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상황문답] 너와 함께 보낸 날

* written by. 낙낙

* 모바일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캐릭터 해석이 매우 주관적입니다. 이 점 유의해 주세요.(호감도 대사 사용)

* 여행자가 등장합니다.

너와 어떤 하루를 보낼까? 기대된다.

방랑자, 타이나리

1. 방랑자 [스카라무슈]

"... 애쓴 게 보이네."

뜬금없이 주전자에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애쓴다'였다. 물론 나는 지금 선계를 재정비하는 중이었고 혹시라도 지친 이들이 찾아왔을 때 그들이 좋아하는 곳에서 편히 쉬었으면 해서 노력하고 있던 건 맞았지만 그가 이를 알아줄 줄은 몰랐다. 매번 장난치기 바쁘고 시비 걸기에 진심인 그가 애쓴다고 말하는 건 역시 어울리지 않았다. 이상한 걸 본 사람처럼 쳐다보자 그는 기분이 나쁜지 칫 소리를 내며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 한 소리 들을 거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제일 먼저 들어간 방은 하필 라이덴 쇼군을 위한 방이라 그는 질색을 하며 '센스가 형편없군. 이딴 곳을 꾸미기 위해 돈과 시간을 썼다고 하지 마. 역겨우니까.' 악랄한 말을 시작으로 '아예 태워버리는 게 낫지 않아? 원한다면 날려줄 수도 있어.' 권유까지. 그는 인간이 아니었지만 감정 흐름은 인간보다 솔직하고 빨랐다. 진짜로 부술 듯이 다리를 올리는 그를 말리며 이럴 일을 대비해 만들어 둔 그를 위한 공간으로 데려갔다. 참 웃긴게 순순히 따라오더라.

내가 준비한 공간을 보더니 '.. 흥. 나쁘지 않아. 하지만 좋지도 않아. 이런 형편없는 곳에 쉬러 오는 이가 정말 있는 거야? 하! 대단하군.' 기분 나쁜 말을 뱉는다. 그럼에도 몸은 솔직해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만져보며 슬쩍 웃어 보인다. '맘에 들었나 보네?' 물으면 '이딴 곳을? 헛소리.'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다 안다는 듯이 웃어 보이면 기분 나빴는지 날아서 밖으로 나가는 그다.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왜 말을 저렇게 하냐며 성을 내는 페이몬을 두고 밖으로 나와 빠르게 이동하는 그의 뒤를 따랐다. 와 너무 빨라. 원소의 힘으로 비행하는 그를 평범한 내가 따라잡을 리 없었다. 점점 차오르는 숨에 헉헉 거리자 그는 몸을 돌려 내게 온다. 그가 다가오자 바람이 옅게 일어 머리카락이 움직였다.

"따라오라고 한 적 없어. ···시시하긴."

따라오라고 한 적 없다는 말에 사과를 건네자 시시하다며 고개를 돌린다. 정말 상대하기 힘든 타입니다. 그는 지친 나를 바라보다가 옆에 있는 공원을 보더니 그곳으로 가자며 나를 이끌었다. 평범하게 이끄는 모습에 웃음이 나오는 걸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러고 보니 저 공원은 자유분방한 바람 신을 위해 특별히 만든 곳이었다. 바람 신의 공간에 그에게 선택받은 자가 가다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너 말이야, 아까부터 왜 그렇게 웃음을 참는 표정인 거야. 기분 나쁘게."

"기분 나빴다면 미안. 네가 이곳을 내 생각보다 더 좋아하는 거 같아서 그랬어."

"하? 너 말이야 내 말에 일일이 사과하지 마. 그리고 말이야 누가 좋아한다고 그랬어?"

툭툭거리면서 손은 여전히 놓지 않는다. 참 이상한 존재다.

"나무에 사과가 있네. 너 여기 앉아있어. 그리고 먹어."

"고마워."

'별 걸 다 고마워하네.'라고 말하는 사람치곤 표정이 밝아 보여 웃으며 그가 건넨 사과를 먹었다. 바람을 힘껏 맞은 사과는 시원하고 달달했다.

2. 타이나리

"난 이런 날씨에 적응됐지만, 넌 우산을 쓰는 게 좋을 거야."

아란나라가 알려준 날씨 조종 식물을 건드리다 기어코 비를 내렸다. 일의 발단은 '아란나라'라는 생명체를 본 적이 없는 타이나리에게 그들의 흔적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아무에게나 모습을 들어내지 않고 그는 꿈을 꾸지 않는 존재였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거뿐이었던 것이다. '넌 그들을 만났구나. 부러워, 정말로. 난... 알다시피 본 적이 없어.'라는 말에 당당하게 '그럼 우리가 보여주면 돼!' 답했던 페이몬이 원망스러웠다. 습하디 습한 숲에 도착해 흥분한 페이몬이 '이게 아란나라가 알려준 날씨 조종 식물이야!' 외치며 식물을 건드리자마자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만지지 말라고 말릴 틈도 주지 않은 페이몬을 째려보며 손으로 우산을 만들자 그는 뒷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내 건네주었다. 우산이었다.

자신은 변덕스러운 수메르의 날씨에 적응했다며 우산을 건네는 그를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우산을 폈다. 페이몬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우산을 피고 그에게 내밀었지만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아는 동굴이 있다며 서두르는 그다. 사실, 페이몬만큼 신나있던 나였기에 조금 어쩌면 아주 많이 아쉬웠다. 아카데미아의 학자보다 더 바쁜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인데 무엇 하나 따라주는 게 없어 심통이 나 흙탕물에 힘을 싫어 발을 굴렸다. 그는 나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대라며 허가증까지 주었는데 난 무엇 하나 해준 게 없으니 마땅한 심술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동굴엔 평소에도 자주 왔었는지 장작과 가벼운 이불, 종이 뭉치들이 있었다. '평소에도 자주 오는구나?', '아, 이곳은 버섯이 많으니 시간을 들여 연구하고 있는 중이야.' 이런 유의 대화를 하며 건네준 수건으로 머리를 털었다. 미지근한 빗방울이 벽으로 후둑- 튀었다. 나는 젖은 몸을 닦고 그는 불을 피우고. 그렇게 둘러앉아 그가 만들어준 버섯 스프를 먹으며 몸을 녹였다. 밖은 장치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천둥까지 치며 세차게 비를 내렸다. 오늘은 비가 내릴 날이었을지도 몰라.

"이런, 천둥소리가 엄청 크네! 윽··· 머리가 울릴 정도야."

"... 아마 장치 때문에 비가 더 오는 걸 거야. 내가 끄고 올게."

상대적으로 청각에 둔했기에 생각하지도 못한 일의 연속이었다. 그는 연이어 내리치는 천둥소리에 긴 귀를 반으로 접으며 괴로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시들지 않는 꽃을 보여주는 거였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는 괜찮다며 팔을 잡아댕겼다. 그 순간 천둥이 쿠루룽! 내리쳤다.

"윽... 너는 가끔 자신에게 너무 엄격해. 일단 진정하고 몸을 녹이도록 해. 추우면 내 꼬리에 손을 넣어도 좋아."

"그렇지만... 나 때문에 타이나리가 괴롭잖아. 내가 가서 장치를 다시 활성화시키면-"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 실수도 공부의 일환이야. 이번 일로 네게도 깨달은 것이 있을 테지. 그러니 일단은 몸을 녹이도록 해."

'그리고 입술은 집어넣고.' 가벼운 웃음이 이어지고 나는 튀어나온 입술을 애써 집어넣으며 춥다고 칭얼거리는 페이몬을 껴안았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드디어 잦아든 비에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는 다시 한번 내 팔을 잡고 '그칠 때까지 기다려 보는 건 어때?' 장난스럽게 말을 건넨다. 장치를 활성화시키지 않으면 그치지 않는다는 걸 아는 사람이 치는 장난은 반갑다. 그의 말에 나는 빙긋 웃으며 전에 사이노가 주었던 카드게임을 꺼냈다. 타오르는 장작, 잠들어 조용한 페이몬, 잔잔하게 게임하며 대화하는 우리. 나중에 아란나라를 만나면 고맙다고 전해야지.

개인적으로 써보고 싶었던 두 사람을 데려왔습니다!

비록 이 두 캐릭터를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애정해서 써봤는데 역시 어렵네요!

픽뚫로 타이나리 나오면 춤 출 수도 있는데 왜 매번 각청과 진이 나오는지...

애니만 쓰다가 게임 캐릭터 쓰니 확실히 새롭고 재미있네요.

다음번에는 또 다른 캐릭과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