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X] 착한아이 콤플렉스 극복 이야기 (수정본)

세상에 나오고 4년뒤 동생이 생겼다. 어린시절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은 전부 양보하는 상황이었다. 혹은 동생에게 양보하지 않아서 혼나는 상황이었다.

나의 부모님은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셨고, 나를 가지셨다. 부모님 나이 24살. 본인이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수없이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나이다. 이른 나이에 내가 생겼으니, 부모님 당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같은 일상을 반복하기 바빴을 것이다.

각자의 가정에서 도망치듯 나와 결혼한 나의 부모님은, 사랑에 서툴렀다. 당신의 감정 변화에도 이유를 모르는데, 자식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할수 있는건 강아지 훈련 시키듯 조용히해라, 얌전히있어라, 양보해라 등등.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기보단, 강압적인 교육말고는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나는, 부모의 사랑을 얻기 위해 착한아이인 척 연기했다. 울고 싶어도 울음을 참고, 갖고싶은게 있어도 표현하지 못하고, 억울한 일이 생겨도 말하지 못했다. 엄마가 속상해 할까봐, 아빠가 화낼까봐, 부모에게 버려질까봐.

나의 이런 성격은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하기 싫은 일을 부탁받아도 거절하지 못했으며, 억울한 일이 있어도 이야기하지 못했다. 친구들에게, 상사에게 버림 받을까봐 매일 불안에 떨며 살았다. 나는 모든순간 버림받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불이익을 당해도 참고, 웃었다.

착한사람, 좋은사람 평을 듣기 위해 억울함과 화를 꾹꾹 눌러 담아왔다. 그렇게 20년 넘게 살고보니, 더이상 감정을 눌러담을 공간이 부족했다. 눌러왔던 감정은 나도 모르게 조금씩 새어 나왔다. 친구의 작은 실수에 급발진하여 화를 내기도 하고, 모두가 웃고있는 상황에 난 혼자 우울에 빠져 있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군 입대를 했다. 군 안에서 나는 일 잘하고 사회성이 좋은 병사였다. 분명 겉으로 보기엔 그랬다. 군에 있는 동안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잠을 거의 못자는 수준이었고, 헛것이 보였다. 정신을 잠깐 놓고있으면, 누군가 자살하는 방법을 머리에 쑤셔넣는 기분이었다. 죽고싶은 생각을 떨칠 수 없었고, 이러다가는 정말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 같았다.

통신 장교님께 조용히 도움을 구했고, 상병 4호봉 즈음 부터 정신과와 상담실을 다녔다. 관심병사가 되고싶지는 않았기에, 통신장교님께 나의 상태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길 부탁드렸다. 나의 상태는 통신장교님과 대대장님만 알고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밝은 사람'인척 연기했다.

이 시기에 나는 처음으로 노트에 힘든 감정을 쓰기 시작했다. 그나마 글쓰기 덕에 버텼지만, 그마저도 누군가 볼까봐 모든걸 적지는 못했다.

전역할 때 즈음, 나는 더이상 착하게 살지 않기로 다짐했다. 눈치보느라 타인을 더 챙기기 보다는, 나를 먼저 챙기고 사랑하기로 마음 먹었다. 마음에서 하고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하면, 내가 망가지는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작은 것 부터 연습했다. 타인에게 관심을 끊었고, 지하철 자리 비켜주기, 간단한 도움 등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지인의 부탁에 대한 거절은 어려웠지만, 아주 가까운 지인이 아니면 웬만하면 핑계대고 도망쳤다. 그렇게 나는 마음에 억울함과 화를 덜 눌러담는 연습을 꾸준히 했다. 연습 중 사귄 여자친구에게 내 마음 표현하는 방법에대해 도움 받기도 했다.

이기적으로 살아온지 5년. 여자친구의 도움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고, 독서와 글쓰기로 본격적인 마음속 대청소를 시작했다. 마음속 쓰레기가 어느정도 치워지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타인을 돕고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들을 돕고싶은 마음이 커졌다. 직접 아이들 심리상담 해주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공부 못하는 아이들 돕기 등등. 스케일이 자꾸만 커져간다.

믿기 힘들겠지만, '어려운 사람 돕기'는 내가 부자가 되고싶은 이유중 하나이다. 작은 선행이지만, 지금은 5천원씩 매주 기부를 하고있다. 부자가 되어서도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혹시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있다면, 일단은 이기적으로 살라고 말하고 싶다.

도와주기 싫으면 돕지 말고, 희생하기 싫으면 도망치라 말하고 싶다. 마음속에 쓰레기를 담지 않는 연습을 하고, 비우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 참고 참다가 폭발해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기 보다, 작은 이기심으로 스스로를 보호했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억지로 착한척 하지 않는다. 하기 싫으면 안하고, 거절하고, 때론 못본척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이렇게 할수록, 거짓아닌 진심으로 타인을 도울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타인을 돕고싶다‘ 마음 깊은곳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진심.

진심에서 나오는 타인을 위한 나의 행동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오늘도 나는 나의 행복을 위해, 세상을 위해 이기적으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