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오분전에서 십분 더 살아남기 0.무기력

양평에 온다면 다들 꼭 들렸으면 하는 카페 로스팅타이거. 이 카페가 생기고 내 양평시골생활이 얼마나 쾌적해졌는지 한동안 이 카페 금방 문닫을까 걱정되서 하루 한번꼴로 왔었는데 지금은 다행이도 손님이 꽤 많아 안심되고 너무 좋다?

누워서 하이킥보면서 게임만하고싶어

아침에 눈을뜨고도 일어나지 않고 다시 잠을 청한다.

엄마의 아침잠에 아이들은 스스로 일어나 거실로 나가 놀다 스스로 티비를 켜고 1 3을 눌러 티비 시청을 하고, 그마저도 지겨워 질 때쯤 아빠를 흔들어 깨운다.

와이프의 아침잠에 신랑은 주섬주섬 일어나 밀린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 아침밥을 차려먹이고 옷갈아입혀

등원준비, 그리고 출근준비를 한다.

아이들이 등원하고 신랑이 출근하면 부스스 일어나 대충 아점 챙겨먹고 소파와 물아일체.. 내가 소파인가 소파가 나인가..쿠팡플레이켜고 아무거나 계속 누를수있는 핸드폰게임켜고 소파에 녹아들다 녹아들다 녹아들다 잔다.

깜빡잠들었네!! 하고 일어나면 또 채비도 못하고 부랴부랴 아이들 픽업하러 출발! 태권도장에서 첫째, 어린이집에서 둘째 픽업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들 밥해준다는 핑계로 주방에 숨어 또 휴대폰 삼매경… 아이들이 말시키는것조차 귀찮아하며 그냥 또 아무 생각없이 재미도 의미도 없는 게임화면만 눌러대고 있다.

늦은 저녁 해먹이고 신랑 퇴근하기를 기다리며 또 누워서 게임…

저녁 늦게 집에 온 신랑은 퇴근해서 집정리하고 아이들 목욕시키고 식탁정리하고 더 늦은저녁을 차려먹는다.

글로 정리 하니 더 명확해졌다.

이건 아주 못되고 심각한 병이야!

내가 바로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사람!

얼마전 생각없이 인스타 추천피드를 넘기고 있는데

누군지는 모르지만 대충봐도 엄청 성공한듯한 어떤 사람의 인터뷰 릴스가 내 머리를 꽁!! 쥐어박았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사람은

야망은 있는데 게으른사람이에요.”

헉… 나다!

나는 깨끗이 정리된 집을 예쁘게 꾸미고 싶고,

정성들여 만든 건강한 음식을 가족에게 먹이고 싶고,

내가 아는 모든 좋은방법을 동원해 아이들을 즐겁게 하고싶고,

책을 읽고싶고, 생각을 기록하고싶고,

운동을 하고싶고, 피아노를 치고싶고, 공부를 하고싶고, 하고싶고 하고싶고 하고싶다.

그런데 결론은

소파에 누워 하이킥보면서 게임만하고싶다.

정말 좋게 포장해도 무기력증

실상은 게으름뱅이 중에 상 게으름뱅이다.

게으름뱅뱅이 개게으름뱅뱅이.. 멍!

개판 오분 전에서 십분 더 살아남기

이 불행에서 벗어나고싶다.

병원도 가봤다. 상담도 받고 약도 먹었다.

그런데 그 뭔지모를 평온함과 뭔지모를 안도감으로는 완전히 나의 불행을 걷어내긴 힘들었다.

또 소파에 누워 게임을 눌러대며 생각해봤다.

나는

1. 멋진엄마이고싶고

2. 좋은아내이고싶고

3. 재야의 멋진 피아니스트이고 싶고

4. 유쾌하고 지혜로운 친구이고 싶다.

아!!! 5. 또 부자이고 싶다.

이런저런 되고싶은 나를 생각하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무작정 점퍼를 걸치고 나와 동네카페로 왔다.

지금 !하트가 동동 떠다니는 뜨아를 쓰리샷하고,

블로그를 쓴다. 시작한다.

개판 오분 전에서 십분 더 살아남기!!

사실 지금은 개판 오분 전이 아니라

오초전인 상황이지만.

뭐 여튼 해보자! 아주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