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원신X팝퍼블 콜라보 카페

행사가 10월 9일부터 12월 10일까지 열렸는데 계속 미루고 미루다 결국 마지막 날인 12월 10일에 가기로 했다.

친구와 내 의견이 2가지로 갈렸다.

친구는 이제 마지막 날이라 사람이 충분히 빠져서 상대적으로 한산할 것 같다고 했고 나는 오히려 마지막 날이라 우리같은 사람들이 미루고 미루다 몰려서 상대적으로 붐빌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일찍 가서 손해볼 건 없으니까 오픈 2시간 반 전에 도착해서 가서 기다렸다.

갔는데 ak몰 문은 닫혀있고 사람들도 없어서 당황했다...

한 20분 정도 그 앞에 서성거리는데 한 분이 닫힌 문 앞에 줄 서듯이 얌전히 서계시길래 머뭇머뭇하며 여쭤봤다.

"저.. 죄송한데 혹시 원신 콜라보 카페 오신 분인가요?"

했더니 끄덕끄덕하셨다.

어색어색하게 셋이 서있는데 그 분 전화하시는 거 보니까 친구를 기다리시는 듯했다.

날씨도 춥고 아침도 못 먹어서 배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이 짓을 2시간반이나 더 하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양심을 팔아먹은) 생각!

어차피 이 분은 친구 분을 기다려야 돼서 서 계셔야 할테니 사람들이 모여서 줄을 서기 시작하면 그때 알려달라고 해보자!

네, 저도 알아요. 솔직히 너무 양심이 터진 것 같아서 죄송했지만 춥고 배고팠습니다...ㅠㅠ

조심스레 부탁드리고 전화번호를 드린 뒤 근처 스벅에서 따뜻한 음료와 맛있는 아침을 먹었다.

따뜻한 음료로 몸을 녹이며 햄치즈빵(?)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스벅을 자주 안 가서 몰랐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친구랑 원신 콜라보카페 후기를 찾아보며 1시간 반 정도 뒹굴거리자 아까 서계신 분께 연락이 왔다.

여차저차 연락을 받고 나가보니 30분 전인데 다섯 팀 정도 서 있었다.

근데 우리가 줄을 서자마자 빠르게 꼬리가 붙더니 줄이 확 길어졌다. 조금만 늦게 도착했으면 큰일날 뻔했다.

알려주신 분께 스벅 간식을 사갈까 하다가 원신 콜라보 카페 내에서 뭘 사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냥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등신대가 있다.

사진을 찍어달랬는데 친구가 쪽팔리다고 대충 찍어줬다...

들어가면 굿즈가 굉장히 많다.

다만 비매품도 많고 파는 물건도 너무 쓸모 없거나 가격에서 양심을 많이 덜어낸 것들이었다.

음식들이 하도 별로라는 소문이 많아 주문할 때부터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던 것치고는 맛이 꽤 괜찮았던 것 같다.

이름이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레이저의 몬드감자전이랑 클레의 통통쿠키(?)를 주문했다.

음료수는 망고음료를 시켰는데 캔음료를 사먹는 게 좀 더 맛있을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주문했는데 스티커를 이것저것 많이 주셨다.

다른 건 모르겠고 바바라가 너무 귀여웠다!

감자전은 그냥 맛있었다.

오픈하자마자 왔으니 바로 막 만들어서 그런걸까.

가게 곳곳에 포스터가 붙어있는데 은근히 분위기에 잘 녹아든다.

사실 그닥 기대하지 않고 왔는데 은근 원신 느낌이 나서 좀 재밌었다.

사진은 하도 친구가 똥손이라 결과물이 끔찍하다.

다른 등신대랑 찍은 것도 있는데 등신대가 안 나오게 찍거나 잘리거나 한 것들이라 안 넣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뺐다...

아 아까 줄서계셨던 분께는 클레 쿠키를 2개 드렸다.

2시간 정도 뒤에 감사했다고 문자가 한 번 더 온 걸 보면 그 분도 만족하신 것 같아 다행이다.

라고 자기합리화를 했지만 너무 편하게 줄을 선 것 같아 양심이 아직도 찔리긴 한다...

콜라보카페에서 걸어서 5초 거리에 위치한 맞은 편의 애니메이트에도 원신 컨셉으로 포토카드가 붙어있었다.

솔직히 원신 접속 안한지 2달 조금 넘었었는데 이 날 다시 접속했다...ㅎㅎ

애니메이트에서 굿즈랑 만화책 구경이나 하다가 슬슬 덕질은 다 한 것 같아서 아래층에 옷 보러 내려갔다.

이 날 보자마자 바로 flex해버린 연보라 후드.

감촉도 부들부들하고 내가 좋아하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오버핏에 내가 사랑하는 파스텔톤 색상...

4달이 지난 아직도 애용하는 후드다.

아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술 구경하다 와인 하나를 사고,

커피를 한 잔 더 마시며 노닥거리다가

향수 구경하러 좀 돌아다니고 집에 들어왔다.

술 한 방울 안 마시고 맨정신으로 집에 들어오는 날이 거의 없는데 이 날은 참 건전하게 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