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카베 초대 이벤트 후기(스포O)

사진 작품명: 예술과 현실 사이의 고뇌

후... 너희들은 이런거 하지 마라

초반부터 의뢰인과 다투고 술집에서 뻗어있는 카베를 시작으로 다양한 선택의 길을 고를 수 있다.

그 중에서 인상깊었던 이야기 중 하나.

카베가 현재 자신의 건축가 일에 회의감을 느끼던 와중에 문득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남긴 물건을 떠올렸고, 그 중 하나인 암호 자물쇠가 달린 노트를 발견하는 장면이다.

힌트를 찾기 위해 어머니의 은사님을 찾아가고 마침내 암호를 풀고 노트를 읽을 수 있게 된다.

밑은 그 내용.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위의 저 그림은 카베의 어머니가 30년 전에 부부 동반 모임 당시 상황을 그린 건데, 현재 카베가 참여하는 친구 모임 장면과 매우 유사하다.

(참고로 그림에서 카베 자리와 똑같은 자리에 앉은 금발의 남자는 카베의 아버지)

사실 이 모임은 카베 부모님 세대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파라낙: 카베의 어머니.

위 글은 카베의 엄마인 파라낙이 남긴 노트의 내용이다.

특히 [고지식해 보이는 부부]는 정황상 알하이탐의 부모님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귀가 긴 남자는 타이나리의 아빠, 엉뚱한 말을 하는 남자는 사이노 아빠인 듯?

(아재개그는 유전인 것 같다)

이렇게만 보면 파라낙은 사교 모임을 싫어하는 것 같지만

은근 이런 모임을 맘에 들어 했다. 비록 사교성이 부족해서 주로 그림만 그리긴 했지만. 카베의 엄마는 내향적인 성격인가보다.

카베 엄마의 노트 암호는 [동반]이었다. 위에 묘사된 모임처럼 자신의 아들이 좋은 인간 관계를 가지는 것이 파라낙의 바램이었다.

이 노트는 자신과 같은 건축가의 길을 걷는 아들을 위해 남긴 "인생의 답안지"라고 보면 되겠다.

카베는 명론파(천문학) 출신 아버지, 묘론파(건축학 및 장치학) 출신 어머니를 두었다. 특히 어머니는 뛰어난 건축가인데, 자신의 건축 철학에 대해서는 양보를 전혀 못해서 의뢰인과 자주 다퉜다고. (현재의 카베처럼)

그런 깐깐한 카베 엄마를 공략 성공한 카베 아빠의 비결이 바로 [동반]이었다. 보다시피 같은 학파도 아니고 명론파와 묘론파. 현실로 치면 천문학과 건축학인데 서로 대화가 통할까 의문이지만,

카베의 아빠는 카베 엄마가 하는 얘기를 그저 묵묵히 다 받아주는 사람이었다고. 그런 포용력에 반한 것이 아닐까.

그런 남편을 사고로 잃었을 때는 충격이 어마어마 했었다고 한다. 그래도 어린 아들을 키워내야 하기에 꿋꿋이 이겨낸 강한 어머니다.

지금은 재혼 상대를 만나서 폰타인에 새 가정을 꾸렸다고 한다. 그래도 기존의 집과 자신의 노하우가 담긴 책자들을 아들에게 남겨주고 떠났다.(집은 카베가 건설 자금 때문에 팔아버렸고 현재는 어머니의 물건만 남음)

현재 카베는 어머니의 새 삶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연락은 거의 안한다고 한다.

그리고 드러나는 카베의 속마음.

어렸을 때 카베는 자신이 아버지한테 무리한 요구를 하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알하이탐의 말투를 인용하자면, 그건 네 아버지의 선택이지 너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어. 라고 말할 것 같다. 선택한 건 어디까지나 카베 아빠니까.

근데 카베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는 것이, 어린 마음에 대회 우승해달라고 졸랐는데 그 뒤로 불행이 닥쳐왔으니 괜히 내 잘못인 것 같고, 암튼 그런거 있잖아요.

그래서 호구가 되어버린ㅠㅠ

카베의 현재 상태의 근원, 핵심을 짚어내는 알하이탐. 사실 알하이탐은 카베의 상태를 훤히 다 꿰뚫어 보고 있다.

이럴 때 쓰기는 뭐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알하이탐이 카베와 말다툼 때 한마디도 안 지는 이유가 카베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걍 말이 그렇다는거지 구해주기는 할 것 같은데

알하이탐은 현실주의, 카베는 이상주의로서 서로 대립하고 있다. 근데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카베를 룸메이트로 받아준 것도 의아하긴 하다.

카베의 재능과 인간성을 나름 높이 산 것 아닐까. 그래서 카베가 엇나가지 않도록 브레이크 역할도 하고 있다. 카베가 마시려는 술을 가로챈다던가.

이 장면은 일일 건축학 강사를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장면이다. (마무리 장면이지만)

처음에는 아는 선배가 건축 의뢰를 하지 않고도 돈을 많이 번다길래 솔깃해서 알아보러 갔는데, 선배는 건축학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근데 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는 창작과 영감 부분은 어디가고 기존의 설계도를 외우기만 하는 엉터리 교재였다.

알고보니 그 선배는 건축가의 힘든 점을 설명하지 않고 좋은 점만 부풀려 말해 아이들에게 허황된 꿈을 심어주고, 고리대금업자와 결탁해 가난한 집에 빚을 지게 하면서까지 아이들의 부모에게 수업료를 내게 했다.

(해당 빚의 이자율은 30%에 달한다고 한다)

가난한 가정의 부모는 아이라도 출세시키려고 무리해서까지 빚을 지는데, 카베라는 건축가의 현실 표본이 있는지라..

빚의 굴레에 허덕이는 집이 늘어가던 말던 사채업자와 결탁해 사기를 쳐 돈만 긁어모으는, 건축가의 긍지를 내던져버린 선배를 카베가 일갈한다. 그리고 해당 일당을 부당한 일로 풍기관에 고발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욕 같은데?

만약 카베가 일일 강사료를 받았다면 절차 상 같은 일당으로 묶어져 조사를 받았을거라고.

선배는 카베가 사업 머리가 없다고 깠는데, 그 사업 머리가 없는 덕분에 결백이 증명된 점이 아이러니다. 역시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 되나보다.

비록 강사 일로 한 푼도 못 벌었지만 신고 포상금은 받았으니 나름 해피엔딩.

그 외에도 도리를 사막 도서관 프로젝트 후원자로 캐스팅하기도 하고, 카베 초대 이벤트 대부분은 타인을 위한 내용이 대다수다.

기분 전환하자, 다른 방식으로 돈 벌러 가자 라고 해놓고 결과적으로는 자선 사업.

위에 도리가 나오는 스토리 부분이 압권인게, 도리는 처음에 사막 도서관 프로젝트를 후원해줄 상인 후보 셋을 소개했으나, 이미 누군가가 도서관 부지 선정 매매를 이미 했다는 이유로 돈이 안된다고 줄줄이 거절당했다.

근데 해당 부지를 매매한 상인은 바로 도리였고 ㄴㅇㄱ

도리가 사막 도서관 프로젝트 후원자가 된다.

그 와중에 카베는 도리의 페이크에 넘어가서 건축 디자인 인건비를 안받겠다고 하고 계약서에 서명까지 해버렸다(...)

알하이탐: 저 호구 shake it

사실 도리는 사업 계획이 철저해서 도리가 손해보는 부분은 없고 결과적으로 카베만 덤터기를 썼다. 머리를 좀 더 써서 현재 자신의 빚을 일부 탕감한다던가 하는 거래도 가능했을텐데 여러모로 요령이 없는 카베.

도리와 카베는 채무 관계다. 정확히는 도리가 카베의 채권자.

해당 관계는 도리가 카자르자레궁(도리의 집) 건설을 카베에게 의뢰하면서 연이 시작되었는데, 건설 도중 죽음의 땅 문제가 생겨서 돈만 날리고 건설이 중단되게 생겼다.

하지만 건설 중단은 카베의 건축가로서의 자부심 상 용납이 안되었고, 결국 카베가 의뢰인인 도리에게 건설 자금을 추가로 빌리는 아이러니한 행동으로 건설을 재추진했다.

그렇게 밑지면서 완성한 카베의 대 역작이 지금의 카자르자레궁.

카자르자레궁 건설은 모순적이게도 카베한테 큰 명예와 거액의 빚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카베의 초대 이벤트 내용과 감상은 여기까지 쓰겠다. 더 이상 쓰기에는 너무 길어서. (이미 길지만)

사이노가 말하는 것처럼 카베는 엉망진창으로 살지만 멋진 놈. 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긍지를 저버리지 않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카베는 고민이 생길 때마다 사막으로 오는데, 사막의 웅장한 건축물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잡는다고 한다.

카베는 세월이 흘러도 자신이 만든 건축물이 후세에 오래 기억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이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카베 주변에는 좋은 친구들이 많아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카베 어머니의 말씀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