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이모탈, 퍼펙트아레나, 기적의검, 검은신화 오공, 원신 등으로 보는 중국게임들의 현주소
중국에서 개발된 게임들 중에서도 가장 인지도가 높거나 핫한 게임들로만 모아서 중국게임들의 현주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얼마 전에 디아블로이모탈과 퍼펙트아레나가 오픈을 하였고, 기적의검과 원신은 각종 밈이 생겨날 정도로 흥행을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아시아 게임의 표본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를 하며 언리얼엔진5로 개발을 진행 중인 검은신화 오공까지 다양한 게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디아블로이모탈이다. 디아블로이모탈의 개발은 블리자드가 아니라 사실상 넷이즈이다. 넷이즈에서 본인의 개발력을 바탕으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를 개발한 것인데, 솔직히 게임성만 놓고 보기에는 무척 우수했다. BM이 게임의 이미지와 점수를 망쳐놔서 그렇지 순수하게 게임성만 놓고 보자면 (게임 진행을 위한 과금까지 모두 놓고 봐야한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정말 잘만든 게임이었다.
순전히 중국이라서 짱O스러운 게임을 만들 줄 알았지만, 블리자드의 오랜 검수와 피드백으로 넷이즈의 디아블로이모탈은 근래 내가 플레이 했던 모바일 게임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캐릭터의 움직임도 부드럽고, 꼭 이 게임을 해야하는 이유도 절실하게 느껴졌고, 배경이나 분위기 그리고 디아블로 시리즈의 작품답게 장시간 플레이 시 졸음이 몰려온다는 점까지 모두 블리자드의 디아블로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퀄리티만 봐서는 상당했던 중국게임들을 보면 문득 중국 게임들이 예전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물론 퍼펙트아레나와 같이 저질 게임도 있지만 말이다. 단순히 이순신 장군님을 영웅으로 추가해두고 국내 유저들을 위한 것 마냥 마구 찍어내듯이 만들고, 어디서 플레이를 해봤을 법 했던 게임들을 모방하거나 일러스트만 갈아치우고 뼈대는 똑같은 양산형 저질게임들인 퍼펙트아레나는 최근에 플레이했던 모바일 게임들 중에서 제일 실망스러웠다.
반대로 양산형 게임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빠른 성장을 강점으로 잡아서 짧은 시간에 육성의 재미를 초극대화하여 강조한 기적의검과 같은 게임들을 생각해보자 이 게임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양산형 게임을 생각을 했지만, 지금의 기적의검은 하나의 밈으로 자리를 잡았다. 단순히 유튜브 광고로 엄청 많이 나온다고 인식이 박혀있기 보다는 특정 층의 경우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장시간 시간 투자가 어렵다는 점을 이용하여 그 층을 집중 공략하게 된 게임이 기적의검이라 할 수 있다.
기적의검은 매출 순위 11위권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기적의검은 출시된 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매출 순위 상위권에 머물고 있으며, 계속해서 유저들이 찍먹을 해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식 밈으로 자리를 잡은 덕분에 유저들의 유입도 꽤나 있다는 말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중국의 무수한 많은 게임사들 중에서도 먹튀나 한탕 해보자는 마음으로 게임을 만드는 게임사들이 있고, 본인들의 기술력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모험을 즐기는 게임사들도 많았던 것 같다. 보통 한탕 해보자는 게임사들은 게임을 단순히 돈벌이용 수단으로 생각하며 뼈대만 잘 만들고 나중에는 일러스트를 찍어내기 식으로 변경하여 양산형 게임을 마구 만들곤 하는데, 이런 게임들보다는 디아블로이모탈처럼 따로 말을 하지 않는 이상 "이게 중국에서 개발한 게임이었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게임들도 있는 것 같다.
원신을 예로 들어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 원신이 나왔을 때에는 야숨과 니어오토마타를 카피한 카피캣 수준으로 생각을 했지만, 지속되는 업데이트와 운영 그리고 게임사 직원들도 본인들의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애정이 넘치고 겜붕이들만 이해할 수 있는 소통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그 결과 야숨은 야숨 그리고 원신은 원신이라는 게임으로 인식이 되었고, 지금은 여전히 안전하게 순항 중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원신의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었고, 이 업데이트를 숨죽이며 지켜보던 전세계 각지의 원신 팬들의 모습들과 이런 업데이트를 준비했던 미호요의 개발자들의 모습이 눈을 감으면 자연스럽게 그려지기 까지 했다.
참고로 미호요는 원신을 개발한 게임사이고, 지금은 호요버스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바꿨는데, 원신, 붕괴 등이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문득 우리가 천대했던 중국의 게임들이 어느 시점부터 우리나라의 게임들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도대체 언제부터 대한민국의 게임산업이 뒤쳐졌을까?'라는 생각이 말이다.
그 배경은 크게 2가지로 추측을 해볼 수 있는데, 우선 첫 번째로 중국은 갑작스럽게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은 평생동안 놀고 먹어도 될 정도로 돈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며, 그렇게 많은 돈을 어떻게 쓸까 고민을 하는 찰나, 그 사람들이 아예 게임이나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에 게임회사를 차리거나 게임 개발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당연히 평생 놀고 먹어도 될 정도로 돈이 많다보니 게임의 BM을 따지기 보다는 평소 본인들이 생각하고 꿈꿔왔던 이상향의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들은 덕심으로 게임을 접근하여 덕후 같은 마음으로 게임을 애지중지하며, 오로지 재미를 위한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돈은 못벌어도 순수하게 재미있는 게임들이 완성이 되기 시작하는데, 이게 점차 커져서 게임 개발자들도 늘어나고 회사도 커지다 보니 BM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히게 되고, BM보다는 어쨌든 게임성을 중시한 게임들이 탄생을 하게 된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거는 어디서 많이 들었던 썰이다. 작은 창고나 차고 등 조그마한 공간에서 본인들의 게임을 만들자며 순수하게 재미를 위해서 게임을 만들었던 초창기의 블리자드나 유명 게임사들의 시작을 생각해보면 지금과는 다르게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순전히 재미를 위한 게임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내가 생각하기에 중국은 지금 그런 시기를 밟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미호요와 같은 게임사가 아닐까 싶다.
미호요의 경우 대학생 3명이 만든 게임사로 지금은 2,400명의 직원이 있으며, 이들은 말그대로 덕후들끼리 뭉쳐서 만든 게임회사니깐 말이다.
두번째 이야기로는 이거는 내가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쪽 일을 했을 때의 이야기인데,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다큐를 제작했을 때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게임을 규제하지만, 중국의 경우 나라에서 게임을 오히려 산업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며, 아낌없이 배려를 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시 중국 차이나조이 게임 행사에 비즈니스로 출장을 갔던 직원도 중국이 개발한 게임들의 퀄리티를 보면서 금방 따라 잡히겠다는 이야기를 했으며, 그 당시 2010년도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다큐라는 점을 감안해본다면 지금의 중국 게임 기술력은 상상 이상으로 발전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에서 예전에 트레일러만 발표했던 검은신화 오공의 경우 중국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AAA급의 게임을 선보였으며, 이는 전세계를 발칵 뒤집을 정도로 놀라운 퀄리티와 게임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쭉 생각을 해보면 과거에 블리자드처럼 게임을 좋아하는 덕후들끼리 모여서 만든 게임회사가 이제는 그 바톤을 중국게임회사들에게 넘겨주는 이미지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게 느껴진다. 중국의 게임들이 그만큼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나라의 적극적인 지원과 오로지 재미를 추구하는 덕후들의 크리에이티브한 정신 덕분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예전에는 덕후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자주 말을 했는데, 요즘 들어 디아블로이모탈의 BM이나 리니지와 같은 게임들을 보고 있으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