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고등학교 문화예술부

"마술부 힙합부 미술부 기타부!

너흰 대 좀비고등학교의 대표 문화예술부라는 역할을 망각하고 학교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에 대 좀비고등학교 선도부장인 내가 직접 나서는데..... 어이! 듣고있냐!"

강우빈이 칠판을 탕 치며 소리쳤다.

고나래가 코코아를 홀짝이며 펜을 만지작거렸다.

"그래서.. 오늘 무슨 주제로 회의를 하는 건데?"

빈진호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눈을 감고 음악을 들었다.

"이 트랙은.. 비트 속도만 좀 조절하고..."

그 옆에서 기타를 잡고 조율을 하는 송현우에게 강우빈의 날카로운 일침이 날아들었다.

"흠~ 흐흠~~"

"거기 기타부! 회의 중일 때는 회의에 집중한다!"

케빈은 마술 카드를 몇 장 손에 쥐고 강우빈의 샤우팅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으며... 그에게 윙크를 날렸다.

강우빈은 목을 가다듬고 회의록을 읽기 시작했다.

"오늘 회의의 안건은.. 대 좀비고등학교 문화예술부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 몇 개가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고나래는 강우빈의 목소리를 조금 덜 듣기 위해 의자를 칠판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겼다.

"...하아.. 이대로는 회의 진행이 원할하지 않으니, 힙합부장! 여기 회의록을 나눠줄 수 있겠나?"

빈진호는 여전히 음악 말고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레이디스 앤 에브리원, 케빈의 마술 쇼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그 옆에서 케빈이 마술 쇼 시작 멘트를 읊으며 탁자 위에 마술 카드를 촤라락 펼쳐 놓았다.

"케빈, 거기에서 좀 더 부드럽게 말하면 신뢰감을 줄 것 같아."

송현우는 줄을 뜯으며 가볍게 흥얼거리듯이 조언했다.

"음.. 다시 해볼까? 레이디스 앤 에브리원, 케빈의 마술 쇼에 온 것을... 왜 그래요, 선도부장님?"

케빈이 그에게 씩 웃어 보였다. 강우빈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회의까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을 한 가지씩 생각해 오도록. 이상."

놀랍게도,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고나래가 그린 토끼 그림을 들여다보던 케빈이 모자를 벗고, 토끼 인형을 사용한 마술을 선보였다.

한동안 회의실 안에서는 송현우의 노랫소리와 빈진호의 중얼거림, 케빈이 펼치는 마술 카드 소리, 고나래의 펜이 종이를 사각거리며 가로지르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문화예술부의 백색소음은 예정된 회의 마침 시간이 지나자마자 순식간에 문 밖으로 사라졌다.

"컷! 오케이."

"{문화예술부 회의록} 촬영 완료했습니다- 슬레이트-"

탁.

"수고하셨습니다~!"

커피를 마시러 회의실 세트장 밖으로 나가는 우빈 뒤로 송현우가 뒤따랐다.

"13화나 촬영하는 동안 매일 커피 차 보내준 사람이 누굴까?"

"글쎼, 안 적혀 있는데. 서프라이즈로 촬영해서 유툐브 올리려는 거 아니야?"

그들의 뒤로, 세트장에 남은 빈진호와 고나래, 케빈이 수다를 떤다.

"우리가 나왔던 고등학교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준비하는지는 진짜 몰랐는데."

"이제 곧 철거된다니까, 학생들이 너무 아쉬웠나 봐. 졸업생들하고 촬영 관계자들까지 섭외한 걸 보니..."

"그러게.. 우린 이 학교에 더 미련이 없는데, 좀비고등학교의 흔적을 온라인 갤러리에 남긴다면서 우편물 날라온 거 아직도 기억나."

"취지는 좋은데 문화예술부 같은 오합지졸도 거기 포함되는 줄은 몰랐지."

"그거 인정."

그들도 곧 커피 차로 나갔다. 고나래는 따뜻한 라떼, 강우빈과 빈진호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송현우는 카페 모카였다. 케빈은 미숫가루 쉐이크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