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포켓몬고론(論)

엄청난 헤비유저는 아니지만 포켓몬고를 꽤 즐겨하는 편입니다.

잠시 쉬다 돌아왔더니 레이드라는 시스템이 생겨서, 혼자서도 레이드를 깰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계정을 세 개나 키우게 되었어요.

물론 열 개씩 키우시는 분들에 비해서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가끔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 동네 체육관을 점령하고 다니는 맛도 있고, 가끔 커뮤니티 데이 때 흔하지 않은 몬스터를 잔뜩 잡는 호사도 누릴 수 있고, 무엇보다 귀여워서 좋아합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포켓몬고처럼 잔잔하고 출시될 몬스터도 다 스포되어있으며, 사실상 반복된 몇 가지 루틴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임이 어떻게 롱런할 수 있는 것일까. 또 배틀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게임이 왜 역설적으로 마음의 평화를 주기도 하는 것일까. 생각하다보니 몇 가지가 떠올라 적어둡니다. 생각이 바뀌면 수정할 수도 있고, 더 생각나면 추가할 수도 있고. 어쩌면 그런 게임을 좋아하는 제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요. 참고로 저는 예로부터 육성형 RPG 게임과 캔디시리즈 류의 퍼즐 게임을 좋아했습니다.

제가 생각해본 포켓몬고의 매력이자 롱런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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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엽다. 귀여운 것은 세상을 구하니까. 근본 캐릭터도 모두 귀엽지만 질릴 틈 없이 자꾸만 귀여운 것들이 더 나온다.

    귀엽다. 귀여운 것은 세상을 구하니까. 근본 캐릭터도 모두 귀엽지만 질릴 틈 없이 자꾸만 귀여운 것들이 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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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집 욕구를 충족시킨다. 귀여운 것을 모으고 싶은데 공간과 재화의 제약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포켓몬고는 몬스터들이 체육관에서 하루 도합 8시간을 버텨서 알바를 해오면(?) 그걸 차곡차곡 모아서 포켓몬 슬롯을 늘려 큰 제약 없이 귀여운 것들을 수집할 수 있다.

    수집 욕구를 충족시킨다. 귀여운 것을 모으고 싶은데 공간과 재화의 제약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포켓몬고는 몬스터들이 체육관에서 하루 도합 8시간을 버텨서 알바를 해오면(?) 그걸 차곡차곡 모아서 포켓몬 슬롯을 늘려 큰 제약 없이 귀여운 것들을 수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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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모델이 많고, 가까이에 있다. 정보도 얻고 질문도 하려고 포켓몬고 오픈 톡방에 들어가있는데, 정말 대단한 사람이 많다. 그 롤모델이 멀리에 있는 게 아니라 가까운 동네에도 있고, 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 친구가 되기도 하며, 사실 노력만 하면 그들만큼을 일굴 수 있게 된다.

    롤모델이 많고, 가까이에 있다. 정보도 얻고 질문도 하려고 포켓몬고 오픈 톡방에 들어가있는데, 정말 대단한 사람이 많다. 그 롤모델이 멀리에 있는 게 아니라 가까운 동네에도 있고, 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 친구가 되기도 하며, 사실 노력만 하면 그들만큼을 일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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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력하는 만큼 얻게 된다. 3의 롤모델(?)들이 가진 강한 몬스터들은 사실 엄청난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들은 필요한 몬스터의 레이드데이나 커뮤니티 데이 활동량이나 레이드 수를 보면 정말 어마어마하다. 그렇게 수십, 수백 판을 열심히 활동하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노력하는 만큼 얻게 된다. 3의 롤모델(?)들이 가진 강한 몬스터들은 사실 엄청난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들은 필요한 몬스터의 레이드데이나 커뮤니티 데이 활동량이나 레이드 수를 보면 정말 어마어마하다. 그렇게 수십, 수백 판을 열심히 활동하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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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히 앞으로 나간다. 사실 3,4와 같은 헤비유저가 되지 않더라도 이 게임은 꾸준함이 생명이라 꾸준히만 하다보면 레벨이 오르고,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예전 저레벨 때는 체육관을 깨려고만 하면 자꾸만 황금 라즈베리 열매를 먹이는 고레벨들을 보면서 대체 어떻게 저렇게 황금라즈베리 열매를 마구 낭비할 수 있는 정도로 모을 수가 있는가가 경이로웠는데, 레이드를 꾸준히 하면서 모으니 이제 나도 그게 된다. 보통 우리가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출결에서 엄청난 결함을 발생 시키지 않으면 자동으로 진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고등학교 때 끝이 났는데, 그런 자비로움(?)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가 있다.

    꾸준히 앞으로 나간다. 사실 3,4와 같은 헤비유저가 되지 않더라도 이 게임은 꾸준함이 생명이라 꾸준히만 하다보면 레벨이 오르고,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예전 저레벨 때는 체육관을 깨려고만 하면 자꾸만 황금 라즈베리 열매를 먹이는 고레벨들을 보면서 대체 어떻게 저렇게 황금라즈베리 열매를 마구 낭비할 수 있는 정도로 모을 수가 있는가가 경이로웠는데, 레이드를 꾸준히 하면서 모으니 이제 나도 그게 된다. 보통 우리가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출결에서 엄청난 결함을 발생 시키지 않으면 자동으로 진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고등학교 때 끝이 났는데, 그런 자비로움(?)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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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횡재하는 재미가 있다. 보통 포획하는 포켓몬들은 랜덤의 능력치를 갖게 되는데, 포획한 몬스터들 중에서 능력치가 낮은 녀석들을 계정끼리 맞교환하면 가끔 엄청난 잭팟이 터지기도 한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능력치가 낮은 몬스터들에게도 인생 역전의 기회(?)가 주어진다. 또한 커뮤니티 데이 때 몬스터가 잔뜩 깔려있어서 이 녀석은 좀 귀찮은데 잡지 말까?하고 고민하다가 그래도 잡자, 하고 눌러본 녀석이 희귀한 확률로 나타나는 이로치 몬스터일 때가 있다. 그런 횡재를 하면 어떤 녀석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반드시 시도해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시도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가끔 횡재하는 재미가 있다. 보통 포획하는 포켓몬들은 랜덤의 능력치를 갖게 되는데, 포획한 몬스터들 중에서 능력치가 낮은 녀석들을 계정끼리 맞교환하면 가끔 엄청난 잭팟이 터지기도 한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능력치가 낮은 몬스터들에게도 인생 역전의 기회(?)가 주어진다. 또한 커뮤니티 데이 때 몬스터가 잔뜩 깔려있어서 이 녀석은 좀 귀찮은데 잡지 말까?하고 고민하다가 그래도 잡자, 하고 눌러본 녀석이 희귀한 확률로 나타나는 이로치 몬스터일 때가 있다. 그런 횡재를 하면 어떤 녀석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반드시 시도해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시도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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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를 추구한다. 위에서 말한 교환이나 레이드, 배틀 같은 것들은 반드시 두 계정 이상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혼자 두 계정을 키우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연대해서 선물도 교환하고 레이드도 깨고 교환도 한다. 이벤트 정보들이 공유되거나 레이드를 서로 도와주는 커뮤니티가 존재하게 된다. 자신의 저랩 시절을 생각하며 고랩이 되면 저랩들의 레이드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종종 동네에서 레이드를 하면 초딩들의 아이돌이 될 수도 있다.

    연대를 추구한다. 위에서 말한 교환이나 레이드, 배틀 같은 것들은 반드시 두 계정 이상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혼자 두 계정을 키우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연대해서 선물도 교환하고 레이드도 깨고 교환도 한다. 이벤트 정보들이 공유되거나 레이드를 서로 도와주는 커뮤니티가 존재하게 된다. 자신의 저랩 시절을 생각하며 고랩이 되면 저랩들의 레이드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종종 동네에서 레이드를 하면 초딩들의 아이돌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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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학습(?)을 지향한다. 이게 사실 나에게는 가장 웅장했던(?) 점인데, 포켓몬고는 배틀로 랭크도 하고 경쟁하는 면모도 있지만 내가 몬스터를 잡는다고 남이 못 잡는 시스템이 아니다. 레이드를 해도 어떤 레벨이든 공평하게 한 마리씩의 몬스터를 잡을 기회를 주고, 향로 등으로 나에게만 뜨는 몬스터가 아닌 기본 리젠 몬스터의 경우에는 내가 100몬스터를 잡으면 다른 계정에서도 그 자리에는 100몬스터가 있기 때문에 지역 톡방에서는 서로 어느 위치에 귀한 몬스터나 100몬스터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달려가 잡기도 하곤 했다. 그렇게 꾸준히 잡다보면 강한 사람이 될 수 있고, 그게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오롯하게 자신과의 싸움으로 이뤄낸 것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완전학습(?)을 지향한다. 이게 사실 나에게는 가장 웅장했던(?) 점인데, 포켓몬고는 배틀로 랭크도 하고 경쟁하는 면모도 있지만 내가 몬스터를 잡는다고 남이 못 잡는 시스템이 아니다. 레이드를 해도 어떤 레벨이든 공평하게 한 마리씩의 몬스터를 잡을 기회를 주고, 향로 등으로 나에게만 뜨는 몬스터가 아닌 기본 리젠 몬스터의 경우에는 내가 100몬스터를 잡으면 다른 계정에서도 그 자리에는 100몬스터가 있기 때문에 지역 톡방에서는 서로 어느 위치에 귀한 몬스터나 100몬스터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달려가 잡기도 하곤 했다. 그렇게 꾸준히 잡다보면 강한 사람이 될 수 있고, 그게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오롯하게 자신과의 싸움으로 이뤄낸 것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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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부에 귀천이 없으며 정정당당한 승부를 지향한다. 어느 정도 꾸준히 몬스터를 잡았다면 이제 몬스터의 성격과 상성을 공부해야 한다. 생각보다 종류가 많고 복잡하며 어느 세대 이후부터는 이중 속성을 가진 녀석들도 많아져서 더욱 복잡해졌다. 게다가 그런 경우 스킬 조합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꾸준히 모으고, 또 열심히 공부해야 비로소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많은 몬스터 중에서 딱 세 마리를 들고 승부에 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법 정정당당하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 너무나도 딱 들어맞는 승부의 장.

    승부에 귀천이 없으며 정정당당한 승부를 지향한다. 어느 정도 꾸준히 몬스터를 잡았다면 이제 몬스터의 성격과 상성을 공부해야 한다. 생각보다 종류가 많고 복잡하며 어느 세대 이후부터는 이중 속성을 가진 녀석들도 많아져서 더욱 복잡해졌다. 게다가 그런 경우 스킬 조합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꾸준히 모으고, 또 열심히 공부해야 비로소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많은 몬스터 중에서 딱 세 마리를 들고 승부에 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법 정정당당하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 너무나도 딱 들어맞는 승부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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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성을 공부하다보면 문득 기묘한 이치를 깨닫게 되는 면이 있다.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격투 몬스터는 멘탈 공격을 하는 에스퍼 몬스터에게 약하다. 그런데 그런 멘탈은 벌레에 우르르 무너지기 때문에 벌레 속성 몬스터에 약하다. 벌레 속성은 불에 약하거나 날벌레의 경우에는 전기 파리채의 전기 속성에 약하다. 그런 전기는 또 땅 속성에 약하고 땅 속성은 또 물 속성에 약한데 물 속성은 또 전기 속성에 약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게 제법 실생활 같기도, 사주 같기도...인생의 진리에 가깝다.

    상성을 공부하다보면 문득 기묘한 이치를 깨닫게 되는 면이 있다.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격투 몬스터는 멘탈 공격을 하는 에스퍼 몬스터에게 약하다. 그런데 그런 멘탈은 벌레에 우르르 무너지기 때문에 벌레 속성 몬스터에 약하다. 벌레 속성은 불에 약하거나 날벌레의 경우에는 전기 파리채의 전기 속성에 약하다. 그런 전기는 또 땅 속성에 약하고 땅 속성은 또 물 속성에 약한데 물 속성은 또 전기 속성에 약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게 제법 실생활 같기도, 사주 같기도...인생의 진리에 가깝다.

    쓰고보니 장황하고 제법 거창하네요. 제가 이렇게 포켓몬고에 진지한 줄 쓰면서 알았습니다. 조금 놀랐네요.

    어쩌면 나이를 한참 먹고도 게임으로 피신하곤 하는 나에 대한 변명 같은 것이기도 했는데, 늘 생각하지만 모든 것은 다 하나로 통하는 법인가봅니다. 현생에 치인 제가 포켓몬고로 종종 피신하는 것은 어쩌면 현실이 주지 못하는 성취감 때문이기도 하겠죠?

    이렇게 좋아하는 것에 꽂혀 시작한 일들이 잔잔하고 꾸준한 성취가 되어준다면 현생도 포켓몬고 같아질까요?

    학교가 힘들고 공부가 힘든 아이들에게도, 학교가 저 열 가지 중에서 몇 가지라도 얻어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생긴다면 포켓몬고 레벨 올리듯이 꾸준하게 학교를 다니고 커뮤니티 데이 하듯이 공부하고 레이드 하듯이 연대하고 완전학습을 통해 정정당당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데 재미를 붙일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거기에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겠다. 그럼 그러면서 나 또한 현실에서 레벨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저녁입니다.

    #포켓몬고 #취미 #키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