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블루 아카이브 2화] 감독의 역량 부족이 여전한 것 같음.

어제 쓴 글은 너무 편파적으로 쓴 것 같았음. 그래서 다시 씀.

1. 2화의 주역은 세리카. 세리카가 헬멧단에게 납치를 당하고, 이를 알게 된 대책위원회가 세리카를 구출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음.

2. 1화보다는 나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아쉬운 점들이 많음.

3. 하나는 세리카. 원작 게임에서도 세리카는 처음에는 선생님을 의지하는 걸 내키지 않았음. 단, 원작 게임에서 세리카가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자신들이 학교를 위해 힘들게 일하고 있음에도 어른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암시하는 대사가 세리카에게 있었음.

하지만, 애니에서는 그런 게 생략됨. 그래서 세리카가 단순히 일방적으로 선생을 싫어하는 내용이 되어버림. 제대로 된 감독이었다면 왜 세리카가 선생을 신뢰할 수 없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묘사했어야 한다고 봄. 에이티 식스처럼 말이다.

4. 둘은 전투씬. 1화 달리 2화는 전투씬에 공을 들인 것 같음. 쓸데없는 연설은 없애고 선생의 지휘 하에 헬멧단을 격퇴하는 장면이 매끄럽게 이어졌음.

하지만, 무조건 호평을 내릴 수가 없음.

세리카가 주역이기에, 그러니 세리카의 활약상을 넣기 위함인지 다른 대책 위원회(호시노와 노조미)가 약하게 묘사됨. 특히, 장갑차 부대를 상대할 때 둘은 상대하기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사실 게임상에서 이 둘은 장갑차 유닛은 종잇장처럼 구겨버릴 수 있는 관통 속성 유닛임. 즉, 원래대로였다면 이 둘이 장갑차 부대를 박살을 내고도 남았어야 함. 여기서 호시노는 대책위원회 중 최강자라고 언급되고 있으니 이에 걸맞은 전투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

단순히 현실성을 반영하기 위함일지도 모르나, 2화 초반부에서 단순 저격 한방으로 탱크를 날려버린 장면이 나온 걸 보면 단순히 감독과 각본가, 그리고 연출가의 역량 부족 탓이 아닌가 싶음.

5. 2화 초반부에 원작 게임 프롤로그 내용이 약간 다뤄졌음. 근데, 가장 중요한 떡밥인 '우리는 원한다. 일곱 개의 통곡을. 우리는 기억한다. 예리코의 화두를.'라는 대사가 생략됨. 애니에서 모든 걸 다룰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중요한 떡밥은 나와야 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듦. 나중에 다룰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6. 그나마 나은 것은 일상 파트. 선생과 학생들과의 교류는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음. 사실, 블루 아카이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교류라고 보고 있음. 이 교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게 블루 아카이브의 핵심이라고 봄.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아쉬운 점들을 제외하면 이 부분은 괜찮다고 봄.

...여러모로 감독, 연출가, 그리고 각본가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절실하게 깨닫게 됨.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본 애니 중에서 그나마 볼 만한 작품이지만.

차라리 에이티 식스 작품을 담당한 감독이 이걸 맡았으면 지금보다 낫지 않을까란 생각이 자주 듦.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여러모로 부족한 점들이 많이 보임. 내 기억이 맞다면 중후반부에 대규모 전투가 들어갈 예정이고, 게헨나 최강자인 히나 또한 나올 예정인데, 지금처럼 묘사를 개떡같이 하면 진짜 말이 많을 것 같음.

불행 중 다행으로 지금 기대치를 많이 낮춘 상태에서 보고 있기에 불만은 다소 누그러져 있지만 말이다.

PS: 오프닝과 엔딩은 잘 만들었음. 이 정도 퀄리티를 본편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