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케랜드

보통 어떤 게임이 성공했을 때, 그 이유를 파악하려면 그 게임만이 가지는 디테일을 파악 해야한다고 배웠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씀이다. 성공의 인과관계를 알고 싶은 것인데, 대충 다른 곳에서 다 있는 걸 가져오면 잘해야 상관변수, 심하면 오히려 디메리트를 성공 원인으로 짚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기자기해서 성공했다 -> 다른 아기자기한 게임은 왜 망했냐?

그런 점에서 아르케랜드를 플레이 해본 나는 조금 난감함에 빠졌다.

비교군이 되는 모바일 턴제 srpg 장르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억이 나는 것은 일본의 판키라(phantom of kill)와 누구를 위한 알케미스트 정도.

그마저도 요즘 게임은 아니라서 비교가 애매하다.

어쩌면 경쟁상대가 없는 것이야 말로 아르케랜드의 가장 강력한 장점일지도 모르겠다. 모바일 시장에 rpg나 퍼즐, 액션 게임은 얼마든지 있지만 srpg는 손에 꼽으니…

우선 아르케랜드는 퀄리티가 높은 편이다. 모바일이 아닌 일반적 srpg 종가인 파이어엠블렘, 슈퍼로봇대전 등 유수의 작품들과 비교해도 퀄리티가 높다.

너무 당연한 기본기지만 굉장히 큰 이점으로 보인다. 파이어엠블렘 히어로즈는 풍화설월로 유입된 내게는 너무 가혹했다.

아르케랜드는 최신 니즈를 만족하고 남을 캐릭터 모델링, 일러스트, 연출을 포함한 종합적인 아트웍을 갖추었다. 보이스도 안정적이다.

스토리, 좋지 않다. 어떤 커뮤니티에서도 스토리를 찬양하는 얘기는 본 적이 없고, 빌드업이라 기대하며 꾸역꾸역 챙겨보던 나를 스킵 중독자로 바꿔놓았다. 한국 한정 서비스임에도 번역이 들쭉 날쭉해서 반말을 하던 캐릭터가 존댓말을 하고…

전투 시스템은 단조롭다. 뭔가 수상한데서 깊게 빠지기 마련인 srpg 치고는 확률 요소가 없고, 무상성상위속성(빛)이 있으며, 병종이나 카운터 개념도 희박하여 전략성 보다는 rpg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모바일화를 위해 의도한 것 같다. 스펙이 상성에 앞서고, 턴 되돌리기를 팔고 있으며, 레벨과 장비(룬 포함)의 역할이 압도적으로 커서 스펙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면 아무 생각 없이 auto로도 충분하다.

반면 보상을 수급하는 튜토리얼의 난이도는 상당한데, 정해진 방식으로 퍼즐을 풀듯이 플레이하지 않으면 절대 깰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작 방식을 알 때까지 맞게 한다고 해야할까. 대신 확실하게 캐릭터의 성능을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을 만드는 장점도 있다.

종합적으로 꽤 좋은 플레이 경험을 받았다.

퀄리티 있는 srpg에 대한 욕구를 모바일에서 찾아, 적당히 인권 캐릭터와 전용 무기로 떡칠을 해놓으면 평소에는 소탕과 auto로 편하게 돌리면서 가끔씩, 초회 플레이로 도전하거나 강한 적이 나타났을 때 전략적 플레이의 재미(기울어진 밸런스의 캐릭풀에 의존하지만)을 맛볼 수 있다.

과성장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꾸준히 지속하게 될 룬 파밍, 약속의 땅, 특성 등을 통해 일반 수집형 보다는 높은 성장감을 제공하고, 캐릭터 성능과 전용 무기 등의 체감도 크게 만들어 과금에 대한 욕구를 수집형 게임처럼 느껴지게 했다.

srpg 장르를 모바일 문화에 잘 맞는 방식으로 이식한 게임이 아닌가 싶다. 유저는 게임을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기에 마치 ott처럼 유저가 하고 싶은 때에 하고 싶은 만큼만 하게 하는 것, 그걸 반복시키기 위해서 약간의 넛지만 가해주는 게임이 주류가 되고 있지 않나 싶다.

다만 그런 바람이 중국게임을 중심으로 불어온다는 것은 다소 씁쓸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