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3막 2장 스토리가 좋았던 이유[스포]

지금까지 원신 플레이하면서 이만큼 스토리에 몰입했던적은 없었는데

이게 원신 역사상 가장 잘나온 스토리였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음.

전체적으로 스토리의 구성, 연출 등등

이전 스토리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부분이 상당히 도드라지는데

이게 더욱 크게 느껴지는건 2.0 이나즈마의 스토리와 정말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됨.

간단하게 개인적인 감상과 더불어 그간 스토리에서 보여줬던 모습들과의 차별점을 짚어보려고 함

1.선택과 집중. 눈에 띄게 줄어든 등장 캐릭터의 숫자.

이나즈마 스토리는 정말 문제 투성이지만

제일 큰 문제는 '쓸데없는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 라는 점이라고 생각함.

등장하는 플레이어블 캐릭은 한가득인데 정작 제대로된 비중을 가진 캐릭터는 거의 없음.

대표적으로 스토리 극초반 등장하는 아야카, 토마는 작중 신분과 위치상 스토리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깐의 등장 이후 아무런 역할도 수행하지 않고 메인스토리 내내 잠수를 타버림.

그뿐인가, 플레이어블이 아닌 일반 NPC들이 진짜 말도안되는 수준으로 많이 등장하는데

그 NPC들의 비중이 플레이어블의 비중을 잡아먹어버리는 지경까지 가버렸었음.

카미사토 가문과 저항군 스토리는 최악 그 자체다.

스토리 도중 등장하는 NPC들의 이야기가 더 감명깊을 지경.

반면 3막 2장 스토리는 핵심 인물을 정말 확실하게 줄였음.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NPC 페이스의 두냐르자드이고

데히야, 알하이탐, 도리, 닐?루 정도의 플레이어블만이 확실한 비중을 가진 채 등장함.

그중에서도 화룡점정은 풀의 신 나히다의 스토리상 활용법.

이전까지 등장했었던 세명의 신들보다 확실하게 '신' 이라는 위치에 가까운 캐릭터라 생각하고

유저와 여행자, 둘 모두에게 자신에 대한 어필을 확실하게 하고 들어갔음.

비중있게 다뤄지는 인물의 숫자 자체가 적다보니 스토리에 더 큰 비중을 할애했고

결과적으로 스토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더 몰입하는 계기가 됨.

2. 자유도를 희생하면서 찾아낸 메인 스토리의 가치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실시간 오픈월드 게임임.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바뀌고 날씨가 바뀜.

그에 따라 조명도 바뀌고 주변의 환경 또한 변화함.

이건 장점이라면 장점이지만, 중요해야할 메인스토리에선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음.

시간대와 날씨, 광원의 유무에 따라 플레이어가 보게되는 비주얼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그게 곧 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

때로는 게임에서 자체적으로 제한을 둬야할때가 있다는걸 미호요는 이번에 알아차린 듯한 모습을 보여줌.

석양이 지는 시간, 항상 두냐르자드가 서있던 곳. 이 장면은 스토리를 감상했다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3막 2장 스토리 도중엔 지역이동시간 변경이 제한됨.

매일 매일 반복되는 루프 속에서

아침에 행동이 시작할땐 항상 해가 막 뜬 참이며

데히야가 용병과 싸울 때는 점심 즈음,

두냐르자드가 벤치에서 쉬고 있을 땐 석양이 지고 있으며

해가 진 뒤엔 닐루의 공연이 시작되지 못하고 화신 탄신 축제가 끝나버림.

이 일련의 과정에 '시간' 이 항상 똑같은 패턴으로 함께함으로 인해

모든 유저들이 동일한 과정, 동일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이는 곧 스토리로의 깊은 몰입을 제공하게 되었음.

난 항상 이럴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할 메인스토리에서만큼은

이렇게라도 개발사가 유저에게 스토리를 즐겁게 감상할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생각함.

3. 눈에 띄게 좋아진 스토리 연출

카메라 구도, 대화에 따른 장면 전환, 중간중간 삽입된 짤막한 컷신 등

전체적으로 메인스토리에 공을 들였다는게 확실하게 느껴짐.

이나즈마까지의 미호요였다면

아마 위같은 장면은 그냥 검은 배경에 "수많은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라고 글만 써놓고 퉁쳤을 새끼들임

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음.

그간 스토리에서 보여준적이 없던 연출들을 꽤 자주 사용했고

대화시 카메라워크로 보여주는 연출 역시 부쩍 늘었음.

보이지 않을 터인 두냐르자드의 기운을 느끼는 느끼는 데히야.

데히야가 생각을 시작하자 데히야를 제외한 다른 인물의 음성이 서서히 페이드아웃되고

화면의 초점 역시 여행자, 페이몬이 아닌 데히야에게 집중되기 시작함.

정말 아무것도 아닌 카메라워크,

아무것도 아닌 연출이지만

미호요는 그간 이정도의 연출도 제대로 한 적이 거의 없음.

4. 확실한 동기부여

여행자는 끝나지 않는 루프에 갇혀있고, 그 루프를 눈치채고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임.

천천히 밝혀지는 단서들 속에서 루프의 정체에 다가가고 있지만

사실상의 시한부인 두냐르자드가 계속되는 루프를 견디지 못하고 있는 상황.

어떻게든 빠르게, 그리고 확실하게 루프를 타파하기 위해 행동하기 시작하는데,

감히 말하건데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만큼 확실한 목적의식을 갖게했던 적은 적어도 원신 메인스토리에선 없었다고 생각함.

그만큼 1회용 NPC 페이스인데도 불구하고 두냐르자드라는 인물의 서사에 꽤 공을 들였고,

각종 스토리적 장치들로 유저가 몰입하기 쉬운 상황을 만들어줌과 동시에

루프, 추리라는 흥미깊은 두 장르를 혼합하여 유저의 몰입을 이끌어냈음.

전체적으로 이번 3막 2장 스토리는

그간 미호요가 지적받았던 스토리상의 단점들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고 생각함.

굉장히 잘 만든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도 이렇게 제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함.

이나즈마 꼴은 제발 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