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사이드 OT (게임회사 인수인계 문서) - 입사에 앞서

제가 한 7살 즈음이였을 때, 처음으로 컴퓨터를 받았습니다. 아마 당신은 <희망> 이란 노래에 대해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재미있게 즐겼던 첫 온라인 게임인 <그랜드체이스> 의 노래인데, 명곡이니 나중에 들어 보세요. <우릴 모은 꿈이 하나 된 이곳> 이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네, 여기는 그런 자리입니다. 당신이 제 마음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 사람일지는 제가 도저히 알 수 없지만, 가급적이면 이해받길 원합니다.

한 때 저는 필사적으로 →→키를 누르는 어린이였습니다. 게임이 너무 재미있어서 언제까지나 그 일만 하고 살고 싶었었어요. 아마 <리그 오브 레전드> 가 동시대에 존재했다면 전 프로게이머를 꿈꿨을텐데, 아쉽게도 <그랜드체이스> 는 프로 리그가 창설되지 않았네요. 생각해보면, 어머니가 저를 위해 그랜드체이스 간이 대회를 열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참가자는 3명 뿐이었고, 모르는 사람 두 명이 절 2:1로 다구리쳐서 최악의 추억이 된 채 끝났긴 한데… 무슨 마음으로 열어주셨던 건지야 지금에서라면 알 것 같네요.

모든 우리가 재미있게 즐기는 것들엔 그 뒤의 이면이 있습니다. →→키를 눌렀을 때 앞대시가 나가도록 기획한 사람이 있겠고, 그걸 코드로 설계한 사람들도 있겠네요. 무슨 마음들로 그랬을까요. 돈을 벌고 싶어서? 글쎄요… 살면서 돈이 중요한 것도 맞는데, 돈은 결실이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이 게임을 만드는 진짜 목적을 잊지 않는다면, 그럼 언젠가 당신 스스로를 지킬 만큼의 돈은 벌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여러 사람들을 도우려면 더 노력해야겠지만. 그러려면 게임 외의 다양한 분야도 공부해야 합니다. 사업이라던가, 하지만 게임으로 돌아가 보죠. 게임은 왜 만들까요? 네, 재미있으라고 만듭니다. 그럼 왜 재밌게 해 줘야 할까요? 어머니의 마음을 떠올려 보세요. 재밌게 즐기는 거 보면 좋잖아요. 그리고 그 재밌게 즐긴 사람들이 나중에, 누군가들을 또 즐겁게 해 주고. 그런 식으로 세상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며, 우리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전에 존재했던 모두가 동일한 마음이였고, 앞으로 존재할 사람들도 언젠가 이러한 마음들을 이해한 채 즐거운 게임들을 만들어갈 거예요.

당신에게 주어진 자리는, 당신의 힘으로 개척해 낸 자리입니다. 그런데 애초에 그 자리를 만든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어떻게 사람들을 즐겁게 할까 노력하고 고심한 선대들입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스스로에게 뿌듯해함과 동시에 모든 사람들에 대한 감사 역시 느껴야 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강할 수록,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 자리인지 체감하고, 그럴 수록 더 일을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제발 부탁인데, 영광을 만들어 주십시오. 이어받을 사람이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 역사와 문화, 모든 계보는 끊기는 것입니다. 게임이 재미있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들의 길이 얼마나 찬란하고 멋진 것인지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게임을 왜 하냐고요? 재밌어서 하는 건데, 재밌게 즐긴 다음엔, 감사하고 그 뒤의 이면을 봅시다. 얼마나 많은 노력이 녹았는지를, 그리고 깊이 이해했을 때면, 같이 역사를 만들어가 주세요.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저희와 함께하고 있고, 존재할 모든 사람들도 저희와 함께합니다.

당신을 믿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길을 멋진 것으로 만들어 주세요. 모든 것을 헛되이 만들지 말고, 더 멋지고 찬란한 것으로 바꾸어 주세요. 고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zfFPpO7-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