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붕괴: 스타레일 - 경원, 부현 스토리 모음

(키 차이, 덩치 차이 매우 환상적)

공식이 밀어주는 커플은 우량주니까 사는 거라고 배웠습니다.

나도 클베랑 비공개 테스터로 계속 참여할 때부터 한국판 번역 퀄리티 조졌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제야 오역으로 불타는 거 보고 내가 좋아하는 경원부현 나오는 스토리 일부만 번역해봤음. (중국어 원문 기준)

이 둘 관계 완전 귀여운데, 메인스토리에서 이름으로 부르는 걸 한국판이 좀 많이 잘라놨더라.

이 둘은 인연경으로 출정하기 직전에 처음으로 서로를 이름으로 불렀던 게 아님.

그 전에도 계속 불렀는데 어째 한국판에선 호칭을 '경원'에서 '장군'으로 죄다 바꿔놨더라고?

평소엔 장군장군하다가도 빡치면 '경원 당신 작작 좀 해!!!' 하고 빽 소리지르는 거 완전 귀여운데...

남편한테 잔소리하는 와이프냐고요

한국어론 그나마 호칭을 '당신' 정도로 순화해 줄 수 있지만

일본어판에선 부현이 경원한테 아예 '오마에!!' 소리를 하더라 ㅋㅋㅋㅋ

부현이 사석에서 상관인 경원을 이름으로 부르면서 편하게 대한다는 건 국내에서도 꽤 알려져 있지만

경원도 평소엔 부현을 '부경(符卿)'이라는 존칭으로 불러주지만 (한국판에선 부 태복으로 번역했다)

사석에서는 부현처럼 똑같이 이름인 '부현'으로 부르는 건 별로 안 알려진 듯.

원신에서도 다이루크가 진한테 '선배라고 부르지 말랬잖아' 한마디 하면서

묘~한 기류 형성하는 바람에 공식이 인증한 썸남썸녀로 통하는 중인데,

경원이랑 부현도 사석에선 서로 이름으로 부르면서 말 편하게 하질 않나

공무가 너무 바빠서 얼마 나지 않는다는 여가 시간마저도 둘이서 같이 보내질 않나...

(1.3 공훈 프로필 보상마저 둘이 한 세트)

연경 : 이의 있습니다

경원 은하탐구생활 보면 얘네도 거의 미호요가 공인하고 밀어주는 썸남썸녀 맞는 듯.

둘 다 회의 참석과 공문 처리 같은 건 의미없는 일이라고 싫어하면서 기피하는 것도 똑같음.

부현 은하탐구생활에서 게스트로 경원이 나와 서로를 소개한다면 공인 커플링 빼박이겠지만

그건 너무 노골적이라서 게스트로 아마 청작 나올 것 같음 ㅋㅋ;

부현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제 손으로 스승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뒤 미래를 내다보는 법안을 비로소 받아들였다는 슬픈 과거를 갖고 있지만

귀엽고 똘똘하고 당차고 마음씨 곱고 허당미 넘치는 츤데레 핑크 미소녀(만년 2인자)를 어떻게 안 사랑함?

그런 부현이랑 정반대로 복흑인 경원이 부현 열심히 약올리는 거 볼 때마다 나도 경원 심정 2000% 이해 완료;;

'에휴 어쩔 수 없지! 역시 이 인간은 내가 챙겨주지 않으면 안 된다니까!!' 하면서

저 작은 몸으로 신책부 뽈뽈댈 거 생각하면 나같아도 귀여워 죽을 것 같은데 ㅋㅋ

자기 자리를 노리는 후계자라고는 해도 항명하는 일도 없고, 문제 생겼을 때는 따박따박 보고하고,

상관 의견을 묻는 것도 잊지 않는 매우 충직한 부하니까 경원이 부현을 안 아낀다면 그게 더 이상하긴 함.

부현이 공식 영상에서 '지략 짜는 건 제가 한 수 위랍니다 엣헴' 하는 거 보면 (사실 지략도 경원이 한참 위)

경원이 아휴 그래 똑똑한 부현아 그럼 나 대신 책략 좀 짜 줄래? 하고 평소에 말로 얼마나 구워삶아댈지 훤히 보임.

나는 부현이 경원의 시꺼먼 속셈에 부르르 떨면서 "이 나쁜놈아!" 하는 장면이 1.2 멘스 킬포였다고 보는데

한국판에선 '정말 개구지시네요' 라는 대사로 바뀌어서

둘이 얼마나 친근한 사이인지 보여줄 수 있는 킬링파트가 확 죽었다.

너무 귀여워서 중국에선 이 나쁜놈아! 대사만 1시간 내내 반복재생하는 영상이 있을 정도인데 킁...

검술일짱 미소녀 스승으로 잘 만나서 강호의 무력최강도 되어보고

이젠 나부 1인자로서 종신권력 틀어쥔 채 미소녀 부하를 옆에 끼고 있는

경원 이자식이야말로 완전 인생의 승리자 아닌가?????

부현한텐 미안하지만 경원이 장군직 절대사수하면서 부현 평생 오구오구 약올렸으면 좋겠다. 로코 한편 뚝딱

비책 묻는 말에 부현이 점괘로 대답할 때마다 경원이 '태복, 사람 말로 하게나.' 하면서 브레이크 건다는 거 보면

그냥 이 둘 같이 붙어 나오는 것만 봐도 개그 콤비 같고 웃겨 죽겠음 ㅋㅋㅋㅋ

마각의 몸은 정신의 마모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인데 (우울증의 심화 버전 같은 느낌)

경원한테 마각의 몸이 안 왔다는 건 얘가 그만큼 강철멘탈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그 말은 즉 웬만큼 경원의 멘탈을 완전히 터뜨려 버릴 만한 엄청난 사건이 터지지 않는 한

경원은 앞으로도 종신장군직 해먹을 거라는 소리임.

근데 구 짝녀(안타깝게도 레즈였지만)를 자기 손으로 직접 묻어버리고,

전우였던 짱친들도 하나하나 다 보내버리고도 정신 멀쩡하게 유지하며 살아가는 거 보면

경원 얘는 멘탈 닳는 일이란 것 자체가 그냥 앞으로도 평생 없을 것 같죠?

만년 2인자 부현 장군직 못 물려받아서 졸도

재미있게도 부현이 장군직 물려받게 된다면 신군을 거느릴 수 있게 되니

에이언즈 두 명에게 가호를 받는 거물이 돼서 이쪽도 강자 반열에 들어가긴 할 듯.

누스 : 경원 걔는 똑똑해도 멘탈이 너무 단단해서 재미가 없더라 나는 2인자를 고르겠다

※ 스포주의, 스압주의

중국어 원문 번역한 거니까 한국판 스크립트랑 다른 점 많음

1.3 스크립트는 중문이 아직 안 떠서 한일영 교차번역함

【부현 캐릭터 스토리 ①】

(※ 부현은 지식의 에이언즈, 누스의 가호를 받아서 미래의 가능성을 연산하는 제3의 눈, 법안을 이마에 하사받음)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부현은 자신이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는 허락을 받고, 질문을 던졌던 그날 일을 기억한다.

"무슨 생각 중이지?"

지팡이를 짚고 선글라스를 낀, 눈먼 노인은 조용히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선택할 수 있었던 그 순간도……전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그 순간 좀 더 정확하게, 만 분의 일이나마 제가 좀 더 정확하게 점을 쳤더라면, 더 정확한 선택을 내렸더라면, 그들을 붙잡아 둘 수 있었을까요?"

반쯤 눈을 감은 소녀는 질문하는 것 같기도, 대답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매 순간, 자신의 족적이 만들어 낸 미로 속에 서 있는 법이지."

눈먼 노인은 지팡이로 바닥을 살짝 두드렸다.

"나는 네게 답을 해 줄 수 없다.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건 문제와……그 문제를 내다보기 위한 시야를 줄 수 있을 뿐이지. 너도 여기까지 찾아와서 나에게 구하고자 한 것은 답이 아니지 않느냐."

"그럼 제게 「눈」을 주세요.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인지, 한 명의 점술가로서 좀 더 또렷하게 보고 싶습니다."

"네 소원을 들어주마. 하지만 선주 사람의 육신은 오랜 시간 존재하지……. 내가 부여하는 「눈」을 받아들인다는 건, 영원한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지식을 얻기 위한 도구라기보다도……「형벌 기구」에 가깝지."

"지식은 고통을 대가로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것이야말로 전지하신 천군의 신조가 아닙니까? 저는 앞으로의 선택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눈」을 하사받을 때, 그녀는 어둠 속에서 과거를 보았다. 다소곳이 앉아 독서에 매진하던 어린 시절의 자신, 사랑스럽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자신의 총명함을 칭찬하던 아버지, 선주 「옥궐」의 점성가 가문으로서 부 씨 일족이 얼마나 찬란한 역사를 갖고 있는지 열띠게 말하던 가문의 어른들. 그리고──「태복」의 자리에 앉게 될 자신의 빛나는 미래를 점치기 위해 준비하는 점술가들.

"이게 제 미래인가요?"

"모든 것은 운명으로 정해져 있는 법. 이것이 너의 숙명이다. 점복의 결과는 태복 경천님께 올렸다. 그분이 네 학업을 살펴봐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지. 이건 엄청난 복이야."

모든 과거가 확률의 안개 속에 겹쳐져서 꿈인지 현실인지 분별하기 힘들었다. 그건 의식의 가장자리에서 계속 변화하더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미래로 뻗어나갔다. 그녀는 무수한 순간을 필사적으로 분간하면서, 자신이 정식으로 점술가가 되는 날을 찾아보기 위해 노력했다.

【부현 캐릭터 스토리 ②】

그날, 선주 「옥궐」의 감운경 아래에서 부현은 스승을 처음 만났다. 하지만 그녀는 눈앞에 서 있는 자가 일족 어른들이 신처럼 숭배하는 태복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낡아 해진 비행사의 옷차림을 하고 땅에 대충 다리를 뻗고 앉은 그 남자는 투영된 여러 진(陣) 안에서 끝없이 교차하고 변화하는 빛의 점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제자 부현,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조금 망설인 끝에 소녀는 입을 열었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남자는 그녀에게 들여다보라는 듯 손짓했다. 부현은 남자의 손이 나무로 만든 기계로 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탈라사 방어를 맡은 옥궐의 「명가위(鳴珂衛)」는 선주 「요청(曜靑)」 함대의 흉물 섬멸에 협력 중이지. 너도 들어 보았겠지? 하지만 그들은 이 전투에서 이길 수 없을 거다."

"네? 요청의 함대는 적수가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무용이 뛰어나지 않습니까? 전보에 의하면 아군과 전함의 수가 보리인(歩離人)들의 수렵부대의 배는 된다던데, 그런데도 저희가 패배한다는 말씀입니까?"

"좋은 질문이군. 너는 운명에 쉽게 굴하지 않는 제자 같구나."

남자는 일어서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운명을 알고 있지만 굴복하지 않고,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모색하는 것……. 점술가로서 바람직한 일이지. 하지만 아무리 선택을 해도 눈앞에 놓인 운명이 외길일 때도 있지. 점복이 끝났을 때, 흉과 대흉, 이 두 가지 결과만 남았다면,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두 선택을 비교하고, 조금이라도 피해가 적은 쪽을 고르겠지요. 점술학에서 제일 먼저 배우는 것 아닙니까."

"인간의 눈으로 경중을 가릴 수 없다면?"

말하면서 남자는 돌아보았다.

"이 점괘는 새로 구축된 진법 「십방광영법계(十方光映法界)」에 의해 연산된 것이지. 결과는 두 가지. 선주 「요청」의 「학우위(鶴羽衛)」를 동원하거나, 선주 「방호(方壺)」의 「현주위(玄珠衛)」를 동원하는 것. 학우위를 동원하면 그 병력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공세에 나설 수는 있겠지만, 그 후에는 승기를 잡을 수 없다. 현주위를 동원하면 먼 곳에 있는 선주 방호의 협력을 얻기 위해, 6개월은 전투를 끌어야만 하지. 적들이 여러 차례 반격할 테니 병력을 잃겠지만,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

"그들은 전자를 고르겠군요."

"그래. 점술의 결과는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 정도에 불과하고, 장군의 결정을 대신할 수 없지. 장군은 눈앞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골랐고. 하지만 내 연산도 틀리지 않았으니, 이건 운명으로 정해진 결과다."

"병법서의 「병력이 2배일 때는 싸운다」는 원칙을 따른다면, 「요청」에 원군을 청하는 것이 꼭 하책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정해진 운명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태복님께서는 어찌 모든 것을 필연이라 단정하십니까?"

"이 세상에 정해진 운명 같은 건 없다?"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한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지……. 점술 결과가 나왔을 때, 계산이 잘못된 건 아닌지 의심했지만, 아무리 연산해 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직접 검증해 보기로 했다. 탈라사로 향한 나는 몇 주간 흉물들과 싸우며 수상 생활을 하는 현지인들의 신임을 얻었다. 그리고 놀라운 정보를 얻게 됐지. 달의 영향으로, 한 달 뒤면 탈라사 사람들이 「악마의 물결」이라고 부르는 커다란 밀물이 밀려들 거라는 걸. 방호의 비디아다라족, 운음사(雲吟師)가 도와주지 않으면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는 적들과 계속 싸울 수 없지. 이 정보는 그 어떤 박물지나 군사 자료에도 실려 있지 않았다. 점괘를 직접 검증하려 한 결과, 나는 내 손을 대가로 지불했다."

쓴웃음을 지은 남자는 나무로 만들어진 팔을 들어서 좌우로 흔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운명이 외길일 때도 있지. 모든 것은 운명으로 정해져 있단다. 참, 나를 태복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오늘부터는 「스승님」이라고 부르거라."

【부현 캐릭터 스토리 ③】

옥궐의 태복사에서 그녀는 자신의 일생 중 가장 즐거운 시절을 보냈다. 숙명, 자유의지, 진법 연산, 인간의 선택……. 점술과 관련된 각종 문제와 관련하여 소녀는 스승과 항상 논쟁을 벌였다. 이 논쟁은 날카로운 설전이 아니라, 사제 사이이자 벗이기도 한 두 사람 사이의 대결 같은 것이었다.

대부분의 문제에서 소녀는 스승과 의견의 합의를 보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절대 좁힐 수 없는 차이가 하나 있었다. 누스에게서 연산 경전을 얻은 뒤, 선주 「옥궐」의 태복사는 수백 년의 세월을 거쳐 경전의 해독에 성공했고, 그 덕분에 옥궐은 선주 연맹에서 제일가는 점술 진법을 구축할 수 있었다. 옥궐의 점술가들은 이를 무척 자랑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부현이 보기에, 이는 선주인들의 미래가 진법이 정해놓은 길에 묶여 버린 것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진법이 보여 준 미래가 반드시 현실이 될 것이라 굳게 믿게 되었고, 자아가 없는 유명무실한 장식으로 전락하는 길을 택하고 말았다. 진법의 노예가 된 점술가들은 길시에는 행동하고, 흉시에는 멈추고, 그날 하기에 바람직한 일과 바람직하지 않은 일에 주의를 기울여 가며 모든 일을 점술로 결정하기 시작했다.

"진법이 저한테 너는 내일 죽을 거라고 고하면, 저는 자결해야 하는 겁니까? 그런 거라면 점을 치든 안 치든 마찬가지잖아요?"

"우리는 우리가 운명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 그리고 그것이 태복사와 태복 제도를 창설한 현요조사(玄曜祖師)께서 추구하셨던 최상의 길이기도 하고. 진법의 도움을 받아서, 점술가들은 그저 점술 결과를 경건하게 믿고, 계시대로 차례차례 선택을 내리기만 하면 되지. 그것이 아무리 괴상한 선택일지라도,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는 선택이더라도 말이지. 그 모든 선택이 언젠가 우리 선주가 이루고자 하는 위업을 달성하게 해 줄 것이다. 불사의 역병을 흩뿌리는 재앙신을 제거하고, 세상을 장수의 고통으로부터 구원한다는 위업을."

남자의 표정은 깨달음을 얻은 선구자처럼, 당당하면서도 평온했다. 그는 부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내가 너의 운명을 알고 제자로 거둔 것처럼 말이다."

내 재능 때문이 아니라? 우리 일족의 인맥 때문도 아니고? 단지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고? 이, 이건 말도 안 돼!

분노가 치밀어올랐고,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거 아느냐? 「십방광영법계」에 점괘를 물어보고 괘상을 해독했을 때, 나는 네 손에 의해 나의 명줄이 끊어질 거라는 걸 확신했단다. 그래도 나는 너를 제자로 받아들였고, 네가 선주 「옥궐」의 태복 자리를 물려받는 날을 기다리기로 했지. 모든 것은 운명으로 정해져 있으니까."

운명으로 정해져 있다고? 스승님의 명줄을 내가 끊어 버린다고? 선주가 아직 삼겁 시대에 있다는 듯한, 나를 태복의 자리가 탐나서 스승을 해치는 것도 꺼리지 않는 배신자 취급하는 듯한 말투잖아. 망할 스승님!

"그렇다면 저는……그 미래가 실현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소녀는 스승의 지혜를, 실력을, 인품을, 점술가로서의 모든 것을 존경했다. 하지만 운명을 내다보는 점술가로서, 숙명론이라는 심연에 안주하며 이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스승의 태도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부현은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온갖 방해물을 뛰어넘은 끝에, 스스로를 추방하는 형태로 선주 「옥궐」에서 도망쳤다. 그녀는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를 갖고 있었던 나부의 태복사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점술에 몰두했다. 선주 「옥궐」을 나온 그녀는 그 예언이 누군가의 황당무계한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신이 직접 증명하고자 했다.

【부현 캐릭터 스토리 ②】

그로부터 100년의 세월이 흘렀고, 다시 전쟁이 일어났다. 복관(卜官)이었던 부현은 명을 받고 쉴 새 없이 점괘를 연산했다. 결집한 풍요의 대군은 선주 「방호」를 급습했다. 옥궐과 나부는 방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에, 원군을 보낼 책임이 있었다.

연산 결과에 따르면, 온 힘을 다해 맞서 싸우면 참전한 모든 선주의 군대들은 대패하게 되지만, 수비를 철저히 한다면 역전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 역전의 계기가 무엇인지, 괘상은 보여주지 않았다. 부현은 연산을 거듭했지만, 궁관진이 내놓는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실패를 선택하는 사람은 없어."

점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게 전부였다. 부현은 득실을 낱낱이 적고, 연산 결과를 신책부에 보고했다. 천궁의 장군들은 회의 끝에 방호를 침공한 풍요 연합군의 강대한 병력을 상대로 수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결단을 내렸다. 예상한 결과였다. 나부와 옥궐의 운기군은 적들에 맞서 싸우고, 요청의 부대가 당도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그날, 부현은 투영 모래판을 통해 연맹 지원군이 패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보리인은 하늘을 뒤덮을 만한 함대와 기계 짐승을 동원했을 뿐만 아니라, 고대 전설 속에 등장하는 활성화 혹성, 「계도(計都) 신기루」까지 소환했다. 이 불길한 별이 방호에 떨어지면 그곳에 사는 모든 생명은 종말을 맞이하고, 선주 「창성(蒼城)」의 멸망의 참극이 재현될 것이다. 사람들은 불길한 혹성의 강림을 그저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겠지.

점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로 이게 전부일까?

초조함과 분노로 휩싸인 부현의 머릿속에 무척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경원 장군님을 뵙게 해 주십시오!"

장군을 만난 소녀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현재의 운기군의 병력만으로는 승기를 잡기 어렵습니다. 전세를 뒤바꿀 유일한 방법, 그것은 천궁의 화신을 현현하게 하는 것입니다."

모독과도 같은, 이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다 털어놓았을 때, 조금 피곤해 보이는 장군은 뜻밖에도 그녀의 제안을 전혀 비웃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자네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선주 「옥궐」에는 연맹에서 제일 중요한 별 관측 장치, 감운경이 있습니다. 이 장치는 관측뿐만 아니라 외부에 신호를 보낼 수도 있죠. 전함을 이용해 감운경을 방호로 옮기고, 천궁의 빛의 화살이 마지막으로 현현했던 곳에 구조를 요청하는 겁니다. 지금 당장 움직인다면, 그 혹성이 떨어지기 전에 전세를 뒤바꿀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천궁이 강림하는 유일한 징조와, 그게 초래할 무시무시한 결과를……자네도 알고 있겠지."

"네. 본 안건의 발안자로서, 제가 직접 전장에 나가서 책략을 수행하겠습니다."

소녀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신의 제안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충고해 줘서 고맙네. 하지만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는 6각료가 일심으로 맞서야 하지. 그리고 자네에게는 그 장치를 조작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이 작전으로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면, 그때는 발언자로서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네.

부현, 자네는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떠나가는 장군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부현은 문득 '6각료가 일심으로 맞선다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감운경 조작 전권을 가지고 있고, 더 나아가 천궁의 칙명을 해독하여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은──옥궐의 태복, 딱 한 명뿐.

"이게 네가 「눈」을 원한 이유인가? 네 꿈을 읽었다……."

소녀는 눈을 뜨지 않았지만, 주변 세상이 연기에서 실체로 응집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든 가능성은 사라지고, 정확하면서도 오류가 없는, 유일한 선택만이 남겨졌다.

"그건 꿈이 아니에요. 지금의 저를 만들어 낸, 제 과거죠. 스승님의 말씀은 틀리지 않았던 거예요……. 운명의 길은 언제나 외길이었는데."

【경원 캐릭터 스토리 ①】

"태복 나리께 내 묻고 싶은 것이 있다네. 이 성진기(星阵棋)의 장기판은 네모난데, 장기말은 왜 둥근 것일까?"

"천원지방(天圓地方)을 본떴기 때문이겠지요? (※ 천원지방 :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낳다는 고대 중국의 우주관) 문명이 개척되기 전, 고대인들은 땅이 평탄하다고 믿었습니다. 열국(列國)이 각축을 벌이는 모습, 땅을 통일하던 모습을 그대로 본따 장기로 만든 것이니, 이 성진기의 장기판은 당연히 네모난 장기판이 된 것이죠. 장기말은……당시 사람들은 하늘이 덮개로 덮여 있는 것처럼 둥글다고 믿었기에, 별의 운행과 그에 맞는 인간의 역할을 본떠 자연스럽게 둥근 장기말을 만든 겁니다."

"아닐세, 틀렸다네."

"당신이 아직 두지 않은 48수 앞까지 나는 이미 다 내다보았습니다. 경원, 질문으로 내 주의를 돌릴 심산이라면, 얼른 포기하는 게 좋을 겁니다."

"에이, 부 태복, 왜 나를 공연히 의심하는 건가?"

"말 끊지 말고, 어디 계속 얘기해 보시죠."

"부 태복의 말대로, 장기란 인간사를 대국에 비유한 것이라네. 전쟁의 규칙은 명확해서 각 장기말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의 수는 정해져 있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진퇴뿐이지. 방형(方形)으로 진퇴하기에 네모난 장기판이 된 걸세. 장기말은……선현 가라사대 「용지여원(用智如圆)」, 지혜는 원만하게, 용의주도하게 써야 한다고 이르셨듯, 진지 안에 있는 자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지혜를 갖고 있기에 장기말을 둥글게 만든 것이라네." (※ 용지用智는 바둑 5단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한데, 즉 용의주도하게 부현 속일 계획 다 짠 경원이 '아 지금 나 너 치밀하고 교묘하게 속이는 중인데 이걸 눈치 못 채네' 하고 유식한 말 써 가면서 실시간으로 부현 티배깅하고 있는 것 ㅋㅋ)

"성진기의 유래는 「옥사순습(玉沙巡拾)」에 나옵니다. 경원, 나는 배움이 짧지 않습니다. 나를 속일 생각 마세요!"

"운차(雲車)를 좌측으로 세 칸, 앞으로 네 칸 이동하지. 장군. 자네가 졌다네, 부 태복."

"자, 잠깐. 왜 아까 예견할 때 이 수는 내다보지 못했던 거지? 무, 물리세요. 다시 둬요."

"장기말은 사람과도 같아서, 저마다 자신만의 지혜를 갖고 있는 법이지. 자네와 나는 후회 없는 수를 두었는데, 다시 대국을 해야 할 연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하하, 한 사(司)의 우두머리로서, 고집을 피워서 쓰겠나?"

【캐릭터 음성】

부현 · 고민거리 : "저는 식견이 넓고 각종 경전을 망라하기에 대화할 때 종종 경전을 인용하곤 합니다만, 그 탓인지 '사람 말로 하라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죠……. 흥." (※ 경원 디스하는 중)

부현→경원에 관해 : "흥, 경원이 그동안 저를 후임 장군으로 추천하겠다고 약속한 게 122번이에요. 그중 121번은 제가 뭔가 공을 세우거나 비책을 짜낸 뒤였는데, 그럴 때마다 경원은 '그래그래'하고 대충 건성으로 대답하곤 했죠. 남은 한 번은, 제 얘기에 경원이 고개를 끄덕거리길래, 잘 살펴보니, 그냥 꾸벅꾸벅 졸고 있던 것뿐이더군요."

경원→부현에 관해 : "부 태복의 마음은 나도 잘 알고 있다네. 그래서 더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고. 부 태복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수 있게 된다면, 그때가 비로소 때가 된 거겠지."

부현→연경에 관해 : "제가 경원과 대화를 나누다가 언성이 높아질 때면 그 아이는 항상 저를 노려보더군요. 하지만 그 아이가 저한테 실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건 법안으로 내다볼 필요도 없으니, 그냥 두고 있어요."

연경→부현에 관해 : "부 태복은 장군이 되고 싶어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부 태복은 입만 열면 사람들 졸음을 쏟아지게 만드는 그 버릇부터 고쳐야 할걸요."

【메인스토리 : 乘槎驭风仙窟游】 (1.0)

경원 : "태복 나리, 나와 저들이 나눈 대화를 다 들었겠지. 어떻게 생각하나?"

부현 :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천도(天道)는 명료하나, 인심(人心)은 심오하다.」 저들의 방문이 길조인지 흉조인지 저 보고 점쳐 달라는 건가요?"

경원 : "그럴 필요 없네. 은하열차는 이 일과 무관해. 내가 보증하지. 우리는 저들이 방문한 목적을 심각하게 따져 볼 필요가 없어. 미끼를 던져놓고, 물고기를 낚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부현 : "그건 제가 했던 제안이었을 텐데요, 장군."

경원 : "그래. 지혜로운 부 태복 덕분이지. 그러니 뒷일은 전부 자네에게 맡기겠네."

부현 : "흥, 그럼 얼른 자리에서 내려오기나 하시죠."

경원 : "아직 때가 아닐세. 만약 큰 변수가 생긴다면 내가 장군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니까. 지금 바로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부 태복을 불의에 빠뜨릴 수는 없지."

부현 : "그러게 진작 스텔라론 헌터를 제 손에 맡기셨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 아닙니까. 당신 대체 무슨 생각 하고 있는 거예요? 경원! 서……설마 그 사람을 일부러 풀어준 거예요?!"

경원 : "내가? 부 태복처럼 미래를 예견할 줄 모르는 내가 어떻게? 운기군이 감시를 소홀히 한 탓이니, 내가 책임을 져야지."

부현 : "흥, 알 것 같네요. 선주의 업무는 워낙 번잡하니, 당신도 지친 거겠죠. 내가 밑에서 보좌해 주지 않았더라면……. 그건 그렇고. 다음 「6각료」 정무회의 때 저를 후대 장군으로 천거하겠다던 약속, 지켜줘야 할 겁니다."

경원 : "응응응, 그래, 그래, 알았네. 나는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 뒷일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부 태복에게 부탁하지."

경원 : "선주의 골칫거리, 책상 위의 공문, 화단의 잡초. 이 세 가지만큼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깔끔하게 치워 버릴 수가 없군."

연경 : "장군님, 부 태복이 장군님의 자리를 물려받고 싶어 한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는걸요."

경원 : "부 태복은 유능하지만, 마음씨를 좀 더 갈고닦을 필요가 있지. 저 강직한 성격이 다듬어진 뒤에나 나도 은퇴를 고려해 볼 수 있을 텐데."

경원 : "부 태복, 진척은 어떻지?"

부현 : "간만은 건(乾)과 진(震) 사이에 있으니. 행하여도 화(禍)가 닥치며, 이(利)를 얻지 못하리라."

경원 : "부 태복, 사람 말로 하게나."

부현 : "대흉. 큰 재앙이 닥칠지니. 오늘 태복사의 운세입니다. 「궁관진(窮觀陣)」은 멈췄고, 부적은 흐릿하고, 태복사 내부의 스텔라론 악령(※ 원문 : 星核邪祟)도 제거하지 못했고. 진법을 고치고는 싶지만 운기군은 백성을 보호하느라 바빠서 동원할 병력이 없고, 이런 상황에서 장군이 떠넘겨 버린 스텔라론 헌터 일까지 처리해야 하니, 태복사에 큰 재앙이 닥친 게 아니고서야 달리 뭐라 일컬어야 한단 말입니까?"

경원 : "하하, 그래도 내 눈앞에 있는 건 '미래를 내다보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법안(法眼)'을 가졌다는 부 태복이지. 길조를 쫓고 흉조를 피하는 건 자네 전문 영역 아닌가?"

부현 : "번지르르한 빈말은 됐습니다. 장군, 운세가 오르내리는 건 하늘의 이치입니다. 잔꾀 부려서 피해 갈 생각은 하지 마시죠. 태복사는 눈앞에 닥친 길흉을 제시하고,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따름입니다. 점괘를 아예 비틀어 버릴 정도로 신통한 수단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고요."

경원 : "그러니까 부 태복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니겠나. 미래를 관측할 수 있는 스텔라론 헌터를 제압할 수 있는 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부 태복뿐이지. 자네를 도울 일손을 내 어찌 미리 마련해 두지 않았겠는가? 자, 지원군이 도착했다네."

청작 : "태복님. 명령을 받은 건 아니지만, 손님을 모셔 왔습니다."

부현 : "……. 장군은 틈만 나면 사람을 부려 먹으려고 하시는군요. 정말 피도 눈물도 없으십니다."

경원 : "기왕 온 김에 쓸 수 있는 사람은 다 써 봐야 하지 않겠나."

부현 : "본좌의 허락 없이 궁관대진(窮觀大陣)에 발을 들여놓다니, 규율 위반……이라고 말하면, 본좌가 매정한 사람으로 비춰지겠죠. 뜻밖에도 여러분을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정말 반갑네요. 청작 이 아이는 평소에는 못 미덥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최선을 다하거든요."

☞ 선택지 : "마음껏 부려 먹을 수 있는 일손이 왔답니다. 반갑죠?"

부현 : "진심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 해야겠죠. 흥, 본좌는 저 장군과는 다릅니다. 여러분은 태복사의 사람도 아닌데, 제가 어찌 여러분을 제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겠습니까?"

☞ 선택지 : "저는 태복님이 저희를 문밖으로 쫓아낼 줄 알았어요."

부현 : "원래 궁관진이 작동되면 여러분께 제 태복 기예를 다시 보여 드리려고 했는데……. 휴, 손님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제 불찰입니다."

Mar. 7th : "인사치레는 됐어. 그 장군이 하는 말을 우리가 못 들은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이 생긴 거면 우리한테 맡기면 돼."

부현 : "아, 그럼 본좌도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태복사에 일손이 부족한지라, 여러분이 궁관진의 기반을 재가동하고, 스텔라론 악령을 제거하는 걸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개척자 : "우리가 하는 게 기밀 염탐은 아니겠지?"

부현 : "본좌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게 되는 거죠."

개척자 : "그 진법이란 게 뭔지 저는 잘 모르는데요."

부현 : "청작을 보내서 궁관진의 기반을 재가동하는 일을 보좌하라고 일러두겠습니다. 스텔라론 악령의 제거에 관해선……."

Mar. 7th : "개척자. 내가 점을 쳐 봤는데, 우리 셋은 고생할 운명이래."

개척자 : "그럼 이제 그 마법의 주문을 외워 보세요!"

부현 : "네, 네? 무슨 마법의 주문이요?"

Mar. 7th : "아, 간단해. 세계 어디서든 다 통하는 단어. 「부탁」."

부현 : "……. 부, 부탁드릴게요!"

Mar. 7th : "알았어."

부현 : "청작, 기반을 재가동하는 일은 너한테 맡기마. 그리고, 방금 네가 보고 들었던 건 전부 잊도록."

부현 : "카프카가 궁관진을 속인 게 아니고서야……."

경원 : "당황하지 말게, 부 태복. 궁관진은 거짓을 말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야지. 자네가 말한 카프카의 주장에 이상한 점은 없었다네. 그 사실이 나한테 마침 퍼즐 한 조각을 채워주는군. 나부에 외적이 존재한다는 건 명확하고, 스텔라론이 갑자기 나타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분명 누군가가 모종의 방법을 써서 스텔라론을 선주에 반입했겠지. 나부의 내환은 풍요의 백성을 자처하는 은밀한 악의 조직, 약왕의 비전이고. 카프카가 말한 사실이 마침 나의 추측을 뒷받침하는군."

부현 : "당신……. 장군,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던 거죠?"

경원 : "스텔라론이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선주는 천궁의 사명의 가호를 받고 있으니, 또 다른 에이언즈가 사도를 보내서 손을 쓴 게 아니고서야 나부에 어찌 스텔라론을 반입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까 외적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봐야 하지. 곳곳을 침식한 스텔라론이 신책부와 유폐옥 두 기관을 교묘하게 피해 간 데는 분명 다른 목적이 있었을 거야. 적이 이만큼 치밀한 계략을 짜고, 나부의 내부 정보를 이토록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건,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는 뜻이지. 이 두 가지를 미루어 생각해 봤을 때, 스텔라론 헌터가 진정한 흑막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건 어렵지 않아. 나는 그 녀석을 봤을 때부터 눈치챘다네. 그런데 그 녀석은 왜 이곳에 왔고, 또 왜 은하열차를 끌어들인 걸까? 그 퍼즐 조각을 나는 찾지 못했는데, 부 태복이 가져온 소식이 마침 그 비어 있던 부분을 채워주는군. 하하, 스텔라론 헌터는 역시 재미있다니까. 이렇게 먼 길을 돌아온 목적이 선주와 은하열차를 연결해 주기 위해서였다니,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부현 : "장군, 느긋하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니에요!"

경원 : "애써 찾으러 갈 필요 없네. 저게 바로 「스텔라론」이지. 배신자는 스텔라론을 불멸의 거목이 있는 동천에 던져넣어서 거목을 소생시켰거든. 보게, 「약왕의 비전」도 결국 더 참지 못하고 움직이기 시작했군."

부현 : "위기가 기회로 변했으니, 문제가 뭔지만 알면 해결하는 건 어렵지 않죠. ……설마 또 저더러 해결책을 내라는 건가요?"

경원 : "그래. 부 태복이라면 뭔가 대책을 세웠을 줄 알고 있었다네."

부현 : "본좌의 견해로는, 지금 제일 시급한 건 운기군을 소집해서 「불멸의 거목」이 뿌리내린 동천의 스텔라론 악령을 제거하고, 거목의 소생을 막는 거예요."

경원 : "오, 부 태복의 법안으로 간파해 낸 비책이라면 그것이 필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겠지. 하지만 때로는 가장 빠른 방법이 꼭 최선책이 되는 건 아닐세. 생각해 보게. 스텔라론이 어디에 있는지 진작 알고 있었는데도, 나는 왜 움직이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을까?"

부현 : "장군."

경원 : "응?"

부현 : "……이 나쁜 놈."

경원 : "하하, 풀을 베려면 아예 뿌리부터 뽑아야 하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는데도 「약왕의 비전」이 이 시기에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 운기군이 정세를 장악한 걸 보고 반역자들이 초조해졌다는 뜻이지. 이제 명분도 갖춰졌으니, 일망타진하기 딱 좋겠어."

부현 :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장군께선 그 손실을 어떻게 감당하실 겁니까?!"

경원 : "오, 부 태복. 나한테는 아직 진기한 복병이 남아 있지 않은가. 스텔라론 헌터는 은하열차와 우리가 동맹을 맺길 바라는 것 같으니, 이 경원도 사양할 것 없지."

☞ 선택지 : "여러분! 큰일 났어요!"

Mar. 7th : "엄청 큰 나무가 갑자기 자라기 시작했어!"

☞ 선택지 : "또 저희 부려먹으려고요?"

Mar. 7th : "장군님이 웃는다는 건, 또 우릴 부려 먹겠다는 거지!"

부현 : "본좌의 잘못입니다. 본좌가 장군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는 바람에……. 당신, 적당히 좀 해요! 그 진기한 복병을 써도 너무 빈번하게 쓰잖아요. 우리 나부에 쓸 만한 인재가 그렇게 없습니까! 당신……왜, 왜 나를 빤히 봐요? 제가 장군께 일깨워 드려야겠네요! 「불멸의 거목」은 기밀 중의 기밀, 외부인의 접촉을 허락하는 건……."

경원 : "규칙 위반이지. 나도 부 태복에게 상기시켜 줘야겠군. 규칙은 선주가 건재할 때나 통용되는 법일세. 위기의 순간 규칙이 맞으면 이용하면 되고, 규칙에 어긋난다면 그냥 무시하면 되지. 그러니까 나는 이제부터 규칙을 하나 어기는 결정을 내릴 걸세. 아, 하나만 어긴 건 아닐 수도 있지만. 하하, 생각해 보니 정말 통쾌하군. 부 태복, 병부를 자네한테 맡길 테니, 운기군을 이끌고 「불멸의 거목」과 가까운 곳에 있는 「단정사」 동천 밖에서 응전하게."

부현 : "제가요? 저 보고 군을 지휘하라고요?"

경원 : "늘 경험해 보고 싶어 하지 않았는가? 장군이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인지."

부현 : "평소엔 한 귀로 흘려듣더니, 왜 이제 와서 갑자기…….. 알았어요.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경원 : "「단정사」, 「인연경」 이 두 동천은 봉인된 「불멸의 거목」과 가까운 곳에 있지. 수고스럽겠지만 제군이 진상을 알아내 줬으면 좋겠군."

개척자 : "한시가 급하니까, 저희는 이만 출발할게요."

경원 : "내 이미 부현에게 일러두었으니, 부현이 태복사로 가는 지름길을 열고 제군의 편의를 봐 줄 걸세."

부현 : "행하여도 화(禍)가 닥치며, 이(利)를 얻지 못하리라. 점괘가 정말로 맞아 떨어졌잖아? 젠장. 수천 년간 말라비틀어진 상태였던 「불멸의 거목」, 풍요의 유물이 소생하다니, 선주의 앞날은 예측하기 어렵겠어."

개척자 : "장군님이 저희한테 「공조사(工造司)」에 가 보라고 했어요."

부현 : "장군은 정말 사람 부려 먹는 데는 도가 텄다니까요. 그곳은 단정사와 무척 가깝죠. 아마 지금쯤 큰 난관을 맞닥뜨렸을 겁니다. 별뗏목은 이미 준비되었으니, 제가 길을 안내하죠. 본좌에게는 장군이 맡긴 중임이 있으니 그럼 이만. 다들 조심하시길."

Mar. 7th : "참, 태복님. 우리 점 좀 쳐 줘. 뭐 조심해야 하는 건 없어?"

부현 : "점쳐 볼 필요 없습니다. 제 이마에 있는 법안으로 보건대, 여러분의 이번 여정은 필시 원형이정(元亨利貞)을 따라, 불길한 일은 그 무엇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Mar. 7th : "저, 정말? 도구랑 손가락 안 쓰고도 계산이 돼?"

개척자 : "우리가 노력하기 나름이겠지. 가자!"

웰트 : "개척자 말이 맞아. 태복님, 덕담 감사합니다. 출발하자."

【메인스토리 : 云树百丈蔽重楼】 (1.2)

운기군 병사 : "태복님, 돌아오셨군요!"

부현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저는 이미 「약왕의 비전」의 속임수를 알아냈습니다."

☞ 선택지 : "기다려도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요."

부현 : "흥, 그냥 예의상 해 본 말입니다. 점괘에 의하면 당신들은 이곳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았을 텐데요."

☞ 선택지 : "왜 약왕의 비전에 관해 진작 말해주지 않은 거예요?"

☞ 선택지 : "당신들이 그 속임수에 놀아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부현 : "죄송합니다. 기밀 유출을 막기 위해 「약왕의 비전」에 관한 건 저와 장군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연맹의 전복을 노리는 비밀 조직입니다. 내내 그늘 속에 숨어 있었지만, 이번 스텔라론 사건이 터지자 결국 못 참고 종적을 드러냈죠. 그리고 이번 재난은 그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웰트 : "전세가 불리한테도 태복이 앞장서서 몸소 적들의 정세를 살피다니, 감탄이 나오는군."

부현 : "그……그건 별것도 아닙니다! 연산에 관한 일이라면 무릇 점술가가 직접 정보를 손에 넣어야만 정확한 결과에 다가갈 수 있는 법이니……. 잠깐, 누가 전세가 불리하다고 했나요? 「약왕의 비전」이 오랫동안 음모를 꾸며오며 교묘한 잔꾀를 부린 건 사실이지만, 저희 군은 아직 열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찌 전세가 불리하다고 말씀하십니까?"

☞ 선택지 : "그럼 이제 저희를 출진시킬 거고요?"

부현 : "정말 총명하시네요."

Mar. 7th : "봐, 태복이랑 한동안 같이 다녔더니, 우리도 앞날을 내다보는 버릇이 생겼나 봐."

☞ 선택지 : "저희를 기다렸다는 건, 또 따로 부탁할 게 있다는 거겠죠?"

부현 : "이미 준비가 다 되신 것 같네요."

Mar. 7th : "에휴, 너희 어공님은 처음 만났을 때 '이건 선주 내부의 일이니, 여러분이 염려하실 필요 없습니다.'라고 했다고. 어떻게 눈 깜짝할 때마다 힘든 일들을 죄다 우리한테 떠넘길 수가 있지? 컴퍼니도 너희처럼 사람 부려 먹진 않겠다."

Mar. 7th : "어디 맞혀나 보자. 이번에는 우리한테 뭘 시키려고? 설마 선봉에서, 운기군과 함께……돌격하라? 안 가, 안 가! 본 소녀는 상상만 해도 현기증이 납니다!"

부현 : "누가 여러분을 전장에 보내겠다고 했나요……."

Mar. 7th : "아, 아니야?"

부현 : "경원이 말했었죠. 여러분은 인연이 닿아 당도한 진기한 복병이라고요. 운기군의 공습이란 즉 정공법. 바로 지금이 「기(奇)」병을 사용할 때겠죠. 여러분, 본좌를 따라오세요. 「불멸의 거목」을 하사받은 후, 단정사는 나부 선주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가 됐죠. 어쨌든 그들은 모든 선주인을 장생종으로 바꿔 주었고……「불멸의 거목」 안에서 각종 신기한 기술을 연구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단사(丹士)들은 이 정도로 만족하지 못하고, 본인의 쾌락을 위해 생명을 조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불멸의 거목」에 관한 연구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독주를 마시듯……깊이 파고들수록 그들의 갈증은 더 심해졌죠."

부현 : "「새벽종에 꾸는 것은 꿈속의 꿈, 안개와 노을이 모이고 흩어지네」. 여러분, 저기 보이시죠?"

정운 : "엄청 큰 단로(丹炉)네요.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어요."

부현 : "이곳은 고대 단사들이 선도(仙道)를 추구하던 곳입니다. 그들은 이곳에 단로를 세우고, 「불멸의 거목」의 힘을 흡수해서 기이한 공상을 현실로 만들었죠. 단로에서 피어오르는 안개가 늘 자욱하게 끼어 있었기에 「운하자부(雲霞紫府)」라는 이름이 붙었고요. 운치 있는 이름이지만 이곳은 병법에선 죽음의 땅. 단로가 꺼지지 않고, 운하(雲霞)가 계속 피어오르는 이상 저희는 한 걸음도 다가갈 수 없어요."

웰트 : "그게 운기군이 이성을 잃고 마각에 빠진 이유인가?"

부현 : "그렇습니다. 「약왕의 비전」은 이 동천 곳곳에 흩어진 안개 속에 마각화를 유발하는 단약을 섞어놓았죠. 숨을 참고 행군하지 않는 한, 운기군은 싸워보기도 전에 자멸하겠죠. 내 곁에 있는 전우가 언제 마각의 몸에 빠질지 모르니, 군대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데 의심만 한 것이 있겠습니까?"

웰트 : "운기의 첫 번째 공격은 엄호로 그쳤지. 운기군의 주력이 적의 주의를 끄는 동안, 태복은 우리에게 단로를 꺼서 연기를 걷어달라는 거로군."

부현 : "100년을 숨어 있던 「약왕의 비전」이 잠복을 포기하고 모습을 드러내기로 한 건 반드시 이길 자신이 있다는 거겠죠. 하지만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 봤자, 그들이 상정한 건 결국 운기군을 상대하기 위한 것. 여러분의 능력과 존재를 「약왕의 비전」은 전혀 모르고 있으니, 대비도 못 했겠죠."

☞ 선택지 : "저 연기는 저희한테는 아무 영향도 못 주나요?"

부현 : "그렇습니다. 이 요사한 연기는 상대방이 운기군을 상대하기 위해 사용한 비장의 수죠. 「불멸의 거목」은 나부의 금기입니다."

☞ 선택지 : "왜 여우족이나 비디아다라족을 보내지 않고요?"

부현 : "마각의 몸을 오해하고 계시네요. 마각의 몸은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저주가 아닙니다. 여우족에게서 마각의 몸이 좀처럼 발현되지 않는 건 그들의 수명이 유한하기 때문이죠. 비디아다라족은 「비늘갈이」로 전생을 버리고요. 마각의 몸이란 저주 앞에 모든 장생종은 평등해요.

부현 : "선주 연맹은 본래 독립되어 있으니, 「약왕의 비전」 사람들은 장군이 외부로부터 지원군을 불러들였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을 겁니다. 물론 단생종을 상대하기 위한 준비도 전혀 안 했겠죠."

웰트 : "경원 장군이 말한 진기한 복병이란 게, 이걸 뜻한 거였나?"

부현 : "본좌는 함부로 망언을 내뱉을 생각은 없습니다만, 스텔라론 헌터의 예언이 본좌의 계산보다 더 정확하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네요. 카프카가 원하던 미래가 하나하나 맞아떨어지고 있어요."

☞ 선택지 : "저는 그 사람들의 예언대로 움직이고 싶지 않아요."

부현 : "저도 다른 이의 뜻에 놀아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운명의 길 위에서 인간은 마음대로 행동할 수도 없고, 인연이란 굴레에서 벗어날 수도 없죠. 모든 사람이 내리는 선택은 자기 자신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동행한 사람을 앞으로 밀쳐내기도 한답니다."

☞ 선택지 : "갈 수 있는 길이 이 길밖에 없다면야……."

부현 : "「가장 좋은 결과를 내려면 이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고를 수만 있다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선택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하물며 이건 저 혼자서 내린 결정이 아닙니다……. 태복의 직책이란 길조를 쫓고 흉조를 피하는 것. 저는 제 선택으로 인해 나부가 끔찍한 미래로 굴러떨어지는 걸 원치 않아요."

부현 :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무 피해도 입지 않고 단로를 끄는 이 일은 오직 여러분만이 해낼 수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Mar. 7th : "알았어. 이번에는 태복이 「부탁」한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누구씨가 이 일은 우리만 도울 수 있다고 가르쳐 줬으니. 개척자, 양 아저씨, 내 말 맞죠?"

부현 : "연기가 걷히면 저도 즉시 합류하겠습니다. 절대 여러분이 고군분투하도록 두지 않겠어요. ……. 콜록콜록, 지금부터라도 숨 참는 연습을 해도 안 늦었겠지……?"

개척자 : "멀쩡해 보이는데요……."

부현 : "단로까지는 아직 거리가 꽤 남아 있으니까요. 본좌가 약리학에 정통한 건 아니지만, 복용량을 무시한 채 약의 독성을 논하는 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습니다……. 흥, 그건 그렇지만……. 내심 본좌도 무서워서 죽을 것 같다고요! 아직 젊은데, 이렇게 일찍 마각의 몸에 빠지고 싶지 않아요!"

☞ 선택지 : "그럼 역시 본진으로 돌아가시는 게 좋겠어요."

부현 : "제가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경원이 제게 운기군을 맡겼는데, 선봉에서 병사를 이끌 줄도 모르는 자가 장군직을 이어받으려 하고……크흠, 하물며 백성의 신망을 얻고자 하다니,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 선택지 : "만약 지금 폭주해서 마각의 몸이 되어 버리면……."

부현 : "본좌의 운세는 태괘와 건괘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즉시 결단한다면 큰 화는 입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말로 저를 뒤흔들려고 하지 마세요! 본좌는 최대한 정신을 가다듬어야 하니, 남은 일은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개척자 : "저 연기 진짜 저희한테 무해한 거 맞아요?"

부현 : "본좌의 말을 못 믿으시겠다는 겁니까! 크흠……본좌가 「모릅니다」라고 말한다면, 바로 손을 떼고 철수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 선택지 : "조금 자신이 없나 봐요?"

부현 : "허튼소리를. 본좌는 자신이 있습니다! 아무 문제 없다고요!"

☞ 선택지 : "점 한 번 쳐 보세요."

부현 : "계산할 필요 없습니다. 본좌는 점복술뿐만 아니라 직감도 정확하니까요!"

부현 : "여러분에게 진정제를 좀 나눠드려야겠네요. 여러분은 아직 「마각의 몸」이 뭔지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맞죠? 의사들은 「마각의 몸」은 기억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장생종은 무척 긴 수명을 갖고 있지만, 기억의 용량에는 한계가 있죠. 수백 년, 천 여 년의 시간이 흐르다 보면 장생종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역치는 부단히 높아지게 됩니다. 기억도 오랜 세월의 마모 아래 희박해지고, 권태감을 느끼다 보면 가장 극단적이고 선명한 기억만이 응집되어 남게 되죠. 그 기억은 틀림없이 고통과 회한으로 얼룩진 추억의 잔재일 겁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장생종의 결말이란 더 이상 기쁨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몸이 되어, 상흔처럼 뼈에 사무치는 후회와 원한 속에 남겨지는 것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감정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자아는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죠……. 이게 바로 「마각의 몸」의 발단입니다. 단생종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요. 마음이 놓이세요?"

Mar. 7th : "아, 그럼 오히려 안심이네. 마침 나는 아무것도 기억 안 나거든."

부현 : "……아니요. 여전히 이해를 못 하신 것 같네요. 마각의 몸에 빠지는 건 기억 때문이 아니라, 감정의 역치가 마모된다는……됐습니다. 기억 때문인 걸로 치죠."

개척자 : "약왕의 비전 사람들은 몇 명이나 돼요?"

부현 : "수는 적습니다. 대부분 유혹에 빠진 단사와 의사들이죠. 그들은 사역한 요수를 전투에 쓰거나, 단약으로 자신의 몸을 강화할 수 있지만……운기군의 적수가 되진 못하죠. 그래서 그들은 이 요사스러운 안개를 퍼뜨리는 방법을 생각해 낸 걸 겁니다. 실력 차이가 이렇게나 명확한데도 그들은 잠복을 관두고 반란을 일으켰죠. 정상이 아니에요. 그들은 어떤 기회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개척자 : "숨 참기 연습하시는 거 방해 안 할 테니까, 이만 가 볼게요."

부현 : "단로가 꺼지고, 연기가 걷히면 본좌도 즉시 달려가겠습니다."

부현 : "저 녀석이, 선주 사람의 모습을 하고 몰래 일을 꾸며서 우리를 우롱하다니……. 정말 교활하고 괘씸하기 짝이 없군. 더 걱정되는 건……반물질 군단의 병졸들이 선주 안에 몇이나 더 잠복해 있는 거지?"

☞ 선택지 : 정운에 관해

Mar. 7th : "모든 게 너무 갑자기 일어나서……. 하지만 양 아저씨 말이 맞아. 돌이켜보면, 정운씨는 이상한 부분이 꽤 있었어. 특히 「풍요」의 창조물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지."

부현 : "천박사가 파견한 사절인 이상, 천박사에 「정운」이란 자가 있었던 건 확실합니다. 안심하세요. 그자의 행방은 운기군이 조사할 겁니다. 다만, 우리 곁에 있던 그 「정운」은……웰트씨의 말대로, 그자가 표독스럽고 잔인한 모습을 보여준 건 저희의 마음을 어지럽히기 위한 것이었겠죠. 절대 함정에 빠져선 안 돼요."

☞ 선택지 : 인연경에 관해

부현 : "인연경은 비디아다라족이 다스리는 동천입니다. 비디아다라족의 고향 세계에서 이식해 온 고해(古海)의 명승지로 알고 있어요. 대전 중 잘려 나간 후에도 「불멸의 거목」의 뿌리는 굽이굽이 뻗어나갔고, 절대로 사멸한 적이 없었죠. 연맹은 불멸의 거목을 인연경에 봉인한 뒤 비디아다라족의 용존(龍尊)에게 대대로 불멸의 거목을 감시하는 일을 맡기기로 했어요. 비디아다라 용의 후손의 힘을 빌려 불멸의 거목을 억제할 생각으로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당시의 봉인이 유지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봉인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아마 그 유혼(幽魂)과도 같은 절멸대군(絶滅大君)을 막아낼 수는 없을 겁니다."

개척자 : "경원은 어디 갔어요?"

부현 : "이미 현 상황을 신책부에 보고했습니다. 궁관진에서 저와 통화한 뒤로 별다른 연락이 없다는 건, 「중요한 일이니 직접 지휘하겠다」는 뜻이겠죠. 무척 위태로운 상황이니, 장군을 믿어 볼 수밖에요……."

부현 : "경원! 드디어 왔군요!"

경원 : "하하, 내가 늦었군. 다 부 태복이 버텨 준 덕분일세. 신책부에 올린 전황 보고는 잘 받았다네. 팬틸리아의 계획에 관해선……."

부현 : "「불멸의 거목」. 제일 이상한 건 그곳이에요. 절멸대군 팬틸리아가 쓰는 수법은 내란을 일으켜서 자멸하게 하는 것이라고 해요. 팬틸리아는 틀림없이 불멸의 거목에 손을 써서 풍요의 역병을 퍼뜨리고, 나부를 불사의 흉물들이 횡행하는 지옥으로 만들려고 할 거예요."

경원 : "그래, 이미 알고 있네. 열차팀 제군, 내가 누굴 좀 데려왔는데, 아마 자네들이 보고 싶어 했던 사람일 것 같군."

Mar. 7th : "너, 너……단항?! 아니……. 너……단항 맞아? 머리에 그 뿔은 어떻게 된……."

단항 : "얘기하자면 긴데, 마치 세븐스. 나 맞아."

Mar. 7th : "아니, 너 진짜로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

경원 : "자, 친구와 회포를 푸는 건 일단 이쯤 하지."

부현 : "음월군……의 환생, 단항, 맞죠? 당신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 선택지 (단항) : "말도 안 돼. 내 이름은 지워졌을 텐데……."

☞ 선택지 (단항) : "유배자의 이름을 왜 기억하고 있는 거지?"

부현 : "당신의 이름은 시왕사(十王司)에 의해 세간에서 지워진 것뿐이에요. 하지만 태복으로서 저는 나부의 오래된 안건과 불미스러운 기밀까지도 다 파악하고, 불시에 대비해야 하죠. 당신이 「구름 위 5전사」(※ 원문 : 云上五骁)로서 빛을 발할 때, 저는 아직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거든요. 당시의 전설적인 영웅을 이렇게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니까……."

단항 : "어떤데?"

부현 : "비디아다라족의 비밀을 캐는 건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당신은 기록 속 그림에 나온 모습과 거의 똑같이 생겼어요. 비디아다라족의 환생은 정말로 다시 태어나는 건가?"

부현 : "물 밑에 이렇게 많은 건물이 있다니……. 어쩐지, 고서에 인연경은 비디아다라의 용궁이 있던 곳이라고 적혀 있더라니."

경원 : "숙홀(倏忽)의 난(※ 한국판에서는 숙홀을 '찰나'로 번역함)이 일어났을 때, 운이 따라줘서 나는 이 진기한 광경을 직접 목도한 적이 있었다네. 세월이 흐르면서 궁성도 공허한 폐허로 바뀌었군……. 비디아다라족의 고향이자 성지에 불멸의 거목을 봉인했으니, 나부 선주는 그들에게 정말 많은 빚을 졌지."

경원 : "부 태복."

부현 : "예."

경원 : "자네는 운기군을 이끌고 여기 남아서 이 통로를 지키도록 하게.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부현 : "경원……장군, 혼자서 팬틸리아를 상대할 생각이세요?"

경원 : "나 혼자라고 할 수는 없지. 친구들이 나와 동행하지 않나."

운기군 병사A : "장군님! 저희도 장군님과 동행하고 싶습니다! 저희를 두고 가지 마십시오!"

운기군 병사B : "그렇습니다, 장군님. 비록 저희가 실력은 부족하나, 선주를 보호하는 것은 운기군의 의무입니다. 어찌 뒤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서 이방에서 온 과객더러 저희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라 할 수 있겠습니까! 괜찮다면 저희가 여러분을 위해 길을 열겠습니다."

경원 : "제군, 자네들의 마음은 잘 알고 있네. 하지만 앞에 있는 상대는 풍요의 흉물이 아니라……반물질 군단의 「절멸대군」일세. 이 길을 지나면 바로 천궁의 사명 란과 파멸의 재앙신 나누크의 싸움이 벌어지겠지……. 자네들에게는 더 중요한 임무가 있다네. 운기군은 명을 받들라! 내가 「불멸의 거목」에 깊숙이 진입한 후, 바닷물이 원상태로 돌아오면 즉시 철수하고, 동천을 폐쇄하라. 이후 태복의 지휘를 따르도록."

운기군 : "예!"

경원 : "부 태복,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사건의 전말을 다른 선주에 보고하는 중임을 자네에게 맡기도록 하지."

부현 : "「돌아와서 직접 보고하시죠」……같은 소리는 안 할게요. 분부대로 명 받들겠습니다."

경원 : "하하, 조금은 장군다워졌군."

어차피 장군직 물려받는 건 틀렸으니 반려 자리를 꿰차서 권력을 먹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