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들이 만든 서브컬처 게임, 넥슨 <블루 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의 첫인상은 일본에서 만든 게임이라 확신했다. 총을 든 미소녀들, 청량한 학원물 느낌의 일러스트 어느 것 하나 국산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요소들 투성이였다.

그러나 정보를 찾아보니 국내 굴지의 대기업 3N(넥슨, 넷마블, NC)의 주축인 넥슨이 개발한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이었다. 충격적이면서도 반가움과 기대감이 앞섰다. 이미 서브컬처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안정적으로 서비스 중인 게임이고 지난 1월에는 양대 마켓 1위라는 호성적을 거뒀기에 기대감은 더욱 불어났다.

▲ 일본 서비스 2주년, 인기 캐릭터 '미카'의 픽업 이벤트에 힘입어 양대 마켓 1위를 달성했다.

흔히 '갈라파고스화'되어 일본식 모바일 게임이 강세를 거두는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것은, 국산 게임임에도 얼마나 서브컬처적인 요소를 잘 파고들었는지를 입증하는 사례다.

개발 총괄을 맡은 '김용하'PD는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코스어 아내를 둔 성덕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으며,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서브컬처 모바일 카드게임 <큐라레: 마법 도서관>의 디렉팅을 맡은 바 있다. 여기에 2014년 NDC(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모에'를 주제로 강연을 할 정도였으니 김용하 사단의 덕력은 이미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발진들의 덕력이 집결되어 완성된 <블루 아카이브>는 어떤 게임일까?

▲ 전설의 그 장면 '자 부끄러운 표정으로'

'다음 내용 빨리 주세요' 궁금증을 자아내는 스토리

한창 청자들의 흥미를 돋게 만드는 구간에서 나오는 '다음 시간에(To be continued)'는 실망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마법 같은 문구다. '블루 아카이브' 또한 특정 스테이지 및 조건들을 충족해야 다음 이야기가 열리기에 예외는 아니었다.

게임은 프롤로그부터 알 수 없는 말들로 유저들에게 떡밥들을 내던진다. 유저는 기억이 사라진 채로 학원도시 '키보토스' 총학생회 건물에서 깨어나게 되며 선생님이라는 설정을 지니고 있다. '학원도시'는 키보토스는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학원'이 기본적인 독립 행정 자치구역으로 인정되며, 총학생회는 학원들을 통제하는 상급 기관이다.

현재 '총학생회장'의 실종으로 몇 주간 학원도시의 통제권이 사라졌지만 선생의 활약으로 통제권을 복구하게 된다. 이후 통제권을 총학생회에 넘기고 선생은 연방 수사부 동아리 샬레 소속의 담당 고문 교사가 되어 여러 학생들을 도와주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열리는 메인 스토리

▲ 의문의 여성이 건네는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학원도시 키보 토스에서 깨어나게 된다.

메인 스토리들을 진행하면 각 학교에 존재하는 동아리에 소속된 학생들과 얽히게 된다. 초반 단순한 학원물같이 평온하면서도 밝은 일상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이야기를 진행할수록 초반 밝은 분위기와 묘하게 대비되는 어둡고 의문점이 많은 상황들을 연출하며 유저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스토리는 '2D 비주얼 노벨' 형식으로 진행되며 스탠딩 일러스트에 다양한 표정, 컷신, 이모티콘 및 상황에 맞는 배경음악과 효과음 연출로 몰입도를 높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워낙 각 캐릭터들의 매력이나 스토리의 몰입도가 좋기에 더빙이 없는 것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 초반엔 밝은 분위기와 대조되는 스토리 후반의 모습이 오히려 궁금증을 자극한다.

'진짜'들이 만든 게임은 다르다.

유저들이 '블루 아카이브'에 열광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서브컬처 마니아들을 저격하는, 소위 말해 '모에' 요소가 가득한 캐릭터들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여기에 캐릭터와 유저 간의 간극을 좁혀주는 각종 요소들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서브컬처 장르에서 '캐릭터를 잘 만들어 냈는가?'에 대한 척도 중 하나로 팬들이 직접 만드는 '2차 창작물'을 꼽는데,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을 포함한 해외는 물론, 한국섭 출시 이전부터 다양한 한국인들의 2차 창작물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먼저 세계관에서 유저는 유일한 어른으로 묘사되고, 학생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호감적인 이미지로 그려진다. 그렇기에 마치 '하렘물' 처럼 자연스럽게 많은 학생들과 얽히게 되고 인연을 맺게 된다.

해당 요소를 가장 극대화한 시스템이 바로 '모모톡'이다. 모모톡은 유저와 캐릭터가 대화하는 일종의 메신저 시스템으로 각 캐릭터마다 정해진 인연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며 진행되며, 자유로운 채팅이 불가능한 일방향적인 시스템이다. '인연 스토리'는 인연 랭크에 따라 스토리가 오픈되며 보상으로 각 캐릭터의 인연 스토리 컷신이 '라이브 2D'로 연출되는 메모리얼 로비를 획득할 수 있다.

▲ 비주얼은 물론 다양한 캐릭터성까지, 개발진의 덕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모모톡 시스템 개요

▲ 인연 스토리 보상으로 획득 가능한 메모리얼 로비

수준급의 SD 캐릭터 모델링과 디테일도 호평받는 부분 중 하나이다. 어색한 부분 없이 캐릭터들의 매력을 잘 압축시켜 SD 캐릭터로 표현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게임 내 존재하는 '카페' 시스템에서 가구를 배치할 수 있는데, 해당 가구와 상호 작용이 가능한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션들은 섬세함이 묻어나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 전체적인 캐릭터들의 SD 모델링이 어색함 없이 잘 뽑혔다.

▲ 수인(강아지) 캐릭터인 히비 키가 신은 운동화에 그려진 강아지 발바닥 문양

▲ 섬세함이 묻어나는 가구 상호 작용 모습 / 출처: 유튜브 종말맨님

게임은 일정 기간 간격으로 특별한 테마의 이벤트를 진행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최근 운동회를 테마로 삼은 '황륜대제' 이벤트를 시작하였으며 이벤트 기간 동안 각종 재료 보상과 이벤트 캐릭터 복각(픽업 확률 상승), 무료 제공 캐릭터 등의 풍족한 혜택을 이벤트 기간 동안 누릴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이벤트와 관련된 특별 스토리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팬들의 평가가 좋은 편이다.

▲ 일정 기간 간격으로 진행되는 테마 이벤트

심플하면서도 전형적인 전투 디자인

블루 아카이브의 전투 디자인은 전형적인 모바일 수집형 게임에 가까운 형태로 진행된다. 전투는 자동으로 진행되며 유저가 직접 개입하여 적합한 상황에 스킬을 사용하는 것 이외에는 조작 부분에서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없다.

각 캐릭터는 선호 지형, 공격 타입, 스킬 코스트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콘텐츠나 지형, 적의 타입에 따라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도록 팀을 구성해야 한다. 콘텐츠는 재료 수집, PVP, 레이드 등이 존재한다.

상성별 다양한 캐릭터가 마련되지 않아 조합이 고착화됐기에 이른바 '쓸놈쓸(쓸놈만 쓴다)' 형태를 보여주기에 크게 전략성이 고려되지 않는다. 또한 유저의 레벨에 따라 캐릭터의 최대 레벨도 결정되기 때문에 게임이 풀리지 않으면 단순히 레벨로 찍어누르는 형태를 보여주기에 *'분재형' 게임 스타일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분재형 게임: 캐주얼하고 플레이 타임이 30분 미만인 간단한 방식

▲ 블루 아카이브 상성표, 간단하게 같은 적과 같은 색깔의 유닛을 배치하면 된다.

▲ 지형에 따라 성능 체감이 제법 크게 느껴지는 편이다.

▲ 스킬 연출은 간결한 컷신으로 연출된다.

이용자층을 제대로 저격한 마케팅, 그리고 애정

이용자층이 이용자 층인 만큼 이를 활용한 마케팅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에선 픽업 시즌에 아키하바라에 광고를 올리거나 픽시브에서 공모전을 열어 2차 창작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었다.

한국에선 우연히 뜨게 된 '몰?루'밈을 활용하여 직접 홍보에 사용하여 호응을 얻었고, 개발진 코멘터리, 한정 기간 블루 아카이브 콜라보 카페 오픈, 프랭크 버거와 협업하여 한정 이벤트 메뉴 출시 등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활발히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 개발진 코멘터리 모습, 디렉터님의 티셔츠가 눈에 들어온다. / 출처: 블루 아카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 ???: 어이, 저 녀석에게 그 '씹덕' 하나 내줘. / 출처: 블루 아카이브 공식 카페

김용하 PD의 발자취, PV 애니메이션 제작, 개발진들의 개발력과 덕력이 넘치는 모습에서부터 블루 아카이브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넘치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들이 실제로 게임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유저들도 많은 애정을 쏟아붓는 듯한 느낌이다.

한때 게임위 관련 논란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더욱 단단해진 듯한 '블루 아카이브', 최근엔 공식 애니메이션화까지 확정되며 IP 확장에도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성덕들이 만든 서브컬처 게임을 찾는다면 '블루 아카이브'로

앞서 언급했듯 게임 플레이 자체는 크게 특별한 점이 없는 편이지만 본래 서브컬처 수집형 게임의 핵심은 '수집'이다. 콘텐츠의 클리어와 경쟁보다도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캐릭터를 획득하고 수집하는 것 자체에 중점을 두고 플레이를 천천히 즐긴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다. 반전 매력을 지닌 몰입도 높은 스토리, 게임 플레이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캐릭터들의 매력 등 '국산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된다.

▲ 여기까지 찾아왔구나 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