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번역/역사] '원신' 이전: 중화권 RPG 게임의 간략한 역사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화권 RPG"에 대해 들어본 바가 없을 겁니다. 이제부터 중화권 RPG의 다채로운 역사에 빠져봅시다.

by Felipe Pepe in Medium (2021.04.23)

혹시 중국 영화, 중국 음악, 중국 시 등 중화권 예술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이런 주제들을 다루는 책, 기사, 다큐멘터리, 에세이, 영상들은 도처에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중화권 비디오 게임에 관심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비디오 게임은 장대한 모험을 추구하지만, 영어권 중심의 비디오 게임 세계는 좀처럼 익숙한 영역을 벗어나길 꺼립니다. 여전히 콘솔이 가장 큰 플랫폼이라고 생각하고, '콜 오브 듀티'가 가장 큰 게임이며, 유럽과 일본만이 *진짜* 게임 시장이라고 생각하죠.

'포트나이트'가 얼마나 큰 게임인 지 종종 들어봤을 겁니다. 일일 접속자 수가 3000만명이니까요...

하지만 베트남에서 나온 이 게임은 일일 접속자 수가 1억명입니다.

맞습니다, 플레이어가 1억명입니다. 하루 동안.

이 글은 비디오 게임 역사의 "정전"을 확장시키려는 제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제 중화권 RPG의 다채로운 역사를 파헤쳐봅시다. 아마도 여러분들이 한 번도 들어본적 없는 이야기일 겁니다. 이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RPG 시리즈들과 게임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높은 게임들에 대해 알아봅시다.

우선 중화권 게임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소위 "중화권 게임들"은 중국 본토, 홍콩, 대만에서 나온 게임들을 통칭합니다. 세 지역은 사회경제적 맥락이나 규제 면에서 매우 다릅니다. 예컨대 중국 본토에서는 비디오 게임 콘솔의 생산과 판매가 2000년부터 2014년까지 법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 (물론 암시장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만과 홍콩에서는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었죠.

무엇보다도, 지역 간의 문자 체계가 다릅니다. 대만, 홍콩 (그리고 마카오)은 정체자(Traditional Chinese)를 사용하지만, 중국본토(그리고 싱가포르)에서는 간체자(Simplified Chinese)를 사용합니다.

2000년대 이후에 출시된 게임들은 대부분 정체자와 간체자를 동시에 지원합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중국 본토에서 제작한 게임을 대만 사람들이 읽기 이상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게임들은 공식적인 영어 제목이 없습니다. 제 미진한 번역과 함께 원어 표기도 함께 달겠습니다 (표현이 엉망인 점 죄송합니다!).

번역 해적판(Bootleg)

중화권 게임 산업은 80년대 중반 대만에서 태동했으며, 게임들의 대부분은 애플 II와 IBM PC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입가격이 높고, 중국어를 지원하는 게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울티마'나 '킹스 퀘스트'같은 일부 서양 게임들만 중화권 게임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대부분 플로피 디스크 복사본의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언어 장벽 때문에 수입할 게임들을 플레이하기 힘들었죠. 그렇기 때문에 일부 대만 게이머들은 중국어로 번역한 설명서를 인쇄한 후, 게임의 해적판에 붙혀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당시의 저작권법은 느슨했기 때문에 해적판은 불법 조차 아니었습니다):

'울티마 III'의 중국어 번역 설명서.

1986년 이 일련의 게이머 그룹들은 정신 컴퓨터잡지(精訊電腦)로 확장되었습니다. 이 잡지는 PC 게임들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잡지로 (자신들이 파는 게임에 대한) 신규 발매 소식과 플레이 방법에 대한 팁을 수록했습니다. 또한 메뉴와 전체 스토리를 번역하고, 종종 게임 공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1986년 정선 컴퓨터 잡지 2호. '바즈 테일'의 플레이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당시 폴란드의 CD프로젝트, 우크라이나의 GSC 게임 월드, 러시아의 아켈라와 유사하게 정선 컴퓨터 잡지도 해적판 판매에서 해적판 번역으로 넘어갔다가, 이내 독자적으로 게임을 출시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킹포메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잡지를 통해 당시 부흥하고 있다 대만 개발자 씬과 접점을 맺습니다. 두명의 대학생들에게 MS-DOS용 '드래곤 퀘스트' 1,2,3탄의 해적판 제작을 의뢰하기도 했죠:

두 학생들은 원본 코드도 모른 채, 게임 전체를 일일이 다시 만들었습니다.

1987년에는 애플 II용 '울티마 III'의 조잡한 SF 아류인 'MX-151(星河戰士)'을 출시했습니다. 이 게임은 아마도 대만에서 처음으로 독자 제작한 RPG일겁니다:

좌측부터 'MX-151'의 타이틀 화면, 지상 맵, 전투 화면.

그러다가 1988년 정신 잡지의 창립자 중 한 명이 퇴사하고, 소프트스타 (大宇資訊)라는 게임 잡지 회사 겸 유통사를 설립합니다. 하지만 대만은 미국의 제재 위협 때문에 1989년 7월 저작권 법을 개정합니다. 법 개정으로 인해 미국 회사는 이제 대만의 해적판 회사들을 고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면초가가 된 상황에서 킹포메이션은 잡지와 해적판 판매를 멈추고, 게임 유통 사업만 남기기로 결정합니다. 이후 다른 해적판 회사들도 비슷한 수순을 거치게 됩니다. 소프트월드(智冠科技)같은 회사들은 이후 미국 개발사들과 공식적으로 유통 계약을 맺기 시작합니다.

초기 게임들

게임 유통을 전업으로 바꾼 회사들은 대만의 개발자들과 강한 신뢰관계를 쌓기 시작합니다. 이제 이 회사들은 해마다 독자적으로 게임을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소프트스타의 리치맨(大富翁, 1989)는 초기 시기의 히트작들 중 하나로 소프트스타가 대만의 최대 게임사 중 하나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RPG 게임은 1990년에 시작했으며, 이를 주도한 것도 소프트스타의 '헌원검'입니다:

-'헌원검(軒轅劍, 1990)' : 게임 자체는 간단한 스토리가 들어간 '드래곤 퀘스트' 아류이지만, 소프트스타의 첫 RPG는 꽤 전문적이었습니다. 아트워크와 게임 퍼포먼스 모두 준수했습니다. 무협과 판타지 요소를 섞은 설정이 두드러집니다 (이 장르는 선협물(Xianxia)라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협객영웅전 (俠客英雄傳, 1991)' : 훨씬 더 원시적인 수준의 '드래곤 퀘스트' 아류입니다. 킹포메이션이 개발했으며, 플레이어는 무술을 좋아하는 고독한 영웅입니다. 주인공은 악인을 무찌르기 위한 여정에 떠나며, 다섯 명의 여인 중 한명을 선택해서 결혼할 수 있습니다.

-'신주팔검 (神州八劍, 1991)' : 단순 '킹스 바운티'의 아류로 소프트월드가 제작했습니다. 플레이어는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병력을 모집하고, 적들과 싸우며 돈을 법니다. 대륙에 있는 모든 악인들을 무찌르고, 하나로 통일하는 게 게임의 목표입니다.

-'판타지 존 오브 컴퓨터 (電腦魔域, 1991)' : 소프트스타가 제작한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컴퓨터로 빨려들어간 주인공이라는 설정입니다. 플레이어는 회로 사이를 탐험하며 악마같은 바이러스들과 전투합니다. 독특한 설정에 비해 게임플레이는 상당히 단순합니다.

-'천외검성록 (天外劍聖錄, 1992) : 다이너스티 인터내셔널이 제작했으며, 당대 게임들에 비해 훨씬 스토리가 복잡합니다.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문파의 일원으로 문파를 위협하는 미스터리를 밝히기 위해 여정을 떠납니다. 출시하자마자 무협소설을 RPG로 성공적으로 해석했다고 찬사 받았으며, 중화권 게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줬습니다.

-'천사의 제국 (天使帝國, 1993)' : 역시나 소프트스타 제작으로 초기 대만 전략 RPG 중 하나입니다. 100% 여성으로 구성된 게임으로 '파이어 엠블렘'과 '랑그릿사'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편의 속편이 제작되었으며 2000년도에 리메이크 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 이 게임들은 일부 예시에 불과합니다. 90년대 초에는 무수히 많은 RPG들이 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고전 명작이라고 불릴만한 게임들은 없었으며, 당시 다른 국가에서 개발된 게임들에 비하면 상당히 뒤떨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들은 중화권 게임업계의 토대가 되었고, 이후 수십년 간 명맥을 이어온 개발사와 프랜차이즈를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소프트스타의 '헌원검'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일 겁니다 (참고로 "헌원"은 중국의 삼황오제 중 황제로 중국 역사의 아버지와 같은 전설적 존재입니다).

저는 여기서 RPG만 다루지만 다른 장르의 게임들도 있었다는 걸 알았으면 합니다. 1993년에 출시한 '사조영웅전 (射雕英雄傳)'은 소프트월드사의 어드벤쳐 게임으로 '킹스 퀘스트' 시리즈의 배다른 형제같은 게임입니다.

C-RPG의 초기 명작들

1995년에 소프트스타는 중국 RPG 역사상 가장 인기 있고 중요한 게임을 출시합니다: 바로 仙劍奇俠傳 혹은 '선검기협전'이라고 알려진 게임입니다. 영어권에서는 "Chinese Paladin" 혹은 "PAL95"라고 부릅니다.

'선검기협전'의 유저 번역 버전.

'선검기협전'은 유려하고, 매력적이며, 감정적으로 울림을 주는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의 주인공은 고모를 위한 약을 찾아 신비한 섬을 탐험합니다. 거기서 그는 젊은 여인을 만나고 결혼합니다. 결혼한 다음 날, 그는 기억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이 게임이 중화권 게임업계의 전환점이 된 이유는 엄청 많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이유는 "C-RPG(중화권 RPG)"의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설정했기 때문일 겁니다. 마치 '드래곤 퀘스트'가 JRPG의 방향성을 설정한 것 처럼요.

게다가 '선검기협전'은 해외에서 출시한 게임들과 견줘도 밀리지 않았으며, 어떤 면에서는 당시 해외 게임들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특히 게임의 스토리텔링은 당대의 게임들보다 훨씬 성숙한 편이었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고대의 악마나 악의 제국같은 클리셰적인 설정을 쓰지 않은 채, 감정적이고 낭만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줬습니다.

'선검기협전'의 영향력은 단순히 게임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이후에 '선검기협전'은 게임을 넘어 소설로 각색되기도 했고, 후속편도 여러편 나왔으며, 2001년에는 새롭게 리메이크 되기도 했습니다. 2005년에는 TV 드라마로 각색되었으며, 2021년에도 다시 한번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좌) 1995년에 나온 '선검기협전'. (우) 2001년 리메이크.

팁: 만약에 이 리스트에 있는 게임을 하고 싶다면, '선검기협전'으로 입문하는 게 제일 좋을 겁니다. 공식적으로 번역된적은 없지만, 훌륭한 유저 번역 패치가 있습니다.

1995년에 나온 고전 명작에는 '헌원검2 외전: 풍지무 (軒轅劍外傳:楓之舞)'도 있습니다. 게임의 배경은 BC 400년 경의 춘추전국시대이며, 여러 사상가들이 이름을 떨쳤던 시대(제자백가)로 유명합니다. 주인공은 묵자의 제자로 대륙을 떠돌아다니며 전쟁을 막기 위해 노반(전설적인 발명가)과 같은 역사적, 신화적 인물들을 만납니다.

1995년에 출시한 '헌원검2 외전: 풍지무' 스크린샷.

두 RPG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당대의 서양 RPG들은 스토리라 할 게 없었습니다. '크론도의 배신자'나 '울티마' 시리즈를 차차하고도 당대의 게임 스토리는 대부분 "영웅 무리가 탄생하고, 던전에 들어가 사악한 마법사를 무찌른다"가 전부였죠.

1996년에 출시한 '김용군협전(金庸群俠傳)'은 당대 중국 RPG의 문학적 성격을 나타내는 또 다른 사례입니다 (한국에서는 지관과기유한공사가 '의천도룡기 외전'이라는 제목으로 유통함). '김용군협전'은 하락공작실이 개발한 오픈월드 RPG이며, 게임을 하던 플레이어가 저명한 무협소설 작가인 김용의 소설 세계관에 갇힌다는 설정이었죠 (김용은 중국의 베스트 셀러 작가로 그의 작품 중 제일 유명한 '사조영웅전'은 2018년에 공식 영문판이 출간되었습니다). 플레이어는 무술을 연마하며 그의 소설 14권, 일명 십사천서를 찾아 여정을 떠납니다. 소설 속 캐릭터는 플레이어의 도덕적 선택에 따라 당신은 돕기도, 공격하기도 합니다.

'김용군협전'의 스크린샷.

'김용군협전'은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활발하게 모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팬들은 단순히 다른 소설이나 이야기들을 추가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이미 여러번 팬 리메이크도 만들었고, '김용군협전 5'처럼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내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 무료로 배포된 팬 게임 '김용군협전 5' 스크린샷.

C-RPG의 황금기

이후 중화권 개발사들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화하기 시작합니다. 90년대 초에는 단순 아류작들만 만들었다면, 90년대 중반부터는 고유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이는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정점을 찍었습니다. 현재도 업계의 걸작이라 여겨지는 작품들이 이 시기에 출시되었습니다.

'헌원검 3: 구름과 산을 넘어 (軒轅劍參:雲和山的彼端, 1999)도 이 시기의 나온 명작 중 하나입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단신왕 피핀에게 모든 전쟁을 승리할 신비한 계책을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은 프랑크족 기사입니다. 그의 여정은 베니스에서 다마스쿠스로, 그러다가 비단길을 타고 중국으로 오게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전통 설화, 기독교, 힌두교에서 영감을 받은 여러 동반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헌원검' 시리즈 중에 가장 명작이며, 입문하기도 좋다고 알려져있습니다.

'헌원검 3: 구름과 산을 넘어 (軒轅劍參:雲和山的彼端, 1999) 스크린샷.

하락공작실에서 출시한 '무림군협전 (武林群俠傳, 2001)'은 '김영군협전'의 비선형적 게임 디자인을 더욱 확장시켰으며, '프린세스 메이커'의 메카닉을 적절하게 섞어 "무협 영웅 메이커"를 만들었습니다. 주인공은 무림 학원에 들어가 매주 어떤 기술을 연마하고, 어떤 무기와 무술을 사용할 지 정합니다. 또한 중국 문화에 대한 수업을 듣기도 합니다.

'무림군협전 (武林群俠傳, 2001)'의 스크린샷. Nyaa의 훌륭한 Let's Play 번역이 포함.

수업 중간중간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돕고, 다른 무술인들과 친구를 맺고, 무림 맹주가 되기 위한 길을 닦습니다. 물론 이 게임에는 분기점과 엔딩이 많기 때문에 최후에 유명세를 떨칠 수도, 악명을 떨칠 수도 있습니다.

'무립군협전'은 2015년에 '협객풍운전'이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 되었고, 후속작인 '협객풍운전 전전'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번역의 질이 너무 낮아 게임의 매력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스핀오프 작품인 '협지도'는 2021년 현재 얼리 엑세스 중이며, 무협물에 '해리 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처럼 학원물의 성격이 합쳐졌습니다.

(좌) '협객풍운전' 스크린샷. (우) '협지도' 스크린샷.

이외에도 이 시기의 다른 고전 명작들로는:

-'천지겁 외전: 유성환검록 (天地劫序傳:幽城幻劍錄, 2001)' : 영미권에서는 "Castle: The Forbidden Divines"라고 알려져 있으며, 유명 프랜차이즈인 '천지겁' 삼부작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당대의 컬트 명작으로 훌륭한 아트 스타일, 멀티 엔딩, 극악한 난이도, 만족스러운 전투, 사랑과 운명 사이에서 갈등하는 복잡한 스토리로 유명합니다. 굉장히 열성적인 팬층이 있고, 영어 유저 번역도 작업 중에 있는 걸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슬프게도 지금은 작업이 중단된 것 같습니다.

-'검협정연외전: 월영전설 (剑侠情缘外传:月影传说, 2001)' : '검협정연'의 세번째 게임으로 리얼타임 아이소메트릭 RPG입니다. 멀티 엔딩(하렘부터 자살까지!)을 지원하며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둡니다. 게임에 삽입된 사운드트랙이 유명해서 일본에서 따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헌원검 외전: 창지도(軒轅劍外傳:蒼之濤, 2004)' : '헌원검' 시리즈의 다른 명작중 하나입니다. BC 500년을 배경으로 중국의 역사를 시간 여행을 탐험하며, 민족주의와 야망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로맨스나 코믹 요소가 없기 때문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지루해 하거나 스토리를 따라잡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후 후속작은 훨씬 가벼운 분위기로 나오게 됐죠. 하지만 이 게임을 끝까지 파고든 사람은 작품의 진중한 분위기 덕에 걸작이 탄생됐다고 변호합니다.

'천지겁 외전: 유성환검록 (天地劫序傳:幽城幻劍錄, 2001)' , '검협정연외전: 월영전설 (剑侠情缘外传:月影传说, 2001)', '헌원검 외전: 창지도(軒轅劍外傳:蒼之濤, 2004)' 의 스크린샷.

B-사이드 게임들

저는 지금 당대 게임들 중에 극히 일부만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 중화권 국가들의 게임 프로덕션은 굉장했습니다. 200개가 넘는 싱글플레이용 PC RPG가 90년대와 2000년대 사이에 출시했습니다!(턴제 전략 게임들을 말할 것도 없고요)

이 링크에서 더 많은 스크린 샷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상단의 게임들은 고전적인 RPG에 가까우며, 종종 JRPG의 영향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턴제/전략 RPG에 대한 수요도 많았습니다.

'천사의 제국 (天使帝國)', '초시공영웅전설 (超時空英雄傳說)', '환세록(幻世錄)'같은 시리즈들은 여전히 내수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현재도 모바일 포팅 버전과 후속편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풍색환상(風色幻想)' 시리즈는 1999년부터 2009년 사이에 8개의 본가 게임을 냈고, 이와 더불어 여러 확장팩들, 리메이크, MMO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천사의 제국', '초시공영웅전설', '환세록', '풍색환상 5' 스크린샷.

전통적인 중국 RPG에서 가장 인기있는 설정은 무협/선협물로, 종종 소설이나 만화를 각색하기도 합니다. 무협물은 전국시대나 삼국시대처럼 중국의 역사적 시기들을 다룹니다 ('삼국지' 관련 게임들이 얼마나 많은 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죠).

하지만 이런 게임들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유럽의 판타지 클리셰를 따온 전략 RPG도 많았습니다. 아트 스타일도 다양했는 데, 몇몇 게임들은 굉장히 양식화된 게임 디자인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전략 RPG 시리즈인 컬트 명작 '염룡기사단' 시리즈이 단적인 예죠 (한국에서는 '용의 기사'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음).

'염룡기사단 II', 'The Fighting Blast', 'Thunder Force'의 스크린샷.

'염룡기사단'은 대만의 게임 스튜디오인 다이너스티 인터내셔널이 제작했으며, 1998년에 소프트스타와 합병된 후 Zealot Digital로 사명을 바꿉니다. 후에 학원물 RPG 'The Fighting Blast'와 사이버펑크 RPG 시리즈인 'Thunder Force(致命武力)'를 출시합니다.

이외에도:

-1998년에 출시한 '아묘아구 (阿貓阿狗)' : 아이들도 친숙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 RPG로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소년이 주인공입니다. '선검기협전'의 개발사가 만들었으며 극도로 정제된 게임입니다. 게임의 아트 스타일과 분위기는 루카스아츠의 어드벤쳐 게임과 흡사합니다

-1999년에 출시한 '소림달마(達摩)' : 유명한 조사상으로 플레이하는 RPG 게임 (일본에서는 "다루마"라고 알려져있습니다).

-1999년에 출시한 '결전조선 (Battle for North Korea, 阿貓阿狗)' : 한국 전쟁 당시 중공군을 조종하는 전략 RPG게임. 한 번 다치면 영구적으로 부상을 입는게 특징으로, 보급로에서 보급을 받으며 한정적인 탄약으로 중공군보다 훨씬 잘 갖춰진 적군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2002년에 출시한 '성녀의 노래: 인어의 신부 (聖女之歌~人魚的新娘)' : 인어로 바뀐 소녀가 주인공인 기이한 RPG 게임.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턴제 전투를 벌입니다.

'아묘아구', '소림달마', '결전조선', '성녀의 노래: 인어의 신부' 스크린샷.

당시 중화권 게임들은 PC 하드웨어에 초점을 두고, 당대 콘솔로는 구현할 수 없는 게임플레이와 그래픽을 보여줬습니다. JRPG에 영감을 받은 게임들도 실제 JRPG들보다 뛰어나 보이는 경우가 많았죠. 1997년에 발매한 '협객영웅전 3'가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은 킹포메이션이 만든 마지막 RPG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MS-DOS 게임으로 320x200의 해상도로 돌아가지만, 여느 콘솔 JRPG와는 차원이 다른 스프라이트와 전투 애니메이션을 자랑합니다.

1997년 출시한 '협객영웅전 3'의 특수 공격 애니메이션.

중화권 게임들은 대부분 PC 게임에 초점을 둔다고 설명드리긴 했지만, 콘솔 RPG들도 소수 있었습니다. 중국은 해적판이 활발하기로 유명합니다. 성전뇌과기유한공사 (福州外星电脑科技有限公司), 심천남창과기유한공사 (深圳市南晶科技有限公司) 같은 회사들이 '크로너 트리거''파이널 판타지 7'을 패미컴 버전 혹은 싸고 접하기 쉬운 하드웨어 버전으로 이식하곤 했죠 (브라질에서 발견된 1997년 '스트리트 파이터 II'의 세가 마스터 시스템 이식 버전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수호전(水滸傳,1995)', '아서의 전설 (亞瑟傳説, 1995)', '탄식천지 III (吞食天地Ⅲ, 1996)', '봉신영걸전(封神英傑傳, 1996)' 등 독자적인 콘솔 게임들이 일부 있었습니다.

'수호전', '아서의 전설', '탄식천지 III', '봉신영걸전' 스크린샷.

(거의)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다

2000대 초에는 일부 중화권 게임들이 중국, 러시아,한국, 일본으로 진출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중화권 명작 게임들은 중국 문화와 역사, 스토리, 로맨스에 초점을 두고, 번역하기 까다로웠기 때문에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까다로웠습니다. 텍스트량도 많을 뿐더러 적지 않은 게임들의 주인공들이 시나 부처의 가르침을 낭송하거나 방대한 중국사의 지엽적인 사건들을 인용하곤 했죠. 언어 자체가 번역하기 어려운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원신'의 훌륭한 번역도 원문의 밀도를 잘 살리지 못했습니다. 궁금하다면 영어 번역과 원어 사이의 차이를 비교한 하단의 영상을 참고해보세요. 중국의 문화적인 레퍼런스들도 일부 소개한답니다:

(https://youtu.be/HyVq4mMujyw)

하지만 이런 경향은 '블레이드&소드 (刀剑封魔录, 2002)', '프린스 오브 진(秦殇, 2002)', '실 오브 이블(复活之秦殇前传, 2004)'같은 리얼 타임 RPG들이 출시되면서 바뀌기 시작합니다. '프린스 오브 진'과 '실 오브 이블'은 '발더스 게이트'와 더욱 유사했으며, 파티 게임이 있고, RTwP 형식이며, 훨씬 정교한 스토리를 제공합니다. RTwP는 "정지가 가능한 리얼타임(Real Time with Pause)" 장르로 실시간으로 조작을 입력하지만, 동시에 게임을 중간에 일시 정지하고 캐릭터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게임이 액션성에 초점을 맞춘 덕에 유통사는 비교적 빠르게 번역을 마칠 수 있었고, "역사적 교훈이 있는 '디아블로'라고 홍보했습니다. 덕분에 몇몇 중국 RPG들이 공식으로 영문판을 발매할 수 있었습니다.

'블레이드&소드', '프린스 오브 진', '실 오브 이블'

비록 게임들의 일부 번역이 형편없고 더빙의 상태도 심각했지만, 잘만하면 해외 시장 진출에 물꼬를 틀 수 있었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때는 너무 늦었습니다. 싱글 게임 시장이 사라질 처지였거든요.

온라인 붐

고전 싱글 플레이어 게임들이 발매되는 동안, 온라인 게임이라는 신세계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PC 방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카운터 스트라이크',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II' 등 해외 타이틀들만 잘나간게 아닙니다. 2002년에 출시한 '유선호접검(流星蝴蝶劍.net)'은 무협 MMORPG로 격렬한 아레나 전투 모드가 있었습니다:

(https://youtu.be/-2Ix6HlfBWo)

중국에서는 이미 온라인 텍스트 기반의 롤플레잉 게임인 MUD(멀티 유저 던전) 게임들이 유행한 바 있죠. MUD 게임들 중에 제일 유명한 '킹오브킹스(萬王之王)'은 1996년 국립칭화대학교에서 개발되었으며, 1999년에는 그래픽을 도입한 MMORPG로 탈바꿈했습니다.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 이 게임은 출시 한 달만에 동시접속자수 10,000명을 기록합니다. 당시에는 '울티마 온라인'과 '에버퀘스트'의 구독자 수가 각각 10만명이던 시점이었죠.

'킹오브킹스'의 MUD버전과 그래픽 버전. MUD 같은 텍스트 코멘드이 화면 하단을 꽉 채웠다.

초기의 신흥 온라인게임 시장은 '동방고사2 (東方故事2, 1994)'나 '협객행 (侠客行, 1995)' 등 MUD류 게임들이 승기를 잡다가, 이내 '스톤 에이지 온라인(ストーンエイジ,1999)', '미르의 전설 2', 울티마 사설 서버 등 해외 게임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게 됩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활발하게 보급되면서 중국의 MMORPG시장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2001년에 나온 '몽환서유'는 프랜차이즈 중에 가장 많은 수익을 벌어들였으며, 약 65억 달러의 고객생애 매출(LTR)을 기록했고, 4억명이 넘는 가입자수를 유치했습니다.

2001년에 출시한 '몽환서유' 스크린샷.

온라인 게임의 등장을 "단순히" 게임 시장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막대한 수익을 내게 된 계기로만 볼 순 없습니다. 온라인 게임은 중화권 시장의 고질적인 해적판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PC 내수 시장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해적판으로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개발사들은 복제 방지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퀘스트 정보를 숨기는 코드를 짜기도 했고, 게임 내에서 설명서에 있는 그림과 맞는 색을 골라야 게임이 진행되도록 조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게임 시장에서 3D 그래픽이 인기를 끌고, 오케스트라 사운드트랙과 풀보이스를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게임 개발 비용이 점차 증가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인 판매량이 더욱 중요해졌죠.

온라인 게임이 그 문제를 해결해준 겁니다. 게임 CD는 무료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돈을 지불하야했고, 이후에는 "게임 내 유료 결제"로 아이템을 살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판매되던 MMO 게임 선불카드.

이 덕분에 중화권 시장의 지형은 온라인 게임으로 쏠리기 시작합니다. 이후 일부 회사들은 유사한 수익 구조의 모바일 게임 시장을 개척합니다. 이후 모바일 게임은 아시아 게임 업계의 근간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지금 글에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훨씬 자세하게 살펴 볼 가치가 있는 내용이거든요.

중국의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게임 시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진달용의 '아시아의 모바일 게임: 정치, 문화와 부흥하는 기술'과 매튜.M.츄의 '중국 온라인 게임의 비판적 문화사'를 살펴보세요.

'붕괴 3rd'의 스크린샷.

이는 단순히 중국이나 RPG에 국한된 현상이 아닌 세계적인 형상이라는 점을 짚고 싶습니다. 2003년 일본의 게임 제작사 스퀘어와 에닉스가 급증하고 있는 개발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병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오리진스, 인터플레이, 시에라, 웨스트우드 스튜디오와 같은 미국 스튜디오들이 매각되거나 폐쇄되었습니다. '울티마', '위저드리', '퀘스트 포 글로리', '마이트&매직' 같은 전통 RPG 시리즈들은 모두 명맥이 끊겼습니다. 바이오웨어나 베데스다처럼 살아남은 스튜디오들은 PC가 아닌 콘솔에 주력하기 시작했습니다.

https://web.archive.org/web/20070216205153/http://pc.ign.com/articles/092/092316p1.html

물론 많은 분석가들이 말했던 것처럼 "PC 게임의 죽음"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온라인 게임과 콘솔 게임이 훨씬 매력적인 시장이었을 뿐이죠. 또한 게임 개발에 따른 비용과 위험부담이 점점 커져갔기 때문에 회사들은 안전한 선택을 추구한 겁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콘솔 시장에 진입할 수 없었던 중국 개발자들은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온라인 시장에 올인해야 했죠.

오프라인 PC 게임의 감소추세를 보여주는 그래프. 마크. J.P.울프의 '세계의 비디오 게임들'에서 발췌.

이 시기에 한국의 싱글 플레이어 RPG은 씨가 마르게 됩니다. 하지만 중화권 시장은 간신히 견디는 데 성공합니다. 이 시기에 인기있고 호평받은 타이틀들을 소수 출시됩니다. 예컨대 '풍색환상 5: 적월전쟁 (風色幻想5~赤月戰爭, 2006)'이나 '선검기협전 4(2007)', '선검기협전 5(2011)'이 있습니다. 또한 '환상삼국지 (幻想三國志, 2003)'나 '고검기담 (古剑奇谭, 2010)' 같은 신규 프랜차이즈가 당대에 인기를 끌었습니다.

'환상삼국지 2', '선검기협전 4', '고검기담 2'의 스크린샷.

2011년 출시한 '선검기협전 5'를 각색한 2016년 드라마 '선검운지범'.

몇몇 시리즈들은 온라인 게임들로 벌어들인 수익 덕분에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시리즈의 IP를 수익화하기 위해 게임을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로 각색하기도 합니다. 2005년 이래로 '헌원검', '선검기협전', '고검기담' 등의 게임들이 영상매체로 각색되었습니다.

이런 전략은 사실 낯설지 않습니다. 90년대에는 포켓몬 애니메이션이 있었고, 최근에는 '위처' 시리즈가 넷플릭스로도 영상화됐었죠. 게임의 인기에 기대면서 동시에 영상화를 통해 신선한 느낌을 낼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글 플레이어 RPG 시장은 분명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하락공작실 같은 중견 스튜디오들은 기약 없이 해체됐고, Zealot Digital은 싱글 플레이어 게임 노선을 버린 채 온라인 게임 시장에 집중하게 됩니다.

(진짜)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다

작년에 출시한 '원신'은 기념비적인 성공이었습니다. 모바일, 콘솔, PC 시장을 아우르는 싱글 플레이어 RPG도 괄목하지만, 현지화와 마케팅 적인 측면도 발군이었습니다. "중국산 짭숨"에서 가장 성공적인 해외 출시 기록을 보유한 중화권 게임이 되었습니다. 국제 언론들은 즉시 '원신'의 출시를 보도했고, 여섯 달만에 1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두며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킵니다.

'원신' 스크린샷.

이건 단순한 업적이 아닙니다. 전통적인 중국 RPG 프랜차이즈들은 오랫동안 게임 업계 표준을 따라고, 해외 팬들과 언론의 시선을 끌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2015년에 출시한 '선검기협전 6'은 스토리 면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여러가지 기술적 문제와 구식 시스템 때문에 혹평을 받았습니다. 중국 비평가는 "그냥 드라마로 만드는게 낫다"고 평했죠.

'선겁기협전 6', '고검기담 3', '헌원검 7'의 스크린샷.

'선검기협전 7 (軒轅劍柒, 2020)'의 차세대 그래픽과 현대적인 다크소울식 전투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내수시장과 해외 시장에서 모두 무시받았습니다. 애니메이션은 형편 없고, 적들의 종류도 부족하며, 플레이 경험이 선형적이고 텅 빈 게 문제가 됐죠.

'고검기담 3 (古剑奇谭三, 2018)'은 꽤 훌륭한 RPG였습니다. 번역 수준도 좋았고, 전투도 도전의식을 일으키며, AAA급 그래픽도 화려했죠. 개인적으로 저는 이 게임이 '그리드폴'이나 '뱀파어' 같은 현대 서양식 RPG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게임은 130만장을 파는 데 그쳤고, 메타크리틱 페이지에는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출시했던 대형 중화권 RPG들. 모두 대중의 이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며, 스팀에서 영문버전으로 즐길 수 있다.

물론 중화권 게임 시장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습니다. 개발 프로덕션 과정에서 생기는 난관들도 있고, 개발사가 게임을 충분히 홍보하고 현지화를 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스팀에는 재밌어 보이지만, 중국어만 지원하는 RPG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유명한 게임들도 중국어 더빙밖에 없으며, 게임에서 지원하는 영어 자막은 원어의 뉘앙스를 잘 살리지 못합니다.

반면에 더 많은 중국산 인디 RPG들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마이 타임 앳 포샤 (波西亚时光)', '귀곡팔황(鬼谷八荒)', '어메이징 컬티베이션 시뮬레이터 (了不起的修仙模擬器)', '샌드 오브 살자르 (部落与弯刀)', '태오회권((太吾绘卷)'같은 게임들은 스팀에서 판매량도 좋고, 수준높은 영어 번역을 제공합니다. 이들의 유저베이스 중 대략 1/4은 중국 유저들이죠. 중국에 PC 게이머들이 3억 1200만명이 넘는다는 걸 감안하면 놀랍진 않습니다.

'태오회권', '샌드 오브 살자르', '귀곡팔황'의 스크린샷.

최근 이러한 인디 게임들 사이에서는 "무공(cultivation)" 테마가 유행입니다. 선형 장르의 하위 장르로 무술을 연마하고 기를 연마하여 특수한 능력과 영생을 추구합니다. 간혹 "이세계" 클리셰나 MMORPG의 성장 시스템을 섞기도 합니다.

무공 테마는 웹 소설와 만후아(중국 만화)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욕봉천(我欲封天, 2014)'이나 '천도도서관(天道图书馆,2016)'같은 인기작들은 중국과 번역 포탈을 포함하여 수 억 뷰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webnovel.com의 '천도도서관' 페이지. 1억 7천2만 조회수에 챕터수는 2268개이다.

'검은신화: 오공 (黑神话:悟空)'이 원신에 뒤를 이을 글로벌 블록버스터 후보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외에도 대작 게임들이 출시할 예정입니다. 얼마전에 '선검기협전 7(仙剑奇侠传七)'이 스팀에 데모를 배포했고 (슬프게도 지금은 중국어만 지원합니다), 최근에는 '고검기담 4'가 발표되었습니다.

설령 이 게임들이 실패한다 할지라도, 세계 시장에서 중국 RPG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전망입니다.

중국 RPG의 역사를 재밌게 읽으셨다면 제가 쓴 다른 글들 (한국 RPG의 역사, 일본 RPG의 태동, MUD와 MMO의 역사)도 한번 살펴보고 가세요. 혹은 트위터를 팔로우 해줘도 좋고요. 감사합니다!

PS: 전반적인 내용과 한자 표기를 감수해준 @OrangePeelPanda@closer1976님께 감사드립니다.

원문 링크: (https://felipepepe.medium.com/before-genshin-impact-a-brief-history-of-chinese-rpgs-bc962fc29908)

(번역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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