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X]역행자 _내가 역행자에 끌렸던 이유

내가 역행자에 끌렸던 이유는 어린 명진이의 마인드가 너무나도 내 어린시절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명진이가 가졌었던 3가지의 벽(공부,돈,외모)는 정확히 나의 자격지심에 일치하는 항목이었고, 명진이와 다른 것이 있다면 나는 힘든 시절에 책보단 음악과 노래에 회피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좋아했고, 스스로 고음은 잘낸다. 라는 자신감이 있었기때문에 매 주말이면 노래방에서 2~3시간씩 보내곤 했었다.(사실 돈만 더 있었으면 노래방에 더 오래있었을 것이다) 그때 당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의 기준은 ‘고음’이었고, 나의 자신감 덕에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면 항상 ‘와~너 노래잘한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자존감이 얼마나 상승했었는지.. 맘같아서는 3시간을 부르고 나와도 2차로 노래방을 또 가고 싶었다. (그땐 코노가 없던 시절이라 일반 노래방을 갔었는데 보너스를 1시간씩 주던 노래방도 있었다. 그렇게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고 나와 목이 쉬면 뿌듯해하며 바로 옆 맥도날드나 피자스쿨에 갔었던 기억이 난다..)

미친듯이 노래방을 다니던 15살의 겨울방학, 나는 다니던 교회에서 노래를 가장 잘하는 분께 노래레슨을 받게 된다. 그때까지만해도 나는 전공을 할 생각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배울수 있다니! 라는 사실에 너무 설렜고, 공부에 흥미가 없던 찰나, 나도 다른애들처럼 진짜 잘하는 게 생긴다라는 생각에 들떴었다. 쉽게 말해, 공부로는 1등을 못해도 노래로는 1등을 해서 인정받고 싶었달까?

또 그 즈음에 오디션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 가 방송되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노래잘하는 사람’에 무조건적인 호감을 느낄 때였다. 당시 노래를 배우고 있던 나에겐 이건 인정받기 좋은 기회였고 자존감이 치솟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너는 슈스케 안나가?’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었다. 하지만 나는 슈스케에 나가서 1등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터라, 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때가 되면 나갈것이다. 라는 얘기를 했지만, 결국 슈스케 시즌 8이 되도 슈스케에 지원해보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전문가가 되어있었다. ‘내가 여태까지 오디션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말이다.

그렇게 어린 시절 나의 자존감을 올려준 나의 취미이자 나의 존재였던 ‘노래’는 안타깝게도 ‘일’이 되버렸고,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아주 강력한 존재가 되어있었다.

19살, 진로를 결정해야되는 나이가 되었다. 여지껏 노래를 한다는 핑계로 공부에서는 손을 놓아버린 상황. 노래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고3 담임선생님과 진로상담에서도 ‘ㅇㅇ아, 너는 이제 노래하기로 마음 먹은거지?’, ‘네’ , ‘그래^^ 수업마저잘듣고~’ 로 끝났었다.)

무언가 노래를 예전처럼 좋아하진 않지만 노래로 전공을 한다고하면 다들 멋있다고 생각해주기도 했고, 내가 할줄아는 유일한 무기. 노래가 있으니 ‘그래, 그럼 이렇게 된 이상 노래 전공으로 가장 탑을 찍자.’ 라는 생각을 했다. 전혀 자기객관화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 오로지 1등만 바라며 기준만 높았던 나는 당시 우리나라 실용음악과의 탑이었던 대학들만 지원하게 되었다. 난 이 과정에서 어쩌면 스스로 속이는 법을 연습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노래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라는 통상적인 질문을하면 항상 통상적으로 돌아오는 조언이 있었다. ‘입시(무대)에서는 자신이 없어도 자신있는것처럼 해라.’ 선천적으로(?) 남을 속이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나에겐 가장 자신없는 조언이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쎄보이면 된다’라는 조언을 마음속에 담아두며입시생활을 했다.

그렇게 어설프게 스스로를 속여가며 보낸 입시생활 덕분에 내가 원하던 대학은 예비번호조차 없이 떨어졌었고, 안전빵으로 넣었던 (콧대 높은 내 기준에서) 가장 하위권이던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제 졸업했는데 뭘해야할까?’ 나는 졸업 이후에 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했던 정체성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끔찍하다. 그땐 정말.. 우울의 절정이었다. ) 일단 할 수 있는걸 해보자. 그럴려면 남들이 말하는 ‘재입시’ 또는 ‘편입’을 준비해야했다. 다시 1학년부터 다닐 자신이 없었던 나는 운이 좋게도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우리나라 실용음악과 탑 중에 한 대학에 편입하게 되었다. 그 대학만 들어가면 모든 인맥과 열정이 작용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만 같았지만, 생각보다 적응은 쉽지 않았고 졸업만 간신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또 같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25살, ‘원하던 대학을 졸업했는데, 이제 뭘해야할까?’ 정말 할 줄 아는 거라곤 ‘노래’밖에 없었던 나는 노래 강사일을 했었고, 어쩌다보니 프리랜서로서의 생활을 했었다. 하지만 입시때부터 이미 ‘일’이 되어버린 노래가 나에게 전환점이 될 리 만무했고, 나에겐 큰 의미가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현실에 또 우울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살이라도 어릴 때 오디션이라도 좀 보고다닐걸. 아니, 고등학교때라도 공부 좀 할걸 그랬나.. 라는 과거에 얽매인 후회로 하루하루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27살, 코로나19가 터지고, 프리랜서의 생활을 자연스럽게 접게 되었다. 마침 강사일도 나에게 맞지않는다고 느꼈고 노래레슨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아는 분의 소개를 받아 계약직으로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 노래 외에 할 줄 아는게 없던 내가 들어간 회사에서는 평생 해본 적 없던 문서작업과 민원응대 등.. 낯선 일들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씩 적응해나가면서 프리랜서일 때는 느껴본 적 없는 ‘매달 정확한 일자에 들어오는 월급’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많지 않은 월급이지만 하루아침에 경제적 독립까지 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적응도 잠시 쳇바퀴처럼 굴러가던 일상과 회사를 다니면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열심히 해봤자, 어차피 계약이 종료되면 끝 아닌가? 이제 내년이면 30살인데, 한 살이라도 더 먹기전에, 책임져야할 것들이 많아지기 전에 내가 원하던 삶을 사는데에 도전을 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도전 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 나는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보겠노라며 큰 결심과 함께 퇴사를 했다.

앞에서 말한대로 나는 할줄 아는게 노래뿐이고, 내가 쌓은 스펙이라곤 회사 생활 2년2개월이 전부다. (프리랜서 일때의 경력은 현재 나에겐 무의미하다고 판단)

하지만 역행자에서 말하는 ‘배수의 진’을 치게 되었더니,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고 무려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거의 매일 글을 쓰는 중이다. 이 나른한 토요일 오후에 말이다.

그냥저냥 나를 받아주는 곳은 이 회사뿐이니, 당장 2~3개월 후에 짤리더라도 일단 다녀보자. 라는 마음으로 회사를 다녔더라면 내 인생에서의 성공은 2~3년이 미뤄졌으리라 확신한다.

당장 내가 가진 능력이 없어서 유튜브를 만들면서 흥미를 느꼈던 ‘영상 편집’에 초점을 맞춰보려고 한다. 다행히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혜택이 있어서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학원을 등록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내가 능력치는 0이지만, 나의 태도와 마인드는 다사다난한 삶을 통해 단단해졌고 실천력,행동력을 갖추게 되어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할 줄 아는게 없던 내가 이렇게 내 생각을 글로 쓰게 되고, 월 3천의 수익과 강남집한채를 꿈꾸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나는 평생 앓고 있던 무기력증에서 벗어났으며 생각과 머릿속이 훨씬 깔끔해졌음을 느끼고 실천하고 있는 현재가 솔직히 말해서 나에겐 기적이다.

어린시절 노래 외의 것을 다 포기했었다면 지금은 이렇게 하루하루 ‘독서 코어’를 만들어가면서 노래 그 외의 것을 하나씩 얻어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한편으론 그런 고난이 있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놀랍고 재밌고 뿌듯하지 않을까 싶다. (그땐 정말 죽을만큼 힘들었다)

현재 이 챌린지를 하면서 역행자를 2회독 중인데, 처음 역행자를 읽었을 때는 아무것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2회독인 지금 아직 초반부만 읽었음에도 1회독 할때와 달리 무언가 꾸준히 실천하고 난 후의 내가 읽으니 책에서 말하는 자청님의 마인드가 새로이 읽혀지는 중이다.

그냥 회차를 채우기 위해서, 포기를 안한다는 의미를 위해서 대충 쓰는 글이 아니라 매일 퀘스트를 고민하고 내 역량을 늘리는 것에 집중하며 역행자 챌린지를 마무리 짓고 싶다. 그리고 꼭 해낼 것이다.

어쩌면 나에겐 남산이 목표가 아닌 내 역량강화에 집중이 맞춰져있는 것 같긴하지만… 꼭 해내고 싶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