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신 상황문답 - 랜덤 - 그거 사랑이었을 텐데

[읽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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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상만 해주시길 바랍니다.

(-)에는 원하는 이름을 넣어주세요.

[몰입을 위한 배경음악]

좋아하는 음악입니다.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왜 그땐 몰랐을까,

널 조금이라도 더 많이 담아내려 노력하던 나의 눈이, 널 볼 때면 일정하게 가속하던 내 심장이,

나도 모르게 널 향해 미소 짓고 있었던 그 순간이.

전부, 네 마음속으로 향하고 싶다는,

그 무엇보다도 확실한 증거였다는 걸.

다이루크

다이루크는 손님이 단 한명도 채 남지 않아서일까, 왠지 알 수 없을 싸늘함마저 느껴지는 공허한 가게를 찬찬히 눈에 담았습니다.

이렇게 지나가는 바람마저 고요한 날밤이면, 꼭 제 옆으로 총총총 걸어와선 제 말을 잘도 이어나가는 한 녀석이 있었는데.

그 존재가 이만큼이나 컸었던가 싶을정도로····, 가게는 고요하기 짝이 없었고.

"····."

얕은 숨을 내뱉은 그는, 무언가 당장에라도 몸을 움직여야만 하는 사람이 된 것 처럼. 부단한 손길로 남아있는 모든 유리잔들의 물기를 차례차례 닦아내어 전부 진열하고나서야, 오랜만에 방문한 제 가게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달칵ㅡ,

'역시 잔노동은 머리를 비우는데에는 도움이 되긴 하는군.'

몬드의 밤은 여느날과 다를 것 없이, 너무나도 평화롭습니다.

"어르신, 이 꽃이요. 이름이 뭐예요?"

그러고보니, 작년 이맘때 즈음에, 그저 산들바람같던 목소리가 괜히 귀에서 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그 꽃은 그냥 들꽃이야."

"앗."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넌 괜히 시무룩해진 얼굴로,

"이 꽃은 다운 와이너리 근처엔 특히 많아서 좋아한단 말이에요."

"괜히 볼 때마다 어르신 생각이 나게 되잖아요."

그런 말들을 호기롭게 말하면서, 그 눈매를 접으며 웃는 네 모습이 풀 꽃 같았던 것 같기도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 꽃의 이름은 네가 부르고싶은대로 불러."

아무도 그 하찮은 꽃에게 귀한 이름을 주진 않았을테니,

"앗, 그럴까요?"

내 말을 들었던 네가 그 하찮은 들꽃에게 뭐라 속삭였는지는. 난 모를 일이었다.

단지, 네 모습의 형태로 드리운 그림자에 속수무책없이 가려졌던 그 꽃의 방향을 보며.

"예쁘네."

ㅡ라고 말했던 것만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이제와서 저또한 그 꽃에 이름을 붙여본다면, 아니. 그 꽃의 이름은 (-) 네가 지었으니, 그 꽃의 꽃말이나 지어보자면.

뒤늦게 알아챈 사랑이라고, 짓고싶다는···,

이제는 한치의 의미조차 없는, 덧없는 생각을 하며, 다이루크는 드넓게 펼쳐진 몬드의 거리를 걸었습니다.

종려

"선생님ㅡ."

"선생님! 종려 선생님!"

앳된 아이들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 근처에서 가득히 울려 퍼졌습니다. 까르륵ᅳ, 주변에 그와 아이들뿐이 없는 이 평화로운 공간에선··· 종달새같은 목소리만이 그의 단잠을 깨울 뿐이었지요.

"···· 음."

잠깐 따스한 햇빛에 취해, 얕은 잠에 들었었나 보군.

그가 몸을 느릿하게 일으키며, 저를 깨운 어린 아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저 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길래 종종 옛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저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것을. 굳이 말리진 않은채로. 종종 시간을 보낸 아이들이었습니다.

"선생님, (-)가 누구예요?"

멈칫,

철없는 아이의 입에서 불려진 그 짧은 이름에, 그의 움직임이 멈췄습니다. 아니, 자세히 바라보니··· 오히려 잔 물결이 손을 따라 그의 몸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 그 이름을 어찌."

"선생님이 주무시면서, 연신 (-)라고 중얼거리는 걸 들었어요."

···이런.

결국엔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낸줄로만 알았건만,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가며, 완전한 망각이라는 것은 없었던 것인가.

그가 얼굴에 숨길 수 없는, 짙은 쓸쓸함이 묻은 표정을 띄워냈습니다.

"··· (-)는. 내ㅡ··· 옛 사람일세."

종려는 담담하게 대답했습니다.

"보고싶으세요?"

"··· 음, 보고싶지. 언젠가 다시 만나게된다면, 같이 느긋하게 마시는 차나 한 잔 권하고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 서글픈 흔적마저 스스로가 끌어안고있을 자신이 없어. 결국엔 전부 지워버렸을 정도로ㅡ,

차마 꺼내지못힌 뒷말은 힘겹게 삼켜버리며, 종려는 어린 아이들의 질문에 나긋이 답문했습니다.

"··· 근데, (-)는 전설속에 나오는 인물 아냐?"

"맞아, 몇백년 전에 리월에 나타났었던 소용돌이의 마신을 무찔렀다던 그 사람하고 이름이 똑같은데?"

물끄러미ㅡ, 저들끼리 속닥속닥 의견을 교환하던 어린 아이들은 시린 종려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 허허, 인간의 삶은, 참으로 짧은 법이니 말일세."

그리고 종려는, 그 이후로 딱히 다른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습니다.

"종려님, 전 제가 죽는 건 두렵지 않아요. 그런데ㅡ,"

"당신을 홀로 두고가야 한다는 게, 난 너무나도 겁나."

그저, 허공에 떠오른 무언가를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습니다.

"많이, 너무 많이 외로웠을텐데, 외로울 텐데."

(-), 나는 아직도 자네가 나오는 꿈을 꾼다네.

"좋아해요,"

아직도 난ㅡ,

벤티

낭만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이, 일생에 단 한번뿐일 낭만을 경험하는 순간이라면,

"제 진정한 사랑을 찾은 순간일테고."

낭만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이, 유일하게 낭만을 잃은 순간이라면.

"··· 제 사랑을 잃은 순간이었으리라,"

벤티는 덧없이 흘러가는, 제 수많은 영혼의 조각들 중 하나일 바람 한가닥을 붙잡으며. 허공에 속삭였습니다.

❁❁❁

처음엔, 그다지 깊은 감정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애초에, 사랑이라는 이름표를 붙일만한 감정이 아닐거라 여겼습니다.

잠깐 마음속에 머물렀다가, 이내 시간이 지나면 빠르게 흩어져 사라져버릴, 그런 하찮은 짓눈깨비같은 감정 결정체에 지나지 않을것이라고만 여겼습니다.

지금껏 사랑으로 울고 웃는 사람들의 감정을 노래하며, 정작 자신은 그런 사랑을 해본적이 없었으니···, 인간들의 사무치는 사랑 이야기에 이해는 하지만 공감은 해본적도 없었지요.

그냥, ··· 어째서였을까. 하릴없이 방황하다가 우연히 발길이 닿는 곳이면, 그곳엔 언제나 당연하다는 듯이 당신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늘 제 바람을 느끼면, 기분좋다는 미소를 지어서,

언젠가 햇살이 따사로운 어느날이면, 늘 당신에게로 찾아갔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벤티?"

여린 내 존재를 알아차린 당신은,

화사하게 웃으며 나를 맞아주었습니다.

그러고나서 당신은 제 소리를 따라 노래를 불렀습니다, 당신의 고운 음색은 나를 타고 저 산봉우리를 넘어 먼 타지의 나라까지 닿았으며, 당신의 옷깃을 스치며 사라져간 또다른 나는, 당신의 작은 흔적 하나에 미소지으며 사라져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그날도 당신을 닮은 태양은 더없이 눈부셨고, 그 태양빛을 받은 물줄기는 한줌의 보석을 흩뿌린 것 마냥 물결을 이루었으며, 그 물을 머금은 식물들은 푸르렀습니다.

그리고 난, 그 풍경 위를 거니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다른 누군가에게, 그 어여쁜 목소리로 사랑을 속삭이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붉어진 볼에, 사랑을 머금은 그 눈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고 서있었습니다만,

그러한 당신조차도 어째서 내 눈엔,

한 줄기의 햇살과도 같았을지,

살랑, 그 동화속 불청객, 차가운 바람은 당신의 머리칼 근처를 머물다가 사그라들었습니다.

살랑,

살랑,

살랑,

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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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ㅡ,

"···· 어레?"

"푸핫, 어이ㅡ 천재 음유시인이 줄을 잘못 튕기는 실수를 하다니, 실력이 다 죽었나 봐?"

"에헤~, 그럴 리가ㅡ."

"오늘은, 컨디션이 쪼ㅡ금 안 좋을 뿐이야, 천재 음유시인이, 그런 자질구레한 실수 같은 걸 용납할 리가 없잖아~?"

그냥, 기분이 조금 안 좋아서 그래.

"역시 이 노래는~ 부를 때마다 마음 한 켠이 저리다니깐~..."

이 노래에 묻은 바람의 흔적이,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늘 네게로 향한다는 게.

그리고 그 바람을 따라서 아직까지도 널 찾는 나를 보게 될 때.

"···· 조금 비참하게도 말이지."

늦게 깨달은 사랑이 네가 내게 내린 죄라면.

그 벌을 선사한 네 모습이라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내 눈에 담을 수 있게 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