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상황문답] 기억, 현재

* written by. 낙낙

* 모바일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캐릭터 해석이 매우 주관적입니다. 이 점 유의해 주세요.

* 여행자가 등장합니다. 호감도 대사도 나옵니다.

드넓은 사막에는 죽임이 도사리고-

삶과 죽음은 필연이니 두려워하지 마라

only. 사이노

1. 사이노

[... 나의 목숨을 바쳐 모두를 구할 수 있다면...]

[나의 어리석음이- 모두를...- 무로 돌아가게 하는구나..-]

[위대한 어머니 룩카데바타여..- 부디 사막을..]

흑, 허억, 헉. 누군가의 기억이 온 마음에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나, 사막의 왕]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창을 들어 올리며 삶을 바치는 모습이 펼쳐진다. 신전이 무너지고 그가 만들었던 기계들이 잠에 빠진다. 영혼을 태워 하늘로 가겠다며 만든 배가, 위대한 업적을 기록한 오벨리스크가 모래에 뒤덮여간다. 사람들의 비명소리, 아픈 자들의 신음 소리가 한데 섞여 죽음을 불러들인다. 그 안에서 사막의 왕은 눈을 감으며 [내 죄를 모두 벌할 지어니] 사라졌다. 그렇게 다시 눈을 뜨자 펼쳐지는 건 그의 무덤 앞에 앉아 죽음을 기다리는 대풍 기관이었다. 그는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기도를 올리며 다가올 죽음을 기다렸다. 그는 보았다. 적왕이 모든 힘을 쏟아부어 사라지는 장면과 마찬가지로 힘을 소진해 무로 돌아가는 풀의 신까지. 또한 그는 보았다, 자신의 죽음을. 마지막 사막의 왕의 대풍 기관은 그렇게 눈을 감았다.

'일어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면 위대한 적왕께서 남긴 석판이 있었다. 신발 사이로 들어오는 모래를 느끼며 석판을 들어 올렸다. <권능>을 다 모아 푸른빛을 띠는 석판이 순간이지만 두근 심장 소리를 내었다. '... 환장할 노릇이군. 일어나, 여행자..!' 순식간에 모래바닥이 꺼지고 지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멈춘 곳, 적왕조차 손대지 못했던 곳. <花신>의 안칙서에 도착했다. 적왕은 몰랐다. 그의 대리인이 얼마나 잔인한 짓을 저질렀는지, 화신이 어떤 계약을 통해 영혼을 묶어 두었는지. 모래가 가득한 곳에 아름다운 호수와 초원이 시간이 멈춘 채로 존재했다. 저 노트는 분명 제트의- 또다시 기억이 밀려들어온다. 오빠, 천리, 일곱 집정관, 몬드, 리월, 이나즈마, 수메르... 페이몬... '이봐, 정신 차려 여행자!!' 멍하니 빠지지도 않는 호수를 걸었다. 고요한 곳에서 나만 고요하지 못했다. 물에 빠지고 싶어 힘껏 발을 굴러도 물방울조차 튀지 않는다. 아, 나는 무얼 위해 여행하고 있는 거지. 손을 들어 튀어 오른 채로 굳어버린 물고기를 만지려던 순간 누군가 뒷목을 잡아 끌었다. 그렇게 꿈에서 깼다.

"... 아."

".. 너! 정신이 들어?"

"... 어지럽지만 괜찮은 거 같아. 무슨 일 있었어?"

"하아... 후... 애초에 보여달라고 하는 게 아니었어. 내 잘못이야."

눈물을 펑펑 흘리는 페이몬의 말을 정리하면 이랬다. 화신의 무덤에 대해 말하자 궁금해하던 사이노를 데리고 모래폭풍을 지나 입구에 도착하자 내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단다. 이곳은 그 사이노 조차 출입하기 어려워 모르는 거 투성이라 페이몬이 겨우겨우 기억으로 화신의 무덤으로 안내해 나를 깨웠다는 게 지금까지의 일이다. '... 꿈이었구나.' 이상하리만큼 선명한 게 꿈이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중간중간에 들리던 목소리는 그였구나 깨닫기도 했다. 수메르 특히 사막을 여행하고 나서부터는 종종 이런 식으로 꿈에 빠지는 일이 잦아졌다. 금단의 지식, 켄리아의 부산물, 세계수, 룩카데바타, 적왕. 이해할 수 없는 거 투성이인데 계속해서 이별만 겪으니 마음이 지친 거겠지. 답답함에 눈을 한 번 쓸자 눈물이 만져졌다. 나 울었었구나.

"뭐라고 말 좀 해봐. 괜찮은 거 맞아? 이럴 때가 아니라 돌아가자. 타이나리에겐 내가 미리 연락해 둘 테니 일단은-"

"괜찮아, 사이노. 갑자기 이곳의 기억이 들어와서 그랬어.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야."

"... 사막을 여행하고 나서부터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들었어. 난 너의 모든 여정에 함께 할 수 없으니 걱정이 되는 건 당연한 거겠지. 그러니 이번 여정이 끝나면 당분간 이곳에 오지 마. 돌아오지 말란 말이야."

"......"

"네가 이곳의 비밀을 밝히고 있다는 거 알아. 나도 그걸 듣는 게 즐거워. 그러나 이런 식으로 밝히는 건 의미 없어. 무리하지 말고 쉬도록 해."

'여기서부턴 내게 맡겨.' 그는 나를 엎으며 모자를 고쳐 썼다. 꿈에서 봤던 모자와 비슷한 그의 모자에 괜히 마음이 심란해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만약 너도 너의 목숨을 바쳐야 할 때가 오면 그 사람처럼 망설임 없이 기꺼이 바치겠지. 잃는 건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고 페이몬이 장치를 가동한다. '내 몸을 그릇으로 삼아 사람이 아닌 존재의 힘을 발현할 수 있어. 타고난 체질 덕이기도 하지만, 후천적인 거래 덕래 덕분이기도 해.' 적왕의 힘을 빌리는 그도 언젠가 모래로 돌아가겠지. 사막의 아이 풍기관 사이노, 어쩌면 마지막 적왕을 위해 남았던 그 풍기관일지도 모르는 사이노. 기억과 현재가 섞여 혼란스러워 고개를 더 깊게 파묻었다. 그는 그저 말없이 사막을 걷는다. 사락, 사락 그의 옷이 발끝에 스치고 모래가 스친다.

"... 걱정하지 마. 난 그 대풍 기관 사이노니까."

다시 이어지는 적막 속에 들리는 건 축축해진 모래 스치는 소리. 그렇게 우리는 한참 동안 사막을 걸었다.

스토리 보다가 과몰입 와서 사이노로 후다닥 썼습니다. 하.. 적왕 스토리 과몰입이... 후...

제가 사이노 참 좋아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하... 후...

연달아 원신 글이라 조금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제가 넘 애정하는 캐릭터라 가져왔습니다!

그럼 좋은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