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정마담의 마지막 일주일
드라마의 시작은 큰 가방을 안고 도망가는 정마담과 그걸 쫓는 땡바리의 추격 신으로 시작이 된다.
재생하자마자 무슨 일인데?를 반복하게 되는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정마담은 택시를 타서 땡바리에게서 무사히 벗어나 한숨을 돌린다.
택시 기사는 누가 봐도 꼴이 말이 아닌 정마담을 흘끗거리며 라디오 채널을 돌린다.
라디오 채널에선 우리나라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따기 직전인 중계가 들려온다.
그때 정마담은 자신이 가져온 가방을 열어보고, 금괴와 돈다발이 들어있는 걸 확인한다.
동시에 라디오에선 해설 위원들의 환호성과 함께 우리나라 금메달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택시 기사와 정마담은 전혀 다른 이유로 함께 환호를 지른다.
드라마가 시작된 지 5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는 웃음이 터졌다.
공소시효가 풀릴 때까지 7년 째 숨어서 사는 정마담의 삶을 보여주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집밖을 나가지 않고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는 정마담을 보곤 얼마나 잡히기가 싫으면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싶었다.
필요한 건 택배로 받고, 간간히 운동함으로써 건강도 챙기고 출근(이라고는 하지만 아마도 도박 같다)하는 걸 보고 저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캐나다로 가, 다정슈퍼를 열어 메로나를 팔겠다는 정마담의 꿈은 어쩌면 정말 가능했을 것 같다고 느꼈다.
솔직히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나는 정마담을 응원했기 때문에 그런 정마담을 가만 두지 않는 은미가 성가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은미는 붙잡을 게 할머니라는 존재 하나였는데, 그마저도 잃어버렸다.
찜질방에 있는 아이스 방을 보고 겨울 왕국을 떠올리는 어린 아이가 안 그런 척 하면서
사실은 친절한 사람에게 의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정마담이 은미를 지하철에 버리고 가려다가, 다시 지하철로 돌아가는 장면이다.
“또 늦은 기가, 또!” 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정마담이 자신의 과거를 아직까지도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동생에게 과자 사먹으라고 쥐어주었던 옛날 돈을, 쥐약을 먹고 죽은 동생의 손에서 꺼낸 뒤부터
계속 간직하고 있는 것도 후회의 일부분이지 않을까.
다행히 역무원에게 맡겨졌던 은미가 돌아와 둘은 만나게 되고, 앞으로 정마담은 은미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던 장면이 있다. 드라마의 초반, 정마담은 햇빛을 보고 어지럼증을 느낀다.
그때 은미가 나타나 손을 잡아주는데, 정마담은 그런 은미의 손을 뿌리치고 선글라스를 낀다.
하지만 드라마의 후반에서 정마담은 은미와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있다.
정마담은 멈춰 서서 은미에게 하늘을 봐보라고 한다.
그리고 둘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드라마의 마지막 구간, 정마담은 보험사 직원인 척 은미 아버지를 데려가다
자신을 찾아온 땡바리와 몸싸움을 하게 된다.
그때 때마침 경찰이 오게 되는데, 그건 사실 정마담의 자수로 인한 출동이었다.
은미 아버지의 아동 학대까지 정마담이 신고한 것이다.
잡혀가던 정마담은 뒤돌아서 울고 있는 은미를 향해 말한다. ‘알제? 비밀 요원.’
처음 은미와 만났을 때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한 말이, 이 날을 위한 빌드 업처럼 보였다.
정마담은 자신의 절도죄 형량은 낮아지지 못했지만, 은미 부모님의 보험사기 정황이 인정되어
아동 학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변호사의 말에 더 기뻐한다.
교도소에 있는 정마담은 ‘7년 만에 처음으로 꿈도 안 꾸고 푹 잤다.’ 라는 말을 할 정도로 한시름 놓은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의 마지막, 정마담은 은미에게서 온 편지를 읽는다.
은미는 추신으로 정마담이 좋은 사람이란 걸 자신은 알고 있다고 한다.
정마담은 정말 그 말대로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근 7년 동안 그 누구보다 힘들지 않았을까?
정마담은 은미를 만나서 오히려 나아진 삶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정마담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캐나다 행 티켓 그림을 보고 활짝 웃는다.
그때 바람이 불어 그림이 멀리 날아가 버린다.
캐나다 행 그림은 종이비행기 모습으로 변하여 더 멀리 날아간다.
그걸 보며 정마담은 미소 짓는다.
정마담의 꿈은 그렇게 이루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