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 <상식적 수단> 작업기

작업 의뢰가 들어왔다. <<블루 아카이브>>의, 오쿠소라 아야네의 고유 무기인 <상식적 수단>의 제작 의뢰.

문제가 하나 있다면 저 일러스트 외에 다른 레퍼런스가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뢰인분께 물어보니, 일러스트는 커녕 인게임에서도 안 들고 나와서 레퍼런스가 달랑 저거 하나라는 것이다.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기 시작했다.

도색이야 보이는 대로 칠하면 되지만, 난감한 부분은 그립 아래에 달린 액세서리였다.

대략적인 형태는 캐릭터의 머리장식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이미 한 번 데포르메되어 있었기 때문에

재질과 질감, 정확한 형상과 크기, 구조를 모두 상상으로 창작해야 했다.

가장 그럴듯한- 비즈에 날개가 부착된 구조는

귀금속 가공 수준의 제작 난이도와 설탕공에 수준의 내구성을 가질 것이 뻔했기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래서 기본적인 가닥은 판상의 날개 구조물에 가운데 구슬 부품을 부착하는 것으로 잡고,

이후의 구상은 도색작업을 하면서 해 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세부 사항을 의뢰인분과 조율해 빠르게 작업 계획을 짰다.

이번 작업에 사용할 베이스 총은 KWC社의 P226 GBB이다.

오래된 구시대의 유물로, "비비탄총"과 에어소프트건 사이 어딘가에 걸쳐있는 물건이다.

가격을 생각하면 작동 감각은 나쁘지 않다.

격발은 노멀가스 가지고 있는 게 없어서 못 해봤다.

분해해서 한 번 닦아준 다음, 가장 먼저 한 작업은 탄창멈치 복원이었다.

갈려버린 골을 줄로 다시 파 주었다.

사포로 표면정리부터 해 주었다.

검은색 부분 도색하고, 마스킹해서, 알루미늄 실버로 뿌리다가.. 도료가 동나버렸다.

어쩔 수 없이 새 도료를 사와서 처음부터 다시 칠하기로 결정.

이번엔 서페이서 먼저 올리고 스테인레스 실버를 칠해 주었다.

한 번 폴리싱한 다음에 칠하면 반짝거리는 은장이 되겠지만, 관리하기도 어렵고 그렇게 이쁘지도 않다는 걸 알기에

기존 서페이서의 무광 표면을 그대로 표면 질감까지 이어가서 곱게 샌딩한 표면 질감을 내도록 하였다.

다시금 마스킹한 다음에 가늠쇠.가늠자도 분할 도색했다. 이로서 슬라이드와 프레임은 끝.

탄피배출구와 바렐은 우레탄 메탈릭 레드로 칠해주었다.

트리거는 금속 제질이라 도색이 잘 안 먹길래 샌딩하고 서스코트를 올린 뒤 우레탄으로 마감했다.

충분히 건조하면 별도의 열처리 없이도 쓸만한 내구도를 얻을 수 있다.

이제 부품들을 모아서 마킹도 해주고 조립해주면 총 쪽은 작업 완료.

이제 장식품 차례다. 잘려있는 원본 일러스트를 참고해 정확한 사이즈를 알아낸 다음

그나마 남아있는 공식 일러스트들을 전부 뒤져서 형상을 창작했다.

이제 두 파츠로 분할된 날개 구조물을 출력하고, 안쪽에 실을 넣어서, 하나로 만들면 틀은 완성이다.

표면 정리를 해 준 다음에 흰색으로 도색.

중간의 빨간 비즈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아이디어를 냈다.

레진에다가 도료를 섞어서 주사기로 중간에다가 한 방울 떨어트리면 표면장력이 원하는 모양을 잡아줄 것이고,

그걸 UV로 굳히면 그대로 완성이라는 "완벽한" 계획이었다.

그래서 재료를 혼합하고, 주사기로 떨어트려서 성형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ㅡ

(당시 사진이 없어서 따로 굳힌 망한 방울로 대체)

아뿔사! 레진이 경화되면서 약간 팽창한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바깥쪽부터 경화되기 시작한 레진방울은 안쪽의 액체 레진이 바깥쪽 벽을 뚫고 흘러내리면서 계란 노른자 터지듯이 망가져 버렸고, 결국 지금까지 만들었던 액세서리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게 되었다.

역시 플래그를 세우면 안 된다...

물론 첫 시도는 조졌지만 레진방울 아이디어 자체(와 이미 세팅해놓은 재료들)는 버리기에는 아까웠기에

좀 더 통제된 환경에서 여러개를 성형해 괜찮은 것들을 골라 쓰기로 했다.

두 놈을 골라서 킵.

날개 파츠도 모델링을 손봐서 다시 출력......이긴 한데 중간에 베드 안착이 안 되어가지고 프린터랑 씨름을 했다.

딱풀을 쑤셔박고서 한번만 더 그러면 다음이자 마지막 출력은 VORON 파츠가 될 거라고 설명하니까

그제서야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역시 기계는 혼♂︎내줘야 말을 듣는다.

이전과 같이 사포질하고 서페이서를 올려 표면 정리.

0.05mm 레이어에 0.4mm 노즐, 원래 쓰던 PLA-F 필라멘트로 출력했다.

레진방울은 광이 살짝 죽었길래 유광 레드로 도색.

이제 모든 부품을 조립해주면 드디어 액세서리도 제작 완료다.

이제 완성작의 사진을 보자.

작업이 끝나고 먹는 양갱은 감미롭고도 소미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