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상황문답/시카노인 헤이조] 파트너(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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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필요로 하는 이 소년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쩌면

운명이자 필연은 아닐까, 하고.

-좋아하니까-

“...”

“...”

미코에게 아무런 변명조차 못 하고

덩그러니 남겨진 둘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그대로 다이샤를 내려와 펼쳐진 몽환적인 들판,

그 아래서 겨우 어렵게 입을 떼려니,

“헤이조...”

“으,응! 여행자!”

“...파트너라고 불러도 돼. 그냥.”

“...ㅍ...못 하겠어.”

상당히 떨리는 그의 목소리에,

당신은 여전히 상기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헤이조...?”

당신보다 더욱 심하게, 잔뜩 붉어진 그의 얼굴은

마치 열이 펄펄 끓는 듯 했다.

“파트너...라는 호칭, 역시.”

“전혀... 별 생각 없었는데...

에잇, 괜히 미코 씨 때문에!!!

...계속 그렇게 불러도 돼!”

절레절레 고개를 젓던 그가,

한숨을 푹 쉬고 다음 말을 잇는다.

“...미안, 그럴 수 없어.”

“...왜?”

특별한 애칭처럼 불리던 ‘파트너’ 라는 호칭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당신은 아주 조금 우울해지려던 참이다.

헤이조는 입을 달싹이기도 하고

마른 침을 삼키며 뜸을 들이더니,

“진짜로 좋아하게 되어버린 사람에게,

함부로 오해사게끔 만들고 싶지 않아.”

...라고. 그러니까 이 말은,

“...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몰랐어?”

“어어???”

헤이조의 얼굴은 점점 더 달아올라

귀 끝까지 붉어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그랬듯 강단있는 눈빛,

그리고 덤덤한 말투로,

당신에 대한 속마음을 풀어낸다.

“난 그렇게나 매일 너를 찾아오고,

귀찮게 장난도 쳐 보고,

좋아할까 싫어할까 망설이다 손도 잡아보고,

떠나려는 널 붙잡고...

안 떠나겠다는 널 보고...”

“...”

“지나치게 안심한 표정도 지었는걸.”

“말한 건 전부 눈치는 챘지만,”

“하하, 역시.”

딱콩-

“아얏! 무슨 짓이야 파트너!”

당신의 딱밤에 아프다는 표정과 함께,

저도 모르게 파트너라는 호칭을 사용한 그.

그가 무어라 말하기도, 당황하기도 전에,

“헤이조, 네가 이렇게 말해주지 않으면,

나는 알 수 없다고!”

당신은 익살스러운 말투로,

약간의 불만과 애정이 담긴 말과 함께,

이나즈마에 있던 어떠한 꽃 보다도

활짝 피어나는 듯한 봉오리처럼 미소지었다.

그와 동시에 헤이조의 시간은 그곳에 멈춰버려

잠시나마 드물게 보이는,

그의 고장나버린 벙찐 표정을 유지하게 했다.

둘은 서로가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이나즈마에서의 짧지 않은 생활 끝에 깨닫는다.

“음, 파트너... 라는 말, 꼭 그런 뜻은 아니니까.”

“...”

“헤이조, 귀 좀!”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괜시리

그의 귀에 입을 가져가,

반은 사심, 반은 욕심으로 가득찬 말을 내뱉는다.

“사실은 나, 그런 오해를 받아도 기뻤어.”

“...여행자 너어!!!”

과부하가 온 그의 표정은 처음보는 것 같지만,

지금이 아니면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세계를 지나서라도 다시 놓고 싶지 않은 인연은,

어쩌면, 헤이조 너 일지도 모르겠어.”

“...여행자...”

헤이조는 감동으로 가득 찬

눈망울로 당신을 응시한다.

녹색 눈동자라는 게,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었나?

“날... 날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기적처럼 같은 마음이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파트너.”

-시카노인 헤이조-

후일담, 돌아가는 길.

“그.. 허락이 늦었지? 미안해. 내가 욕심이 과했어.”

“응?”

“...손, 멋대로 잡은 거”

“괜찮은데? 어차피 우리 이제 사귀는 거 아냐?”

“그래서 말인데, 지금 손 잡아도 돼?”

“빨리도 물어본다 정말... 당연히 되지.”

“맞다, 그리고”

“...응?”

“나도 사실 싫지 않았어.”

“뭐가?”

“그런 ...오해.”

“...!!!”

“있지, 파트너. 오해를 풀기 귀찮다면,

우리 차라리 진실과 비슷한 상황으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그것 참 미친 것 같고도...기발한 발상이네?”

“싫다면 바로 말해줘야 해 (-).”

“...리가. ”

능글맞은 탐정님과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연애는,

어쩌면 생각보다 더 요란할지도.

-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