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번역] 내일도, 여기서(탈종)

의, 오역 주의

오, 탈자 주의

원작자님께 허가받지 않은 작품입니다

블로그에서만 감상해주세요

무단 스크랩, 유포 발각 시 법적인 조치에 들어가며,

카페 자체가 예고 없이 사라지거나 이후의 번역 활동이 완전히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출처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8802252

원작자 : ing

원제 : 明日も、ここで。

※캡션

내일 또 봐.

※본편과 크게 다른 스토리

※죽음 소재에 가깝지만, 해피엔딩 의도

※본편, 전설 임무, 성유물이나 특산물 등의 스토리 스포 있음

은색 벽은 감옥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호흡조차 꺼려지는 침묵이 자리를 장악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고독과 냉철에 물든 위엄밖에 없다. 손을 덮는 두툼한 장갑조차, 위로도 되지 않을 정도다.

혹한 속, 「공자」 타르탈리아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앞에는 신이 있었다.

신은 얇은 눈꺼풀을 들어 올려, 청년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러자, 세계가 홀연히 얼어붙어, 자신이 한 덩어리의 단단한 얼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얼음의 옥좌에 앉은 여왕은, 엄격함을 곁들여, 조용히 입을 열어 명령을 내렸다. ──「리월의 고신, 모락스의 신의 심장을 회수하라」고.

타르탈리아는 가슴에 손을 얹고 그 칙령을 받았다. 장기 적설(*根雪, 밑에 쌓여 봄의 해빙 때까지 녹지 않고 남는 눈)처럼 쌓이는 것은, 오직 경앙(*敬仰)뿐이었다.

바위 신 모락스는 죽었다.

정확하게는, 죽었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악마의 증명인 것이다. 라는 것도 현재, 그의 생존을 간신히 시사하는 것은, 후임──즉 1대인 모락스의 뒤를 잇는 2대째 바위 신이, 천 년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뿐이었다.

타르탈리아는, 해빙을 헤치고 나아가는 배 안에서, 부피가 큰 짐 안에서 한 권의 책을 꺼냈다. 거칠어진 표지에 「리월」이라고만 적힌 책은, 역사서이다.

펼치면, 종이와 잉크의 냄새가 났다.

〈암왕제군──리월에서의 모락스의 경칭이다──은 6000년 전 강림해, 3700년 전에 리월을 건국했다. 엄격하게 규율을 지키는 그 신의 이명은, 「계약의 신」. 그가 그의 백성과 나눈 「세상을 정화하고, 백성을 지킨다」라는 최초의 계약은, 그 이름대로 절대로 어겨지지 않았다. 또한, 그는 마신 전쟁이라는 신들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속세의 일곱 집정관, 즉 일곱 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하여, 리월은 최강이라는 평판의 신 아래에서 번영했다〉

그리고 몇 페이지, 리월이라는 나라의 설명이나, 얼마 안 되는 전설이 남은 역사 등이 이어진다. 종이를 넘기는 희미한 소리가 정적을 흔들고, 다음에 「암왕제군」이라는 이름을 발견한 것은, 의외로 최근의 일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천 년 전. 모락스의 친구, 야타용왕의 발광에 의해 거대한 전쟁이 발생했다. 암왕제군은 용왕을 만들어냈을 때의 계약에 따라, 고전 끝에 거룡을 봉인했다. 피해는 몹시 컸다. 리월의 서쪽 땅에, 용이 기어간 흔적이 생길 정도다. 그리고, 암왕제군은 이 사건을 경계로 백성들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

그건 예를 들면, 폰타인 음악의 선율을 즐기고 있을 때, 예기치 못한 곳에서 갑자기 곡이 끝났을 때의 망연자실함과 상실감. 역사서는 무려, 그 짧은 대여섯 문장을 애매하게 남기고, 그 이상의 정보를 타르탈리아에게 주지 않았다. 페이지를 넘긴다. 뒷면을 보고, 돌아온다. 다시 넘긴다. 어린 시절의 순진한 오기억(*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있었던 일이라고 잘못 기억하는 것)처럼, 암왕제군의 화제는 거기서 뚝 끊겨 있었다.

약 4/5의 두께를 남기고, 그 후 책이 말한 것은 사람과 선인의 역사였다. 현재, 리월은 「신이 없는 나라」이며, 인간과 선인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다. 뜻밖에도 그 선인들은, 암왕제군의 「죽음」을 경계로 인간 세상에 처음 내려왔다고 한다.

〈도시에 내려왔을 때, 선인은 인간에게 그들의 지혜를 주었다. 인간은 그 지혜를 흡수하고, 환영의 표시로 축제에서 선인을 환대했다. 그리고 신이라는 방파제가 무너진 것을 노리고 몰려든 마물로부터, 함께 나라를 지켜오기를, 수백 년. 인간과 선인은 대등하며 자립적이라는 것을, 그들은 그 삶으로 증명하고 있다〉

수십 페이지를 간단하게 요약해서, 이상이 책이 말하는 역사이다. 웅변이었지만, 일단 닫아버리면, 약간 오래된 종이의 향기가 풍기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침묵에 빠졌다. 타르탈리아는 얇은 표지를 쓰다듬고, 이윽고 그것을 주의 깊고 신중하게 짐 속에 집어넣었다. 공양하는 것 같다. 이 과정 또한 기억의 일부인 것이다.

작은 창문으로 보인 바다는 웅장하고, 세계의 끝 따위 모른다는 얼굴로 흰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타르탈리아는 형형히 빛나는 달을 봤다. 그리고 간소한 침대에 옆으로 누워, 이불도 덮지 않고 눈을 감았다.

아직 보지 못한 나라와 「죽은 신」을 생각하며, 청년을 선잠을 잤다.

배는, 나아간다.

 1

몇몇 나라를 경유해, 리월에 입국한다. 눈이 뒤덮인 고향의 길과는 전혀 닮지 않은, 거친 바위가 드러난 길이다. 그 황야 속, 당돌하게 우뚝 솟은 여관이 있었다. 그 이름도 망서객잔. 타르탈리아는 거기서 하룻밤 묵고, 다음 날 아침부터 리월의 주요 도시인 「리월항」을 목표로 했다.

멀리서부터 바라던 도시가 그 일각을 드러내는 순간은, 언제든 사람의 마음에 고양이라는 한 방울의 물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태양이 머리 바로 위에 떠올랐을 무렵, 녹색 도료가 칠해진 엄숙한 문과, 화려한 적갈색 지붕이 늘어선 번화한 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리월항은, 티바트 대륙에서 가장 붐비는 무역항이었다.

아이들이 평평한 지면을 달려간다.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의 평화다. 타르탈리아는, 도시에 들어가, 바닷가의 큰 거리를 활보하며 바닷바람을 맞았다. 숙소는, 이미 예약해뒀다. 이 도시에서 가장 크고, 눈에 띄는 건물로, 확실히 이름이, 백마──그래, 백마 여관. 타르탈리아의 임시 숙소다.

자 그럼, 한창 자랄 때인 청년의 2배는 될 법한 대문을 빠져나와, 한 걸음 내디딘 타르탈리아는 우선 그 전통적인 빨강과 프론트를 비추는 커다란 불빛에 압도되었다. 외장부터 내장까지 화려한 리월풍으로, 직선으로 짜인 장식이, 창문이나 기둥에 촘촘히 채워져 있는 가운데, 역동적으로 그려진 목화와 새의 그림이 프론트 전체를 세련되게 통일하고 있다. 작고, 선명하고 강렬한 붉은 꽃을 피운 가지가 항아리에 꽂혀 있다. 만자 무늬가 그려진 카운터의 안쪽에, 머리를 묶은 여성이 정숙한 모습으로 서 있다. 눈이 마주치자, 허리가 꺾이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빈틈없는 인사를 받았다.

"『공자』님이시죠"

"아아"

"방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타르탈리아가 소속된 여왕 직속의 군대──「우인단」의 인상은, 어떤 나라에서도 대체로 최악이다(거기에는 우인단이 해온 갖가지 악행과, 그 속에 숨겨진 이유나 신념이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하지만, 그 여성 직원의 태도는 세련된 상태로, 이국의 조직을 배제하는 듯한 표정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타르탈리아는 내심 안심한다. 상대가 프로면, 이쪽도 묘한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되어 고마웠다.

여성 직원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백 야드에서 다른 여성 직원이 나타났다. 그녀는 타르탈리아가 들고 있던 짐을 부드러운 손끝으로 쥐고, 등줄기를 곧게 펴고 뚜벅뚜벅 복도를 걸어간다. 타르탈리아는 그 뒤를 따르며, 역시 프로라고 감탄했다.

"이쪽이 『공자』님의 방입니다. 용무가 있으시다면 무엇이든, 프론트에 말씀해주세요"

종업원이 문을 연다. 창문으로의 전망이 좋은, 넓은 방이다. 고민되는 일이 있다면, 고향 같은 편안한 단조로움과는 다른, 문드러진 듯한 현란한 장식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편안히 쉬시길"

그녀는 고상함을 덧칠한 듯한 태도로 타르탈리아를 안내하고, 방에서 밖으로 사라졌다. 타르탈리아는 소파에 몸을 던졌다. 허리를 깊게 내리고, 내일부터의 임무를 생각한다. 「죽은 신 찾기」라는, 상당히 무모한 일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굴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우선 휴식.

타르탈리아는 당분간 멍하니, 머리를 비우기 위해 벽지의 눈 같은 무늬의 수를 세거나 했다. 저녁이 방으로 옮겨질 시간까지 그것을 계속하고, 젓가락이라는 단 두 개의 막대기로 식사를 하는 것에 고전하고(최종적으로 스푼을 사용했다), 샤워를 하고, 얌전히 이불에 들어가 눈을 감았다.

 ◆

다음 날, 그의 방에는 대량의 책이 옮겨졌다. 전부터 리월에 체류하게 해둔 부하가 바쁘게 방과 밖을 왕복하고, 타르탈리아는 의자 위에서 얌전히 책을 읽고 있었다.

물론, 리월에 와서 갑자기 독서에 눈을 뜬 것이 아니다. 방에 쌓이는 책의 등표지에는 전부 「암왕제군」이나 「제군」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다.

임무 수행에 있어서, 그는 우선 책을 읽기로 했다. 타르탈리아는 육체를 사용하는 임무 쪽이 특기지만, 사람들에게 탐문을 하기에도, 지금 이대로는 너무나도 정보가 부족하다. 빨강이라는 개념을 모르면, 「사과는 빨갛다」고 들어도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우선은 최소한의 정보를 모을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타르탈리아는, 오는 배에서 읽은 그 역사서의 상태에서, 비가 내리기 전에 나는 비 냄새처럼, 싫은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공자』님, 다 옮겼습니다"

라고 부하가 보고할 무렵에는, 수메르 학자의 집필실 같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타르탈리아는 책에서 조금만 시선을 올려,

"수고했어"

라고 말하고 부하를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다시 문자에 몰두한다. 그가 손에 든 서적은, 역사서부터 오래된 이야기까지, 다종다양했다.

『누군가가 메마른 돌에 생명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제군은 바위 속에서 금색 꽃을 피워냈다』

『제군은 보석과 바위로 이루어진 거연을 만들어 산봉우리를 파냈다』

『제군은 별을 시계로 고쳐 만들어, 사람들에게 시간의 중요함을 가르쳤다』

『제군은 땅딸막한 도마뱀이었다』

타르탈리아는 깃펜을 쥐고, 빈 종이에 그런 정보를 적어 넣었다. 정보는 명백하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섞여 있다. 그러나, 선별하는 것은 나중이다. 지금은 어쨌든, 긁어모으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머지않아 반딧불조차 조명으로 삼을까 생각될 정도로, 타르탈리아는 열심히 그것에 몰두했다. 정신을 차리면 낮, 밤을 지나, 아침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눈치챈 것은, 통풍을 위해 살짝 열어둔 창문 틈으로 이슬 같은, 습한 자연의 냄새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직 뜨지 않은 아침 해의 조각 빛을 받으며 침침한 눈을 깜박이고, 의자 위에서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켰다. 근육이 풀려, 따뜻한 피가 힘차게 등을 돈다. 그러자, 왜인지 순간적으로 졸려졌다.

청년은 침대에 도달하면, 큰 하품을 하고 누웠다. 매트에 등이 닿은 그 순간 의식을 잃은 것처럼, 빠르게 잠들었다.

점심이 지나서 일어나,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책을 뒤적이며 읽고, 완전히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에 잤다. 그다음 날, 다시 점심에 일어나 책을 읽었지만, 밤부터는 일단 책에서 얻은 정보를 정리하기로 했다.

하나, 바위 신은 계약을 중요시했다.

둘, 그는 리월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셋, 리월 또한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리월의 백성은 집필을 좋아하는 듯, 글 위에서의 암왕제군은, 때로는 작가에 의해 상당히 자기류로 묘사되어 있었다. 하지만, 고서에 있어서, 이 세 가지만은 많은 책에서 공통으로 나타나, 신빙성이 높다고 할 수 있었다. 다른, 아직 신용할 수 없는 정보도 합치면, 대략적인 바위 신의 상은 다음과 같다.

〈모락스는 커다란 용이며, 때로는 성인 남성의 형상을 취하고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계약의 신이라고도 불린 그는, 백성과 나눈 계약을 절대로 어기지 않고, 또한 백성에게도 그것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백성을 위해 온갖 전쟁을 지혜와 무력으로 물리치고, 1년에 한 번의 신탁을 통해 내정도 갖추었다. 또한, 모라라는 후일 티바트 전국에 유통되는 화폐를 만든 것도 그였다. 그러한 권위적인 일면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 그는 리월의 문화를 깊이 사랑하여, 특산물이나 리월 요리를 자주 즐겼다고 한다〉

타르탈리아는 턱을 괴고, 깃펜을 손끝으로 돌리면서 생각한다. 과거의 리월 백성은 「암왕제군」을 정말 각별히 사랑했던 것 같다. 또한 암왕제군이 살아있던 시절의, 오래된 문헌──몇 번이나 「사본」을 거쳤는지 모르겠지만──을 읽을 때마다, 그를 향한 찬미가 담겨 있었다. 그 말들은, 결코 권력을 향한 추찰을 담지 않고, 먼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순수한 경의와 사모의 감정을 짙게 투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것은 다르다. 대부분의 책에서 처음 읽었던 역사서와 마찬가지로 끊긴 실타래 같은 기술만 적혀 있다. 라기보다, 애초에 암왕제군에 대한 이야기가 명백하게 적은 것이다. 싫은 예감이, 역시, 스러진 횃불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

흰 바탕에 검은색으로 나열된 글자의 나열과, 「암왕제군」이라는 워드가, 머리 가마 주변을 빙글빙글 선회했다. 그것들은 뇌에서 눈꺼풀 뒤로 먹물처럼 떨어져, 시야를 좁힌다. 간단히 말하면, 끝없이 졸렸다. 그리고 그것은, 이 며칠간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던 타르탈리아의 집중력이, 뚝 끊어진 순간이기도 했다.

타르탈리아는 느릿느릿, 동면 전의 곰처럼 무뚝뚝하게 책상에서 떠났다. 「독료」의 증거로 쌓아둔 책을 거의 본능으로 피해, 침대에 쓰러졌다.

오늘은 등을 댈 것까지도 없었다. 쓰러지는 사이에 잠들어 있었다.

 ◆

다음 날, 타르탈리아는 오랜만에 아침 해를 맞이했다. 방으로 아침 식사를 부탁해, 부드러운 질감의, 어떻게 봐도 비싸 보이는 빵을 입안 가득 채웠다. 그것을 우유로 삼키고, 만족스러운 숨을 내쉰다.

세면소에서 세수하고, 이를 닦고, 셔츠와 상의를 걸쳤다. 청년의 얼굴은 이제 어제 같은, 수메르 학자의 초췌한 얼굴이 아니었다. 젊음을 되찾아, 생기 있는 뺨을 두드려 기합을 넣고 있다.

타르탈리아의 목적은, 책을 잔뜩 읽어 암왕제군 마니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직접 알현하는 것이다. 암왕제군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정보를 입수한 다음에는, 한층 더한 난관으로서, 그에게 이어지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거야말로 책에 써 있었으면 했지만, 애초에 제군은 항상 사람들을 지키고,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만나지 못해 곤란하다」는 타르탈리아 같은 독자를 위해 쓰인 서적은 없는 것 같았다.

과거에 없다면 현재를 찾을 수밖에 없다. 타르탈리아는 리월 사람들에게 탐문하기로 했다.

"여, 지금 괜찮을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뭘까"

도시에 나와, 우선 말을 건 것은,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성재」라는 가게의 주인이다. 수상하게 여기는 시선이, 청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이 우울해지는 얼굴은, 비슷한 인종을 익숙하게 여기는 얼굴이다. 동포들은 이 땅에서도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 모양이다. 타르탈리아는 뺨 근육을 들어 올려, 붙임성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경계하지 마, 그냥 설문 같은 거야. 너는 딱 하나의 질문에 대답해주면 돼.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안 할 거고, 상품도 충분히 살게. 어떨까"

눈동자 속의 위험함은 아직 빛나고 있지만, 그녀는 확실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상인은 이야기가 빠르고 영리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 「죽은 신을 만나고 싶어」 같은 말을 안이하게 지껄이면, 못된 속셈을 가진 위험인물이라 낙인이 찍혀, 리월의 경찰인 천암군에게 넘겨져도 이상하지 않다. 타르탈리아는 조금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다.

"그럼, 질문──『당신은 암왕제군에 대해 뭔가 알고 있어?』"

그 질문은 그녀에게 있어서 예상 밖이었던 듯, 가게 주인은 한순간 당황한 듯 눈을 깜박였다.

"암왕제군? ……외국인인데 비해, 리월의 역사를 잘 아네"

그리고 그녀는 팔짱을 끼고, "하지만"이라고 말한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냥 상인이야. 알고 있는 건……그러네, 리월을 건국했다는 것과, 화폐인 모라는 그의 이름의 일부에서 따온 거라는 설 정도일까. 그러니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도, 『모르겠다』네"

타르탈리아의 「싫은 예감」이 재차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청년은 한 박자 부자연스러운 침묵을 두고, 유감이네, 라고 말했다.

"오래된 가게인 여기라면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우리는 수백 년의 역사가 있고,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어. 하지만, 그게 왜 암왕제군에 대해 잘 안다는 말로 이어지는 거야?"

"암왕제군은 옛날 상업의 신이었던 것 같은데"

타르탈리아가 더 묻지만, 가게 주인은 고개를 젓는다.

"그래……처음 알았어. 하지만, 우리는 지금을 살아가는 상인이니까"

그 이상의 정보는 바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타르탈리아는 품에서 모라가 든 자루를 꺼냈다. 그녀는 안심한 듯 눈꼬리를 내렸다. 돈으로 말하는 세계인 것은, 어느 나라나 변함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모라를 만든 것이 모락스라는 거니까, 이 상황에서는 그저 아이러니다.

타르탈리아는 가게에서 몇 점을 구입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는 다음으로 흘호암이라는, 도시 안에서도 특히 붐비는 장소를 방문하여 주변의 상인들에게 단서를 들으러 다녔다.

"암왕제군? 아아, 리월을 건국한 분 말씀이시네요. ……그리고 또? 아뇨, 부끄럽지만, 저는 역사를 잘 몰라서, 이 이상은"

"글쎄요, 현대에 살아 계셨다면……저희 가게의 상품을 마음에 들어 해주는 분이라면 좋겠습니다만"

"그럼 반대로 묻겠는데, 너는, 예를 들어 천 년 전의 유적을 가리키며 『이 유적에 대해 알고 있는가』 묻는다면 바로 대답할 수 있어?"

타르탈리아는 각각의 상인에게 모라를 건네고, 상품을 구입하고 이별을 고했다. 덕분에 그의 수중에는 광석이나 먹거리 등이 넘쳐나게 되었지만, 대가로 얻은 정보는 거의 없었다.

예감은 확신으로 변했다. 전부터 느끼고 있었던 타르탈리아의 싫은 예감이란, 「현재의 리월은 이미 바위 신을 잊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가정이었다. 과거의 신이었다는데, 그 위업의 대부분은 실전되고, 지금의 역사서에는 통속적인 위인과 동등한 양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것이 가장 큰 증거이다.

신을 잊어가는 것은, 다른 나라의 사정이다. 마음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타르탈리아처럼, 신을 찾는 별종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곤란한 일이었다. 임무는, 앞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청년은 어쩔 수 없이, 한 가게 주인에게 받은 흘호어 구이를 따뜻한 사이에 한입 베어 물었다. 소금과 후추가 잘 밴 껍질에, 살은 부드럽고 따끈따끈하며, 파의 부드러움이 전체의 조화를 유지하고 있다. 미식이다. 타르탈리아는 가을 하늘에 하후하후 하얀 입김을 흘리며 그것을 다 먹었다.

 ◆

타르탈리아가 여왕에게 받은 임무 기간은 두 달이다. 총명하신 폐하는, 항상 앞을 내다보고, 타르탈리아 같은 집행관들에게 반드시 적당한 기간을 주었다.

하지만 지금, 타르탈리아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수메르의 학자가, 보고서의 제출 기한을 생각하다 거리에서 갑자기 발광하듯이, 시시각각 지나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우울해, 낮게 신음하고 싶어지는 상황이다.

타르탈리아는, 「죽은 신 찾기」에 이미 3주를 낭비했다. 그동안 얻은 단서는, 첫 1주로부터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은 것이다.

신을 잊은 나라는, 생각보다 신의 단서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 이후로 책을 2배는 읽었고, 부하를 써서 리월 끝에 위치한 마을까지 조사했다. 하지만, 새롭게 얻은 정보는, 「암왕제군은 황금빛 눈동자를 갖고 있다」느니 「예전에 그와 협력관계였던 여성 마신이 있었다」느니, 누군가에게 말하면 「헤에」라고 말하고 일주일간 기억하고 있을지 아닐지, 그 정도의 지식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만큼 조사했는데, 알현은커녕 암왕제군의 생사조차 모른다.

요컨대, 속수무책이었다.

"──이리하여 제군은 하늘로 올라가시고, 그 이후에는 사람과 선인의 시대가 찾아왔다"

세 대포 주점이라는 가게에서. 전달변이 부채를 접고, 이야기가 끝났다. 현재──그것도 극히 드물게──암왕제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여기와 운한사라는 극단뿐이었다.

라고는 해도, 결국 그 「암왕제군」에 현실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고, 사람들이 즐기는 것은 「옛날 존재했다고 알려진 최강의 마신」이 이야기되는 꿈 자체이거나 한다. 최근 「암왕제군 마니아」가 되어가는 타르탈리아 입장에서는, 이야기는 거의 날조다. 그리고 여기에서조차, 바위 신은 「하늘로 올라갔다」, 즉, 죽었다는 것이 되어 있다.

타르탈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름다운 리월의 거리는, 빨강이나 노랑으로 물든 잎을 뚝뚝 흘리고, 달콤한 향기를 풍기고 있다. 신은 이 광경을 보고 있었을까. 아니면, 하고, 그늘이 보여, 그는 정말로 죽어 버렸고, 신의 심장 같은 건, 이미 없는 게 아닐까. 

그때, 등 뒤에서 갑자기 말이 걸렸다.

"저기이"

돌아본다. 거기에는, 한 명의 소녀가 있었다. 매화꽃을 꽂은 모자에, 검붉은 장발을 둘로 묶고 있다. 게다가,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단색을 선명하게 태운 듯한 눈.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눈이다.

타르탈리아는 "무슨 일인데"하고, 조금 설국의 냉정함을 두르고 말했다. 말하고 나서, 어른스럽지 않은 태도를 자각해,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소녀는 무서워하지 않았다.

"당신은, 우인단 사람이죠?"

"그래"

대답을 듣자, 소녀는 화악 기쁜 듯한 얼굴을 한다. 마치 꽃이 피는 듯한 미소였다. 아직 어린, 순진무구한 소녀다. 타르탈리아의 무례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여기서 간신히 타르탈리아는 조금 힘을 빼고, 그녀와 마주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냈다.

"왜 그래. 무슨 볼일 있어?"

"겨우 찾았어! 암왕제군에 대해 조사하고 다니는 우인단 씨지?"

"……. 그런데"

이 3주 사이에, 타르탈리아의 행동은 이 도시에 잘 알려져 버린 모양이다. 항구라고 하면 소문을 좋아하기 마련이라, 거기에 온 이상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설마 나이 어린 소녀에게 그것을 지적당할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소녀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자, 더욱더 자신감에 찬 표정을 하고 타르탈리아에게 다가왔다. 툭, 하고 땅을 박한 하이삭스의 발과 그에 맞춰 흔들리는 장식끈이 나비 같아, 그녀의 기질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녀는 마치 기다리고 있던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타르탈리아의 옆에 앉아, 붉은 눈을 가늘게 떴다.

"유익한 상업 이야기가 있는데요"

상업 이야기? ……아아. 타르탈리아는 그때, 울컥 올라오는 낙담과, 평탄한 체념을 느꼈다. 분명 이 아이는, 동년배의 아이보다 조금 용기 있는 아이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아마 부모가 상인이거나, 그런 거겠지. 요컨대, 놀림의 종류다. 이 아이는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나쁜 사람」에게 말을 걸어, 그와 대등하게 거래를 하는 것으로, 어른처럼 발돋움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미안한데"

너를 상대하고 있을 여유는 없어, 그렇게 내뱉으려고 한 타르탈리아를, 소녀는 과장되게 만류하려 해 보였다.

"기다려 기다려! 진짜 유익한 이야기니까. 지금 놓치면 두 번 다시 얻을 수 없는 정보야. 이야기 정도 들어줘도 괜찮잖아!"

사람을 붙잡는 상인은 대개 그렇게 말한다. 시늉치고는 훌륭하다, 분명 좋은 장사꾼이 되겠지. 마침내 어처구니가 없어져서, 타르탈리아는 빈 접시 옆에 모라를 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녀도 서둘러 일어선다. 그녀는 결국 체면을 버리고 타르탈리아의 옷을 잡아당겨, 그를 붙잡으려 한다.

"부탁이야! 부탁이야 당신! 당신이랑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하고 싶어!"

"……"

"아빠!"

"무리가 있잖아"

"……. 우인단 사람에게 납치당해ー앳"

"잠깐 미안 진짜로 그만둬 그건"

뭘 하든 상관없지만, 천암군 사태가 되는 것은 사양이었다. 황급히 달래자, 소녀는 딱 침묵하고, 그저 웃었다. 밝게 웃는 천진난만함은, 마치 가을의 태풍이었다.

"내 이야기, 들어줄래요?"

"들을게, 들을게. 그러니까 조금 더 조용히 해줄 수 있을까"

타르탈리아는 끈기에 져, 그녀의 「상인 놀이」에 응해주기로 했다. 두통을 참는 듯한 몸짓으로 이마를 누르면서, 그녀는 그저 어른을 동경하는 소녀이며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고, 그는 이때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다.

타르탈리아는 눈치채지 못했다. 이 대답을 들은 순간, 매화의 축복을 받은 눈동자가 한층 선명하게 타오른 것이다.

"『암왕제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고, 나한테 안 물어봐?"

"……들려줬으면 하네. 대답 부탁해"

"암왕제군은 망령이야. 죽은 듯이 계속 잠들어 있는데, 마음은 이 땅에 묶여서, 애매하게 생을 이어가고 있어"

"!"

타르탈리아는 그 순간, 머리부터 냉수를 뒤집어쓴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소녀의 말투에, 뭔가, 별이 없는 밤의 섬뜩함 같은 것을 느낀 것이다. 유치한 농담 같은 말이다. 하지만 다시 그녀와 마주 보고, 그 얼굴을 보고 더더욱, 그것을 질 나쁜 농담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진화(*真火)가 잦아든다. 어둠에 휩싸인 듯한 감각으로, 그저 그 찬란함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 제안을 들어줬으면 해. 당신에게 있어서 나밖에 없듯이, 나에게 있어서도 당신밖에 없어"

소녀는 무겁고 엄숙한 시선으로 청년을 붙잡았다. 그녀의 태도에는, 이미, 천진난만함은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라면, 당신을 암왕제군과 만나게 해줄 수 있을지도 몰라"

타르탈리아는 눈을 부릅떴다.

 2

"저는 『왕생당』 77대 당주, 호두입니다"

소녀는 주홍빛 눈을 깜박이며 그렇게 자칭했다. 그녀는 도시에서의 태도와는 일전하여, 당주의 칭호에 상응하는 엄격함을 가지고 그 자리에 있었다. 목제의, 리월다운 무늬가 장식된 저택 안에서,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앉는다.

『왕생당』──그것은 장례를 주관하는 장소라고 들었다. 그 당주가 암왕제군에 대해 무슨 말을 하겠다는 것일까. 타르탈리아의, 푸른 눈이, 품평을 하듯 가늘어졌다.

"……나는 타르탈리아야, 잘 부탁해. 그래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는데. 네가 나를 암왕제군과 만나게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는 건 어떤 방법으로?"

"네. 우선, 『청신의례』에 대해 아세요?"

"아니, 처음 듣는데"

"그럼, 제군이 백성에게 신탁을 내렸다는 이야기는?"

그것에는 짚이는 것이 있다. 서적을 읽고 안 것이다. 확실히, 암왕제군은 1년에 한 번 백성들 앞에 나타나, 리월의 향후 1년의 경영 방침 등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타르탈리아가 끄덕이자, 소녀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신탁을 얻기 위해 거행된 것이, 청신의례였어요. 선인을 부른다고 쓰고, 청신입니다. 그런데 제군의 사후, 의례를 거행할 필요가 없어진 리월은, 『청신』의 방법을 잊어갔죠"

소녀는 한 번 타르탈리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시를 낭송하듯 이렇게 말했다.

"목숨과 마찬가지로, 전통은 언젠가 잃어가는 것. 하지만, 이 왕생당은 그것에 항거했습니다. 저희는 선인을 부르지는 못하더라도, 정식 형태로 혼을 돌려보낼 수 있어요. 저희가 거행하는, 청신과 짝을 이루는 그 의식의 이름은, 『송신의례』"

소녀는 후, 하고 촛불을 끄는 것 같은 가느다란 숨을 내쉬었다. 타르탈리아는 손을 맞잡고, 당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만약 이 소녀의 이야기가 옳다면, 송신의례. 그 존재는, 확실히 지금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하지만, 나는 바위 신의 장례를 치르고 싶은 게 아니야"

"네. 여기부터는, 저에게도 확증은 없어요. 하지만, 할아……선선대가 말씀하셨습니다. 청신의례와 송신의례는 연결되는 것. 그리고 둘 다 사람과 선인의 경계를 넘는 것. 그러니까, 송신의례를 참고하면, 청신의례를 행하는 것, 즉 암왕제군을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해요"

소녀는 안쪽의 서가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면, 타르탈리아의 앞에 펼쳤다. 보면, 오래되어 변색되고, 낡은 종이에는, 「송신의례적주법(*送仙儀式的做法)」이라고. 그녀가 말하길, 이 세상에 한 권뿐인, 왕생당에 대대로 전해지는 책이라고 한다.

타르탈리아는 소녀를 본다.

"……이 정보를 내미는 것에 의한 네 메리트는? 아니면 특기인 『계약』일까"

"물론! 지금도 옛날도, 리월은 상업, 즉 계약의 나라니까요"

호두는 머리카락을 가볍게 흩날리며 몸을 내밀면, 타르탈리아의 손을 잡았다. 답답한 분위기가 갑자기 무산되고, 거리에서 본, 소녀의 천진난만함이 돌아왔다.

"계약하죠, 우인단 씨. 저는 『송신의례』를 하는 법을 알려주고, 당신과 함께 청신의례를 하는 법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신은──응, 그래, 왕생당은 우인단에게서의 『요청』을 최우선으로 처리한다, 는 것은 어떨까요. 무려무려, 지금이라면 현장 수거 서비스도 딸려온다구요!"

건강적인, 분홍색 뺨에 충분한 자신감을 싣고, 소녀는 타르탈리아를 올려다본다. 요청이라는 것은, 즉 왕생당의 장사를 말하는 거겠지. 하지만, 이 소녀는 아무래도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기보다, 정보를 스스로 내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타르탈리아는 그것을 수상히 여겨, 소녀에게 묻는다.

"……이국 출신인 나라도 알아, 이 계약에는 뭔가 꿍꿍이가 있지. 왜냐면 이렇게 형편 좋은 이야기가 있을 리 없어. ──솔직히 말해줘, 뭘 꾸미고 있어?"

소녀는 나비처럼 팔랑팔랑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다시 침묵을 지키고, 눈꺼풀을 내리며 말했다. 그 모습은 그림처럼 아름답고, 그리고 창백한 유현(*幽玄. 어떤 대상에 대하여 시간적 ․ 공간적 거리감이 있어 확실히 알 수가 없으며, 신비롭다고까지는 못하더라도 아득히 먼 곳에 있어 그 실체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것)을 품고 있었다.

"우인단 씨. 이건 계약에 포함하지 않아도 좋지만, 만약 정말로 암왕제군을 찾아, 당신의 목적을 이룬다면, 나에게 그를 데려왔으면 해"

매화의 꽃봉오리가, 벌어지며 피어나듯,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지금, 애매한 상태에 있어. 이미 그 생을 마감할 준비는 되어 있는데, 아직 이 세상에 있어. 할아버지를 만나러 『경계』에 간 그날부터 계속, 그게 신경 쓰이고 있었어. 내 일은, 사명은, 그렇게 속세에 사로잡힌 삶을 저세상으로 보내는 것. 그러니까"

호두는, 결의를 담고 말했다.

"나는, 그의 장례를 치를 거야"

타르탈리아는 무심코, 그 소녀의 기백에 압도되었으나, 솔직히 소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생을 마감할 준비? 「경계」? 장례? ──아는 거라고 하면, 단 하다. 타르탈리아와 이 소녀는, 서로 별종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절호의 계약 상대라는 것.

이 찬스를 놓칠 리는 없었다.

"……그래. 좋아, 계약하자"

타르탈리아는 일어서서, 호두를 향해 손을 뻗었다. 호두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어른스러운 표정 뒤에 희미한 안도를 풍기며 웃었다. 두 사람의 손이 겹쳐지고, 겨우, 사태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호두와 함께, 책을 들여다본다. 말하길, 송신의례에 필요한 것은 7개.

고품질의 야박석으로 만든 등. 예상화로 만든 향고.

다섯 마리의 수정 나비. 척진령, 일곱 개의 연.

그리고, 영생향이라는 향과, 그 향로에 넣기 위한 유리백합이라는 꽃이다.

책에는 이 중에 「척진령」 「일곱 개의 연」은 송신의례에만 사용된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다른 것에 대해서는 불명이었다. 하지만, 호두는 이렇게 말했다──공물이 많은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라고. 타르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부하에게 이것들을 모아, 필요한 것은 가공하라고 명했다.

덧붙여,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당주는 말한다.

"세상과 세상은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어. 부르든지 보내든지 그건 같아. 행하는 방법이 틀렸다고 해도, 어쨌든 암왕제군을 부르고 싶다는 마음과, 거기에 합당한 이치가 있다면, 그는 분명 와줄 거야"

상대는 천 년이나 모습을 보이지 않는 마신이다. 과연 그 이치가 통할지 의심하는 마음인 채, 그러나 그녀의 눈의 올곧음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어느 쪽이든, 준비는 많은 편이 좋다. 타르탈리아는 이 말도 마음에 담아두기로 했다.

5일이나 지나면, 의례에 필요한 것은 나름대로 모았다. 당주는 그것을 보고 마지막 순서에 착수했다. 의례 절차를 시연하여, 타르탈리아에게 전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거야"

호두는 한 번만 타르탈리아를 돌아보면, 조용히 향로 쪽으로 돌아섰다. 그 양옆에는 아름다운 꽃이 바쳐져 있다. 작은 등을 보인 그녀는 약간 고개를 숙이고, 손끝을 양초 끝으로 향해 불을 붙였다. 공기를 태우는 듯한 불 원소가 흔들린다. 신의 눈의 힘이다. 때로는 빨갛게 튀고, 때로는 검게 죽은 자를 태우는 불꽃. 그 힘은, 그녀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향로 안에 향을 꽂았다. 원소 반응으로 희미하게 빛나는 향로 속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는, 조용히 천장으로 올라갔다. 그 끝이 흩어져 사라졌을 때, 호두가 뒤를 돌았다. 그 눈에서 생과 사의 경계를 본 기분마저 들었다.

"이걸로 끝입니다"

늠름한 목소리는 그 자리의 정적을 깨부쉈다. 이국의 전통을 접할 때라는 것은, 설령 우인단의 집행관이라도 어딘가 신묘하게 만드는 법이다. 얌전히 정좌하고, 가끔 저린 다리에 눈살을 찌푸리는 타르탈리아에, 호두는 후훗 웃었다.

"괜찮아! 내가 직접 하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까. 당신이라도 분명 암왕제군을 부를 수 있어"

호두는 타르탈리아의 등을 찰싹 두드렸다. 타르탈리아는 마침내 다리 저림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소녀는 웃었다. 쾌활한 아이였다.

그리고, 더욱 5일 후.

소녀의 지도를 바탕으로 의례의 절차를 취득한 타르탈리아는, 드디어 청신의례를 위해 출발한다.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이다. 도구가 든 커다란 배낭을 안고 리월항을 출발하고, 그 뒷모습을 배웅하는 것은, 호두였다. 타르탈리아는 호두를 바라봤다. 다소 주저하고, "너는 안 가?"라고 물었다. 호두는 "응ー?" 하고 얼빠진 대답을 하고, "안 가"라고 말했다.

"내 역할을 보내는 것.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전문 외이니까. ……뭐야, 불안해졌어? 괜찮아 괜찮아! 당신은 제대로 할 수 있으니까"

타르탈리아는 맛없는 만두를 씹은 듯한, 뭐라 말하기 어려운 얼굴을 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불안은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고작 5일간의 훈련으로 라던가, 너도 같이 가는 거라고 생각했다던가, 그런, 분명하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생각이 돌고 있었던 것은 확실했다.

호두는 매화 빛 눈을 가늘게 뜨고, 여전히 변함없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타르탈리아의 앞으로 다가가, 그 손을 꼭 잡았다.

"조언이 필요해? 그럼……『삶과 죽음엔 모두 때가 있는 법. 생사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을 믿으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것만 기억해둬"

"……"

"묘한 얼굴 하지 말고 빨리 가! 살아있는 동안의 시간은 유한하니까!"

그렇게 기세 좋게 등을 밀렸다. 얼굴만 돌아보자 호두는 그 매화꽃을 꽂은 모자를 살짝 올려 이쪽을 배웅해주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멋쩍었기 때문에, 타르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인사했다. 청년은, 그 이후 돌아보지 않고 리월항을 떠났다.

자 그럼. 기간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임무 속행이다. 모락스를 부를 장소다만, 타르탈리아는 실은, 앞서 어떤 장소를 점찍어놓고 있었다.

선인들이 과거에 있었다는 장소, 「절운간」. 그 일각에, 사람이 좀처럼 오지 않는, 선인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장소라고 하면 여기밖에 없다는, 그런 장소였다. 황금빛 꽃이 만발하고, 나무들이 상쾌한 모양으로 가볍게 흔들리는 장소. 단, 거기에 가려면 끝없는 오르막길이 있다. 타르탈리아는 배낭을 고쳐 매고, 한 걸음을 내디뎠다.

몇 시간 후, 태양은 하늘 높이 떠올라 있었다. 간신히 절운간의 입구에 도착한다. 큰 나무 그늘에서, 십여 분의 점심 휴식을 취했다. 목구멍으로 흘려보낸 물은 무엇보다 맛있게 느껴졌다. 타르탈리아는 다시, 일어서서 걷는다.

절운간은, 공기가 옅다. 또한 언덕은 보기에도 급한 경사가 아니라, 바위에 오로지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듯한, 소복소복 계속 내리는 차가운 눈 같은, 부드러운 지옥의 경사였다. 하, 하, 하고 젊은 청년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관자놀이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장엄한 바위 표면을 드러낸 산들을 눈앞에 두고, 마비된 듯한 다리를 질질 끌며, 계속 걸었다.

눈앞을, 한 마리의 바위수정 나비가, 팔랑팔랑 춤추고 있었다. 타르탈리아의 푸른 눈은, 잠시 그것에 넋을 잃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는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선명한 빨강이 눈에 스며드는가 생각하면, 그것은 기울어진 석양이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걸린 것 같다.

타르탈리아는 막대기처럼 딱딱해진 다리를 두드리고, 기합으로 움직인다. 그는 배낭을 내려두면, 쭈그리고 앉아 그 안에서 의례의 도구를 꺼내, 대충 완만하다고는 할 수 없는 땅 위에 차례차례 늘어놓았다. 한가운데에 향로, 양옆에는 양초와 화병. 영생향을 넣은 향로에는 유리백합을 가루로 만든 것을 흩뿌린다. 야박석 등을 사방에 둔다. 그 외의 공물도, 당주에게 배운 대로 정성껏, 마음을 담아서.

타르탈리아는 향로 앞에 정좌했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숙이고, 양초에 불을 붙였다. 공기를 태우는 듯한 불 원소가 흔들린다. 그것을 보면서, 타르탈리아는 바위 신 모락스를 강하게 생각했다.

「죽은 신」.

사람들에게 잊혀 가는 신.

계약의 신.

일찍이 리월을 이끌고, 사랑한, 최강의 마신.

그는 향로 안에 선향을 꽂았다. 향로 안에서, 연기가 솟아올랐다. 신기하게도, 높은 장소의 강한 바람 속에서도, 그것은 직선을 그리며 나아가는 것이다. 타르탈리아는 고개를 들어, 연기가 올라가는 길을, 그 끝이 흩어져 사라질 때까지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나를 부르는 건 누구냐"

뱀의 독니에 물린 것 같은, 저림.

낮게 땅을 흔드는 목소리가 들린 순간, 타르탈리아의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위장 언저리를 창으로 관통당했을 때의 충격. 심박수가 올라, 쿵쿵 온몸이 맥박친다.

타르탈리아는, 천천히, 돌아봤다. 흐릿한 시야에, 수정체가 적응했을 때, 타르탈리아는 한 남자를 봤다. 그는 더러움 한 점 없는 하얀 옷을 몸에 두르고 있다. 풍성하게 나부끼는 검은 머리칼은, 끝으로 감에 따라 노란빛으로 염색한 듯한 색을 하고 있었다. 내리깐 호박색 눈에는 마름모꼴 동공을 띄우고, 몸통 옆으로 내린 팔은 숯처럼 검고, 군데군데 금색 무늬가 그려져 있다.

바위를 직접 삼킨 것 같은, 중압. 사람이 아닌 자──표현하자면 그 한마디로 다했다. 직감이 아플 정도로 뇌를 흔든다. 틀림없이, 이건 모락스라고.

타르탈리아는 과잉일 정도까지 숨을 들이마시고, 목구멍에서 쉰 목소리를 짜냈다.

"……나는, 『공자』 타르탈리아"

천천히 일어선다. 무릎에 묻은 모래를 털어낼 여유도 없다. 오래된, 백단 향기의 위압을 받아들이며, 청년은 그 신을 바라봤다.

"당신의 『신의 심장』을 회수하러 왔어"

바위 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금색 눈빛만이 번쩍이며, 청년을 붙들고 있었다. 몇 초인가, 혹은 몇 분인지도 판별할 수 없을 정도의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그가 말문을 잇기 전 타르탈리아는 말했다.

"『계약』, 을. ……얼음 신이, 당신에게 제의하고 있어"

"호오"

「계약」, 그 말을 듣자마자, 바위 신은 황금빛 눈을 불꽃처럼 반짝였다. 타르탈리아는 피가 콸콸 정신없이 전신을 도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옆으로 들이치는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뇌 속이 불에 탄 것처럼 뜨거웠다. 그럼에도 청년은 말을 계속 이었다.

여왕은, 타르탈리아에게 어떤 「거래」를 맡겼다. 바위 신의 심장과 교환하여, 여왕 측이 제시하는 조건이다. 참으로 거창하다고 생각했지만, 분명 여왕에게 있어서는 처음부터 단순한 거래라는 생각이 아니었을 것이다. 계약의 신 앞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하고 엄숙한 「계약」. 타르탈리아는, 그것을 신중하게 전했다. 말하길, 「모든 것을 끝내는」 계약. 우리가 받는 것은 신의 심장, 그리고 내미는 것은──.

모락스는 천 틈으로 들여다보이는 냉혹한 눈으로 타르탈리아를 보고 있었다. 타르탈리아는 어쨌든 등을 편 채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그 권위에 휩쓸려 버릴 것 같았다. 관자놀이에서 땀이 하나, 둘 떨어졌다. 그럼에도 꼼짝 하나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모락스는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선 채, 타르탈리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족하다"

"하"

"신의 심장을 내놓기에는, 그 계약 내용으로는 이쪽의 이득이 부족하다"

모락스는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타르탈리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뭐라고 했지. 「부족해」? 여왕의 계획은 모자랐던 건가? 여기까지 1개월, 끝까지 계속 달리다 처음으로, 발밑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절망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럼 안녕히 하고 물러날 수도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은, 이제, 어떻게 되든 좋았다.

후퇴할 길을 잃은 청년은, 힘을 최대한 쥐어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쪽의 요구는"

하고, 덤벼들었다. 목숨을 건 공격이나 다름없었다. 신의 어전, 타르탈리아는, 목숨조차 내버릴 각오였다.

석양이 산 너머로 떨어져, 두 사람은 섬뜩한 어둠에 휩싸였다. 근처에 만발한 황금빛 꽃이 희미하게 물들어, 유현의 빛을 발하고 있다. 고개를 들어 모락스의 얼굴을 바라보자, 그의 눈동자도 같은 색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여"

모락스가, 그 취약한 삶의 이름을 부른다. 타르탈리아는, 무슨 말을 들을지 몰라 마른 목으로 침을 억지로 삼켰다. 모락스는 잠시, 짙은 색으로 물들어 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리는 왜 살아가는 것일까"

그것은, 타르탈리아에게 있어서 엉뚱한 질문이었다. 꿈에서 갑자기 깨어났을 때 깜짝 놀라는 것처럼, 화제의 꼬리를 잃어, 곤혹에 빠졌다. 그의 당혹을 일별하고, 그렇다고 뭔가를 하지도 않고, 모락스는 계속 말했다.

"하나의 생이 사라진다 해도 세계는 돌고, 오래 살아간 끝에 있는 것은 마모뿐.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의의는 무엇일까"

연기가 직접 귀를 통해 흘러나가는 것 같다. 고, 타르탈리아는 멍하니 생각했다. 그것은 체내를 침범하듯 파고들어, 뇌로 올라가, 녹아든다. 모락스가, 무엇을 의도하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모른다. 만, 애절, 그 희미한 애절만은, 왠지 모르게 탐지되는 것이다.。

모락스는 타르탈리아를 정면에서 바라봤다. 타르탈리아는 그때 처음으로, 모락스의 뺨이 도자기처럼 갈라져, 그 속에서 그의 눈동자와 같은, 밝은 호박빛이 들여다보이는 것을 눈치챘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 답이다. 설국에서 온 사자여. 기간은 한 달로 정하지. 그 사이에, 혹시 네가 그 해답을 찾으면──"

모락스는 타르탈리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손 위에 떠 있는 것은, 체스 말 같은 형태를 한, 타르탈리아의 임무의 최상의 목적.

"이 심장을 주지"

신의 신장. 그것을 모락스에게서 빼앗아,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 타르탈리아의 임무다. 골이 보였다. 겨우, 청년에게 생기가 돌아온다. 모락스는 그것을 보고 백사처럼 고개를 갸웃했다.

"『계약』하겠나"

"물론"

말할 것도 없이 타르탈리아는 대답했다. 여기서 잡지 않으면 바로 잃을 수 있는 기회였다. 모락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사람이 아닌 자의 감정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의사는 전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좋겠지. 답을 찾았을 때, 다시 오도록 해라. 시각은, 오늘과 마찬가지로 저녁 무렵. 나는 여기서 너를 기다리고 있겠다"

모락스가 그렇게 말한 순간, 갑자기 바람이 크게 불었다. 그것은 몸 옆을 휘감듯 불어, 타르탈리아는 무심코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자, 모락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환상을 본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그 뒤에는 그저 황금빛 꽃이 흔들리고 있었다.

  

 3

타르탈리아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가 일어난 것은, 빠르다고는 하기 어려운, 하지만 아침에는 포함되는, 절묘한 시간이었다. 어젯밤의 꿈에서 깨기 전, 확실히 모락스를 알현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뭐라고 했던가. 「살아가는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한 것이다. 그것을 찾아오라는 조건을 받아들인 것은, 확실히 자신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국에서 온 집행관은 인생의 고민 상담소도 아니었고, 타르탈리아라는 청년은 철학자가 아니었다.

잠이 덜 깬 머리로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할까 하면, 역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이번엔 특히, 타르탈리아에겐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것이라도, 리월 백성의 목소리라면 그의 답이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있었다. 그 방안은, 적어도 탁상공론을 논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그런데, 타르탈리아가 지금 있는 것은 망서객잔이라는 여관이다. 절운간에서 산을 내려와, 가장 가까운 것이 이 여관이었다. 리월항에 가는 길에 묵었던 그 「황야 속에 우뚝 솟은 여관」에, 다시 신세를 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타르탈리아는 침대에서 엉금엉금 기어 일어서, 가벼운 몸단장을 가치고, 프론트로 나갔다.

"어머, 『공자』 씨. 좋은 아침이야, 어제는 잘 잤어?"

"여, 오너. 덕분에. 갑자기 들이닥쳤는데, 흔쾌히 머물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오너는 여성으로, 베르 고데트라는 이름의 자칭 몬드인이다. 이 여관은, 여러 가지로 융통성이 좋았다. 타르탈리아가 카운터에 모라를 두자, 오너는 아무것도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듯, 피식 웃으며 그것을 회수했다.

"그런데 하나 질문하고 싶은 게 있는데"

"뭘까"

"살아가는 의미란 뭐라고 생각해?"

덜그럭, 하는 소리가 났다. 손이 미끄러져, 그녀는 마루에 아까의 모라를 떨어뜨린 것 같다. 타르탈리아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이렇게 될 것은 다소 알고 있었다.

"……『공자』 씨는, 인생에 고민이 있는 걸까"

모라를 주우면서, 그녀는 말한다. 타르탈리아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뭐──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그 말대로, 사춘기의 고민이라고 생각하고. 꼭 생각을 들려줬으면 해"

고데트는 대답하기까지 공백을 두었다. 그것은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품속에 모라를 단단히 챙기기 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살아가는 의미 말이지. 개인의 의견이지만, 즐거우니까야"

과연, 명쾌한 대답이다. 타르탈리아가 재촉하자, 그녀는 계속 말해주었다.

"일개 장사꾼으로서,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을 좋아해. 최고의 보람이라고도 할 수 있어. 나 자신의 태생은 관계없이, 나는, 『베르 고데트』라는 인생을 즐기기 위해 살고 있어"

문득 입을 막고, 일부러인 듯한 행동을 하고, 말을 좀 많이 했을까, 라며 오너는 웃었다. 비밀주의인 것 같았다. 타르탈리아도 그 이상은 캐묻지 않고, 그저 「참고가 됐어, 고마워」라고 말하고 프론트를 떠났다.

타르탈리아는 망서객잔의 발코니로 나왔다. 리월의 바람에, 황혼색의 바람을 휘날리며, 그는 줄지어 선 험한 산과 녹색 평야를 만끽했다. 문득 옆을 보니, 땀에 젖어 팔랑팔랑 손으로 바람을 부는 남자가 있었다. 언소라는 요리사다. 아마 주방에 있는 그 커다란 리월 냄비로 힘껏 속재료를 볶기라도 하다가, 그 열기에 당했을 것이다. 휴식 중에 미안하지만, 타르탈리아는 그에게 「삶의 의의」를 물었다.

언소는 솔직한 남자였으므로, 솔직하게 당황스러워했다.

"당신은 대체 무슨 말을 꺼내는 거야"

"글쎄. 나도 묻고 싶어"

청년은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당황, 포기에 왔다가, 마지막으로 냉소에 이르는 것은 발견이었다. 그래도 말문을 열지 않는 언소를 보고, 타르탈리아는 품에서 모라를 꺼냈다. 언소는 눈을 크게 뜨고, 그런 건 필요 없다고 말했다.

"내가 사는 의미는, 자신의 길의 추구다. 나는 이 손으로 요리를 하기 위해 살고 있어, 라고……지금은 생각해"

언소는 그리고 나서 조금만, 그의 경력에 대해 말해주었다. 타르탈리아는 뇌 속에 그것을 적어두고, 그의 이야기가 끝났을 무렵에 한 마디, 고맙다고 말했다. 타르탈리아가 떠난 후에도, 언소는 잠시 난간에 기대서 얼굴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경력과 관계없이 순수하고 솔직한, 좋은 남자였다. 그렇기에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거겠지.

타르탈리아는 계속해서 여관의 손님에게도, 그 질문을 던졌다. 결과, "잘 모르겠어" "우리랑은 관계없잖아……너무 탐색하는 듯한 눈으로 보지 말아줄래" "역시, 술을 마시기 위해서이려나" "마실 거라면 술보다 차가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빨이 노랗게 물들이고 싶다면 그렇겠지"──등의, 여러 가지 대답을 얻었다.

최종적으로 타르탈리아는, 여관의, 손님이 자유롭게 쓰는 듯한 게시판에, 「살아가는 의미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썼다. 따뜻한 태양에 비추어진 게시판에는, 많은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 안에서 하나, 타르탈리아의 메시지는,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시각은 정오를 조금 지났을 무렵. 태양이 높게 떠오른 무렵. 모락스가 지정한 「저녁 무렵」에는 지금부터 가도 늦지 않겠지. 타르탈리아는 입은 옷 외에는 아무것도 챙기지 않은 채 여관을 떠나, 등산을 시작했다.

타르탈리아는 생각하는 것이다. 그로서는 분명, 살아가는 의미란 무엇인가, 그런 것의 정답은 모른다. 그럼 뭘 하느냐고 하면, 젊은 타르탈리아가 할 수 있는 것은, 어쨌든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리월의 목소리든 뭐든, 답이 될 수 있는 것은 전부 모아, 모락스가 요구하는 답에 도달할 때까지, 몇 번이든 계속 부딪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결의했다.

도전의 횟수에 제한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은, 다행이었다. 활짝 웃고, 타르탈리아는 턱에서 흘러 떨어지려는 땀을 닦았다.

생각한 대로 예의 장소에는 저녁 무렵에 도착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석양이 산 너머로 사라질 시간. 어두컴컴한 나무 그늘 어디에도 모락스의 모습은 없었지만, 그는 역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벌써 온 건가"

땅을 기는 낮은 목소리는, 듣기에 좋다. 수천 년의 위엄이 넘치는 그것은, 남에게 「들려주기」 위한 목소리였다.

타르탈리아는 뒤돌아, 이렇게 말했다.

"리월의 목소리를, 조금, 모아왔어"

타르탈리아는 망서객잔에서 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의 의의에 대해서」를 모락스에게 말했다. 즐거움, 자신의 길의 추구, 모른다, 술을 마시기 위해, 차를 마시면, 이빨이 노래지──아니, 마지막 것은 쓸데없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형편 좋게, 그럴듯한, 모범 답안 같은 대답만을 모은 것이었다.

모락스는 얌전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타르탈리아의 보고를 다 듣자, 조용히 고개를 흔들고,

"유감이지만, 그 대답으로는 계약을 충족시킬 수 없다"

라고 말했다. 무엇이 기준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희망하던 답은 찾지 못한 것 같다. 그야 그렇다. 타르탈리아 쪽도, 딱 한 번으로 돌파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타르탈리아는, 확실한 자신감을 가지고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 계약 안에 횟수는 지정되지 않았어. 나는 몇 번이나 당신에게 도전할 수 있어──그렇지?"

그에 대해, 모락스는 뜻밖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단언했다.

"그 말대로, 횟수에 제한은 없다. 나는 여기서 답을 기다리고 있겠다"

모락스의 금색 눈이, 어둠 속에 떠올라 있다. 주위는 완전히 어두워져, 일몰이었다.

"다시 오도록 해라"

 ◆

결론부터 말하면, 타르탈리아는 같은 수법을 세 번 반복했다. 망서객잔의 게시판과 리월 도시의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 도전하고, 패했다. 철학책을 뒤져 도전하고, 패했다. 그리고 바위 신의 상대를 하기 때문이라고, 바위를 캐는 광부들에게도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도, 패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종다양했다. 살아가는 의미란 무엇이냐고 물으면, 상업을 위해, 오락을 위해, 살아가는 의미를 찾기 위해,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타르탈리아는 그것을 가지고, 매일 모락스에게로 간다. 모락스는 매번 귀를 기울이고, 하지만 고개를 젓고 타르탈리아를 돌려보내는 것이다. 모락스는, "왔나"와 "유감이지만, 그 대답으로는 계약을 충족시킬 수 없다"라고, 그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타르탈리아는, 돌아오는 길에 녹아내릴 것 같은 어둠을 걸으며, 오늘의 답도 틀렸냐고 멍하니 생각하는 것이다. 가을 특유의 벌레나 개구리 소리를 들으면서, 서늘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절운간도 다니는 데 익숙해져 버리면, 상냥한 지옥을 선사하는 도전의 언덕길이 아니라 단순한 우울의 언덕길이었다. 우울의 언덕길을 내려와, 자고, 우울의 언덕길을 올라, 다시 내려온다. 그런 생활이었다.

모락스와 처음 알현한 그 날부터, 오늘로 5일째가 된다. 역시 익숙해져서, 타르탈리아는 베테랑 기자 같은 태도로 경책산장의 노인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노인은 굽은 허리에 손을 대고, 경책산장을 둘러보았다. 이끌려서 둘러보면 기가 막힐 정도로, 그리고 동경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시골이었다. 웅장한 계단식 논에 푸른 꽃이 흔들리고 있었다. 말하길, 의례에도 사용했던 유리백합이라는 꽃의 명소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을 딱히 신경에도 두지 않고 「인터뷰」를 끝내고, 청년은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타르탈리아는 절운간에 있다. 투신자살을 유도하는 듯한 깎아지른 절벽에, 불타는 듯한 붉은 저녁 하늘에는 연이 둥둥 날고, 금색 꽃이 흔들린다. 모락스가 나타났다. "왔나"라고 말했다. 타르탈리아는 언제나의 절차를 밟아, 모락스에게 「목소리」를 전한다.

"──에게 있어서, 살아가는 의의란"

말하면서, 청년을 고개를 들어 올린다. 석양이 쭉쭉 달리듯이 떨어지고 있다. 모락스의 얼굴이, 서서히 어둠에 잠겨 간다. 눈동자에 빛이 켜진다.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그때 문득,

(아)

라고 생각한 것이다. 무엇에 대한 깨달음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몸이 묶여 있는 것 같은, 불쾌한 감각. 이라기보다, 지금까지도 느끼고 있던 그 감각을, 겨우 자각한 것 같은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바람을 맞은 풍차처럼, 입이 잘 돌아갔다. 하지만 동시에, 식은땀 같은 것을 흘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신체가 병열에 침범당하기 시작했을 때 같은 부자연스러운 발열을 느껴, 타르탈리아는 다시 시선을 올렸다. 모락스와 눈이 마주쳤다.

딱, 하고 입이 멈춘다.

"……"

아, 달라. 내가 하고 싶은 건, 이게 아니야.

본능적인 사고가, 한순간, 뇌리에 스쳤다. 석양이 지고 있었다. 주위는 어둠에 휩싸여, 마치 종말 같았다. 타르탈리아는 뺨에 분 바람에 간신히 제정신으로 돌아와, 어떻게든 다음 말을 이으려고 했다. 하지만 혀가 마비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모락스는 청년의 그 모습을 보고, 조용히 등을 돌렸다. 회오리바람 속에서, 그는, 사라졌다.

다시, 어라. 라고 생각했다. 망연한 가운데, 5일째는 그렇게 끝난 것이었다.

우울의 언덕길을 내려와, 우울의 길을 걸어, 망서객잔, 자기 방. 타르탈리아는 침대 속에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일은, 사실은, 항구의 어부들에게 이야기를 듣는다는 예정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꾀부리며 쉬고 싶어 하는 아이처럼, 도무지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타르탈리아는 옆으로 몸을 뒤척였다.

잠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일은 어떻게 할지에 대해, 어두운 방, 부수한 별처럼 생각이 돌고 있었다.

 ◆

타르탈리아는 다음 날, 점심이 지나서 나왔다. 프론트에 아무 말도 없이 나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망서객잔의 게시판을 보자, 타르탈리아가 쓴 글이 있었다. 몇 갠가, 답신이 와 있었지만, 타르탈리아는 자신의 필적을 덮어 칠해 감추었다.

절운간을 올랐다. 숨이 차고, 폐의 바닥이 거칠해졌지만, 타르탈리아는 흐르는 땀조차 닦지 않고, 오로지 모락스의 곁을 목표로 했다.

6일째의 저녁 무렵.

"왔나"

라는 목소리에, 돌아본다. 모락스의 눈은 밤하늘의 별 같았다. 그 눈을 보고,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다. 납득이 가는 확신이 있었다. 타르탈리아는 입을 열었다.

"나한텐 안 맞아"

청년은 온화하게 말했다. 평소와는 다른 「절차」다. 모락스는, 하지만 아무 말도 않고, 그저 금색 눈으로 타르탈리아를 보고 있었다.

"책을 읽거나, 사람들에게 묻거나. 그야 물론, 여왕님께서 주신 임무에 좋고 싫고는 없어. 하지만 그것도 벌써, 한 달을 했어. 나는 당신을 보고, 하나 생각한 것이 있어"

타르탈리아는 심해의 색을 한 눈동자를 신에게 돌렸다. 쿵, 하고 그의 발이 한 발을 내디뎠다. 파도가 치는 곳에 발끝을 놀리듯, 천천히, 한 걸음씩, 타르탈리아는 모락스에게 다가갔다.

정신을 차리면 눈앞에, 신이 있었다. 냄새가 났다. 강자의 냄새다. 뇌 속이 저렸다. 타르탈리아의 눈동자의 깊은 안쪽이 흔들렸고, 그것은 광열이었다.

"모락스, 당신이랑 싸우고 싶어"

말로 한 순간, 격류가 온몸에 도는 것 같았다. 타르탈리아는, 이 나라에 오고 나서 계속 현명하고,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집행관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훨씬 옛날부터, 그는 순수한 전사였다. 말하자면, 타르탈리아의 「삶의 의의」는, 목숨을 건 치열한 싸움 속에 있는 것이다.

눈앞에서, 호박이 빛났다. 불꽃 같았다.

"좋겠지"

그 대답을 듣자마자 땅을 박차고 있었다. 신의 눈에 의해 물이 형태를 이뤄, 타르탈리아의 검이 되었다. 칼끝을 들이대면, 모락스는 무용처럼 그것을 피했다. 계속해서, 두 번째의 휘두름. 허공을 가르는 검을, 모락스는 차가운 황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의 강자다. 심장이 쿵쿵 맥박치고, 타르탈리아의 몸은 환희에 떨었다. 가슴을 꽉 움켜쥐고, 타르탈리아는 웃었다.

"아아……최고다!"

짐승의 이빨 자국처럼 거친 칼날을 신에게 향한다. 모락스가 타르탈리아의 팔을 쳐, 그 궤도를 벗어났다. 눈이 마주쳤다. 그 딱딱한 바위의 몸을 찢어주고 싶어 견딜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그 치열한 눈으로, 이 숨통을 물어 찢기를 원하는 것이다. 애욕과도 비슷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본능을 드러내고 있었다.

낙양이 찾아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몇 번이나 검은 그림자가 섞이고, 비말이 흩날린다. 덤벼들던 것을 뿌리쳐지고, 한번 거리를 두었을 때, 전장에 정적이 다가왔다. 모락스는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만족했나?"

"전혀!"

"그런가"

그 순간, 어둠을 비춘 것은 황금색. 그의 손에 바위 원소가 밀집해, 나타난 것은, 그의 눈과 같은 색을 한 창이었다.

모락스가, 무기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더욱더 전신의 혈액이 역류하기 시작할 것 같았다. 귓가에서 굉음이 울리고, 동공이 열린다. 타르탈리아는 뇌가 폭발하는 듯한 광란과 함께 모락스를 베어 들어가고.

다음 순간, 땅에 뒤로 벌렁 쓰러져 있었다.

"……아"

한 박자 늦게 등에 찌릿찌릿한 저림이 기어간다. 흥분 때문인지, 통증은 없었다. 어안이 벙벙해 무심코 무방비상태로 일어나려 했을 때, 겨우 목덜미에 창끝이 들이대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만족했나?"

모락스의 목소리. 말없이 안구만 움직여 올려다봤을 때, 황금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 눈에는 한 조각의 열도 담겨 있지 않고, 그저 바위의 싸늘함이 있었다.

그는, 신이었다.

"……하"

청년의 목구멍에서 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뇌의 잔열이 식어, 순식간에 땅에 내동댕이쳐졌을 등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모락스가 창을 거둬, 타르탈리아의 몸은 해방되었다. 그래도 일어서지 않고 있던 청년은, 어깨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하, 아하하핫!"

타르탈리아는 쓰러진 채로 웃었다. 석양빛 머리칼이 중력에 따라 땅에 닿아, 희고 천진난만한 이마가 드러나 있었다. 얼마 안 가 폐가 저리고 목이 타는 듯한 기침이 나왔다. 그래도 타르탈리아는 웃었다. 유쾌해서 견딜 수 없었다.

모락스는 청년의 광소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타르탈리아는 잠시 땅을 구르다, 이윽고 웃음 덩어리를 토해내듯이 몇 번인가 콜록콜록 기침을 하고는, 하아 하고 만족스러운 숨을 내쉬었다.

"……내 꿈은, 언젠가 세계를 정복하는 거야"

웃을 거야? 하고 청년은 말한다. 모락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적에 가득 찬, 태양 빛이 사라진 세계에서 금빛 눈길만이 내리쬐고 있었다.

"솔직히, 당신의 삶의 의의 같은 거 몰라. 하지만, 내가 사는 의미는, 분명, 이거야. 나는 그것밖에 모르니까, 싸움에 몸을 두고 있어. 그래서, 가족이나 여왕님이나, 동포를 위해, 내가 대신 검을 쥐는 거야. 싸워보고 알았어, 당신도 나랑 같잖아"

타르타리아는 모락스를 똑바로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바다 빛 눈이, 자신감에 가득 차 가늘어진다. 모락스의 신체에 닿았을 때, 온도를 느낀 것이다. 오래된 열이었다. 그것은 확실히, 일찍이 일국을 수호한 자의 열이었다.

모락스는 아직도 변함없이 무뚝뚝한 얼굴로 타르탈리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만, 이윽고 그 무뚝뚝한 얼굴의 입 주변을, 조금만 움직여,

"유감이지만, 그 대답으로는 계약을 충족시킬 수 없다"

라고 말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상쾌할 정도의 템플릿. 뭔가 좋은 말을 한 듯한 타르탈리아의 말은 흘려 넘겨져, 자리를 애매하게 떠돌았다. 가리킨 손가락을, 수직으로 세운 채로 있는 이 팔을, 어떻게 해줄 거야. 타르탈리아는 자신의 속을 드러낸 것으로, 어딘가 대담해진 듯, 그의 태연한 태도에 화조차 느끼고 있었다. 그 깨끗한 옷을 잡아당겨서, 나랑 똑같이 흙투성이로 만들어줄까.

따위를 생각했을 때, 아까 내민 손이 차가운 무언가에 닿았다. 보니, 검은 손이, 타르탈리아의 손목을 잡고 있다.

모락스의 손이었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대답이다"

"와"

강한 힘으로 당겨진다. 건강한 남성 한 명분의 무게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려, 모락스는 타르탈리아를 일으켰다. 타르탈리아는 멍하니 모락스를 봤다. 모락스는 무뚝뚝한, 아니, 아주 조금, 옅은 입술에 미소를 띠고 있다.

"다시 오도록 해라"

뺨 옆을 간질이는 듯한 바람이 불었다.

눈을 깜박이자, 모락스는 사라져 있었다.

 4

"내가 말한 것은"라고, 모락스가 말했다.

"하나를 외워서 매일 오라는 것이 아니다"

"아하핫! 몇 번 도전해도 좋다고 했잖아. 잊었다고 말하게는 안 둘 거야" 타르탈리아는 여름처럼 웃었다.

7일째. 여기까지 오면, 밀어닥치는 마누라가 아닌 밀어닥치는 집행관이다. 모락스 쪽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하지만 청년은, 어제의 싸움으로 완전히 모락스가 마음에 들어버렸다.

"애초에, 어제의 싸움 덕분에 눈치챘어. 나에게 나 나름의 『살아가는 의의』가 있듯이, 당신에게도 당신의 것이 있어. 그리고 그게 계약의 답이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당신에 대해서부터 알아가야 해"

"……"

"그러니까 싸워달라고! 이번엔 더 잘할 거야"

타르탈리아는 상의의 소맷부리를 팔뚝까지 걷어 올려, 준비운동을 하듯 팔을 돌렸다. 이 세상에서 가장 명쾌한 의사소통은 대련을 하는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눈이다. 모락스는, 얼굴에 휘감기는 열기를 떨쳐낼 때처럼 흔들흔들 고개를 흔들며, 흥분으로 들끓는 젊은 청년을 말렸다.

"싸움은 없이다"

"왜"

"너무 길어지면, 지친다"

지친다. 최강이라고도 불렸던 마신이, 고작 대련으로? 타르탈리아는 이 농담에 웃었다. 하지만, 안 그래도 밀어닥치고 있는 입장상, 한번 물러나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타르탈리아는 큰 나무 옆으로 가, 힘을 빼고 기댔다.

"──그럼, 취향을 바꿔서 몇 가지 질문이라도 할까"

타르탈리아는 다행히도, 「암왕제군 마니아」였다. 진위를 가릴 수 없는, 그가 했다고 여겨지는 위업은 많이 알고 있다. 여기서 이 기회에 진정한 암왕제군상을 형성해두어도 분명, 임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당신에 대해 조사하고 있을 때, 암왕제군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갠가 읽었어"

노래하는 투로 청년이 말한다. 모락스는 청년의 요망에 말로 응하는 대신, 한번 흔들 뿐인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큰 바위 위에 다리를 세워 앉았다. 석양을 등진 그 모습은 아름답고 관록 있어, 실로 그림 같았다.

"바위 속에서 금색 꽃은 피운 건 사실이야? 보석과 바위로 이루어진 거연에서 산봉우리를 파내거나, 별을 시계로 만들었다는 건?"

"확실히, 전부 기억하고 있다"

"엣"

백마 여관에서 지낸 첫날에 읽었던 책의 내용. 사실은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는 건, 설마 그 정보도.

"그럼, 암왕제군은 땅딸막한 도마뱀이었다는 건?"

"그것에는 기억이 없군"

"……. 그렇지"

조금, 기대했다. 그랬다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고 이런 식으로, 타르탈리아는 모락스에게 거리낌 없이 질문을 던졌다. 모라를 만들었다는 건 사실이야? 어떻게 만들었어? 백성에게 내린 신탁은 어떤 거였어? 모락스는 청년의 질문에 귀를 기울여, 그 모든 것에 대답해주었다. 실로 산증인, 본인에게 듣는 역사는, 온갖 문헌보다 귀중한 역사 자료일 것이다. 그의 대답을 전부 옮겨적으면, 수메르의 학자가 되는 것도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모락스가 너무나도 경쾌하게 대답해주므로, 타르탈리아는 그만 대수롭지 않은 것만 묻고 그 대답에 일희일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음 지식, 다음 질문, 하고 머릿속을 계속 뒤지다가 불현듯, 배 안에서 읽은 그 역사서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리고, 암왕제군은 이 사건을 경계로 백성들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천 년 전, 암왕제군은 「죽은」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는 지금 확실히 눈앞에 있다. 그렇다, 아직 그 대답을 맞춰보지 않았다. 새삼스럽게 싹튼 의문은, 급격히 커져만 간다.

호기심에 목이 울린다. 타르탈리아는, 쉰 목소리를 냈다.

"그럼, 천 년 전,"

하고, 물었을 무렵에는, 낙양이었다. 모락스는 스윽 일어서서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타르탈리아는 입을 다물고, 던지려던 질문을 삼켰다. ──그리고, 목구멍 속에서 다른 말을 끌어와, 꺼냈다.

"……당신은, 처음의 『계약』에서도 저녁때를 지정하고, 항상 해가 떨어질 무렵에 사라져. 뭔가 이유라도 있어?"

박명 속, 모락스의 눈동자가 별 같았다. 그 별이, 잔물결 하나 없이 청년을 바라보고, 신은, 입을 열었다.

"너는, 내일도 오는 건가"

하늘하늘, 이별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타르탈리아의 이미 잃어버린 저녁 하늘을 그대로 칠한 듯한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그럴 생각이야"

라고 그는 대답했다. 모락스는 청년에게 등을 돌렸다. 그리고 떠나려는 순간, 돌풍을 타고 그의 말이 들렸다.

"그렇다면, 내일 알려주지"

 ◆

"나는 『마모』되고 있다"

바위에 앉은 모락스가 말한다. 뺨의 갈라진, 아름다운 옆모습을 보며, 황혼 속에서 청년은 그저 멍하니 있었다.

"마모?"

"오래 살아가는 자들의 운명이다. 점차 자아가 무너지고, 선악을 구별할 수 없게 된다"

호박색 눈이 청년을 본다. 사람답게 살랑살랑 나부끼는 머리칼, 그 아래에는 바위 무늬가 새겨져 있어, 확실히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너는 어제, 『천 년 전』에 대해 물으려고 했지"

"아"

응. 하고, 타르탈리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모락스는 그 끊긴 질문도 확실히 들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야기를 피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바위수정 나비가 한 마리, 팔랑팔랑, 모락스의 손끝에 머물렀다. 모락스는 그것을 석양에 비추어 바라보았다. 바위 원소로 된 날개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타르탈리아가 조용히, 그 푸른 눈을 깜빡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이에, 모락스는 조용히 물었다.

"긴 이야기를 들을 생각은 있나"

여기까지 왔다면, 듣는 것 외에 없겠지. 타르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락스는 촛불을 끄기 직전처럼, 희미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옛 친구, 야타용왕에게 삶을 준 것은 모락스였다. 그가 그 자신의 손으로, 그 용을 지반 바닥에서 끌어낸 것이다. 용왕에게 준 삶의 대가로서, 하나의 계약이 이루어졌다. 너는 앞으로 사람과 사는 것이라고. 사람에게 그 사나운 힘을 휘두른 날이──네가 다시 태양 빛을 볼 수 없게 되는 날이라고.

야타용왕은 잘 살았다.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모락스와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는 단조 소리를 듣는 것과, 따뜻한 양지에서 모락스와 낮잠 자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 용왕조차, 마모에 삼켜진 것이다. 그는 제정신을 잃고, 사랑한 인간에게 손을 댔다. 모락스는 자신의 힘을 사용해 그 마모를 풀려고 했으나, 무슨 일을 하더라도 소용없었다. 모락스는 용왕의 친구였으나 계약의 신이며, 인간의 신이었다. 모락스는 격전 끝에 야타용왕을 봉인했다.

모락스는 생각했다. 쇠퇴한 전장에 선 그의 손에는, 야타용왕의 몸 조각이 쥐어져 있었다. 모락스는 장수하는 생물이다. 마모는 피할 수 없다. 만약 마모 끝에 제정신을 잃었다간, 이 나라는 어떻게 되는가. 모락스가 신으로서 군림하여 모락스의 손안에 있는 이 나라는, 그가 한순간이라도 주먹을 쥐는 것만으로 무너질 것이다. 모락스의 가장 오래된 계약은, 「세상을 정화하고, 백성을 지킨다」는 것이다. 백성에게 손을 대는 것은, 그 이상 없을 중요한 계약위반이었다.

모락스는 그 이후로, 이 몸이 마모되기 전에, 신의 자리에서 은퇴하기로 했다.

모락스는 검은 손끝으로 바위수정 나비의 몸을 쓰다듬었다. 다가가는 순간에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을 장소로 날아갈 나비는, 그때만은 마치 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신이 사라지면, 리월의 사람들은 신 없이 살아가야만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모락스의 경건한 선인들이 생각났다. 그들의 힘이라면 사람을 지킬 수 있다. 사람은 나라를 굴린다. 선인과 사람이 손을 잡으면, 이 나라는 분명 살아갈 수 있다.

모락스는 선인을 도시로 보냈다. 선인의 베갯머리에 서서, 나는 사라진다고, 너희는 너희의 지혜를 사람에게 전수하고 사람과 공존하라고 말했다. 선인은 당황했지만, 암왕제군의 명에 거스르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그렇게 해야만 했던 것은, 암왕제군이 정말로 그다음 날부터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모락스는 여기서 「죽었다」고 알려지게 되지만, 실은 그때 모락스는 살아 있었다.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하면, 사람이 되어 리월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남자가 되고, 여자가 되고, 소년이 되었다. 누구에게도 눈치채이지 않도록 이리저리 입장이나 모습을 바꾸고, 의외로 충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생활은 나에게 있어서 지나치게 평화로웠다"

그렇게, 모락스는 말한다. 그는 조금 몸을 움직였고, 바위수정 나비는 그 탄력에 날아오르고 말았다. 바위 인분을 흩날리며 저녁 하늘로 사라져 가는 수정 나비를 보며, 모락스는 눈을 감았다.

"5백 년을 그렇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전쟁이 일어났다. 리월과는 관계없는 전쟁이다. 나는 다시 『모락스』가 되어 그 장소에 섰다. ……망설임이 있었다. 사람과 살았던 날들 또한, 마모의 하나였던 거겠지. 눈치채면, 배를 꿰뚫려 있었다."

모락스는 일어서서, 머리를 덮는 후드를 벗어 보였다. 그의 뺨에, 한 줄기의 금. 타르탈리아는 천천히, 시선으로 그 끝을 쫓았다. 가느다란 선은 목덜미를 지나, 그의 몸까지 이어져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부상을 입었다. 옛날 같으면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이 상처와, 그리고 그 상처로 인해 진행된 마모가, 더욱 내 몸을 갉아 먹었다. 하지만 리월은, 이미 신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없어도 상관없다. 나는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다. 네가 나를 불러일으킬 때까지"

타르탈리아는 침묵하고 있었다. 석양은 잔혹하게도 살기 바쁘다는 듯이 가라앉아 간다. 주위가 어둠에 잠긴다. 모락스의 눈이, 금색이 빛난다.

"부상과, 마모와, 오랜 잠. 나는, 이미 대부분의 힘을 잃었다. 저녁때는, 사람과 마물이 교대하는 시간. 마를 부르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가장 부담이 없다"

모락스는 다시 후드를 쓰고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가 들려주는 「긴 이야기」는, 리월이 잊은 모든 것이었다. 이별의 바람에 황색 꽃이 흔들리기 시작해, 초원 속에서 푸른색과 금색이 서로를 바라봤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부 했다. 내일부터, 네가 매일 다닐 필요도, 없어졌다"

모락스는 바위 위에서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동자 안쪽에 한순간, 엷은 먹색의 적막이 빛난 것 같았다. 타르탈리아는 어둠 속에서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입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숨을 들이마시려 하자, 바람이 강해 과도한 공기를 들이마신 탓에 폐가 답답해졌다.

"다시 오도록 해라. 계약이 이행될 때를, 나는 계속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다"

모락스는 사라졌다.

 ◆

"아니, 그래도. 결국 올 수밖에 없잖아? 혼자서 생각해봤자 소용없고, 이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그다음 날이다. 결국, 언제나처럼 절운간을 오른 타르탈리아는, 어깨를 으쓱이고 불손한 태도로 말했다.

"아니면, 매일 만나면 수명이 줄거나 해?"

"……아니, 그런 일은 없다"

"그럼 문제없겠네"

모락스는 후드 안쪽에서 호박을 깜박였다. 그건 처음 본, 그의 곤혹스러움이라고도 형용할 수 있는 표정이었다. 눈이 마주쳤다. 심해의 색은 기죽지도 않고 똑바로 신을 쏘아보았다. 모락스는, 스읍, 하고 공기 스치는 소리가 들리도록 숨을 마시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자, 라고 했던가"

"응"

"……얼음 신은, 상당히 성가신 사자를 보내왔군"

"아하핫! 칭찬받다니 영광이야"

타르탈리아는 이제 완전히 대담한 태도로 나왔다. 모락스가 어제 들려준 역사는, 확실히 무겁게 등을 짓누르는 듯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든, 타르탈리아는 모락스가 마음에 든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서는 그걸로 충분했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을 그대로 품고, 두려움 없이 구멍 속으로 뛰어들 수 있을 법한 청년이었다.

"그래서, 너는 무엇을 질문할 생각이지"

타르탈리아는 아아 그건 말이야, 라고 말하고, 등에 메고 있던 배낭에서 하나의 술병을 꺼냈다.

"딱히 아무것도 없으니까, 선물만 가지고 왔어"

"……"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수 시간 전, 타르탈리아는 망서객잔의 자기 방에서 책상에 턱을 괴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락스는 어제, 「이제 매일 오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말을 했다. 아니, 그건 아무래도 좋다. 타르탈리아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움직이는 것이니까 모락스의 의사에 관계없이 오늘도 그 언덕길을 오를 뿐이다. 하지만, 그가 말했듯 구실이 없다. 절운간의 그 초원, 둘이서 어깨를 나란히 놓고 침묵에 잠겨있을 수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는 채 프론트로 나가, 오너에게 가볍게 말을 걸고 나가려 했을 때였다.

"어머, 『공자』 씨. 마침 좋을 때"

하고, 만류되었다. 무슨 일이냐고 용무를 묻자, 타르탈리아의 손에 술병이 건네졌다.

"이거. 리월에 오래전부터 전해지는 명주라는 것 같은데, 당신에게 줄게. 스네즈나야인은 술이 강한 거잖아? 분명 즐길 수 있을 거야"

"헤에, 그야말로 명주라는 느낌이네. 진짜 받아도 돼?"

"그럼. 『공자』 씨는 단골이니까"

분명 그건, 오너의 전략적인 장사의 일부였을 것이다. 귀빈에게 가끔 생각지 못한 선물을 주며 좋은 얼굴을 하고 붙잡는 것은, 리월 상인의 기본이다. 하지만 타르탈리아는 이때만은, 진심으로 이 관습에 감사했다. 「리월에 오래전부터 전해지는 명주」. 이것은,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 적어도, 어색한 침묵에 빠질 필요는 없어졌다.

현재로 돌아온다. 타르탈리아는 잠시 술병을 안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갑자기,

"아, 망했다"

라고 외쳤다.

"이번엔 뭐냐"

"잔을 가지고 오는 걸 잊었어"

청년의 목소리는 절실했다. 곰곰이 구실만 늘어놓고 있었지만 실은, 타르탈리아도 이 술을 마시는 순간을 기대하고 있었다. 모락스에게 주려고 가지고 왔다고는 하나, 그것을 조금 받아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잔이 없으면 그것은 이뤄지지 않는다. 모락스는 호쾌하게 병나발을 불게 되고, 타르탈리아는 손가락을 빨며 그것을 보고만 있게 된다.

최악이다.

"……"

모락스가, 청년에게 다가간다. 발소리 하나 나지 않는, 섬뜩한 걸음걸이었다. 타르탈리아의, 술병을 들고 있지 않은 쪽의 손이 잡힌다. 그리고 감싸인다. 모락스가 검은 손을 거뒀을 때, 거기에는──돌로 만들어진 하얀 술잔이 있었다.

"어떤 일이든, 공평해야 한다"

모락스는 지면에 털썩 앉았다. 책상다리를 하고 있었다. 고상한 복식에 모래가 뿌려졌지만,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손안에 만들어낸 또 하나의 술잔을 내밀고 말했다.

"마실 거지"

타르탈리아는 푸른 눈을 크게 떴다. 마모가 어떻니 말했지만, 역시, 본성으로는 단념이 빠른 남자로 보였다. 청년은 어린아이처럼 씩 웃고, 모락스 옆에 앉았다.

"당신, 역시 최고야"

모락스가 내민 잔에, 술을 따른다. 물보다 투명하고, 진한 알코올 냄새가 난다. 그리고 자신의 술잔에도 그것을 담아, 두 사람은 옅은 인연끼리 잔을 부딪쳤다.

"건배"

액체를 원샷한다. 생각보다 도수가 높아 속이 확 달아올랐다. 하지만, 맛있다. 혀가 저릴 듯한 쓴맛과, 그것을 달래는 듯한, 뒤를 쫓는 미미한 단맛이 버릇이 된다.

"……이건"

하고 모락스가 말한다. 그도 잔을 다 비웠다. 시선으로 끊긴 말의 다음을 재촉하자, 그는 "천형산의 술이다"라고 말했다.

"천 년 이상 전에, 같은 술을 마셨다. 그 시절에 비해 미세하게 풍미는 변했지만, 심지 부분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운 맛이로군"

아아, 하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책만 읽고 있었던 그 시기에, 암왕제군에 대해서 이렇게 정리한 것이었다. 〈그러한 권위적인 일면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 그는 리월의 문화를 깊이 사랑하여, 특산물이나 리월 요리를 자주 즐겼다고 한다〉.

천 년 전의 술맛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정말로, 리월을 사랑하고 있는 거겠지.

"한잔 더 마실래?"

"받지"

모락스와 타르탈리아는 함께 한잔 더 마셨다. 모락스는 기분이 좋아진 듯, 조금 온화한 어조로 「천형산의 술」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어떤 역사가 있는지. 언제 마셨고, 왜 좋아했는지. 그것을 들려주는 모락스의 눈은 가늘어져, 황금은 부드럽게 사람들을 비추는 달 같았다. 가을 하늘, 냉랭한 바람을 받으면서 마시는 달맞이 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을 무렵에는, 술병도 다 비워져 있었다. 타르탈리아는 그 술의 이름을 기억해뒀다가, 스네즈나야에 사서 돌아가기로 했다. 그만큼 맛있었던 것이다.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너는 내일도 오는 건가"

술에 관한 깊은 지식부터 이렇다 할 것 없이 이어지고 있던 대화의 연장선상으로, 모락스가 물었다. 타르탈리아는 역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올 거야. 오는 것 말고는 없으니까. 아니면, 당신이 지금 여기서 계약 내용의 정답을 알려줄래?"

"그건 불가능하다"

"그치? ……아아, 하지만. 다음에 가져올 선물의 리퀘스트라면 들을게"

모락스는 흠, 하고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팔짱을 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 제대로 생각해주는구나. 하고 입에서 나올 뻔한 말을 어떻게든 삼키고, 타르탈리아는 그 대답을 기다렸다.

모락스는 황금빛 눈을 떴다. 돌풍이 불었다.

"그럼, 리월항의 미식을 부탁하지"

모락스는 사라졌다. "다시 오도록 해라"라는 템플릿을 벗어나, 그런 패턴도 있구나, 하고 술에 잠긴 머리로 생각했다.

 ◆

리월항의 미식이라고 하면 다양하지만, 산속까지 옮긴다고 하면 선택지는 좁혀진다. 타르탈리아는 배낭을 내리고, 모락스 앞에서 엄선한 미식을 하나하나 꺼냈다.

"우선은 쌀 찐빵, 그리고 황금 새우볼이지? 그다음은 모라육, 그리고 흘호어 구이. ……뭔가 먹고 싶은 건 있어?"

모락스는 그것들을 금색 눈으로 둘러보고, 그리고 조용히 모라육을 가리켰다. 모라를 낳은 부모가, 모라를 본뜬 음식을 먹느냐고 생각하니 재미있었다. 건네면, 그는 얇은 종이 포장을 열어, 크게 입을 벌리고 그것을 베어 물었다.

"어때?"

"맛있다"

"다행이네"

타르탈리아는 흘호어 구이를 덥석 물었다. 이것을 먹은 것은, 리월항에서 바위 신 찾기에 대해 막막해져 있을 때 이후였다. 알맞은 소금간에 구워진 껍질에, 따끈따끈한 살. 역시, 맛있다. 생선 살의 달콤함과 어우러지는 향신료의 향을 맛보면서, 타르탈리아는 모락스 쪽을 봤다. 적어도, 그럭저럭 술의 기호는 비슷한 상대다. 어쩌면 모락스도 좋아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 타르탈리아는 하나 더 사둔 쪽을 그에게 내밀고,

"이것도 먹을래?"

라고 물었다.

"……"

하지만, 모락스는 그 모습을 포착하자마자, 얼굴을 찌푸린 것이다. 늠름한 눈매와 눈썹이 모두 엉망이 되는 듯한 노골적인 표정을, 타르탈리아는 이때 처음 봤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무심코 묻자, 모락스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해산물은, 싫다"

"……"

"그 새우를 사용한 요리도, 네가 먹도록 해라"

놀랐다. 그 암왕제군도 어린애 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고개를 흔들며 싫어하는 그 모습은, 고향에 남기고 온 여동생을 닮아 있었다. 여동생도 야채가 싫다고 말하며, 오빠가 먹어도 좋다고 잘 알 수 없는 허세를 부렸던 것이다.

타르탈리아는 조금, 장난기가 솟았다. 모락스의 팔을 잡고, 흘호어 구이를 그의 입가에 내민다.

"그런 말 말고. 편식하면 강해질 수 없어"

모락스는, 신물 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이미 강하다"

타르탈리아는 뿜었다. 본인은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 그 발언은 악수다. 쓸데없이 편식하는 아이와 다를 바 없다.

"뭐, 뭐. 한입 먹어보라고. 모처럼 사왔잖아, 낭비되면 리월 사람도 슬퍼해. 게다가, 5백 년 지나서 미각도 변했을지도 모른다고"

모락스는 흘호어 구이를 보고, 타르탈리아를 보고, 그리고 다시 흘호어 구이를 봤다. 그의 시원한 눈매가 팍 찡그려지고──각오를 정하고, 모락스는 흘호어 구이를 베어 물었다. 그리고 무너져 내렸다.

"우, ……"

"아핫, 하하, 하하하!"

타르탈리아는 마침내 배를 안고 웃었다. 모락스는 입을 누르고, 청년을 원망스럽게 올려다봤다.

"아하, 하하, 미안했어. 남은 건 내가 먹을 테니까 안심해. 물론, 황금 새우볼도"

타르탈리아는 경쾌하게 웃으며, 모락스가 먹다 만 흘호어 구이와, 황금 새우볼을 하나씩 위에 집어넣었다. 한창 자랄 때인 청년의 위에는, 우주가 살고 있다.

모락스는 간신히 해산물 쇼크에서 벗어난 듯, 눈치채면 쌀 찐빵에 손을 뻗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조금 주저하듯이 베어 물고──그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래도 마음에 든 것 같다.

타르탈리아가 자신도 먹겠다고 조르자, 모락스는 하나를 넘겨주었다. 타르탈리아는 그것을 기쁘게 베어 물고, 그리고, 무너져 내렸다.

"웃"

"……"

"……"

"……편식하면, 강해질 수 없는 게 아니었던가"

모락스의 시선이 박힌다. 아니, 다르다. 결코 싫어하는 게 아니다. 그저 조금, 쫀득하다고 할까 퍼석하다고 할까, 절묘한 감촉의 생지 아래에, 극상의 달콤한, 독특한 풍미가 감도는 앙금이 입을 채운다. 그런 입맛을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다. 조금 더 먹어보면 이런 거, 평범하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이미 강해)

우물우물 찐빵을 씹으면서, 시선만으로 호소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모락스에게도 그게 전해진 것 같다. 모락스는 후, 하고 웃고, 그다음 어깨를 흔들며 큭큭 웃기 시작했다. 그 사소한 웃음은, 초원을 흔드는 바람처럼 부드러움을 내포하고 있었다.

모락스가 웃는 것을, 처음 봤다. 그는 항상 멀거니 금색 눈을 깜박여, 마치 눈을 깜박이는 것만이 허용된 석상 같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그는 눈썹을 내리고, 마치 평범하게 마음씨 좋은 남자처럼 웃는 것이다. 타르탈리아의 행동을 비웃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 왜인지 힘이 빠져 버려, 즐거운 것 같으니 됐나, 라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이윽고 웃음이 전염되어, 타르탈리아도 웃는다.

 5

모락스과 처음 만나고 나서, 오늘로 13일째가 된다. 타르탈리아는 결국, 질리지도 않고 매일 모락스의 곁으로 다녔다. 모락스는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지, 역시 알 수 없지만, 그 생활을 확실히 싫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타르탈리아는 이날, 리월항에서 유리백합을 팔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름답게 하늘을 바라며, 바람에 흔들리는 채 핀 푸른 꽃은, 경책산장에서 채취한 것이라 한다.

리월 특산물인 꽃 같았으나, 절운간에 피어 있는 것은 본 적 없다. 모락스가 이 꽃을 알고 있다면, 5백 년 만에 보게 된 것을 기뻐할까. 그렇게 생각해, 타르탈리아의 오늘의 선물은, 정신을 차려보면 한 송이의 유리백합이 되어 있었다.

"유리백합인가"

모락스는 역시 이 꽃을 알고 있었다. 줄기 부분을 잡고, 꽃을 빙글빙글 돌리며 찬찬히 바라보고 있다.

"역시 알고 있구나"

"아아. 다만, 이 유리백합은 내가 잘 아는 것과는 다르다. 인공재배한 것이겠지"

"엣"

타르탈리아는 의외라는 목소리를 내고, 말했다

"하지만, 경책산장에서 채취했대"

모락스는 유리백합을 석양에 비추면서,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천연 유리백합은 마신전쟁 시절에 대부분 사라져, 지금은 손에 꼽을 정도밖에 피지 않는다. 거기에 피어 있는 것은, 전부 인공재배에 의해 목숨을 건진 유리백합이다"

이전에 경책산장에 발걸음을 옮겼을 때 봤던, 웅장한 계단식 논에 활짝 핀 파랑. 그것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사람에 의해 방목된 것이라고 한다. 그게 나쁘다고는 하지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어딘가 흐린 날의 적막 같은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참고로, 하고 청년을 돌아보고, 모락스는 말한다.

"너는 그 『청신의례』에 유리백합을 가져왔으나, 그것도 인공재배한 것이었다. 본래의 청신의례에서는, 야생의 유리백합을 향로에 넣어야 한다"

"엣"

그렇게, 두 번째의 놀람. 모락스를 무사히 불러냈으니까 안심하고 있었지만, 역시 불완전했던 것이다. 「정통」을 아는 그의 앞이니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고 있자, 모락스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전통이 사라진 것은 아까운 일이지만, 지나간 일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네가 그 절차를 밟을 노력을 한 것과, 너 자신의 마음이다. 너에겐, 그게 갖추어져 있었다"

어딘가에서 들은 듯한 말이다. 타르탈리아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모락스의 금색과 눈이 마주쳤다. 그 눈은 햇빛처럼, 어디까지나 올곧았다.

"자랑스러워해도 좋다. 틀림없이, 나는 너에게 불려서 왔다"

"……"

타르탈리아는 두 번, 천천히 눈을 깜박이고,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리월항에서 만났던 소녀가 떠오른다. 그 매화 빛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타르탈리아는, 새삼스럽게 머릿속에서 그녀에게 "잘 됐어"라고 보고했다. 소녀가 지금쯤, 재채기를 하고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고 타르탈리아가 물을 무렵에는, 그 어조는 개운해져 있어, 그는 완전히 신에게조차 참견하는 호기심 왕성한 청년으로 돌아와 있었다. 본디 전환이 빠른 성격인 것이다.

"『지금은 손에 꼽을 정도밖에 피지 않는다』는 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 거지"

"그 말대로다"

"어디에 피어 있어?"

"……잠깐 기다려"

모락스는 눈을 감고, 손바닥을 지면에 댔다. 마치 땅속을 살피는 것 같은 몸짓에, 뭘 하는 거냐고 어린애처럼 묻고 싶어지는 것을 참고, 타르탈리아는 가만히 흐름을 지켜봤다. 모락스의 금색 눈이 번쩍 뜨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돌풍이 불고──모락스의 모습은 사라졌다.

엣, 하고 생각한 것은, 이걸로 세 번째였다. 오늘은 이걸로 끝인 걸까? 아니, 설마. 하늘을 보면, 아직 석양이 미련스럽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이다. 아직, 이별의 시간이 아니다. 그렇게 확신했을 때, 모락스가 다시 나타났다.

그 손에는, 푸른 꽃.

"……설마, 지금의 한순간에 따왔어?"

"아아. 다행히, 야생의 유리백합이 몇 군데인가 군생해서 피어 있었다. 한 송이 빌렸지만, 그걸로 멸종하는 일은 없겠지"

아니, 그걸 묻는 게 아니다. 타르탈리아는 말하려 하고, 역시 그 말을 뱃속에 집어넣었다. 그와 있을 때 삼킨 말은 분명, 야생의 유리백합보다 많다. 언젠가 배가 터져, 전부 튀어나와 버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모락스는 유리백합을 땅에 살짝 심었다. 노란 꽃이 만발한 산에, 한 송이, 청량한 푸른빛이 곁들여진다. 타르탈리아는 그것을 바라보고, 어라 하고 위화감을 느꼈다.

"잘 보니, 안 피었네. 이거 아직 꽃봉오리 아냐?"

푸른 꽃은, 아름다운 꽃잎을 안에 감추고 가늘게 서 있다. 모락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끝으로 살짝 만져 꽃봉오리를 흔들었다.

"아아. 모처럼 보여주는 거라면, 이 꽃이 피어, 진한 향기를 풍기는 순간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꽃봉오리 상태인 것을 따왔다"

모락스가 이쪽으로 시선을 보낸다. 그 금색 반짝임을 보고, 아, 이 사람은, 내가 리월을 알았으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 말할 수 없지만, 그 눈빛에서, 약간의 친밀감과 기대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유리백합이 개화하는 것은, 밤이다. 내 예상으로는 이 유리백합은 오늘, 곧 핀다"

석양은 마침내 산 안쪽으로 숨기 시작했다. 유리백합이, 부드럽게 흔들리고 벌어지기 시작했다. 앗. 하고 작게 외친 타르탈리아에게, 모락스가 속삭인다.

"노래를 불러주지 않겠나"

"노래?"

"유리백합은 사람들의 노래를 듣는 꽃이다. 이, 피기 직전의 상태에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줬을 때, 실로 아름답게 핀다"

타르탈리아는 유리백합을 바라봤다. 꽃봉오리는 움찔거리며, 그 몸을 아름답게 개화시키기 위해, 스스로에게 들려줄 노래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타르탈리아는 숨을 들이마셨다. 해 질 녘 때의 산에 정적이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청년은 냉정하게 모락스를 돌아봤다.

"아니 이거, 리월의 꽃이잖아. 스네즈나야의 노래는 안 통하는 게 아닐까"

"……"

"모처럼이니, 당신이 불러. 리월의 노래도 들어보고 싶어"

모락스는 이 제안을 받고, 한순간만, 「윽」하는 얼굴을 했다. 흘호어 구이를 봤을 때의 표정이다. 그 얼굴을 한 것은, 실수였다. 청년은, 어쨌든 재미있어 보이는 냄새를 맡아, 모락스를 재촉했다.

"자, 석양이 지잖아. 빨리하지 않으면"

모락스는 청년을 보고 뭔가를 말하려다, 그리고 유리백합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스읍, 하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 신의 생 목소리. 정적의 산에, 이번에야말로, 노래가 울렸다.

"……"

모락스의 하얀 옆얼굴은, 석양의 잔광에 비추어지고 있었다. 감긴 눈, 갈라진 뺨. 타르탈리아에겐 이해할 수 없는 말로, 선율을 자아내는 입. 분명, 고대 리월어일 것이다. 발음할 때, 독특한 울림을 지닌 말이었다. 낮게 흔들리는 듯한 목소리와 어울려, 그것은, 아름답다고 생각되었다.

모락스의 입이 닫히고, 노래가 끝났다. 석양은 완전히 저물어, 어둠이 세계를 지배하는 순간. 유리백합은, 몸을 흔들고──흔들기만 하고, 결코 피지 않았다.

"……있잖아"

타르탈리아가 입을 연다. 모락스는 이미, 이마를 누르고 있었다.

"그. 미안. 노래, 꽤 서투르네"

모락스의 명예를 위해 말하지만, 그의 노래는 치명적으로 서툴다는 것이 아니다. 흡사 전능한 것 같았던 그가 그만큼 미묘한 솜씨를 선보이니까, 그 낙차도 있을 것이다. 그저, 뭐랄까. 감상으로서는, 예를 들면 신발의 좌우를 반대로 신었을 때의 발끝의 위화감이라던가, 옷을 거꾸로 입었을 때 목의 조임이라던가, 그런 느낌이다.

유리백합은 솔직한, 그리고 영리한 식물인 듯, 노래는 들렸지만, 뭔가 이렇게, 조금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태도로 다시 꽃잎을 접었다. 타르탈리아는 그것을 보고, 마침내 할 말을 잃었다. 자리는, 어색한 침묵으로 가득 찼다.

돌풍이 불었다. 어느 때보다 흐트러진 바람이었다.

모락스는, 사라졌다.

 ◆

다음 날, 타르탈리아가 절운간에 오르자, 거기에는 모락스가 있었다. 큰 바위에 등을 기대고, 뻗은 손가락에 파란 작은 새를 태우고 있다. 새는 부리를 여닫고 기지개를 켜며 지저귀었고, 모락스는 그것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석양에 비추인 그 광경은, 도원향이라고도 할 몽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청년이 그 땅을 밟기 전부터 거기에 있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타르탈리아가 아무 말 없이 그저 우뚝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금색 눈이 움직여 햇빛을 반사해 번쩍 빛났다. 사람의 기척에, 작은 새는 날아올랐다.

"왔나"

"……왜 벌써 있어?"

"변덕이다"

모락스는 어제의 일 같은 건 없었던 것처럼, 담담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냉정침착, 흔들리는 일 없음. 그야말로 바위의 신에 어울리는 태도. 오래 살면 마모된다고 그는 말했지만, 그만큼 남들보다 훨씬 태연하기도 할 것이다. 하나의 실패에 집착하는 성질은, 이미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타르탈리아는 이에 미지근한 안도를 느꼈다. 신경 쓰고 있다면 어쩌지, 하고 불필요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뭘 할 생각인가"

"스네즈나야의 술을 팔길래, 가져왔어"

모락스가 일어서서 타르탈리아에게로 다가왔다. 타르탈리아는 술병을 꺼내고, 모락스는 잔을. 둘은 함께 앉아 잔을 맞대고,

"건배"

두 개의 잔을 기울이며, 잠시 별 볼 일 없는 대화를 나눴다.

그다음 날. 청년이 절운간에 발을 디디면, 모락스는 역시 바위에 기대 타르탈리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타르탈리아가 손을 들어 인사하면, 그는 호박색 눈으로 청년을 포착하고 무언으로 일어선다.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돌의 표면 같은 얼굴. 거기에 엿보이는 감정을, 최근엔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석양에 의해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는 가운데, 타르탈리아는 모락스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만, 내심 건성이다. 잘 생각해보면, 고작 변덕으로 이 신이 청년의 방문을 기다리는 일을 할까. 아니, 그런 일은 없다. 그럼, 뭘 하고 있었던 걸까. 뭔가 비밀이 있는 걸까.

청년은, 이래 봬도, 옛날은 모험가 지망이었다. 야심과 호기심, 그리고 용기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의 배는 있었다. 그러니까, 이 비밀을 알아내자는 결의가 한번 마음속에서 빛나자, 타르탈리아는 어떻게든 그것을 풀어내고 싶어져 버린 것이다.

더욱 다음 날. 타르탈리아는 이른 시간에 망서객잔을 나섰다. 과거의 우울의 언덕길은 눈치채면 기대의 언덕길이 되어, 발걸음도 가볍다. 그것은 마음가짐만의 문제가 아니라, 매일 다니는 덕분에 다리와 허리가 단련된 것이다. 배어 나와, 바람이 불어 차가워진 땀을 조금 닦고, 타르탈리아는 더욱 위를 목표로 한다.

지면에 노란 꽃이 드문드문 피기 시작하면, 그와의 밀회 장소가 가깝다는 증거였다. 타르탈리아는 갑자기 신중해져, 고양이처럼 조용한 발걸음으로 발소리와 기척을 지웠다. 나무 그늘에 숨어, 석양이 되어가는 태양의 눈을 피해 나아간다. 돌을 밟았을 때의 작은 소리조차 내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때, 들린 것이다.

"……"

낮은 목소리. 땅을 기는 듯한, 달을 흔드는 듯한 목소리. 이미 귀에 익숙해져 버린 그것은, 모락스의 목소리라고 바로 알았다. 그는 뭔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는 걸까. 조금 더, 근처에 있다. 목소리가 선명해진다. 모락스가 스읍, 숨을 들이마시는 그 순간을, 봤다.

"……,"

거기서 간신히, 이해했다. 모락스는 혼자 있다.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리월 특유의, 물결치는 선율. 유리백합을 위한 노래를, 그는 바위에 가볍게 걸터앉아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흥얼거리고 있었다.

……설마.

연습하고 있어?

동요해서 발이 흔들렸다. 나뭇잎을 밟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필요 이상으로 큰 소리였다. 모락스의 노래가 멈췄다.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타르탈리아는 나무 그늘에서 나왔다. 모락스의 금빛 시선이 명치 부근에 날카롭게 박힌다. 청년은 머리 뒤를 긁으며, "아ー," 하고 얼버무리려는 듯 맥 빠진 첫마디를 던졌다.

"……"

"……방해했어?"

"……"

모락스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검은 팔을 들어 손짓했다. 타르탈리아는 오졸오졸, 꾸중을 들은 개처럼 기묘한 발걸음으로 조심조심 그에게로 간다. 땅을 툭툭 두드린다. 앉으라는 의미겠지. 그는 얌전히 모락스의 옆에 앉았다. 무릎을 세워 끌어안았다.

"듣고 있었군"

"……. 응"

모락스의 목소리는 분노나 수치의 음색은 싣지 않고, 그저 무색투명했다. 그런 말투가, 뭘 당할지 알 수 없어서 가장 무서운 것이다. 타르탈리아는 살피듯 모락스를 봤다. 모락스는, 청년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노래를, 연습하고 있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했지. 지금의 내 노래로, 유리백합은 필까"

하, 하고 가지로부터 떨어진 나뭇잎처럼 목소리가 흘러 떨어졌다. 당황해서 입을 누르지만, 모락스는 한 점 그림자도 없는 성실하고 정직한 눈동자로 타르탈리아를 보고 있었다. 연습했다고 그는 말했다. 무엇을 위해. 유리백합을 피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왜 피우고 싶냐고 하면, 타르탈리아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리월의 꽃이 피는 순간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매우 뜻밖이라, 왠지 참을 수 없이 기특하게 생각되었다.

"필 거야"

라고, 정신을 차리면 말하고 있었다. 타르탈리아의 몸은 무언가, 해 질 녘의 정열 같은 것에 달아오르고 있었다.

"필 거야"라고, 힘을 담아서 다시 말했다. 등산은 이미 끝났을 텐데, 땀이 났다. 모락스는 타르탈리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가"

라고 말했다. 그것은 결코 무색이 아니라, 부드러운 감정을 담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석양이 달려 산 너머로 가라앉아 간다. 유리백합의 꽃봉오리가 흔들리고, 부풀었다. 모락스는 숨을 들이마셨다. 황혼도, 나무들도, 노란 꽃도.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는 타르탈리아도. 지금만은, 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모락스의 노래는, 맑은 공기 사이를 누비며 산 사이를 나는 것 같았다. 당연히, 고작 3일 만에 그의 기교가 극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그저, 그의 마음만은 잘 담겨, 그것은 자장가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다. 타르탈리아는, 모락스의 옆얼굴을 봤다. 어둠에 덮여가는 세계 속, 그의 윤곽이 녹아 있었다. 그의 눈동자만이, 진정한 석양이었다. 우뚝 솟은 콧날, 갈라진 뺨, 그리고, 아름다운 이국의 말을 자아내는 얇은 입술. 그것들을 보며 멍하니, 이 사람이 좋다고 생각했다. 가을바람이 두 사람을 감싸듯 청량하게 불고, 흠칫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노래가 멈췄다. 정적이 찾아오고 초목은 다시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타르탈리아는, 그럴 경황이 없었다. 심장이 따뜻한 피를 쿵쿵 흘리며, 청년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때, 모락스가 청년의 팔을 잡았다.

"봐라"

"갹! 뭐, 뭐야"

"피었다"

모락스가 가리킨 것은, 꽃봉오리 상태로 흔들리고 있던 유리백합. 푸른 꽃은, 마치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듯 나긋나긋하게 흔들리고, 사뿐히 꽃잎을 벌렸다. 숙성된 향기로운 냄새가 흘러나와, 코를 간지럽혔다. 달콤하게 녹는 듯한 향이었다.

문득 고개를 들면, 모락스는 이쪽을 보고 있었다. 박명 속에서, 그의 호박색 눈동자가 가늘어지고, 반짝반짝 빛났다. 일등성 같았다.

아, 하고 생각했다. 시야의 색채가 선명해지는 감각이었다. 축축하게 배어 나오는 땀과, 조여드는 가슴이, 도망칠 수 없는 답을 나타내고 있었다.

 6

"그런데, 계약에 대해 잊은 건 아니겠지"

라고 말문이 열린 것은, 그와 만난 지 20일째의 일. 모락스와의 계약은 10일밖에 안 남았지만, 청년은 아직 그에게 답을 말하지 않았다.

"괜찮아. 제대로 답을 낼 거야"

라며 애매하게 웃는 타르탈리아에겐, 실은 이미 그 나름의 답이 있었다. 이 20일간, 폼으로 매일 다닌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알았다. 모락스는, 리월의 술이나 요리에 반응했다. 유리백합을 보고 미소 지었다. 타르탈리아에게도 그것을 보여주었다. 분명, 그것이다. 그는 리월을 좋아하고, 리월을 보고 있으면 기쁘다. 모락스는 리월의 신이고, 그 성장을 보는 것은 아이의 성장을 쫓는 부모처럼 기쁜 것이다. 즉 그가 살아가는 의의는, 그러한 「기쁨」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타르탈리아가 이 답을 계속 숨기고 말하지 않는 것은, 조금만 더 이 신과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낮은 목소리를, 계속 잊지 않고 싶다. 그의 시선이 움직이는 방법을, 눈이 가늘어지는 방법을, 잘 기억하고 싶다. 어쩔 수 없는 감정을, 상자에 담아버릴 수밖에 없으니까, 그때까지는, 그를 바라보고 있고 싶다.

라고 해도, 이루어진다면 친구 정도는 되고 싶다고, 내심으로는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임무가 끝나도 가끔 리월에 와서, 절운간의 언덕길을 올라 그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타르탈리아는 문득 백일몽을 중단하고, 모락스에게 말을 걸었다.

"유리백함, 예쁘게 피어있네"

"아아"

모락스가 피운 유리백합은, 가슴을 펴고 화려하게 피어 있다. 모락스는 그 투명한 꽃잎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유리백합은, 대지의 기억을 향기로 바꾼다고 한다"

모락스가 유리백합의 곁으로 걸어간다. 유리백합이 흔들리며, 모락스에게 인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눈으로 좇고 있으면, 그는 갑자기 뒤로 돌며,

"우리가 보낸 날들도, 이 꽃이 언젠가 향기로 바꿔주겠지"

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아직 답은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타르탈리아는 "응"이라고 어린 대답을 하고, 답은 앞으로 5일, 아니 7일이라도, 10일이라도 나중으로 맡기고, 아직 그와 유리백합의 나날을 보내자고 생각했다.

 ◆

그 희망은, 간단히 무너졌다.

"윽, 콜록"

다음 날, 21일째의 일. 모락스는 갑자기 기침을 했다. 병자 같은, 싫은 기침이었다. 서둘러 다가간 타르탈리아는, 그의 손바닥을, 봤다. 거기에는, 산산히 부서진 광석이 흩어져 있었다. 그가 기침과 함께 뱉은 것이었다.

"……왜 그래"

"『마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모락스는 조용히 말했다. 그는 배를 누르고 있었다. 그가 5백 년 전에 입은 부상이 거기에 있다고, 바로 알았다.

하지만 그 색다른 약한 모습은, 마모가 조금 진행되었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생각되었다. 싫은 예감이라는 것은, 기억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연쇄되듯, 그때 문득 언젠가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그는 지금, 애매한 상태에 있어. 이미 그 생을 마감할 준비는 되어 있는데, 아직 이 세상에 있어』

『나는, 그의 장례를 치를 거야』

장의사 소녀가 했던 말이다. 그때부터 계속,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반은 의식적으로 보지 않은 척하고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타르탈리아는 모락스를 바라본다. 식은땀이 났다. 그리고, 물었다.

"……이 한 달이 끝난 뒤, 당신은 어떻게 돼?"

모락스의 금색 눈이, 청년을 바라본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 마신이다. 마신은,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죽을 때 흘러나오는 힘은, 사람에게 위해를 주지. 내 한계는 가깝다. 계약이 끝난 뒤, 바로 다시 오랜 잠에 빠질 생각이다. 앞으로 천 년이든, 오천 년이든 잠들어, 힘을 잃고 땅으로 돌아간다. 더는, 눈을 뜨는 일은 없겠지"

타르탈리아의 눈이, 부릅뜨인다. 그 절망의 색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모락스는 나른한 듯 눈을 감고,

"안심해라. 계약의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버틴다"

라고 말했다. 아니야, 그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야. 라는 말을 역시, 위 속으로 밀어 넣고 생각했다. 모락스가 하는 말은 즉, 계약의 기간이 지나면,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소리가 아닌가. 타르탈리아는 숨을 죽이고,

"내 탓이야?"

라고 조용히 물었다. 모락스는 고개를 저었다.

"마모는, 이미 내 몸에 정해진 것이다. 설령 네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는 같은 시기에 이렇게 마모되어 같은 선택을 하고 있었다"

모락스는 타르탈리아의 어깨를 누르고, 천천히 일어섰다. 저녁놀이 어둡게 물들고, 밤이 찾아오려 하고 있었다. 바람이 분다. 이별의 바람이다. 만류할 말조차 나오지 않는 사이에, 그의 등은 바람에 휩쓸려 사라졌다.

우울의 언덕길을 내려간다. 완전히 낙엽의 계절이었다. 나날이 밀도가 높아지는 갈색 융단을 밟으면서, 타르탈리아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더는, 눈을 뜨는 일은 없겠지』

그 목소리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며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가을의 벌레가 울고 있다.

추적추적,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 달. 길면서 짧은 기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왔나"와 "다시 오도록 해라"를 사이에 둔 밀회를 반복하며, 타르탈리아는 분명 거기에 안녕을 느끼게 되어 있었다. 언제부턴지, 무표정한 그를 조금이라도 흔들어 웃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두꺼운 구름에 덮여, 별조차 보이지 않는 밤. 우산도 쓰지 않고 걸은 탓에, 타르탈리아의 전신은 완전히 젖어 있었다. 망서객잔에 도착하자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오너는 일어나 있었고, 프론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타르탈리아를 보고 놀라서 달려왔다.

"어머. 우산도 안 쓰고 돌아온 거야?"

타르탈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머리나 옷의 끝에서 물방울을 뚝뚝 흘리는 상태로, 그는 유령처럼 입구에 서 있다. 고데트는 그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발걸음을 돌려 프론트 안을 뒤적이면, 한 장의 종이를 타르탈리아에게 내밀었다.

"월말에, 리월항에서 축제가 있대. 기분전환 겸 어떨까"

타르탈리아는 차가워진 손으로 그것을 받았다. 활기찬 포스터에, 축제의 일정과 예정이 적혀 있다. 날짜는, 공교롭게도 그와의 계약 마지막 날이었다. 추격타를 먹은 기분이었다.

"너무 담아두면, 썩을 거야"

고데트의 선의의 말에, 타르탈리아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라고 쉰 목소리로 대답하고, 그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청년은, 의자에 무너지듯이 앉아, 책상에 엎드렸다. 언젠가처럼 내일이 우울해져, 상냥한 이불에 감싸여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정신없이 잠들고 싶었다. 하지만, 타르탈리아의 마음 깊은 곳에 눌어붙은 것이 있었다.

그런 지독한 일이 있나.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지독한 일이 있나.

그것은, 모락스가 타르탈리아를 두고 가는 것이 아니라, 잘 알아버리고 만, 모락스라는 신의 일생에 대해서였다.

모락스는 확실히 리월이라는 나라를 사랑하고 있었다. 리월의 술을 마셨을 때의, 리월의 미식을 맛봤을 때의, 유리백합이 피었을 때의, 그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것이 아플 정도로 배어 나온다. 리월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모락스라는 신은, 그 백성에게 잊힌 끝에, 혼자서 조용히 떠나는 것이다. 지금은 아직 간신히 남아있는 암왕제군의 이름도, 그가 행한 위업도, 머지않아 풍화되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모락스는 분명, 그걸로 됐다고 한다. 그렇게 그의 황금빛 눈이 덮이는 순간이,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는 리월을 사랑하고, 리월이 가는 길을 진심으로 기대하면서, 잠이 들 것이다.

"아"

하고, 타르탈리아의 목소리.

그래서 삶의 의의를 알고 싶어 했던 걸지도 모른다. 고, 갑작스럽게 생각했다. 이 계약이, 마지막이 된다고 알고서. 오랜 삶이 마모에 침범당하는 세계에서, 소중한 리월의 백성은 앞으로 무엇을 지탱하고 살아갈 것인지. 그리고, 자신의 삶이 대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때, 사고가 약간 위를 향했다. 희미하게 밤을 밝히는 일등성이 보여, 타르탈리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모락스가, 진정으로 리월을 떠날 때. 뭔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타르탈리아뿐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 황혼의 열정이 부글부글 솟아 올라와, 타르탈리아는,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용히, 공기 스치는 소리와 함께, 숨을 들이마신다. 그리고, 찰싹. 하고 양 뺨을 때린다. 통증은 찡하고 피부의 표면을 기어, 가라앉아 있던 뇌를 깨웠다. 타르탈리아는 그리고, 책상에 아무렇게나 둔 포스터를 봤다.

분명, 이것밖에 없다. 여기에 걸자고, 생각했다.

 ◆

다음 날, 타르탈리아는 언덕길을 문자 그대로 뛰어올랐다. 바람의 아이처럼 날아, 달리듯 가라앉는 석양도 놀랄 속도로 달렸다. 이 22일간, 다리와 허리를 단련한 것은 이것을 위해서였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어쨌든, 달리고 달리며, 바람을 가른다.

폐의 바닥이 눌어붙는 듯한 호흡으로 겨우 도착한 유리백합이 흔들리는 장소. 타르탈리아는 숨을 들이마시고 "모락스!"하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등 뒤에서 "뭔가"라고 말이 걸려왔다. 이제는 그 목소리에 겁먹는 일도 없이, 타르탈리아는 바로 돌아서서 모락스에게 다가갔다.

"인간의 옷"

"……인간의 옷?"

"옛날, 인간으로서 살고 있었던 거잖아. 그 시절의 옷, 아직 있어?"

"있기야 있다만"

"그거, 준비해둬"

모락스의 하얀 얼굴에는, 명확한 당혹의 색이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상관하지 않고 타르탈리아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미안한데, 밤에 4시간, 당신의 시간을 원해. 날짜는 계약의 마지막 날이야. 계약으로서 문제가 있다면, 뭔가 다른 형태로 보장할게"

"밤에, 4시간인가"

"가능해?"

모락스는 턱에 손을 얹고 잠시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윽고 이렇게 말했다.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우리의 계약에도 위반되는 건 없다. 만, 내 마모의 상태로 볼 때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에 4시간 머무를 만큼의 힘을 온존해둘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

"통으로 7일 정도일까"

22일. 7일을 더해, 모락스가 필요로 하는 건 29일까지의 기간. 마침 그다음 날이 축젯날이다. 얼마나 형편이 좋은지, 마치 신의 안배 같다. 타르탈리아는 숨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걸로 좋아. 앞으로 7일간 힘을 온존해서 마지막 날, 다시 만났으면 해"

"알았다. 하지만, 너는 그걸로 좋은 건가?"

모락스가 말하는 것은, 분명, 계약의 답임이 틀림없었다. 당연하다, 아직 모락스에게 답을 제출하지 않았는데, 청년은 앞으로 7일을 버리려 하고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타르탈리아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각오는 한참 전에 했다. 석양에 비친 청년은, 조용히 모락스를 바라본다. 그 깊은 푸른 눈이 똑바로 금색을 관철했을 때, 모락스는 눈을 깜박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겠지. 오늘의 이야기는 그것뿐인가?"

"응"

"그런가. 그럼, 마지막 날에 보지"

한바탕 바람이 불고, 모락스가 떠났다. 타르탈리아는 후, 하고 숨을 내쉬고, 턱에서 떨어지는 땀을 닦고, 다시 힘차게 달려 나갔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당일이 되어 당황하기 전에, 여러 가지 조사해둬야 한다.

각오해둬, 라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생각했다. 어차피 두고 갈 거라면, 계약한 김에 얼마나 잠들어도 잊을 수 없는 마지막을 보내게 해주지. 하늘은 검붉은 빛으로 물들고, 석양의 잔광은 청년의 뺨을 비추고 있었다.

 7

마지막 날.

울어도 웃어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타르탈리아는 망서객잔의 자기 방에서 식사도 거의 하지 않고, 책상에 걸터앉거나 어슬렁거리며 걷는 등 진정하지 못했다. 그와의 약속은 밤이다. 빨리 나갈 필요는 없는데, 참지 못하고 평소와 같은 시간에 떠났다.

나갈 때, 프론트에 선 고데트에게,

"얼마 전엔 고마워. 축제, 다녀오기로 할게"

라고 말을 걸었다. 다소 민망했지만, 고데트는 어른의 미소를 지으며,

"그래, 즐기고 와"

라고 대답해주었다. 어깨에 짊어진 무언가가 가벼워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타르탈리아도 살짝 웃음을 터트리며, 작게 손을 올리고 이별의 인사를 했다.

절운간까지 이어지는 길을, 한 발 한 발 밟아나갔다. 한 달, 뻔질나게 다닌 길이다. 어디에 어떤 풀이 자라고 있는지, 어느 정도 크기의 돌이 떨어져 있는지를, 이제 완전히 기억하고 말았다. 분명 더는, 올 일이 없을 텐데, 이 기억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어딘가로 휘발되어 버리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안타깝게 생각한다.

돌출된 절벽과, 약간 습한 공기. 뚝뚝 덜어지는 땀. 큰 바위. 노란 꽃. 도착한 곳, 거기에는 한 송이의 유리백합과, 모락스가 있었다.

"왔나"

모락스가 몸에 두르고 있던 것은, 평상시의 하얀 의상이 아니었다.

품질 좋은, 고동색이다. 목부터 손끝, 발끝까지 피부를 드러내지 않는 옷맵시와, 같은 계열의 색으로 정돈된 의상은, 그의 차분한 성질에 잘 융합되어 있었다. 거기에 은장식, 코트 안감의 선명한 노란색을 효과적으로 넣어, 발밑에 걸쳐 반짝이는 긴 천에는 용 무늬가 장식되어 있다.

"오랜만에 입었다만, 어떨까"

타르탈리아의 시선을 눈치챘기 때문인지, 모락스가 그렇게 물어왔다. 타르탈리아는 마음먹은 대로 솔직하게,

"어떻고 뭐고, 최고야. 잘 어울려"

라고 대놓고 칭찬했다. 모락스는 "그런가"라고 말했다. 평소대로, 무뚝뚝한 대답 속에, 따뜻한 색이 섞여 있는 것을 타르탈리아는 알고 있었다.

"아아, 하지만, 그 뺨은 숨기지 않으면. 잠깐 이리 와봐"

손짓하면, 모락스는 순순히 타르탈리아 앞으로 다가와, 얌전히 눈을 감고 몸을 맡겼다. 매우 간단히 노출된 무방비함에 약간 주춤하면서, 타르탈리아는 그의 뺨의 금이 간 장소에 상처용 테이프를 붙여주었다. 이로써 그는, 조금 실수로 뺨을 다친 평범한 청년 같은 모습이 되었다. "이제 됐어"라고 말하면, 눈동자가 뜨였다. 모락스는 찬찬히 뺨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이름이야"

"이름?"

"응. 인간으로서 살았을 때, 뭐라고 이름 댔었어?"

축제에 가는 것은, 사람들 앞에 나선다는 것이다. 아무리 잊혀 있다 해도, 「모락스」라는 이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타르탈리아에겐, 그를 부를 다른 이름이 필요했다.

모락스는 잠시 생각하고, 얇은 입술로 그 이름을 말했다.

"종려"

"종려?"

"이름이라 부를 만한 것은 몇 갠가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이 가장 친숙하다. 예전에, 왕생당이라는 곳에서 객경을 하고 있을 때의 이름이다"

"왕생당!"

라고, 튕긴 듯 복창한다. 그 과잉 반응을 보고, 모락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 있나"

"알고 있기는커녕, 나는 거기에 제법 신세를 졌어. 청신의례를 알려준 것도, 거기의 당주야"

아아, 이 무슨 기연인가. 무심코 둘이서 얼굴을 마주 본다. 모락스에게 가는 길을 열어준 왕생당이, 5백 년 이상 전에, 모락스를 받아들인 장소였다고 한다. 가늘게 이어지던 그 인연은,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러나 그를 부른다면, 분명, 그 이름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그럼, 종려 선생이네. 왕생당의 객경인, 종려 선생"

"……확실히 옛날엔 그렇게 불렸지만, 지금의 나는 이미 왕생당의 종려가 아니다"

"시늉이야, 시늉! 오늘만의 역할이야. 당주에게 들켜도, ……아마 용서해줄 거야"

약 한 달 전, 당주와 타르탈리아는 함께 의례 준비를 위해 번화한 거리를 누볐다. 그 때문인지, 리월항에는 왕생당과 우인단에 얽힌 소문이──소녀는 태연하게 전혀 개의치 않았고, 또한 그녀의 성질로 인해 거기까지 심각하게 거론되지는 않았지만──퍼져 있었다. 그러니까 왕생당의 인물이라면, 우인단과 나란히 걷고 있어도 그렇게 위화감은 없다. 이걸로 묘한 용기를 가진 자가 말을 걸어와도, 모순 없이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좋은 방안이다. 내심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모락스의 목소리가 타르탈리아를 부른다.

"그런데, 『공자』님"

"응. ……응? 공자, 님?"

"『종려』라면, 이렇게 부르겠지"

모락스는 호칭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으로, 계속했다.

"나는 애초에,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만"

그렇다, 그렇고말고. 그를 놀라게 하고 싶어서, 타르탈리아는 계속 아이의 작전처럼 그것을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슬슬 알려줘도 좋을 때일 것이다. 정신을 가다듬고, 라는 것처럼 헛기침을 하고, 타르탈리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어 보였다.

"리월항에서, 축제가 있어. 같이 가자!"

"!"

타르탈리아는 모락스의 손을 잡고,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장갑 너머로 닿는 그의 손은, 딱딱하고, 차가워, 마치 바위였다. 손끝까지 바위라고 생각했다. 돌아보자, 그는 황금빛 눈동자를 약간 크게 뜨고 있었다. 그 놀람을 소화하지 못한 채, 아무것도 모른 채로도 좋으니까, 계속 이대로 있어 주면 안 될까 생각했다.

그, 리월항까지.

"아"

급브레이크. 모락스가 타르탈리아의 등에 충돌했다. 만, 그런 것을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는, 깨닫고 만 것이다. 얼굴에서 핏기가 가셔, 타르탈리아는 "어쩌지"라고 말하고 모락스를 돌아봤다.

"이동 시간을, 생각 못 했어……"

모락스의 시간은, 4시간. 이라는 건, 축제를 즐기기 위한 시간이며, 이동 시간은 계산 밖이었다. 이대로 도보로 리월까지 가면, 서둘러도 3시간은 걸린다.

식은땀이 솟는다. 위험해. 어쩌지. 이대로는, 모락스에게 리월항을 보여줄 수 없어.

타르탈리아는,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 방의 침대 위에서 몇 번이나 뒤척이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계약 속의 본의가, 「소중한 리월의 백성은 앞으로 무엇을 지탱하고 살아갈 것인지. 그리고, 자신의 삶이 대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고 하고, 타르탈리아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그리고, 떠올렸다. 타르탈리아가 도출해낸 계약의 답은 「기쁨」이다. 그렇다면, 답을 들이댈 뿐만 아니라, 그에게 그것을 직접 느끼게 하면 된다. 리월 백성의 기쁨은, 장사가 잘되고 사람들이 모이는 떠들썩한 축제 속에서 꽃필 것이다. 그리고 백성의 모습을 보면 그는 도시의 장래에 안도하고, 자신이 개척한 나라의 기쁨을 목격한 것으로 계약의 답으로서 그것을 납득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가 사랑한 나라가 번영하는 모습은, 잠들기 전의 극상의 추억이 될 것이다. 그런 작전이었다.

그런데, 축제에 가지 못해서야 본말전도다. 청년을 머리를 싸맸다. 홀로 절망에 빠져 있는 청년을 바라보고, 모락스는 조용히 말했다.

"『공자』님"

"……"

"애초에, 계약의 마지막 날에, 축제에 간다는 건 어떤가 생각한다"

"내 나름의 생각이 있다고!"

타르탈리아는 자포자기했다. 쌀 찐빵을 먹었을 때 같은 원망스러운 눈으로 그를 봤다. 당신을 기쁘게 만들고 싶었다고! 라고는 역시 말할 수 없었다. 말할 수 없었지만,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모락스는 타르탈리아의 모습을 보고, 문득 웃었다.

"리월항이지"

"……응"

"이 손을, 제대로 잡고 있어라. 놓지 말고"

"엣. 아, 응. 엣?"

한순간의, 부유감.

그리고, 정신을 차리자 리월항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고지대에 와 있었다. 도시에서 적당히 떨어진 그 초원은, 인기척도 없는 차갑고 서늘한 장소였다. 모락스와 타르탈리아는 풀 위에 굴렀다. 타르탈리아는 한순간 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그가 유리백합을 찾으러 갔을 때의, 한순간의 전이일 것이다.

"……그런 힘 써도, 괜찮아?"

"신의 심장의 힘을 빌렸으니까, 거기까지 소모하지 않았다"

"그런가"

"……"

"……저기, 고마워"

"아아"

두 사람은 초원에 나란히 서서, 잠시 리월항을 바라봤다. 번화한 거리는 붉은빛에 비쳐, 먼 곳에서 봐도 그 번화함이 전해질 정도였다. 산에 부는 것과는 다른, 잔잔한 바람. 폐에 차오르는 바닷물의 냄새. 청년을 곁눈질로 모락스를 훔쳐봤다. 모락스의 금색 눈동자는, 번화한 거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갈까"

타르탈리아가 말을 걸자, 모락스는 리월항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바닷바람이 흔드는 그의 머리칼은 아름다워, 그는 장엄한 산도 어울리지만 항구도시가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상인의, 목소리.

축제로 북적이는 길거리는 떠들썩해, 그 열기에 무심코 압도될 정도였다. 모락스와 함께 그 사이를 사람들의 등이나 배에 눌려 찌그러지면서 빠져나가, 한번 인파로부터 거리를 뒀다.

"하앗, 하아ー앗. 역시 리월항이야, 인구 밀도가 다르네"

타르탈리아는 입안에 찬 열을 토해내듯 헉헉 숨을 쉬었다. 모락스는 빈틈없이 껴입은 옷깃 하나조차 흐트러지지 않고 태연했다.

"모……종려 선생. 어딘가 가고 싶은 가게 있었어?"

"아아, 열 곳 정도"

"거짓말이지!"

배어 나온 땀을 난잡하게 닦아내는 타르탈리아는 외치고, "평범한 사람은 그런 에너지 없다고"라며 불평 하나라도 할 생각으로 모락스를 봤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일등성이, 빛나고 있다. 그 눈동자의 선명한 빛을, 타르탈리아는 처음 본 것이다.

"……. 처음엔 어디 갈래?"

"아까 본, 연을 만드는 가게에"

라고 들어서 온 곳은, 어떻게 봐도 아이용 가게였다. 키 작은 아이들이 와글와글 떠들며 늘어선 줄의 맨 끝에, 성인 남성의 용모를 가진 두 사람이 당당하게 줄 선다. 앞의 소년이 뒤돌아, 순진무구한 눈동자로 신기한 듯 이쪽을 본다. 타르탈리아는 고향의 남동생을 떠올리고 말아, 견디지 못하고 씁쓸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공자』님"

모락스가 귓속말을 한다. 수천 년의 위엄이 넘친 목소리, 남에게 「들려주기」 위한 목소리를 독차지해, 그것에 완전히 익숙해져 버린 자신이 미웠다.

"왜"

"갑작스러운 일이었던 터라, 모라가 없다. 신의 심장의 힘을 쓰면 지금 여기서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지만, 역시 사람들 앞에서는 할 수 없다. 여기서의 지불은──"

"내가 낼게!"

앞의 소년이, 완성된 연을 들고 즐겁게 달려간다. 모락스가 타르탈리아를 본다. 주위의 주목이 모이는 가운데, 될 대로 되라고 하늘을 우러러본 타르탈리아는, 가게 주인에게 모라를 내밀고, "두 사람분, 부탁합니다"라고 말했다.

완성된 연을 보고, 모락스는 만족스러워 보였다. 연을 만들 수 있다고 해도, 노부인인 가게 주인이 이미 만들어 둔 것에 그림을 넣는 체험이었다. 타르탈리아는 고래 그림을 그렸다. 모락스 쪽은, 먹이 뭉그러져 있어 아직 잘 모르겠다. 단도직입으로 뭘 그렸냐고 묻자, 리월의 번화한 거리를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 타르탈리아는 후,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나서 또렷하게 웃었다. 하나의 연에 싣기에는, 욕심이 너무 많다.

다음은 어디에 갈 거냐고 묻자, 그는 리월의 미식을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에 네가 가져왔던, 모라를 본뜬 요리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모라육 말이지. ……만들어낸 본인 관점에서 그거, 괜찮아?"

"사람들의 발상이 풍부한 것은 좋은 일이다"

타르탈리아는, 그 눈이 가늘어져 있는 것을 눈치챘다. 평소보다 기분이 좋다고 생각했다. 타르탈리아의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모라육 2개, 그리고, 매운 고기 찐빵……종려 선생도 먹을래?"

"먹지"

"그럼 그것도 2개"

점포 앞에서 주문을 끝내고 모라를 낸다. 점주는 인심이 좋아, 덤이라며 찐빵을 2개 더 줬다. 모락스가, 점주에게서 모라육을 받았다. 점주에게 "실은 이 사람이 모라의 창조주야"라고 속삭인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서, 타르탈리아는 고맙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가게를 뒤로했다.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 미식을 즐겼다. 타르탈리아가 하후하후 숨을 내쉬며 열기에 고전하는 동안, 모락스는 태연하게 매운 고기 찐빵을 배에 넣어간다. 타르탈리아는 그것을 빤히 보고,

"조금 더, 하후. 사람답게 굴면 어때?"

"사람답게란, 그렇게 숨을 불어넣는 것을 말하는 건가"

"으ー음. 불어넣는달까, 뜨거우니까 숨을 불어서 열기를 식히는 거야"

"하후"

"미안, 괜히 더 위화감 있으니까, 역시 안 해도 좋아"

이런 대수롭지 않은 대화를 하던 와중에, 모락스가 실이 끊긴 인형처럼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에, 뭐야. 왜 그래, 라고 묻기 전에, 눈앞을 2개의 그림자가 가로지른다.

"──그러니까, 귀하의 『요리 기계장치』를 빌리고 싶습니다"

"흠, 내 기술이 인정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괜찮겠지, 그 대신 그 대회라는 것에 나도 참가하지"

"감사합니다"

타르탈리아는 멍하니 그 모습을 쫓았다. 한쪽은, 길게 기른 보라색 머리가 특징적인 젊은 여성이다. 확실히 리월을 다스리고 있는 조직, 「칠성」의 한 명이었던가. 그리고 다른 한쪽, 나긋나긋하게 다리를 옮기는, 하얀, 그리고 푸른색이 섞인 날개를 펼친──.

"큰 새가 말하고 있어……"

"저건 선인 중 하나, 류운차풍진군이다"

다시 고개를 든 모락스가 설명한다. 깜짝 놀라 아까 그건 뭐였냐고 묻자, 얼굴로 정체가 드러나면 곤란하니 숨기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놀라게 하다니, 하고 팔꿈치로 쿡쿡 찔러주려고 했지만 모락스는 이미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타르탈리아는 알 수 있었다. 그는, 리월에 넋을 잃고 있는 것이다.

"그녀 외에도, 이 도시에는 선인의 기운이 살아 숨 쉬고 있다"

"……"

"리월은, 아무래도 잘해나가고 있는 것 같군"

모락스는 다시, 일부러인 것처럼 "하후"라고 말하고, 이번엔 모라육을 베어 물었다. 그의 내리깔린 눈동자에 온화한 부드러움이 담겨 있어, 타르탈리아는 그 부드러움 옆에 앉아 따뜻한 색을 계속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아아, 겨우 열 번째……"

타르탈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락스는 그로부터 딱 8곳을 돌아, 축제를 마음껏 즐겼다. 그 도중에 했던 기관 뭐라던가 하는 놀이에 특히 시간을 잡아먹혀, 정신을 차려보니 남은 시간은 1시간 하고 조금, 그것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공자』님"

"이번엔 왜"

"다음엔 다시 한번, 쌀 찐빵을 먹고 싶다"

"……"

"……편식하면"

"아아 진짜, 알았다고. 나도 먹을게. 착각하지 마, 딱히 싫어하지 않아"

모락스는 명백하게 타르탈리아를 놀리고 있었다. 타르탈리아는 그에게 휘둘려 지긋지긋한 얼굴을 하고 내심, 그게 기분 좋다고 느끼고 있었다. 붐비는 가운데 둘이서 그렇게 나란히 걷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남자가 달려와 말을 걸었다.

"혹시, 당신. ……그래요! 흑발의 당신이요. 아까의 기관 디펜스의 솜씨, 훌륭했습니다"

남자는 아무래도, 기관 뭐라던가──기관 디펜스에 빠진 팬인 듯, 축제가 시작되고 나서 계속 거기에 있었다고 한다. 거기서 처음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모락스의 실력에 반해 꼭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그런 일인 것 같다.

모락스는 흔쾌히 응하고 잠시 그 남자와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남자는 문득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당신은 리월인입니까?"

"아아"

"그런 것 치고는 본 적 없는 얼굴이네요. 아니, 이런 미장부, 리월이 가만두지 않잖아요. 평소에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거봐라, 왔다. 이런 게 「묘한 용기를 가진 자」이다. 모락스는 태연하게 "왕생당에서"라고 대답해 보였으나, 남자는 "왕생당. 거기에는 직업상 가끔 갑니다만, 당신을 보는 건 처음이네요"라고 말했다.

"나는, 최근 고용된 몸이다"

"그랬습니까, 그랬습니다. 호 당주도 말해주면 좋았을 텐데. 참고로 어떤 일을?"

"객경이라 해서, 약간의 지식을 빌려주는 역할을"

"객경! 그렇다면 강의도 하시는 거겠죠. 참고로, 어떠한 지식이 전문이신지……"

남자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모락스는 눈썹 하나 까딱 않고 대응하고 있었지만, 타르탈리아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남자에겐 특별할 것 없는 축제의 하루, 계속 한 곳에 살고 있는 시간이기도 하겠지만, 이쪽에겐 아무튼 시간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길게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는 견딜 수 없다. 어떻게든, 이야기를 끝내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했을 때, 남자가 갑자기 외쳤다.

"아아, 호랑이도 말하면 온다더니. 당주, 호 당주! 새로운 객경을 고용하신 모양이네요. 빨리 말씀해주세요"

남자가 본 방향을 보고, 타르탈리아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헷갈릴 일도 없이, 그 왕생당의, 매화의 소녀다. "들켜도 용서해줄 거야"라고는 말했지만, 설마 본인과 대면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호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와, 고개를 갸웃하며 모락스를 봤다. 모락스 또한 호두를 바라보고 있었다. 타르탈리아는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시야가 캄캄해지고,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에게로 몸을 돌려, 아무렇지 않게,

"아아, 응, 그래. 우리의 새로운 객경. 좋은 사람이지?"

라고 쉽게 내뱉었던 것이다. 에, 하고 타르탈리아가 고개를 든다. 남자는 만족스럽게,

"그럼요, 그럼요. 아무래도 박식하신 것 같아서. 역시 호 당주, 대대로 물려받은 안목이네요"

"뭐 그렇죠. 자, 당신도 인사해요"

"……종려라 한다. 잘 부탁하지"

"종려 선생님이시군요! 마중도 온 것 같으니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다시 이야기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남자는 떠났다. 남겨진 세 사람 중, 타르탈리아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얼굴 그대로, 소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생글. 아니, 히죽 웃었다.

"……종려 씨, 라고요"

소녀의 시선이, 모락스를 탐색하듯 뚫어져라 바라본다. 모락스는 드물게, 동요의 색을 보이며 타르탈리아를 바라봤다. 타르탈리아는 시선만으로 "미안"이라고 사과했다.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우인단 씨"

"앗. 아아, 오랜만이네"

"제 부탁, 제대로 들어줬네요"

라고 듣고 나서야 떠올렸다. 한 달 전, 호두의 말. 「만약 정말로 암왕제군을 찾아, 당신의 목적을 이룬다면, 나에게 그를 데려왔으면 해」라고, 확실히 그녀는 말했던 것이다. 그것은 계약이 아니어도 좋다는 전제 하의 말이었지만, 타르탈리아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 암왕제군 본인이, 이제 잠들어 두 번 다시 깨지 않는다는 말을 꺼내니까, 그럴 경황이 없어 완전히 잊고 있었다.

"……"

"딱히 상관없어, 잊었대도. 제대로 눈앞에 데려와 줬으니까……"

불꽃 같은 눈동자가 사냥감을 품평하듯 가늘어지자, 모락스는 결국 불안해했다. 「데려와 줬다」는 말에, 자신이 무슨 짓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짐작한 거겠지. 대 정답이다. 그녀는, 모락스의 장례를 치를 생각이다. 타르탈리아는 살짝 손을 모았다.

그런데, 그녀는 "응"이라고 말하고, 나서,

"그만둘래"

라고 말한 것이다.

"……그만둔다는 건"

"장례. 그만둘래"

"엣. 괜찮아?"

"응"

소녀는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헐거운 모자를 고쳐 썼다. 그 안쪽에 엿보이는 주홍빛에, 왕생당의 당주인, 올곧게 앞을 향하는 삶의 강함이 깃들어 있었다.

"내가 보내는 것은, 애매하게 방황하는 영혼뿐이니까. 당신은 이제, 괜찮은 거네"

"……"

소녀는 모락스를 보고, 부드럽게 웃었다. 모락스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그리고 문득, "종이와 붓이 있나"라고 말했다. 우연히 가지고 있었던 모양인 당주가, 품에서 그것들을 꺼내 모락스에게 건넸다. 모락스는 거기에 뭔가를 적고, 당주에게 건넸다.

"『청신의례』의, 정식 방식을 적어두었다"

"!"

"객경으로서의 일이다"

당주는 모락스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종이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거기에 적혀 있는 문자를 읽고, 한순간, 꽃이 피어나는 듯한, 오히려 뚝 하고 떨어져 버렸을 때 같은, 감정이 애매한 얼굴을 하고, 똑똑히 고개를 끄덕였다.

"왕생당 77대 당주로서, 두 번 다시 이 전통을 잃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아아"

소녀는 가슴에 종이를 대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종이를 소중히 품에 넣더니, 그리고는 쾌활한 소녀로 확 돌아와 두 사람의 등을 밀었다.

"자, 이런 곳에서 언제까지 서 있지 말고, 빨리 가! 불꽃놀이가 시작될 거야!"

"불꽃놀이"

하고, 모락스가 타르탈리아를 본다. 타르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월항에서의 축제,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밤하늘에 피는 불꽃이다.

"좋은 장소를 알아놨어. 가자"

타르탈리아는 미소 지었다. 시각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남은 건 1시간. 모락스와 보내는 시간은, 그것뿐이었다.

 ◆

종이 울린 뒤, 불꽃이 올라갈 때까지는 조금 시간이 있었다. 그때까지의 사이에 타르탈리아와 모락스는 인기척 없는 고지대까지 올라가,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타르탈리아는 모락스를 봤다. 그의 호박색 눈은 리월의 주홍빛을 받아 빛나고 있어, 어딘지 보석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타르탈리아는, 문득,

"즐거웠어?"

라고 물었다. 모락스는 앞으로 걸음을 옮겨, 리월의 번화한 거리를 눈앞에서 바라고, 눈을 가늘게 떴다. 번화한 거리의 소란과 조용한 밤이 뒤섞여, 녹아내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아"

모락스의 빰이, 주홍빛으로 비치고 있다. 그는, 뒤돌아봤다.

"즐거웠다"

그의, 호박빛 눈동자와, 나부끼는 흑발과, 그리고 반창고가 붙은 뺨. 왜인지 그것들이 전부, 어쩔 수 없이 가슴을 조이는 것이다. 심장이 뛰었다. 타르탈리아는 밀쳐지는 것 같은 충동 그대로, 뭔가를 전하려고 했다. 그때, 휘유우 하고 불꽃이 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펑, 하고 배를 울리는 충격. 눈치채면 하늘을 불꽃이 뒤덮고 있었다. 선명하게 번지는 불꽃이, 두 사람을 물들였다. 타르탈리아와 모락스는 하늘을 봤다. 불꽃은 어두운 하늘을 점유해, 문드러지는 것처럼 퍼지고, 떨어진다.

펑, 펑, 훌훌, 하고 꽃이 몇 번이나 터졌다. 그것을 보고 있는 사이에, 나란히 선 두 사람 사이에, 바닷바람이 불었다.

"공자"

하고, 모락스가 타르탈리아를 불렀다. 타르탈리아는 그 옆에서, 모락스를 바라봤다.

"계약의 답을"

조용한 방에서, 백지를 손으로 따라 그리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타르탈리아는 한순간 숨을 멈추고, 그리고 나서, 심호흡을 했다. 모락스가 묻는다.

"살아가는 의의란, 무엇인가"

답은 정해져 있다. 「기쁨」이다. 사람들에게 있어서의 기쁨, 그리고, 모락스에게 있어서의 기쁨.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축제에 데리고 온 것이다. 그리고, 본 것이다. 호박이 빛나는 것을. 부드러운 빛을. 그리고,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가볍게 놀리는, 그의 본성을.

"……나, 당신이랑 좀 더, 있고 싶었어"

눈치채면, 입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뇌 안쪽이 위험하다고 짖는데, 이성이 붙잡으려 하는데, 심장이 어쩔 수 없이 뜨거운 것이다. 지금까지 그의 앞에서 삼킨 말들 전부가, 위장 바닥에서 역류해, 불꽃처럼 몸 안쪽에서 조금씩 터지고 있다.

"한 달로는 부족해. 좀 더, 싸우고. 같이, 마시고, 먹고. 유리백합을 피웠을 때처럼, 다양한 것을, 좀 더, 당신이랑 경험하고 싶었어"

그의 머리카락을 나부끼게 하는 항구의 바람조차 성가셔서, 타르탈리아는 억지로 모락스에게 바짝 다가갔다. 바위 같은 손을, 잡았다. 모락스의 눈이 크게 뜨였다. 타르탈리아는 말했다.

"당신이 살아가는 의의 같은 거, 역시 몰라. 그리고 나 자신의, 앞으로도 안고 갈 그건 분명, 싸우는 것 안에 있고, 그것도 굽힐 수 없어"

뜨겁게 탄 목구멍에서 기어 나오는, 오열을 닮은 무언가를 삼켰다. 그래도 푸른 눈동자는, 똑바로 신을 꿰뚫었다.

"하지만, 이 한 달로 제한한다면"

때로는 우울, 때로는 기대가 되었던 그 언덕길을 넘어, 유리백합이 핀 그 장소로 달려가. 거기서 만나는 모락스를 보고, 분명, 타르탈리아는 생각했던 것이다.

"살아가는 의의는, 내일도 만나고 싶다는 것이 아닐까"

펑, 하고, 유난히 큰 불꽃이 터졌다. 유리백합처럼 푸른색을 한 불꽃이었다. 그 색에 감싸여,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잠시 그렇게 있었다.

항구의 바람이 멎는다. 후, 하고 숨이 흘러나왔다. 모락스였다. 그는, 놀라 눈을 크게 뜬 채, 그렇게 숨만 흘린 것이다. 이윽고 실이 풀리듯이, "후, 후"하고 더욱 들썩이는 듯한 숨이 흘러넘쳐, 모락스는, 웃기 시작했다. 다음 불꽃이 올라가 반짝반짝 터지지만, 모락스는 웃음이 멈추지 않는 것처럼 어깨를 흔들고 있었다. 그의 큰 웃음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타르탈리아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모락스의 손을 잡고서, 하지만 그 손의 앞에 있는 사람이 웃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차츰 깨닫기 시작해, 타르탈리아는 깜짝 놀라 조금 얼굴을 붉혔다.

"하하하"

"……뭘 웃고 있는 건데"

"후, 후후, 아니, 다르다. 웃고 있는 게 아니라, 하하"

"웃고 있잖아!"

모락스는 숨을 헉헉 몰아쉬었다. 그 거친 호흡이, 웃음으로 인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타르탈리아는 반론을 그만뒀다. 모락스는 우스운 듯 입가를 가리고, 숨을 쉬면서 겨우 진정된 것 같았다. 웃음이 미소로 변했을 때, 그는 말문을 열었다.

"유리백합은, 옛날, 내 친구가 좋아했던 꽃이었다"

그 어조에는, 어느 때보다 맑은 부드러움이 넘치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인간에 대해 알려주었다. 나는 옛날, 인간이란 작고 여리고, 모든 것에 겁을 먹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생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락스는 말한다. 「그들은 겁에 질려 있어. 그러니까 더 현명해지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어」──모락스의 친구는, 그 말을 남기고 죽었다고.

"네 답을 듣고, 떠올랐다.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것은 무거운 마모로 짓눌려 있었다. 하지만, 나는 확실히, 친구의 죽음과 함께 오른 아침 해와, 내 뒤에 숨어, 겁을 집어먹고, 그럼에도 움츠린 다리를 어떻게든 세우려는 백성을 봤다. 그때서야 겨우, 인간이라는 생물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음 아침 해가 떠오를 때까지, 지금보다 더 그들에 대해 알아가자고 생각했다"

바람이 분다. 바닷바람이 아닌, 그와 헤어질 때 항상 부는, 그 차가운 바람이었다. 10시가 가까워져, 즉, 그와의 계약이 끝나려 하고 있었다. 말을 꺼내려 한 타르탈리아를 시선으로 막고, 모락스가 묻는다.

"네가 리월을 떠나는 것은, 언제지"

"……내일 아침, 첫 배로"

"그런가"

모락스는 웃었다. 바람이 강해지고 있다. 타르탈리아는 모락스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지만, 그것이 효과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우리의 계약은, 한 달. 오늘로 끝이다. 하지만, 기간을 정한 것은, 네가 『답』을 찾는 것, 그 조건뿐이다"

불꽃이 연속으로 올라, 한층 강하게 밤하늘을 물들이며 그 끝을 알리고 있었다. 모락스는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루어졌다"라고. 타르탈리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모락스의 말이, 가늘게 이어졌다.

"하지만, 조금만 더, 네 시간을 원해. 이 7일. 네가 사용할 것이었던, 너에게 준 시간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줘"

타르탈리아가 고개를 들자, 모락스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뺨에 붙인 테이프 아래로, 금이 더욱 넓어져, 그는 광석처럼 깨지려 하고 있었다. 타르탈리아는 한 손을 떼고, 그의 뺨을 살짝 만졌다. 모락스는 눈을 감고 고개를 기울여, 그 손에 다가가는 듯한 몸짓을 했다.

"내일, 해가 뜨기 전, 평소의 장소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겠다"

바람이 휘몰아친다. 이별의 바람 속, 그는, 꿈 같은 말을 한다. 타르탈리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락스는 마지막으로 호박빛 눈을 뜨고, 그리고 말했다.

"나도, 내일, 너를 만나고 싶어졌다"

 8

아직 어둑한, 동트기 전. 그와 지낸 산을 오르면, 모락스는, 땅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사람의 몇 배는 될 만한 큰 바위가 있어, 왠지 모르게, 직감적으로, 그는 저 안에서 잠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얼굴이 왜인지 죽은 사람처럼 평안한 것이라, 타르탈리아는 불안에 짓눌린 채,

"모락스"

하고 그를 불렀다. 모락스의 눈꺼풀이 떨리고, 호박빛 눈동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확실히, 타르탈리아를 포착하고 가늘어진 것이다.

"왔나"

모락스는 힘겨운 듯, 바위에 기대면서 일어서려고 했다. 타르탈리아는 황급히 그의 곁으로 달려가 주저앉았다. 숨죽인 목소리로 "일어서지 않아도 돼"라고 말했다.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한 그를 보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계약은, ……이루어졌다. 이것을, 여왕에게"

그렇게 말하고 모락스가 건넨 것은, 이 두 달간 애태우던 「신의 심장」. 황색으로 빛나는 그것은, 어두운 아침을 비추며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타르탈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원래부터 그러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눈치채면 고개를 젓고 있었던 것이다. 탁류에 삼켜지는 듯한 격정 속에서, 목을 조여 목소리를 낸다.

"안 돼"

타르탈리아는 모락스의 손을 살짝 되밀고, 다시 한번, "안 돼"라고 말했다. 행동이 컨트롤을 벗어나, 타르탈리아는, 뭔가를 생각하기 전에 말하고 있었다.

"여왕, 님은, 상냥해. 그리고 총명해. 스네즈나야의 기술력은, 높아. 조금 더, 미뤄보면, 어떨까. 그걸 가지고 있는 것으로, 다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면, 나는"

"공자"

모락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타르탈리아는 부모에게 혼난 아이 같은 표정을 했다. 모락스는 그것을 보고, 후 하고 웃고,

"내가 『계약』을 깨게 하지 말아줘"

부드럽게, 마치 가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이동할 때의, 문득 떠올린 듯이 내리는 비처럼. 그렇다면 차라리, 화내준다면 좋았을 텐데. 벌을 준다면 좋았을 텐데. 한없이 온화한 어조로 설득당하자, 타르탈리아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가지고 가라. 곧 배가 뜨는 거잖아"

모락스의 손이 다시 타르탈리아의 손에 닿았다. 딱딱한 금속 같은 감촉이 자꾸만 누른다. 타르탈리아는 모락스를 봤다. 모락스도 또한, 타르탈리아를 봤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 것이다.

"내가, 너에게, 내 심장을 내주고 싶은 거다"

타르탈리아는 다음 순간, 모락스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의 몸을, 바위로 밀어붙이고, 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전부 충동적이었다. 모락스는 눈을 크게 뜨고 있었지만, 타르탈리아는 그것을 상관하지 않았다.

입술을 뗀다. 그들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서서히, 타르탈리아의 등을 빛이 비췄다. 해가 뜨고 있었다. 이제 시간이 없었다. 타르탈리아는 모락스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천천히, 그 안의 「심장」을 받는다.

"나는"

마지막으로 전하는 말을, 무엇으로 할지 생각하지 않았다. 모처럼이니, 증오하는 말을 던져줄까 생각했고, 나를 두고 가다니, 당신은 정말 심한 사람이라고 말해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시야 끝에 유리백합이 보였다. 그가 피워낸 유리백합이,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때,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이 떠올랐다. 그것을 말하면, 분명 그에게 웃음을 살 것이다.

타르탈리아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모락스의 마음의 장기를 안고 이렇게 말했다

"당신을 좋아했어, ……"

모락스는 역시, 웃었다. 커다란 바위가, 그의 몸에 살며시 다가와, 그리고 그의 몸을 덮어 숨겼다.

 ◆

배가 바다를 가르고, 가르며, 나아간다.

타르탈리아는 자기 방에서, 모락스에게서 받은 심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타르탈리아는 리월을 떠났다. 그 번화한 거리는 변함없이, 신이 없는 나라로서 번영하겠지만, 이 함흥차사가, 앞으로 저 땅을 두 번 다시 밟을 일이 있을까. 백마 여관이나 망서객잔은, 언제까지 리월 굴지의 숙소로 존재할까. 왕생당은, 당주 소녀는, 건강히 지낼까. 그 유리백합은, 언제까지 활짝 피어 있을까. ……

생각하고 있자, 더는 무리였다. 역시, 마지막은 원망하는 말을 해줄 걸 그랬다. 텅 빈 심장 따위 그냥 유해다. 계약의 신 주제에, 하나도 공평하지 않은 계약을 한다.

"읏, 우"

목구멍과 콧속이 타오르고, 오열이 쏟아졌다. 절대 울어 줄까 보냐고, 그것만은 결심하고 있었는데. 타르탈리아는 한동안 떨어지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달빛과 배를 흔드는 파도만이, 그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일찍이, 마모된 신과, 그와 계약을 나눈 젊은 청년이 있었다. 그들은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을 함께 하고, 마음이 통해, 아름다운 한 송이의 꽃을 피워냈다고 한다.

유리백합은, 절운간에서 홀로 조용히 흔들리며, 아주 오랫동안, 달콤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