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감상] (많이 늦은) 블루 아카이브 1화 감상
사실 작화가 헐렁하네 마네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식이면 정지작화가 블루 아카이브 보다 나은 함대콜렉션 2기는 평작 이상의 무언가라는 건가요?
그리기 편한 헐렁한 작화를 택한 만큼 거기서 아낀 노력을 다른 곳으로 돌려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고, 안타깝게도 1화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입문자들을 위한 개략적인 상황 설명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여건만 된다면 못해도 1부 까지는 전부 애니메이션화 하고 싶은것 같고, 그게 아니더라도 애니메이션으로 블루 아카이브를 처음 접한 사람들을 위한 간략한 상황설명은 필요하니까요.
어차피 설명한 내용은 전부 아비도스의 상황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총학생회장의 실종으로 지원요청에 대한 응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애니메이션에서는 언급이 안되지만 트리니티와 게헨나 사이에 끼여있는 아비도스 입장에서는 양측의 평화협상 -에덴조약-이 이루어지기는 커녕 총학생회장의 실종으로 중단됐다는 것도 불안 요소니까요.
이후로 아비도스 시내에서 일어난 다툼을 통해 헤일로가 있으면 총알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을 묘사한 것 역시 초심자를 위한 배경 설명 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시로코가 선생을 만나고, 학생들을 소개받은 이후 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시로코가 선생에게 학교를 안내해주는 장면은 내레이션과 화면이 맞지 않습니다.
학교를 하나하나 전부 소개하기에는 그러니, 그냥 소개시켜주는 장면 위에 감독이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의 대화가 이어지게 한거죠.
시간을 아끼려고 한것 같지만, 그 사이에 선생이 시로코에게 현재 상황을 1:1로 설명해주는 장면이 툭 나오거나, 초반부는 상황에 맞는 대화 같아보이는데도 입이 안움직이게 해놔서 어색함을 느끼게 한다거나 하는걸 보면 연출 미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교전장면은 뭐...
학생들이 몰렸다는 느낌이 안들어요. 그냥 운동장에서 밀당한거잖아요.
탄약이 모자라답니다. 거의 텅빈 탄약 상자에서 호시노가 샷건용 탄을 두 개 정도 집어올려요. 노노미가 탄약이 모자라다고 대놓고 말합니다.
그래놓고 풀 오토로 갈깁니다. 개틀링이라 탄소모가 높을 노노미도 미친듯이 갈겨요. 니들 탄 남아? 점사 안해?
혼란이라고 해봐야 시로코가 노노미를 들이박은 것 정도고. 애들이 그냥 스톰트루퍼 빙의해서 허공에 삽질하는게 패배의 진짜 원인인가 싶어보입니다.
아니 패배도 아니에요. 밀리지도 않는걸. 헬멧단이 전진하지도, 아비도스 애들이 후퇴하지도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선생이 등장해서 연설을 하니 연설이 힘을 못받습니다.
긴장감이 없는데 뭔놈의 연설 버프?
이거 고칠 수 있습니다.
선생이 도와주겠다는데 '저희만으로 괜찮습니다!'라며 무작정 나섭니다.
노노미가 냅다 탄을 난사하는걸 두고 세리카나 아야네가 질타하는 장면을 넣어요. 맞지도 않는데 마구 갈긴다고.
시로코도 자기 멋대로 갈겨대니 한소리 들어야합니다. 교전 중에 탄이 없어서 '저 바보!'소리도 한번 들어야죠. 원래 이 포지션이 딱 시로코니까.
시로코가 탄약 보급하려다가 드론에 탄맞아서 멘탈 터지고, 시로코가 간신히 애들만 추스려서 데리고 오는 식으로
위기를 만들어야합니다.
선생의 말을 듣지 않아서 생긴 위기. 그리고 그 위기의 대가로 손실이 있어야해요. 운동장을 뺏기면 됩니다.
그리고 멘붕하기 직전인 상황에 선생이 맨몸으로 나사서 맞서는거죠.
그리고 선생의 마지막 말에 '뭔 개소리냐!'며 헬멧단이 총을 쏘는 순간 호시노가 딱 나서주는겁니다. 멘날 아저씨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아니라는걸 보여주는 좋은 장치죠.
이에 학생들이 호응하고, 선생의 지휘하에 판을 조금씩 제압해 나가면 괜찮은 연출이 됏겠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사실 전투 구성은 둘째치고...가 안되지만 아무튼 억지로 둘째친다치고 연출도 이상해요.
방금전까지 엄폐물 뒤에 있던 노노미가 일어서니까 골반 높이로 든 개틀링을 갈길 높이가 나온다고요?
호시노가 괴물딱지라고는 하지만 방패에 수류탄이 맞고 튕겨 나왔는데 이렇게나 무덤덤한 반응이라고요? 아니 시선을 수류탄 방향으로 내리기라도 해야죠.
옆에 있는 세리카는 수류탄 폭발 피해 안받아요? 수그리는 모션이라도 있어야지.
어떤 모지리가 방어측 공격용 수류탄을 피해도 안받게 던집니까? 수류탄이 바로 앞에 떨어져서 기겁하고 도망치는 장면이라도 나와야지?
아 그리고 총기반동의 대부분은 어디갔습니까. 이거 전부 레일건이야?
호시노 너 언제부터 원핸드로 갈겼어? 양손으로 쥐고 쏘다가 방패 들면 방패에 총을 기대는 식으로 해서 쐈잖니.
방패로 후려치는 호시노나 공중제비를 도는 시로코 등 잘된 연출도 있습니다.
시로코의 보급 장면 처럼 '조금만 더 손보지'싶은 부분도 있어요.
반면 대부분의 장면은 이상해요. 액?션 수준입니다.
헬멧단이 훨씬 액션감있게 쏴대요.
전투연출 시간이 없어요?
중간에 나오는 불량배 간의 대치전 빼면 됩니다.
애들 탄 맞아도 안죽는다는 묘사는 시로코의 마지막 사격으로도 충분히 되고, 그게 아니면 아직 키보토스에 익숙하지 않은 선생이 애들 총맞은거 보고 괜찮냐고 했다가 무안해지는 장면을 넣어도 돼요.
선생이 뭘 지휘하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싯딤의 상자를 왜 꺼낸거죠? 왜 손에 들고 밖으로 나간거죠? 왜 간지나게 손을 들고있는거죠?
아니 이쪽으로는 명일방주의 예시가 있잖아요. 저기 든거 아로나 아냐. 지휘 시스템 어디갔어요? 지시는 목소리로 하더라도 현장 지도에 애들 위치 정도는 띄워줘야 하는거 아니에요?
결국 되짚어보면 일상은 괜찮은데 전투가 문제입니다.
요스타가 돈을 안줬을까요? 그건 아닐겁니다. 여긴 벽람항로 애니메이션 당시에 퀄리티 문제로 큰 논란을 겪은 곳이라 예산을 막 커트하지는 않았을거에요.
제작진이 조졌다...가 정확하겠죠. 액션 장면이 나오는 작품은 작업량의 강약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액션장면에 힘을 빡 주는 식으로 가야하는데 그러질 못한 인상입니다. 이렇게 아낀걸 후반부에 터뜨릴게 아니라면, 마지막까지 전투장면은 볼거 없는 애니메이션이 될게 뻔해요.
문제는 오프닝에 이후의 이야기까지 살짝 보여주는걸 보면 결국 시즌제로 계속 작업하고 싶다는게 제작진의 의도라는거죠.
아마 제작진 바꿔야 할겁니다.
높은 확율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