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와 게임의 세계관
포켓몬 고’와 게임의 세계관
강진구 (고신대 교수)
스마트폰용 증강현실게임 ‘포켓몬 고(Pocketmon Go)’에 대한 세계의 반응이 뜨겁다. 포켓몬이 출현하는 곳이면 어디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게이머들은 한 손엔 스마트폰을 들고 다른 손으로 액정화면을 쓸어 올리느라 정신이 없다. 이것은 현실을 배경으로 한 화면에 나타난 가상의 포켓몬을 잡기 위해 몬스터 볼을 던지는 모습이다.열정적인 관심 못지않게 부작용도 속출하여 포켓몬이 나타난 장소에는 예외 없이 게이머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소란스럽고 스마트폰에 몰두한 나머지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의 교육부장관은 ‘포켓몬 고’ 제작사인 나이앤틱에 학교 주변에는 포켓몬 출현을 제한해 달라는 요청을 했는가 하면, 태국은 아예 포켓몬 사냥 금지구역을 설정하기도 했다. 모두 ‘포켓몬 고’ 열풍이 일으킨 부정적 결과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항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란 최신 디지털 기술과 ‘포켓몬스터’라는 인기 만화콘텐츠가 결합하여 탄생한 ‘포켓몬 고’가 만든 세계관이다. 게임의 기술과 사고가 일상을 지배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첫째, ‘포켓몬 고’는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통합시킴으로써 현실에 대한 가치를 절하시키거나 왜곡시킬 수 있다. 나이앤틱의 CEO 존 행크는 우리가 사는 공간을 게임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밝힌바 있다. ‘포켓몬 고’에 심취한 사람들은 자신이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실을 이해하기보다는 스마트폰에 나타난 실체 없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세계에 사는 착각을 즐긴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장소를 끊임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까닭에 자신은 현실세계에 산다는 생각을 갖기 쉽다. 그러나 게이머들이 의미를 두는 것은 배경으로 등장한 현실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등장한 이미지에 불과한 몬스터들이다. 실체 없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란 최신 디지털 기술과 ‘포켓몬스터’라는 인기 만화 콘텐츠가 결합하여 탄생한 ‘포켓몬 고’가 만드는 세계관이,게임의 기술과 사고가 일상을 지배하다!가치관이 고통이 수반된 노동과 봉사의 의미를 퇴락이미지의 세계에 몰입하는 일을 현실적 삶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둘째, ‘포켓몬 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재미 중심의 가치관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게임 전문가들은 ‘포켓몬 고’의 인기 원인으로 원시사회에서 사냥이 주는 본능적 쾌락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기괴하게 생긴 몬스터들을 잡는 일은 어쩌면 인간이 가진 사냥꾼으로서의 본성을 자극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의 사냥이 인간 생존을 위한 방편이었다면, 현대사회에서 오락화된 사냥으로서의 디지털게임은 오직 재미를 얻는 쾌락중심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선이고, 재미없는 것은 악으로 판단하기 쉬운 이 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윤리적 행동조차 재미있으면 수용하게 되는 왜곡된 가치관을 드러낼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셋째, 지금과 같은 경쟁사회에서 ‘포켓몬 고’의 사용자들은 인생의 의미를 남들보다 더 많고 좋은 것을 소유함에 두는 가치관을 갖기 쉽다. 포켓몬은 1996년 2월 일본에서 151마리가 등장한 이래 6세대에 걸쳐 전부 721마리가 등장했고 계속 새로운 종으로 탄생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포켓몬 고’에서 모두 활성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진화론적 관점을 대입하고 있는 까닭에 포켓몬 종은 무한대로 탄생할 수 있다. 과거 어린이들 사이에 불었던 포켓몬 열풍의 사례를 생각할 때 포켓몬에 대해서 시시콜콜한 것까지 외우고 다녔던 지식욕은 소유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포켓몬 고’와 같은 증강현실게임이 활용하는 디지털 기술은 교회에 숙제를 남긴다. 기술이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해 온 기술결정론자들은 미디어기술이 변화하면 인간이나 사회 그리고 교회도 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읽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일들이 예배시간에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증강현실의 기술을 예배나 교회교육, 선교에 도입하기를 원하는 미디어기술 활용주의와 고전적 교회의 가치를 주장하는 전통주의와의 갈등도 예견된다. 교회의 대안은 기독교 세계관을 정립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신앙을 교회 안에만 머무르게 할 것이 아니라 게임의 세계를 움직이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바라보는 영역에도 확장해야 한다. 게임의 가치관이나 게임이 창출하는 경제적 논리에만 빠지지 않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과 생명 중심의 가치관이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일을 시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본 칼럼은 국민일보와 함께 합니다.(2016.9.10일자 발행)
글 | 강진구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이며 영화평론가이다. SFC문화연구소장, 기독미디어아카데미 운영위원 및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중강연과 각종 미디어를 통하여 기독교세계관에 입각한 문화사역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