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빅 앤 리틀' 전략, 리니지M 에피소드 제로 & 배틀크러쉬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의 7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에피소드 제로'로 명명된 이번 에피소드는 기존 22개 서버군들(레거시 월드)과 구분된 독자적인 월드로 '리니지' 시리즈를 처음 시작하는 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출처: 엔씨소프트]
지난해 넥슨은 '빅 앤 리틀(Big & Little)' 전략을 공개하고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빅 앤 리틀'은 큰 규모의 인력이 필요한 대작과 소규모 인원이 투입되는 작은 게임을 함께 선보이는 '투 트랙' 전략을 말한다. 그러자 엔씨소프트도 이와 같은 전략을 펼치는 모양새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빅(대작)'은 리부트 월드를 업그레이드한 '리니지M'이고, '리틀(소규모 작품)'은 '배틀크러쉬'라 할 수 있다.
한때 국산 게임사들의 매출 대부분을 담당한 장르가 MMORPG였다. PC 기반으로 다수가 접속해 플레이하는 MMORPG는 '리니지' 시리즈를 필두로 라이온하트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 위메이드의 '미르' 시리즈,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 아크',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등이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올해에만 해도 엄청난 수의 대작 MMORPG가 출시됐다.
대표적으로 넥슨의 '프라시아 전기',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ROM'·'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넷마블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레이븐2',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가 출시됐고 스마일게이트는 '로드나인'을, 블루포션은 '에오스 블랙'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MMORPG가 우후죽순 쏟아져나오다 보니 예전만큼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리고 이것은 국내 게임사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라이크'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대작 '리니지M'의 7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7주년 기념 업데이트 '에피소드 제로'는 '리니지' IP만이 간직한 재미의 근본으로 돌아가겠다는 엔씨소프트의 다짐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의 '에피소드 제로' 업데이트를 통해 △리부트 월드 신서버 '말하는섬' 및 '윈다우드' △신규 클래스 '마검사' △신규 지역 '페트라' 등을 새롭게 선보였다.
특히 리부트 월드의 경우 '리니지M' 정식 출시 이후 선보인 기존 22개 서버군들(레거시 월드)과 구분된 독자적인 월드다. 기존 최상위 콘텐츠였던 '유일 등급'이 없으며 상점 장비 및 문양, 수호성 등의 성장 요소도 일부만 개방해 '리니지M'을 처음 플레이하는 신규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인 점이 엔씨소프트로서는 자사 대작 중 가장 큰 성과를 내고 있는 '리니지M'의 리부트를 통해 '빅'의 전략을 수정한 셈이다.
엔씨소프트의 신작 '배틀크러쉬'는 엔씨소프트 최초의 콘솔 게임이며 글로벌 100개국 이상 동시 출시작이다. 여기에 PC, 모바일, 콘솔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MOBA 장르로 기존 엔씨소프트 게임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출처: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판 '빅 앤 리틀' 중 '리틀'은 '배틀크러쉬다. 지난달 27일 스팀 플랫폼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로 출시된 '배틀 크러쉬'는 그간 엔씨소프트가 만들어 온 게임의 장르, 플랫폼, 서비스 지역, 그래픽 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변화를 준 게임이다. 게임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배틀크러쉬'를 접한다면 이 게임이 엔씨소프트 작품이라고 짐작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의 글로벌 진출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와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만 흥행하는 게임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의 또 다른 대작 MMORPG인 '쓰론앤리버티'도 오는 9월 17일,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된다. 이제 엔씨소프트는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인기를 얻는 게임이 아닌,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흥행하는 게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틀크러쉬'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북미, 유럽, 아시아, 동남아 등 100개국에서 동시에 서비스를 진행한다. 게다가 스팀 출시 이후 닌텐도 스위치와 모바일(구글 플레이·애플 앱스토어)로도 플레이할 수 있다. 각각의 플랫폼에서 플레이해도 전세계 유저들이 한데 모여 난투극을 펼치는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한다.
'배틀크러쉬'는 최대 30명이 동시에 접속해 단 한 명이 생존할 때까지 난투를 벌인다. 배틀로얄과 MOBA 장르의 게임성을 결합한 캐주얼 배틀에 '스플래툰'이나 슈퍼셀의 '브롤스타즈'처럼 아기자기한 느낌의 카툰 풍 3D 그래픽으로 제작됐다.
게임 플레이도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만큼 조작이 간편하고 지형과 지물, 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필드 공간이 줄어들면서 서서히 긴박감이 커지는 짜릿함도 지녔다.
무엇보다 '배틀크러쉬'는 엔씨소프트의 첫 번째 콘솔 도전작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앞으로 엔씨소프트는 자사 게임의 글로벌 출시와 더불어 콘솔 플랫폼 출시를 적극적으로 염두에 둔다고 밝혔다.
모바일 게임의 중요성이 커진 현재는 '대작=흥행 성공'의 공식이 깨졌다. 하지만 웰메이드 대작의 경우는 다르다. 하물며 '리니지 라이크'의 원조인 '리니지'라면 리부트 업데이트만으로도 그간 '리니지' 게임을 즐길 기회를 놓쳤던 이들의 진입이 용이할 것이다. '배틀크러쉬'는 대작 중심의 개발 구조에 변화를 준 작품이어서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비즈니스 모델(BM)이 기존의 '페이 투 윈(많은 돈을 결제하면 유리한 방식)'에서 벗어난 '착한 BM'으로 엔씨소프트의 변화를 보여주는 증표라 할 수 있다.
어찌됐든 엔씨소프트는 기존 개발 환경, 기존 체계에 변화를 두고 있다. 우선은 잘 하던 것의 개선, 그리고 다소 리스크가 있는 신사업은 소규모지만 특유의 캐주얼함으로 전연령, 전지역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완성했다. 엔씨소프트의 '빅 앤 리틀'의 시작은 일단 반응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