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상황문답] 여행자여, 보물을 원하는가

* written by. 낙낙

* 모바일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캐릭터 해석이 매우 주관적입니다. 이 점 유의해 주세요. (호감도 대사 사용)

<最終戰>

* 최종전 팸미션 글입니다.

* 주제 : 솔로몬의 72악마 / 받은 주제 : 72위 안드로말리우스 (원신 종려 선택)

* 안드로말리우스 : 소환하면 손에 큰 뱀을 든 사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안드로말리우스의 힘은 악행과 부정을 적발하고 도난당한 물건을 찾아내는 것. 모든 도둑과 악인을 처벌하고 은닉된 보물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이런 역할과 능력 때문에 후대에는 『정의의 백작』, 정의백(正義伯)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정의라는 별명과 악인을 벌하는 능력은 악마와는 어울리지 않게 느낄지도 모르지만, 원래 기독교에서는 악인을 처벌하는 것도 악마의 임무다. 악마 또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와 나와 「계약」으로 맺어진 벗——

그럼 계약 범위 안의 일이라면 나와 상의할 수 있어

only. 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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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려

    종려

    "누군가에게 버려진 진귀한 보물이군. 우연히 얻은 물건이지만 나름 운치가 있지 않은가, 친구."

    현재 종려라고 불리고 있는 그는 원래부터 불리는 이름이 많았다. 「암왕제군」, 「계약의 신」, 「주방의 신」 등등 그를 부르는 이름은 예부터 다양하게 존재했다. 그는 그중 계약의 신으로서 계약의 도시인 리월을 지켜주었다. 그들을 지켜주겠다는 최초의 계약, 그것이 그가 계약의 신이 된 이유이다. 더불어 현재 티바트 세계에 쓰이고 있는 '모라' 역시 그가 만들어낸 것이라 간혹 「경제의 신」으로도 불리고는 했는데 그는 돈에 대해선 '아쉽게도 까먹었어.' 이 말로 모르쇠를 시전 중이다. 그렇게 똑똑한 바위의 신이 자신이 한 일을 잊었을 리는 없겠지. 그럼에도 그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모두에게 공평하기 위해서라 한낱 여행자인 나는 짐작할 뿐이다. 언젠가 그는 '사람들이 「계약」을 준수하고 계약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공평」하길 원해서야. 다만 이점을 의식하지 못할 뿐이지.'라고 말했다. 계약과 공평이라, 퍽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나열이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계약 속에서 공평했을까?

    종려 선생님, 편하게 종려는 계약 속에서 공평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한 많은 여정에서 알 수 있었다. 천리와의 계약, 얼음 여왕과의 계약은 그에게 별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최초의 계약은 그의 친우, 전우들을 앗아갔다. 그리고 최초의 계약은 홀로 살아남은 그의 심복- 호법 야차를 계속해서 싸움으로 내몬다. 이것이 과연 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는 간혹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마신을 처벌하고 리월을 지킨 수호신에게 남은 것이라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자유뿐이라 생각하며 나는 보물 상자를 마저 열었다.

    맞아, 저번 향릉과의 음식 계발할 때 그녀가 데리고 다니는 누룽지를 보며 그는 짐짓 그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후에 들은 이야기로는 누룽지는 원래 부엌의 마신이었고 종려와 함께 어울렸다고 했다. 그는 힘을 과도하게 사용해 마모가 되어버린 자신의 친우를 말없이 지켜봤다. 본능적으로 그와 호법 야차를 기억하는 누룽지는 그저 웃으며 그들을 반길 뿐이었다. 그렇게 그는 누룽지를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겨 자신의 오랜 친우인 야타용왕을 보러 갔다. 본래 신의 보좌관이었던 자신을 잃고 사람을 해치려고 했던 친우를 죽일 수 있음에도 봉인을 택한 그는 무슨 심정이었을까. 신의 심장이 없는 상태라고 해도 친우의 봉인이 풀리면 그는 기꺼이 싸움을 택하겠지. 그렇게 그는 한참을 빛나는 나무 아래 있다가 또다시 발걸음을 옮겨 유리 백합이 잔뜩 피어있는 경책 산장으로 향한다. 자신을 바쳐 땅을 가꾸고 힘을 다 써 유리 백합이 되어버린 친우를 기억하는 그는 조금 슬퍼 보였다. 신 위의 신인 천리가 그에게 내리는 벌은 이토록 가혹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물 상자를 정리한 나는 기지개를 한 번 피며 주변을 둘어보았다. 보물 상자 나침판은 노란빛을 뿜으며 더 위쪽에 보물 상자가 있다며 나를 재촉했다. 이미 높은 바위를 오르느라 힘이 빠질 때로 다 빠졌는데 더 올라가야 한다니 페이몬이 이를 알면 짜증을 낼 것이 당연했다. 벤티나 카즈하와 함께 했다면 날아서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 쓸데없는 생각이 드는 걸 보아 아직 덜 힘든 거 같기도 하고. 아쉽지만 그들이 곁에 없으니 직접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며 일어나 오를 채비를 하는 나를 보던 그는 말없이 기둥을 세워 조금이라도 편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러나 조금 심통이 난 나는 투정을 부리고 만다.

    "리월의 보물 상자는 찾기 너무 어려워요. 어째서 이런 곳에 남긴 걸까요?"

    "그건- 아쉽게도 까먹었어. 내가 아무리 신이라고는 하나 그걸 다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네. 아주 미안하게 됐어."

    "마음에도 없는 소리 감사해요, 종려 선생님."

    지금까지 이어져 온 모든 계약을 기억하고 모라를 만들어내는 그가 잊었을 리가 없다. 여러 여행에서 나눈 대화들로 깨달은 사실이다. 뾰로통한 나의 말에 그는 하하- 크게 웃으며 뒷짐을 졌다. 여유로울 때마다 나오는 그의 습관 중 하나였다. 그가 뒷짐을 지면 조그마한 암석이 주변을 떠다녔고 '더 가고 싶은 곳은 없어?' 물어왔다. 그러나 오늘은 잔잔한 미소만 지으며 서 있을 뿐이다. 나는 그 뒷모습을 째려보다 그가 세워준 기둥에 올라타 힘껏 점프를 했다. 리월의 바위는 역시 더럽게 높다. 끙끙거리며 발 디딜 곳을 찾자 그는 자연스럽게 내 발을 빈 곳에 올려주며 질문했다.

    "「계약」은 「우정」과 「정」을 구분하고 측정할 수 없어.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우리의 우정의 무게를 잴 수 있을까? 「친구」, 너는 답을 아는가?"

    바뀌는 공기, 인간을 심판하던 노란빛의 눈동자가 번뜩 빛난다. 저절로 침이 꿀꺽 소리를 내며 넘어가는 순간에 눈치 없는 페이몬만 시끄럽게 날고 있을 뿐이다. '으우우! 그런 건 모르겠고 종려! 보물 상자 좀 더 줘!' 한 마디로 풀어지는 공기 그리고 이어지는 '난 이미 신이 아니지 않나.' 가벼운 답변. 이내 발도 제자리를 찾아 사뿐히 착지. '우와, 나 방금 심판받은 건가.' 쓸데없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말해야 신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 생각도 함께 말이다. 발을 잡아줬던 손을 가볍게 턴 그는 아직도 얼어있는 나를 눈치챈 것인지 주위를 둘러보며 가벼이 입을 열었다.

    "이런, 마물이 또 날뛰기 시작하는군. 나는 최초의 계약을 지키러 갈 예정인데 친구는 어떻게 하겠나, 자네의 선택을 존중해."

    "같이 가요. ... 있죠, 종려 선생님. 우리 우정의 의미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이렇게 서로 도와줄 정도면 나름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죠?"

    "자네 다운 답변이군.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네. 그러니 내가 자네와 함께 하는 거겠지."

    마와 인간을 차별하지 않고 공평하게 계약에 의해 처벌하는 리월의 신은 오늘도 계약을 행하기 위해 움직인다. 악을 처벌하고 선에겐 선물을 주는 그는 여전히 신 그 자체였다.

    공백 포함 : 2,952 자

    공백 미포함 : 2,172 자

    첫 팸미 완성입니다! 주제를 받자마자 종려가 생각나서 호로록 써봤는데 역시 종려쿤.. 멋집니다..

    앞으로 종종 팸미로 찾아뵐 수 있을 거 같아 설레네요! 느낌표가 모든 걸 말해주리라 믿습니다!!

    평소 종려에 대해 생각했던 걸 쓰다보니 대화보다 독백이 많은 거 같네요. 역시 종려쿤... 따봉...

    요즘 원신에 흠뻑 빠져버려서 원신 관련 글만 쓰게 되네요. 역시 원신 최고!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