 이 캐릭터가 있냐 없냐, 전무가 되어있냐 안 되어있냐로 판가름이 나는 다른 컨텐츠들과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안 쓰이던 캐릭터 몇몇의 쓸모가 생기긴 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는 정도였다.

    최근 신규 학생 중 제대로 쓰려면 플레이 속도를 1배속으로 낮춰야 하는 드레스 히나 EX 스킬이 꽤 흥미로운 스킬을 지녔다.

    그러나 굳이 이걸 하자고 게임을 붙들 마음은 없다.

    둘째는 재화 얘기다.

    나는 재화를 최대한 아끼는 편이다.

    지금 얘를 업그레이드해야 더 많은 재화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난 업그레이드 안 하기를 선택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학생이 있으면 막힘없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재화가 쌓였다.

    나는 그런 식으로 재화 쌓는 걸 즐긴다.

    이제는 게임에 미련이 줄어들어 플레이에 필요한 학생 성능을 가능한 많이 올려주었다.

    이게 게임을 그만둘 때가 되었다는 신호다.

    나는 숨겨진 요소의 해금이 아니면 수치만 올라가는 업그레이드 자체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않는 편이다.

    당연히 그다지 기쁘지도 않았고 게임이 더 재밌어지지도 않았다.

    이게 블루 아카이브의 문제점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냥 나의 독특한 플레이 성향이 들어맞지 않았을 뿐.

    허나 다른 가챠 게임이나 유저 간 재화 교환이 필요한 온라인 RPG 게임들과는 앞으로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고민이다.

    셋째는 IP다.

    어떻게 한국에서 만든 오타쿠 게임이 일본에서 성공했지? 하는 놀라움으로 이 게임을 시작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잘 먹히는 게 놀라운데 진정으로 빠져들지는 못하겠다.

    최근 우리말 보이스가 추가되어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큰 실망을 하게 됐다.

    새로운 목소리를 얻은 학생이 더욱 매력적으로 변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좋아하는 학생이 매력을 잃어버린 게 심정적으로 큰 타격이었다.

    이부키와 함께 우리말 보이스가 도입되었는데, 선생님이 좋다는 이부키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상당히 언짢아진다.

    그냥 일본어 보이스로 바꾸면 되면 해결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빨간약을 먹은 것처럼 호감도를 돌이키긴 어렵다.

    왜 진작에 우리말 목소리 추가에 회의적인 움직임을 보였는지 이제야 알겠다.

    씹덕 컨텐츠를 우리말로 듣는 것 자체가 호불호 타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블루 아카이브 애니메이션이 팬들로부터 좋지 않은 반응을 얻은 것도 비슷한 빨간약이다.

    3. 투 포인트 호스피탈 (약 70시간 플레이)

    포켓로그를 접게 되고 한동안 게임 플레이를 안 하다가 그래도 구독해 둔 PSN은 써먹어야겠다 하고 찾은 게임이다.

    엄청 깊이 빠져들어서 플레이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매 지역마다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는 게 꽤나 정교하다.

    백신 주사 미션으로 인해 그동안 배속 플레이로 하던 걸 자연스럽게 느리게 보게 하는 센스.

    허나 편의성이 가장 큰 발목을 잡는다.

    프리셋에 5레벨짜리 방을 만들어두니 게임이 꽤 편해졌는데

    방을 놓을 때마다 문 위치 때문에 방을 다른 곳에 놓았다 아이템을 지웠다 문을 바꿨다 아이템을 다시 놓았다 방을 제 위치에 놓는 게 귀찮다.

    환자에게 돈을 받을 수 없고 미션을 달성해야만 돈을 주는 맵이었다.

    필요없는 환자는 과감하게 집에 보내야 하는 전략을 썼는데, 시도때도 없이 이거 지어달라 저거 지어달라는 메시지가 계속 오는 바람에 엄지손가락에 무리가 갔다.

    PS5에 키보드 마우스를 연결하면 지원해주는 게임도 일부 있다는 사실에 들떴지만

    아쉽게도 투 포인트 호스피탈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매우 속상했다.

    경영 시뮬레이션을 패드로 하는 건 정말 최악의 플레이 환경이다.

    지금 여기 온도가 괜찮나? 정비가 필요한 곳은 없나 등을 수시로 체크해줘야 하는데 버튼 여러개 눌러야 하는 게 피로감이 장난 아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플레이한 미션에서 1성, 2성, 3성에 치료한 환자 수가 있었는데

    이게 점점 늘어 3성 미션에서 300명을 치료하라 하니까 질려서 게임을 꺼버렸다.

    명성 등의 조건은 쉽게 달성할 수 있지만 무작정 시간을 갈아야 하는 게 그다지 재미가 없다고 느낀다.

    물론 이 맵을 건너뛰었다가 나중에 다른 맵이 질릴 때쯤 돌아오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편의성에서 잃은 게 너무 크다.

    점점 병 종류도 늘어가고 방 종류도 늘어가는데..

    완벽하게 키우고 싶어서 치료IV에 외과 스킬 달고, 진찰IV에 DNA 스킬 다는 식으로 케어해줄 건 많아진다.

    마음속으로 분류한 대로 직원들이 정렬이 안 되는 것도 문제고

    들어갈 방을 정해주지 않으면 지들 맘대로 아무데나 가 있는 것도 짜증이 난다.

    가장 화가 난 건 불 끄는 관리자다.

    아무리 가까운 곳에 소화기를 설치해줘도 이 씨발새끼들이 저 멀리 있는 소화기까지 굳이 뛰어간다.

    다른 관리자를 가져다 놔도 불 보며 놀라더니 잔해 청소를 시작한다.

    문 닫고 바로 안 뛰어가고 왜 문 닫고 잠시 쉬었다 뛰어가는 건지.

    문 열기 전에 앞에 불 보고 놀라는 환자가 있으면 거기서 못 지나가는 건지.

    겨우 소화기를 들고 와 불 끄는 모션을 취하려다 펑 하고 날아가는 그 멍청함에 화가 났다.

    다른 기계도 아니고 풀업그레이드 해준 5만달러짜리 기계인 경우에는.. 쌓아둔 돈이 많아도 어이가 너무 없었다.

    그런 멍청함들이 유머로 소비되는 심즈같은 게임이 있는가 하면 이 게임은 아니었다.

    일단은 PSN 구독이 끝나면 후속작 투 포인트 캠퍼스를 스팀에서 구입해 플레이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확실히 내가 경영 시뮬레이션을 좋아한다는 걸 느꼈다.

    엔딩을 봐야 한다는 강박 없이 순전히 내가 좋고 재밌어서 단시간에 깊게 빠져들었다.

    전혀 기대 안 하고 켰지만 지금까지 PSN으로 한 게임 중 가장 플레이 시간이 길다.

    나는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

    PC로 플레이할 투 포인트 캠퍼스에선 부디 강화된 편의성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