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시티 사파리 서울 후기, 재미·이슈·모험 3박자 다잡았어
속초마을 이레로 6년. '피카츄' 앞세운 '포켓몬고'의 인기는 여전했다. 게다가 지난해 들어서부터 오프라인을 통한 행사가 잦다. 띠부띠부씰을 모으듯 거리 곳곳에서 튀어 오르는 몬스터를 잡는 데 전국 각지의 트레이너들은 여념이 없다.
소위 말하는 '도장 깨기' 콘텐츠가 나오기 직전에 플레이를 접었지만, 지난 10월 07일과 8일 양일에 걸쳐 진행하다는 '시티 사파리: 서울' 행사를 두고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 바리바리 봇짐을 싸고 직접 거리로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이언틱'의 부활이 예상된다.
방방곡곡 트레이너 여기 여기 모여라
책상 탈출이 간절했다. 때맞춰 좋은 기회다 싶었다. 아니, 트레이너라면 꼭 참여해야 할 행사였다. '나이언틱'에 무슨 바람이 들었을까. 무려 세계 최초의 '시티 사파리' 행사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간에 벼르고 벼르다 지난 일요일 거친 모험에 나섰다.
'둥지 유람'을 꽤나 하던 바였기에 괜스레 설레는 기분마저 들었다. 다만, 시작부터 삐걱 됐다. 가는 날이 장 날이라고 예정에 없던 빗방울이 떨어진다. 한 시간 즈음 내리던 부슬비는 이내 가라앉았지만, 자칫 고생 꽤나 할 뻔했다. 그 즈음 현대아울렛 동대문점에 도착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수십, 아니 수백은 족히 되어 보이는 '피카츄'와 '이브이'가 백화점 앞마당에 몰려들었다. 다들 제각각의 느낌으로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 앞에서 추억을 남기기에 바빴다. 모바일 지표를 다시금 떠올렸다.
예상 밖 선전 중인 '포켓몬고'의 뒷심을 확인하는 찰나였다. 아니, 세 곳의 스톱에서 동시다발 진행되었던 행사이기에 어쩌면 이번 '시티 사파리: 서울'을 계기로 다시금 마음 한편에 쪼그라든 모험의 욕구를 끄집어 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AR 대신 실존 피카츄 튀나 온 시티 사파리
참 묘하다. AR 없는 AR 게임이 여전한 인기다. 그래서 소름이 돋았다. 기획자의 내공이 남다르다고 할까. 증강현실로 몬스터를 구현하는 대신 곳곳에 숨어있는 트레이너들을 현실로 끄집어 냈다. 게다가 머리마다 선바이저를 씌우고 나니 이게 가히 장관이었다.
돌이켜보건대 참 엉성한 게임이다. ▲ 수렵 ▲ 수집 ▲ 대결 외 별다를 게 없는 메커니즘의 반복이 지난 6년간 계속됐다. 질리만치 되었다 싶지만, 다시금 본연의 목적을 되새김질하는 데 성공했다. 게임으로서가 아니라 혁신으로서 말이다.
예컨대 ▲ 운동 ▲ 모험 ▲ 교류라 부를 3박자다. 늦은 오후의 출발이었기에 정해진 세 코스를 모두 돌지 못했지만, 약 여섯 시간의 플레이에 8km 남짓한 거리를 걸었다. 운동 효과는 분명 확실했다. 그리고 소름 돋는 대목은 남산을 오르면서였다.
만원 버스 탓에 산악 코스를 거닐다 보니 이게 확실히 모험을 하는 느낌이 든다. 상쾌한 공기, 그 와중에 사방에서 튀어 오르는 희귀 몬스터들의 향연. 게다가 곳곳에서 '우와' 소리를 내며 뒤따르는 인파들. 그동안 숱한 게임 이벤트에 참여해 봤지만, 이번만큼 '찐' 소리를 들을 대규모 행사가 또 있었을까 싶다.
심지어 운영 비용이라 할만한 게 몇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천막 부스에 몇몇 사진 촬영 포인트 확보, 그리고 종이로 만든 선바이저 정도. 규모를 보건대 거의 거저 행사를 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국내 개발사들이 확실히 생각해야 할 포인트일 거다.
그뿐만이 아니다. 트레이너들 간의 '교류'도 가능했다. 산을 오르며 우연히 만난 친구들. 도심 한복판에서도 주변 시선 아랑곳 않고 '피카츄' 탈을 쓰고 몬스터를 잡는 이들을 보건대 게임이 더 이상 방구석 틀어박혀 몰래 즐기는 창피한 취미가 아니라는 걸 실감케 했다.
루트 짠 '분' 나와, 현대아울렛→ 남산타워→ 인사동 쌈지길 소름 돋네
놀라운 건 그뿐만이 아니다. 동대문구와의 협약을 해선지 '나인언틱'의 루트가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현대아울렛 동대문점'의 메인 본부로 하여 '남산타워'와 '인사동 쌈지길'을 또 다른 랜드마크로 삼았다.
그 선택에 소름이 돋았다. 필시 노리고 정했을 루트다. 예컨대 모두 대중교통으로 30분 이내 거리다. 그리고 거닐며 느끼건대 각 지점을 이어가는 동안은 볼거리 많고, 맛집 많으며, 근거리로 여러 관광지들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해가 일찍 저버린 탓에 최종 목표인 '인사동 쌈지길'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 와중에 서울을 관광한다는 느낌을 절로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른 남산타워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시내의 경관은 새삼 더 벅차오르는 감동이 있었다.
별것 아닌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 게임의 힘이 이처럼 무섭다. 서울에서 40년을 가까이 살아오고 있지만, 이번만큼 신선하고 흥미로운 도보 여행을 왜 진작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예상하건대 다음 해의 시티 사파리는 필시 더 큰 규모와 더 긴 일정을 내걸어 재미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가능성이 있다.
눈 길 끌기 성공한 6년 차 게임, 서울 찍고 전 세계로 역주행
이슈 몰이도 성공한 눈치다. 언론사 곳곳에서 연이어 기사를 게시했다. 게다가 게임을 즐기지 않더라도 동대문구 이곳저곳 출몰한 선바이저 피카츄와 이브이를 보고 소싯적 즐겼던 '포켓몬고'를 떠올렸을 이들이 적지 않을 거다.
심지어 퍼레이드 마냥 외국인 트레이너들도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 모습도 여러 차례 눈길을 끌었다. 어지간한 유튜브 광고, 지하철 도배 없이도 단 이틀 사이 강렬한 임팩트를 주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일 거다.
때문에 앞서 말한 그대로다. 올해는 '조건부 무료' 행사로 서울을 테스트 배드로 삼았다면, 이어질 전 세계 시티 사파리를 통해 '나이언틱'은 새로운 수익화 모델에 대한 최종 검증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본격적 흥행을 위한 판을 깔지 않을지.
특히, 다음 행선지로 주목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등에서도 국내 못지않은 차트 역주행이 예상된다. 말인즉, ▲ 더 커진 규모 ▲ 더 긴 모험의 시간 ▲ 더 강력한 유료 티켓 혜택 ▲ 리미티드 제휴 이벤트 등만 앞세워도 적지 않은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 향후 행사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