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소울에는 감동이 있다!
한국형 수집형 RPG로서 블루아카와 니케가 쏘아올린 공을 이어 나타난 작품이다. 꽤 늦게도 나온지 거의 반 년정도 돼서 플레이를 해보았는데 다른 게임과는 다른 방향과 색채로 무장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았던 점
1. 모션에 대한 집착
에버소울은 바보야… 캐릭터들의 생동감 밖에 모르는 바보 ㅠㅠ… 3D모델링에는 2D에서는 줄 수 없는 감동이 있다!
특히나 바스트 터치에 대한 전용 모션은 작심하고 만든 게 아닐까 싶고, 내러티브나 영상미를 통해서 어필하는 작품들 대비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주는 후킹요소가 아닌가 싶다.
2.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
기본적으로 스테이지형 자동 전투의 AFK 아레나형 게임이지만, 몇몇 모드에서는 포켓몬처럼 맵을 탐험하고 필드 위의 적과 싸우는 게임 방식을 지원한다. 이건 꽤 괜찮았는데 홈에서 전투력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닌, 원신이나 스타레일처럼 돌아다니는 재미를 주는 점과 그걸 활용해서 던전으로 엮은 게 좋았다.
비슷한 게임이 범람하는 만큼 조금이지만 색다른 느낌이 좋았고, 개발적으로는 활용도가 무척 높은 기획력이 느껴졌다.
반례로 백야극광이 있겠는데, 퍼즐이라는 게임성은 매우 탄탄하지만 탐색, 하우징이 사실상 독립된 미니 게임을 만드는 거나 다름 없는 리소스를 사용했다면, 에버소울은 3D맵을 SD 캐릭터로 활보할 수 있게 한 뒤 약간의 전투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으로 스토리용 (주간) 던전, 로그라이크 던전, 하우징의 삼위일체 이뤄냈다. (심지어 호감도 퀘스트에도 엮어서 풍화설월의 느낌도 난다.)
3. 혜자로움
에버소울의 과금 정책은 꽤 라이트 유저에게 친화적이 아닐까 싶다. 많른 수집형 게임들의 과금 모델이 초반에 많은 재화를 베풀고, 유저의 호감도와 매몰도가 높아질 때 즈음 재화량을 줄여 과금을 유도한다 라면, 에버소울은 초반에 많이 주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재화를 뿌려준다.
특히 우정뽑기의 압도적 효용, 모험과 상점을 이용한 에픽 수급력, 일퀘의 수급력 등을 생각하면 소전 / 코레류에 비할 바는 아니어도 꽤나 무소과금 친화적으로 느껴진다. 아니, 케어력이 매우 높은 천장 시스템을 보면 근본적으로 혜자롭다.
개발자로서는 이래도 되나? 싶긴 했는데… 순서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에버소울은 좋은 캐릭터 하나(또는 몇 명) 뽑았다고 갑자기 날아오르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같은 캐릭터(8번) 뽑고 그걸 성장시켜줄 레어 등급 캐릭터의 수급이 필요한 꽤 어려운 구조로 뽑은 거 축하드립니다! 근데 성장은 재료 더 모아서 키우세요! 라는 식이다 보니… 획득의 쾌감은 빨리 주는 대신 성장을 늦춰 밸런스를 맞춘다는 느낌이다. 거기에 최고점까지 18개의 중복 캐릭터가 필요한 것, 캐릭터별 성장치가 전체 성장치에 영향을 미치는 리니지 도감식 보너스 구조를 생각해보면 고래 유저를 타게팅해서 시장 분리를 마친 것 같기도…?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혜자롭다.
아쉬웠던 점
1. 3D와 2D의 이질성
스타레일이 3D 모델 + 3D배경을 가져갔으며,
아르케랜드는 2D 원화 + 2D 원화 배경을 차용했다면
에버소울은 3D 모델 <-> 2D 원화 배경을 사용했다.
처음에 어 이거 왜…? 부자연스럽게 느꼈졌다.
우마무스메처럼 카툰렌더링을 토대로, 원화를 배경을 사용하는 선례를 따른 것 같지만 뷰의 차이와 장르적 차이가 이런 이질감을 돋보이게 한 게 아닐까 싶다.
게이머로서는 아쉽지만 개발자로서는 수긍할 수 밖에 없다.
대다수의 경우 캐릭터만을 신경쓰고, 오픈월드 게임도 아닌 일반 수집형 장르에서 캐릭터와의 일치성 때문에 3D 레벨을 캐릭터의 디테일과 붙여둬도 부자연스럽지 않을 퀄리티로 만든다는 건 쉽지 않다. (특히나 프로토타입을 뽑아봐야 할텐데 맵부터 만들어야한다면…)
2. 반복 컨텐츠의 아쉬움
기원의 탑, 던전, 하우징, 스토리(메인 + 이벤트)로 적잖은 볼륨을 가지고 있지만 출퇴근 길에 틈틈히 하는 걸로도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컨텐츠의 한계가 보이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건 분재게임의 특성과도 같다. 그럼 이 아쉬움은 뭘까? 반복 컨텐츠의 아쉬움이었다. 경쟁 컨텐츠 제대로 하면 mmorpg 못지 않은 시간을 경험하게 되는 브라운더스트, 영원한 거지런의 소녀전선, 세컨폰 구매를 강요하는 라스트 오리진 등… 효율은 낮을지언정 이 게임에 빠진 헤비 유저가 지속할 요소가 낮다. 즉, 라이트하다. 가끔 시간이 남아도 둘러보는 게 전부라는 말이다. 심지어 무계획적으로 소탕을 몇 번 해버린 이후라면 더욱 그렇다. 스토리 위주의 PVE 게임의 중심이 피로도를 높이는 반복에 있으면 안되는 건 자명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좀 아쉽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해서 니케처럼 극히 높은 난이도를 토대로, 다음 지역을 열고, 게임을 더 하고 싶다면 순순히 과금을 해라! 라고 하는 난이도도 아니고… 친구 찬스로 하루 5번은 꼬박꼬박 전진시켜주는 혜자로움 탓에 역설적으로 할 게 없는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에버소울은 독특하다. 최고의 게임이 아니면 강제로 한철장사만 해야하는 수집형 게임 업계에서 좀처럼 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왜 르웨인은 왜 인연스토리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