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오브판타지… 원신의 껍데기만 취한 작품
그래픽의 분위기는 붕괴에 가깝고, 오프닝의 선택 씬은 원신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두 게임에서 느끼는 경험은 판이하다.
오프닝 >
원신은 주인공에 대한 배경을 빠르게 이해시키고, 천리라는 절대자와의 싸움을 통해 주인공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키며, 선택 직후 가족이 잡혀가서 행동 목적까지 즉시 부여해낸다.
반면 타워오브판타지는 그냥… 이해를 동반하지 않는 전개에서 밑도끝도 없이 이어진 성별 선택창에 불과하다.
주인공이 굳이 기억을 상실’당해’서, 그 무능함을 부각시켰다는 게 너무 아쉽다.
튜토리얼 >
동선 유도의 미비함.
가이드도 지시도, 카메라 포커스에 따른 유도도 없는 시작… 헤매고 보면 달랑 칼에 조그마한 이펙트를 출력 시켜놔서 다가가게 만든다. 오픈월드 류에서 동선 혼란의 경험이 좋을 리가 없는데, 심지어 칼을 획득 시도 시 쥐는 모션도 없이 바로 개들의 추적 - 전투 씬이 시작된다.
전달 >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소설 격언의 완벽한 반례를, 3D게임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 주인공은 추적자를 손쉽게 쥐어패는데… 대사만 들으면 잠시 뒤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다급해보인다.
- 젤다처럼 볼이 빨개져서 떨면서 새하얀 입김을 뿜는 대신, ‘너무 추워’ 라고 말한다.
긴장감 >
처음에 체력이 표기되지 않는다. 데미지는 받아야하는데, 초반에 죽지 않도록 무적으로 만들어야하니까.
게임에서 전투가 가장 재미없어지는 시점이 패배할 가능성이 없을 때다. 그 순간 전투는 단순 작업으로 전락하고 어떠한 성취감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고수가 되거나 강해지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그런데 이 게임은 그 경험을 튜토리얼 부터 로켓배송한다.
전투 >
아무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지만, 돌연변이가 너무 신사적인 인공지능을 지녀 10대 1의 전투에도 개인전에 가까운 차륜전을 해준다. 그런데도 팔팔 뛰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히스테리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핍진성이 흔들릴 정도의 전투와 대사라는 건 너무 치명적이다.
대사 >
의미있는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는 어설픈 대사들은, 스토리 전달의 도구가 아니라 문자의 나열에 가깝다.
여기까지 쫓아온 건가?
여길 빨리 나가야겠어
라니, 그 상황에서 유추할 수 없는 대사도 아니고…
주인공의 대사를 고도로 절제하는 원신과 달리, 너무 흔하게 쓰는 기분이다.
원신에서 많이 듣던 목소리임을 감안하면 성우 분들의 퀄리티도 뛰어난데… 듣는 이를 압살하는 목소리를 재료로 맥빠지게 하는 대사를 연발하는 건 안타까움의 향연이다.
연출 >
오프닝 부터 느끼던 것이지만… 리소스가 절대적으로 뒤떨어지는 게 아니다. 하지만 월드맵을 베들레헴 소개로 극히 짤막하게 일부만 보여줄 이유가 있었는 지는 매우 의문이다. 젤다나 원신처럼 설계가 스토리 구조적으로 안된다해도, 히트2처럼 전경을 보여줄 방법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텐데…
이미지 >
뜬금 없는 것과 별개로 캐릭터 꾸미기가 나온 순간, 충격에 빠졌다. 원신보다 빠진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아름다운 캐릭터 디자인이 쏟아졌다.
총평 >
전체적으로 너무 아쉬웠다. 가진 바 리소스는 매력적이고 훌륭했지만, 그 리소스를 어떻게 다뤄야 매력적인지까지는 신경 쓰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