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신규 캐릭터 소개: 방랑자, 파루잔
「신자는 신의 영광을 이룩하고, 불신자는 신의 교화를 지켜보지. 그러나 나는 그를 어느 한쪽으로 정의하지 않을 거야. 모든 불확실성은 그의 미래를 닦는 초석이나 다름없으니까.」
——위대한 쿠살라 다르마, 쿠사나리 지혜의 주인 부에르
★기나긴 방황
★「천겁의 고난, 얻지 못한 깨달음」
★신의눈: 바람
★운명의 자리: 낭객자리
#원신
어느 날 밤, 한 사람이 폭우를 뚫고 타타라스나라 옛터에 도착했다. 원래 이 부근엔 주민이 없을 터지만, 마침 생계를 위해 울림풀을 채집하러 온 농부가 그자를 발견했다. 그자는 귀신처럼 절벽 위에 서 있었다.
그자는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자가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내쉬는 소리가 빗물을 뚫고 농부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때, 그자가 말했다. 「인간은 이렇게 숨 쉬겠지.」
농부는 귀신 소리라도 들은 듯 화들짝 놀라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자 그자가 말했다. 「뭘 겁내는 거야? 낯선 행인이 널 해치기라도 할 거 같아? 난 그저 지나가던 길에 친구의 무덤을 돌보러 왔을 뿐이야.」
농부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을 때 그자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땅에 떨어진 한 장의 쪽지가 순식간에 젖어버렸다. 쪽지에는 아직 완전한 답이 채워지지 않은 세 가지 문답이 적혀 있었다——
「심장이 있는 인간은 어째서 타인의 마음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본질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열등하다면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
「심장이 없는 자는 어떻게 해야 인간이 될 수 있는가?」
「심장이 없는 자는 인간이 되기 어렵다.」
쪽지를 읽은 농부는 등골이 오싹했다. 타타라스나는 폐허가 된 지 오래다. 설사 성묘하러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뭐 하러 이런 오밤중에 나타난단 말인가.
「이 책의 모든 내용은 파루잔 선배의 이론과 원고를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선배가 아카데미아로 돌아왔을 때, 부디 후대 학생들이 파루잔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백여 년 전에 출간되어 오늘날까지 크샤흐레와르 학부 필독서인 <고대 장치학 개론>에서 발췌
★수수께끼의 장치학자
★「지론파 원로 학자」
★신의눈: 바람
★운명의 자리: 아라베스크자리
#원신
크샤흐레와르 학부 학생 사이에서는 이런 전설이 전해진다:
장치학 시험에서 떨어졌는데 지도 교수님께 보충 수업을 부탁할 용기가 없다면, 하라바타트 학부에 있는 파루잔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자.
선물을 준비할 필요는 없다. 충분한 성의와 겸손한 태도로 그녀를 「선배」라고 부르기만 하면, 장치학계의 살아있는 백과사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파루잔 선배의 강의는 깊이가 있으면서도 이해하기 쉽다. 시험 요강에 대한 그녀의 이해는 마치 교재 편찬자와도 같아서, 그녀의 강의를 거치면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된다. 다만 그녀의 지도를 받으려면 극복해야 할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선배를 처음 만날 때 표정 관리에 신경 쓸 것. 너무 젊어 보이는 그녀의 외모에 당황하는 티를 내서는 안 된다.
둘째, 지도를 받고 난 후 호기심을 억누를 것. 어째서 박식한 그녀가 굳이 지론파에 남아 냉대받는지, 크샤흐레와르 학부로 이적할 의향은 없는지 따위를 물어봐서는 안 된다.
이 충동을 참지 못하는 자는, 지론파 원로 학자의 문학적 소양이 깃든——잔소리를 몸소 체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