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1 - 원신 콘서트

아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원신 콘서트가 있는 날이었다.

지난번에 롯데 콘서트홀에서 아들과 함께 들었던 메이플스토리 콘서트 음악은 정말 멋졌다.

그 콘서트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재즈와 게임 음악을 좋아하는구나...

오늘은 온 가족이 경희대로 출동했다.

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어 했다.

사실, 나는 아들이 하는 게임에 대해 잘 몰라서인지 그다지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고 어렵기만 했다.

게임의 세계관에 대해서 아들이 설명을 해줘도 자꾸 까먹게 되고 복잡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음악은 달랐다. 게임에 대해 잘 몰라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콘서트는 6시부터 시작이지만, 우리는 조금 일찍 도착하기로 했다.

처음 가는 곳이고, 집에서 조금 먼 거리라 그리고 특전 티켓과 굿즈도 사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 집 남자들은 무엇이든 일찍 가서 기다리는 편이기 때문에.

콘서트장 앞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참 많았다.

후문이 통제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희대 정문으로 들어가서 평화의 전당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고 가을을 느끼며 캠퍼스가 아름답다는 경희대를 산책했다.

날씨는 매우 쌀쌀했지만 사람들의 열기로 분위기는 따뜻했다.

한참 동안 줄을 서서 특전 티켓을 받아 굿즈를 구입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아크릴과 티셔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키링을 구입했다.

멋진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원신 측에서 준비한 코스프레도 멋졌는데 일반인들이 하고 온 코스프레도 멋있었다. 사진은 원신 측에서 준비한 사람들만 찍었지만...

너무 일찍 도착했던 우리는 콘서트가 시작하기 전까지 자리를 이동해서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근처 까페와 음식점에는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날씨가 꽤 쌀쌀해서 시간을 보낼 장소가 필요했던 우리는 마침내 학교에서 가깝고 조용한 까페를 발견했다.

아마도 이곳은 1층이 아니라 2층이고 간판도 잘 보이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몰랐던 것 같다.

생긴지 얼마 안 된 곳인지 깔끔하고 환한 곳이었다.

조용하고 따뜻한 곳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콘서트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우리 가족뿐만이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삼삼오오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그들의 탁자 위에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티켓이 놓여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시작 시간이 다 되어, 우리는 노을을 감상하며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낮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캐릭터 사진을 찍기 어려웠는데, 콘서트홀에 입장하면서 한 장씩 찍어 기억해둔다.

아들이 좋아하는 게임 콘서트인데, 사진을 찍지 않고 눈에 담는 아들 대신 엄마가 정성스레 사진을 찍어 기록해두었다. 나중에 두고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경희대 평화의 전당 콘서트홀은 처음으로 와보았는데, 건물 외관부터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막 위에 위치하고 있어서 올라오면서 약간 숨이 차기는 했지만 말이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커다란 화면에는 영상도 함께 보였는데, 화질이 메이플스토리 콘서트보다 더 좋았다.

하지만, 음악은 메이플스토리의 음악이 더 멋있었다. 아마도 내가 재즈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가 보다.

두 공연 중에서 다시 하나만 보라고 한다면, 메이플스토리 콘서트를 선택할 것 같다.

이 공연에서 좋았던 것은 성악가가 직접 나와서 노래를 불러주었다는 것.

그리고 기타 연주가 듣기에 아주 좋았다는 것.

그리고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가족이 모두 함께 했다는 것.

많은 사람들과 함께 소리와 추억을 공유했다는 것이 참 좋았다.

나 혼자 집에서 유튜브로 공연을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그 분위기를 느끼며 음악을 듣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 같다.

공연을 마치고, 우리 가족은 여유 있게 앉아 있다가 많은 사람들이 나간 후에 천천히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주차장에서 나오는데도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저녁은 경희대 근처에서 먹기로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인지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서 결국 집 근처 24시간 운영하는 중국집으로 향했다.

다들 배가 고팠는지 각자 먹고 싶은 것을 모두 골랐다.

남으면 집에 싸가지고 가면 되니까...

하지만 양이 꽤 많았는데도 싸올 것은 별로 없을 정도로 다 먹어버렸다.

나오면서 우리도 서로 놀랐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행복했다.

오늘도 별 주머니에 별 하나 담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