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미도:남국장x시나바]사귀진 않음

시나바 심문스토리 약스포

"저, 죄송하지만, 연락처 있으세요?"

또다. 시나바와 순찰만 돌면 하루에 몇 번씩 이런 일이 생긴다. 시나바는 자기를 올려다보며 서있는 여성을 밀치지도, 그렇다고 연락처를 건네주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굳어 얼굴만 화악 붉혔다.

"아니, 저는..."

"괜찮아요! 천천히 말씀하세요... 너무 잘생기겼어요."

"아... 감사합니다만 저는..."

뻘뻘대는 시나바가 난감한듯 뒷머리를 만지작거리다 이쪽을 쳐다본다. 오늘로 세번째 구조요청이다. 나는 코트에 손을 푹 찔러넣은채 인파를 제치고 시나바의 옆에 서서 팔을 휘감았다.

"실례지만 제 일행이라서요. 다음에 인연이 있기를."

그리고 뒤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난데없이 플러팅을 저지당한 어이없는 상황에 약간 짜증난듯 '저기요!' 하고 외치는 소리를 애써 외면한 채 그대로 시나바를 끌고 나와 달렸다. 시나바는 미안한 기색으로 고개만 뒤를 돌려 미안해요, 하며 나에게 이끌려 거리를 나왔다.

사람이 몰렸던 곳을 나오니 숨이 트였다. 얼마 달리지도 않았는데 목이 바짝 마르고 숨이 찼다. 골목길 안쪽에 주저앉듯 무릎에 팔을 걸쳐 숨을 고르고 있자니 시나바가 미안한 얼굴로 말을 걸었다.

"그, 죄송합니다, 국장님."

"허억, 헉... 뭐가?"

"저와 나올 때마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것이 국장님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요."

"아니, 아니야... 하아, 난처하지 않아."

시나바의 낯빛이 여전히 어두웠다. 말 그대로 한두번이 아닌 일이라 미안함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에게 부담감을 주고싶지 않았다. 애초에, 파견을 자꾸 내보내고, 같이 나가려는 것 자체가 나의 욕심인데. 괜히 마음쓰게 만든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속에 있던 말이 그냥 툭 튀어나왔다.

"이런 일이 또 생기면 그냥 나랑 사귀는 사이라고 해버려."

"예? 제가 국장님과요?"

"그럼 내가 남자친구인척 해줄게..."

나는 중얼거리며 구부렸던 몸을 기지개펴듯 일어났다. 지나치게 체력이 많이 소비되고 있었다. 얼른 돌아가야겠어. 시나바는 옆에서 엄호하는 자세로 꼿꼿이 주변을 둘러보고있었다. 진빠진 내 얼굴을 보자 시나바가 살짝 풀죽었던 표정을 풀고 피식 웃었다.

"국장님은 체력이 정말 별로군요."

"윽, 나도 알아."

"MBCC에 돌아가면 기초체력을 위한 운동 몇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꾸준히 하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아... 꼭 해야해?"

"반드시 도움이 되실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터벅터벅 앞장서 걸어가는 시나바의 뒷모습이 유난히 귀여워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