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학교] 종려 대 타르탈리아 (1)

[ 종려 대 타르탈리아 (1) ]

[3-2반]

종려는 새벽같은 아침에 제일 일찍 등교해 자리에 앉았다. 가장 뒤의, 창문 옆 자리. 그는 거기에 자신의 가방을 걸어놓고 도서관에 가서, [리월의 역사] , [바위의 신] 등등의 책들을 빌려 다시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책들을 내려놓고, 자신의 가방에 있던 차가 들어있는 보온병을 꺼내 마시며 정자세로 책을 읽어나갔다.

드륵 - 탁.

그때, 두 번째로 온 이 반의 정보통이자 밴드부 부장, 벤티.

“여! 이번에 고등학교 1학년에 새로운 전학생이 온데!”

“....”

“뭐 읽고 있어? [바위의 신] ? 지금은 아무도 없어서 얘기하는 건데, 너가 바위의 신인데 이걸 읽는 이유가 뭐야? 응?” 벤티는 순식간에 자신의 자리에 가방을 올려놓고 순식간에 바람처럼 종려 곁으로 다가가 마치 폭풍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 그 전학생이 누군데?” 종려는 책을 덮으며 전학생 이야기에 궁금한 듯 물었다.

“이름이... 뭐였더라... 아 맞아! 타르탈리아, 타르탈리아라는 이름이였어!”

“타르탈리아...”

‘이 시기에 왜 이 학교로 전학을 온거지? 시험이 얼마 안 남았을 텐데. 목적은 두가지중 하나. 우인단 소속이거나 마물을 처단하러 왔거나. 혹시 마물이 늘어난 게 그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어.“

“....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 벤티가 능글맞은 어투로 얼굴을 들이밀며 종려에게 물었다.

“...아니야.”

“그래? 그럼 난 오늘 급식 메뉴가 뭔지 보러갈게! 오늘은 제발 사과가 나왔으면 좋겠네...”

탁 -

벤티가 교실을 나가고, 한 3분동안 정적이 흐른 뒤, 하나 둘씩 교실에 사람이 몰려들어 웅성거리는 소리를 만들었다. 20분정도 지나자 벤티도 자리에 앉아있었고, 모든 학생도 전부 자리에 앉아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리고 종려 앞에서 어떤 또 다른 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남학생이, 대화가 끝나고 3초 뒤에 그 정적을 참지 못 했는지 가만히 앉아 책을 읽고있던 종려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너희는 왜 이렇게 다 잘해?” 그는 항상 학교에서 복장검사로 진에게 벌점을 받는 학생인, 이토였다.

“응?” 종려는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책에서 눈을 때고 이토를 바라보았다.

“그렇잖아, 우리가 별명으로 부르는 7명의 신. 벤티는 밴드부 부장이고, 너는 학생회장이고. 또 나히다는 전교권에서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고, 에이는 전교 부회장에다가...”

멀리서 그 대화를 듣고 있던 벤티는 손으로 턱을 괴고 웃으며 생각했다.

‘실제로 동화속의 티바트 대륙에서 나라를 세운 전설의 일곱 신이 너희가 부르는 일곱 신이랑 똑같다는걸 알까?’

+++

띵디딩 - 띵딩딩딩 -

수업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다들 자리에 앉아서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다 끝나고는 평범하게 급식을 먹고, 남은 수업을 끝마친 뒤에 하교를 했다. 하지만 종려에게는 하나의 일거리가 남아있었다.

그는 오늘도 불꺼진 학교 복도를 뚜벅 뚜벅 걸으며 마물을 소탕했다. 간간히 슬라임의 펑 - 터지는 소리와 츄츄족이 가루가 되어 날아가는 소리. 등등이 이 학교를 채우고 있었다.

이 세계에는 마물이 존재한다. 서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 이유를 모른다. 왜냐하면 마물은 이 원신학교 안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였다.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그 전설의 일곱신과 ‘신의 눈’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이끌리듯 이 학교 학생으로 발령받았다는 사실만이 남아있을 뿐이였다.

그렇기에 위험한 마물들은 미리미리 배제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그것 때문에 종려뿐만 아니라 이 학교의 ‘신의 눈’을 가진 몇몇 학생들은 저녘, 밤에도 이 학교에 남아 마물을 처치한다. 말로만 들으면 매우 힘든 일 일 것 같지만 종려에게는 몇분도 채 안 걸릴 만큼의 힘이 있었다.

물론 오늘도. 얼마 안남은 중간고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모두가 바빴다. 돌아갈 집이 없거나 매우 자유롭거나 지혜가 넘치는 등등 특별한 학생들은 공부를 할 필요가 없겠지만, 인간 행세를 해야하기 때문에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하지 않는다면 누구는 배꼈다고 의심까지 받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도 나쁜 마음을 먹으면 전교 1등은 따놓은 당상이였지만.

‘아무도... 없는건가.’

오늘도 종려 앞에는 마물들이 있었다. 그는 3분동안 어느새 손에 나타난 긴 창으로 50마리도 넘는 마물들을 처치하며 학교를 돌았다.

‘그런데... 오늘은 어제보다 마물이 조금 적은 것 같군.’

그때, 마물을 처치하고 있던 종려의 귀에 들려온 활발한 남학생으로 추정되는 기합. 하앗 - 핫 - 하는 소리와 간간히 누군가와 싸우는 소리도 들려왔다. 자세히 들어보니 그는 혼자서

“하, 강적은 어딨지?” 하며 마물을 더 찾지를 않나

“생사를 오가는 건 내 전문이지!” 하며 허세를 떨지를 않나

“병귀신속!” 이라는 말 뒤에 어마무시한 발소리가 들리지를 않나. 한마디로 조금 거슬렸다. 아니, 거슬림보단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했다.

그때, 종려의 귀에 꽂힌 한마디.

“너희, 요즘 훈련이 부족한 거 아냐?”

‘이 목소리, 최근 마물이 늘어나는 게 저 학생의 짓일수도 있겠어. 혼자서 마물들을 훈련시키고 교육시켰다는 소리로 들려.’

그 한마디는 종려를 빠르게 움직이게 하기에 충분했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도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튀었다.

‘누구야, 저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생각했다. 그 발소리는 자신보다 몇 배는 빨랐으며, 점점 다가올수록 공기가 무거워져 발이 굳어버릴 뻔했다. 한마디로 그는 지금 두려웠다. ‘이 밤중에도 마물을 처치하려 학교에 있다고? 지금 시험기간 아니야? 어쩔 수 없어. 지금은 후퇴다. 나 타르탈리아, 나중엔 더 강해져서 돌아오겠어!’

휘리릭 -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종려가 가는 같은 방향에서 한층 더 위로 올라가 바로 보이는 옆 교실로 피신해 아주 멀리, 자신의 거처로 순간이동을 했다. 종려가 몇 초 뒤, 그 교실에 도착하자 보이는 건 책상과 칠판, 그리고 밤에 가라앉은 어둠 뿐, 아무 기척도 보이지 않았다.

“...우인단인가.”

+++

[다음 날. 수업 중 쉬는시간]

“타르탈리아 ~ 넌 공부 했어?” 타이나리가 쉬는시간에 타르탈리아가 앉아있는 책상으로 가서 물었다.

“아니, 어제 노느라 하나도 못했어.” 타르탈리아는 그럴듯한 변명을 지어내 타르탈리아에게 받아쳤다. ‘어제 내가 학교에 있었다는 것을 들키면,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몰라. 일단은 숨기는게 정석이다!’

“그나저나, 타이나리 넌 전교권이잖아? 그런 면에선 참 부러워. 그런 성실함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어릴 때부터 논문을 쓰고 그랬다고 소문이 나 있는데. 왜 미리 대학을 안 간거야?”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른 주제로 말을 틀었다.

“난 운동 잘하는 게 더 부럽던데.”

“그래...”

‘전에 나를 쫒던 그 사람은 대체 누굴까?’ 타르탈리아는 창문 뒤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번에 나에게서 도망친 그 학생. 나중에는...’ 종려는 책을 읽다 끝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번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