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먹 겜돌이가 느낀 백야극광, 무기미도, 리버스1999의 공통적인 문제점

1년에 두어개씩 나오는 대형 스마트폰 RPG 장르의 게임들. 백야극광, 무기미도, 승리의여신 니케 등, 나름의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극악의 가챠 시스템(..)을 지닌 양산형 RPG들은 수두룩하게 등장했다가 사라지고는 한다.

집돌이+겜돌이인 필자는 그런 대형 신작들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다운받아서 잠깐 플레이하는, 소위 말하는 '찍먹'을 즐긴다. 재밌으면 한두달 정도 열심히 하고, 재미없으면 하루 이틀쯤 하다가 지워버리는 식이다. 이런 류의 RPG 장르 게임 중 그나마 오래 했던건 쿠키런 킹덤 정도였는데, 그것도 어느샌가 지워버렸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스마트폰 RPG 게임 장르가 너무 범람해서일까. 언젠가부터 매해 나오는 게임들을 보면 비슷한 문제점이 느껴졌다. 바로 자기들만의 세계관 구축에 너무 지나칠 정도로 진심이라는 점이다.

커다란 시스템 자체는 다 비슷하다. 캐릭터를 모으고 던전을 돌아 재화를 모은 뒤 레벨, 성급, 스킬같은걸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점점 어려운 던전에 도전하거나 PVP를 즐기는 식이다. 그리고 메인콘텐츠와는 별개로 기지같은걸 꾸미고 장식하는 콘텐츠가 서브로 마련돼있다. 모든 모바일 RPG장르 게임이 교과서처럼 갖고있는 특징이다.

게임의 큰 틀 자체가 비슷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류라고 치자. 문제는 제작사들이 그런 양산형RPG에서 뭔가 차별화를 두고 싶었는지 독자적인 오리지널 세계관을 구축해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독창적인 스토리의 게임을 만드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그거 만드는데 과몰입해서 게임진행에 필수적인 요소까지 지나치게 독창적으로 바꿔버리는 점이 문제가 된다.

가령 똑같이 캐릭터를 강화하는 '승급'이라는 개념. 리버스1999를 예로 들면 그게 '통찰'이다. 스킬강화의 경우 리버스1999에서는 '형상'이라는 개념이고, 무기미도에서는 '족쇄해방' 따위의 용어로 쓰인다. 블루아카이브마냥 '기술노트' 같은걸 모아서 강화하기도 한다.

하나의 게임만 진득하게 즐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양산형 게임들이 쏟아지는 현실에 하나에만 집중하기는 힘든 세상이 됐다. 게임이 아무리 업데이트를 빠르게 한다고 해도 게이머들이 그걸 소모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즉 게이머들이 게임에 질리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소리다. 고로 핵과금 헤비게이머 정도가 아니고서는 나와 같은 찍먹충 게이머들도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는 소리기도 하다.

세계관이 다양해지고 스토리가 독창적으로 변하는 것은 좋지만, 찍먹 게이머들에게는 피곤하기 그지 없는 환경이다. 부평초처럼 떠도는 찍먹러인 내가 언젠가는 하나의 게임에 정착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