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상황문답/시카노인 헤이조] 파트너(上)

이나즈마에서의 일정을 마치고도

이곳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는 당신.

“넌 너의 길을 계속 가면 돼.

그러나 우리의 추억들은 한 켠에 남겨줘, 파트너.”

분명 시원하게 보내주겠다는 뜻이지만,

가슴을 아릿하게 했던 그 말에 흔들렸던 걸까?

쉽사리 떼지지 않는 당신의 발걸음을

곧바로 눈치채기라도 한 것인지,

헤이조는 당신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 근데, ㅎㅎ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되고.”

“...갈 건데.”

“설마-”

“농담아니야,”

“진짜? 날 내버려두고?”

“...”

“ㅎ”

“...ㅈ,조금만 더 생각해 볼게! 큰 기대는 하지 마!”

헤이조는 나 없이도 잘 살 것 같은데- 라는

현실적인 말들은 잠시 접어두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당신.

신이란 자들은 혹여 내가 이 세계에

완전히 녹아들길 바랐던 건 아닐까.

이제는 내게서 매몰차게 돌아서버린

가족을 찾고싶은 마음보다도,

날 필요로 하는 이 소년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쩌면

운명이자 필연은 아닐까, 하고.

그렇게 여행자인 당신은 수메르로 떠나기 전,

헤이조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져 버렸다.

그렇게 차차 이나즈마의 생활에 익숙해졌고,

그렇게 그를 돕는 일이 즐거워졌고,

결국 그를 좋아하게 되어버렸다.

“너희는 언제까지 붙어다닐 거야?”

“페이몬, 붙어다닌다니! 그런 너도 헤이조가 맛있는 걸 가져다주면 헤벌쭉 해지면서!”

“그,그건!!!”

“후, 됐어. 최근 들어 부쩍 필요 이상으로 헤이조가 찾아오고 있는 것 정도는, 나도 인지하고 있다고.”

“여행자 너도 그닥 싫지 않아 보이던데?”

“그야...”

-좋아하니까-

라는 말은 왜 그리 누군가에게 밝히기 어려운 건지.

정작 가장 오랜 시간 붙어있던 페이몬에게조차,

당신은 그 마음을 알릴 수가 없었다.

부끄럽다는 마음도 당연히 존재하지만,

그만큼 헤이조처럼 좋은 친구에게

당신의 감정이 가벼이 보이기 싫었기 때문이다.

꼭 이럴 땐 귀신같이 등판하는 그,

“파트너~!”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쳇, 오늘은 손에 먹을 게 없잖아?

난 쟤가 귀찮게 하기 전에 좀 자러가야겠어.”

“헤이조가 페이몬을 귀찮게 한 적도 있었나?”

“아 몰라몰라! 난 오늘 휴식모드야~”

“흐음- 그래, 가서 좀 쉬어.”

페이몬이 유유히 떠나고,

헤이조가 싱글벙글 다가온다.

“오늘은 나루카미 다이샤에

볼 일이 있는데, 같이 갈래?”

“나루카미 다이샤라면...”

미코 씨를 보러 가려나?

“미코 씨에게 볼 일이 좀 있어, 정산받을 내역도!”

“역시, 그랬구나-”

“어라, 예상했던 거야? 대단한걸!

과연 내 파트너라니까- 자, 어서 가자!”

,”

이렇게... 잡아버리면,

쿵,

쿵,

심장이 여러 번 내려앉는 감각과 함께

서로의 맥박이 공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얘는 아무한테나 다 이러나? 싶으면서도

남들에게 선은 확실히 긋는 그의 모습을 생각하니,

어쩐지 괴리감이 들었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도착한 다이샤에는

야에 미코가 길고 탐스러운 꼬리를 뽐내며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두 눈을 깊이 바라보고 있자면,

여자인 나도 홀려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 그녀에게 그저 싱글벙글한 모습으로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헤이조,

“미코 씨! 저희 왔어요!“

“후후, 오늘도 (-)와 같이 왔네?”

“미코 씨! 보고싶었어요.”

“미코 씨, 중요한 내용은 이미 다 표기해 놨어요.

이번 달 정산 내역에 이상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미코는 슥슥 훑어보더니 답잖게

지나친 싱글벙글함과 다소 성급해 보이는

헤이조의 표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래, 바로 가야 하는 거야?”

그러자 헤이조는 맞잡은 두 손을 그녀에게 보이며,

“네, 파트너랑 이제 볼 일이 있거든요~”

라는데, 순간 여유가 넘치던

미코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파트너?”

“네, (-)요!”

“너희...”

“?”

“??”

“...그런 사이야?”

“...아?”

“????네???”

“?”

그녀의 오해에서 비롯된 추가질문을

정통으로 이해해버린 두 사람은,

화악-

“...!!! 아니!”

“아니, 그런 게!!!”

“호오,”

파트너 라는 건!!!”

“글쎄, 난 이해해. 이래뵈도 이 동네에서 몇 안 되는

열린 가치관을 가지고 있거든. 너희들, 존중한다구.”

“미코 씨!!!”

당황과 뭔지 모를 기묘한 오해로 인해

드물게 잔뜩 붉어진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요망한 생각을 해버린 표정의 여우는,

만족한 듯 ‘얼른 가봐- 바쁘겠는걸?’ 라며,

끝까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며

킥킥거리고는 돌아섰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