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오분전의 ‘개’는 ‘멍멍이’가 아니다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의 해다. 강산이 일곱 번 바뀌었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전쟁의 상처가 깊다. 우리말에도 전쟁의 아픔이 배어 있다.
많은 사람이 어원을 모른 채 쓰는 ‘개판오분전’도 6·25전쟁이 만든 말이다. 당시 각지에서 피란민들이 부산으로 몰려왔다. 그들 대부분은 밥을 굶기 일쑤였다. 그래서 굶주린 이들을 위해 무료 배식을 하곤 했는데, 시계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던 때라 배식하는 사람들이 밥을 나눠 주기 전에 거리를 돌며 “개판 오분 전” “개판 오분 전” 하고 외쳤다. 개판 오분 전(開飯五分前), 즉 솥단지 위의 판을 열고 밥을 나눠 주기 5분 전이라는 얘기다. 그 소리가 울리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아수라장을 이뤘다.
‘개판오분전’의 준 꼴인 ‘개판’도 ‘멍멍이’와는 관련이 없다. ‘개판’의 ‘개’는 “흡사하지만 질이 떨어지는” “헛된” “정도가 심한” 등을 의미하는 접두사다. ‘개꿈’ 역시 ‘멍멍이’가 등장하는 꿈이 아니라 “헛되거나 쓸데없는 꿈”을 가리킨다.
한편 “사람이나 동물이 몹시 괴롭거나 흥분했을 때 입에서 나오는 거품 같은 침”은 ‘개거품’이 아니라 ‘게거품’이 맞다. (경향신문)
[출처] 개판오분전의 ‘개’는 ‘멍멍이’가 아니다|작성자 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