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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후로, 매년 생일 때마다 티원의 롤드컵 우승을 간절히 기도했다.

생일 선물로 받고 싶은 게 뭔지 물어보면, 딱히 없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우승을 바라왔다.

하지만 모든 경기는 우리가 아닌 상대를 향한 환호로 마무리되었고,

가장 힘들었던 작년의 결승전 패배 이후에는 '영원히 닿지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군다나 리그에서도 결승전에서 번번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간절한 기도도 소용이 없구나' 이게 올해 8월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월즈는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보단, 즐기러 가자는 생각으로 보러 갔다.

BDS의 승리로 월즈가 드디어 시작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패배의 아픔을 가지고 돌아가는 팬들을 보면서 나는 저런 순간이 왔을 때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KBS 아레나에서 열린 스위스 스테이지 앞에는 사진처럼 각 팀의 응원 광고가 걸려있었다.

시작부터 불안불안한 경기력을 보여준 끝에, 결국 내가 보러 갔던 젠지전은 아쉽게 패배했다.

슬프긴 했지만 화나지 않는 나 자신을 보면서 어느새 패배에 익숙해져 버린 건가라는 생각을 돌아오는 길에 했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8강에 안착했다.

8강전 하루 전날, 생일 케이크를 받았다.

올해는 진짜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길래,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멋쩍게 웃었다.

나중에 우승하고 나서는 본인 일처럼 기뻐해 준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생각보다 훨씬 수월하게 8강 경기가 끝났고, 그렇게 올라간 4강의 상대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징동 게이밍이었다.

한 번씩 주고받은 후 3세트, 패배의 기색이 점점 더 짙어져가면서 이 팀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부터 유튜브 채널에서 각각 한 명씩 영상이 올라오고, 한 시간이 넘는 다큐를 보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천천히 죄어오는 징동을 보면서 나는 슬슬 마지막 인사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21년부터 지금까지 덕분에 즐거웠다고, 최고의 팀이었다고, 후회하지 않으면 그걸로 된 거라고'

이 감정을 또다시 혼자 삭혀야만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

그 장면이 나왔고, 결승행을 확정 지었다.

결승 전주에 출장을 가면서 인천공항 라이엇 체험존에 들려 응원 메시지를 작성했다. 무슨 말을 썼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데,아마 최선을 다하자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오키나와 고 우리 해변에서 기습 숭배

이 사진을 본 친구는 빨리 모래사장에 있는 쓰레기를 다 주우라고 했다. 쓰레기는 다 못 주웠지만, 사진 좀 찍어달라는 부탁은 모두 들어줬다,

마침내 다가온 결승

전날이 되어서야 실감 나기 시작했고, 경기장에 입장하고 나서는 그 위압감에 압도되었다.

사실 결승 시작 전에 티저 나올 때부터 눈물을 참으면서 경기를 봤기 때문에 경기는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리고 우승. 붉은 왕조의 마지막 장미는 7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피어났다.

선수들이 울지 않아서 우승컵을 들 때는 나도 웃으면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대전으로 가는 길엔 같이 본 친구랑 오랜만에 웃으며 돌아왔다.

2016년 부터 7년 이라는 시간이 걸려서 가져온 네번째 우승컵이지만, 이게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에 내년에도 열심히 응원할 계획이다.

青春已复过,白日忽相催

푸른 봄은 지나가고, 시간은 늙어감을 재촉한다

수많은 패배와 좌절을 딛고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대항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