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상황문답/종려] 당주대행은 피곤해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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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편⬇️ ‘같은... 감정...?’ 그의 말은 언제나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은 물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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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오늘 하루 동안 받아들이기 힘든 정보들을

전부 머릿 속에 들어와 정리하고 있자니,

굉장히 복잡한 당신이었다.

결국 당신은 스스로 호감이 생긴 장본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거의 다 털어놓았지만,

정작 자신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 그랬군요. 제 입으로 다 불어놓고, 엄한 분께.”

“그렇다고 자네를 탓하고 싶지는 않네.”

지금까지의 감정소모는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낙담에 가까운 당신의 표정을 보고,

종려는 위로하듯 살며시 자신의 외투를 벗어

당신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날이 저무니 일교차가 크군. 걸치고 있어.

난 괜찮은데, 너는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니까.”

그리고는 아까의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갔다.

흠뻑 취한 네 솔직함에,

나는 굉장히 오랜만에 사고가 정지되었네.

당연히 정중히 거절하고 거리를 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했어.

자네의 깊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네.

인간의 몸을 입은 나는 더 이상 신이 아니었고,

일종의 욕심같은 것이 피어오르는 게 느껴졌지.

그 날 술값을 계산하면서,

또 그 이후에 자네와 한 잔 더 기울일 때까지도

곰곰히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래도 이런 류의 기분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어.

모락스(종려가 신이었을 당시의 이름),

내가 그 이름으로 있었을 적,

리월의 선인중에서도

가장 절친했던 친구인 귀종에게서도,

다른 나라의 신 중에서 가장 오랜 우정을 지켰던

바람의 신 바르바토스에게서도...

단연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네.

그 감정은 자네와 가까워질수록 커져만 갔어.

아마 인간 남성의 몸을 입었던 탓인것같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야.

(-) 자네와 함께 있으면 미소를 짓고 있었고,

함께하지 않을 때면 종일 그대 생각이 났네.

이는 더 이상 일반적인 리월의 사람들에게서도,

전우에게서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척도가 아니었어.

생각할수록 이 특별하고 낯선 감정은

아무래도 애정의 증폭화 된 형태가 틀림없었고,

“...(-)”

다시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당신을 바라보았을 때,

“오로지 자네에게만 향하고 있었네.”

낮이 아닌 밤이 되어버린 시간임에도,

분명 아직은 쌀쌀한 날씨임에도,

“나의 전생이야기가 어떻다 한들

자네가 여전히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그리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달빛이 따스하게 당신을 내리쬐고 있는 듯 하였다.

“이 조건이 자네에게 전부 만족된다면,

부디 나의 첫 사랑이 되어주겠나?”

그리고 이 또한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란 직감이 들었다.

제군의 여생에 내가 감히 함께해도 되는 것일까?

그의 말은 리월의 신이라는 신분을 휘둘러

반강제로 자신을 사랑해달라는

비굴한 협박이나 명령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인간으로서의 여생을, 당신과 함께해도 되겠냐는

일종의 제안이자 요청이요, 계약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종려 씨는 자신과 내가 묘한 동질감이 든다고 했지.

‘뭐야, ...이 남자 귀엽네?’

‘잠깐...귀엽다니, 진짜 망한 건가?’

이젠 나도 모르겠다는 지경에 이르러

당신이 홀린 듯 하게 된 대답이 뒤따랐다.

“종려 선생님.”

“응,”

“당신이라는 역사에, 유일한 오점이 되어드릴게요.”

“...농담이지?”

꽤나 명쾌한, 그런 대답이.

-THE END-

블로그 글 역사 상 가장 길었던 종려 글...

종려x귀종 헤테로 끊어놓는게 목적이었는데

인간승리 나름 성공인가요?ㅎ 몰라 그렇다 쳐

둘이 절친이라고 공식에 나오는데 왜 자꾸 엮여

내 글에서 실존캐들의 헤테로란 없다

만약 헤테로라면 여러분이랑만 이어질 수 있어요^

이건 명령이자 협박맞음

...쨌든 아직 안 푼 떡밥 하나 있어요.

에필로그에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