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들에도 불구하고 할 만한 게임, 헤븐 번즈 레드

광고에서 접하니 그림체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시작해본 게임인데,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좋거나 나쁜 점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장단점이 각각 뚜렷하게 느껴진 게임이다.

일단 장점은 세세하고 재밌는 스토리, 공들인 티가 나는 미려한 일러스트와 풀 더빙, 재밌게 전투를 즐길 만한 나름 독창적인 전투 시스템 등이다.

스토리 설정 자체는 기본적으로, 어느 날 세상에 출현한 괴수들에 주인공과 동료들이 맞서 싸운다는...

사실 어느 정도 뻔하고 흔한 정도의 내용이다만 그 스토리를 진행하는 와중에 주인공의 하루 하루를 매우 상세히 그려내고 있다.

스토리가 얼마나 세세하냐면, 밥을 먹고 친구들과 시덥잖은 잡담을 나누고 목욕을 하며 대화하는 하루 하루의 일상적인 일 하나 하나를 세밀하게 다뤄내고 있다.

매일매일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는 걸로 시작해서, 밤에 목욕하고 잠들 때까지의 일과 하나 하나를 상세하게 그려낸다.

거리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엿듣는 재미도 있다.

그런 세세함이 스토리 진행에 현실감을 더해서 내용에 몰입하기 더더욱 좋았다고 느꼈다.

모바일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PC게임 못지 않게 사실적이고 미려한 일러스트가 그런 현실감을 구현해내는 데 또한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게임을 해보니 캐릭터들의 모든 대사 하나 하나를 건너뛰는 일 없이 더빙을 넣어놓았는데, 그 또한 캐릭터들이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생동감을 살려내는 데 큰 몫을 했다.

캐릭터들의 대화가 틀에 박힌 듯 고정되어 있지 않고, 매우 많은 조합이 가능한 다양한 선택지에 따라 일일이 달라지기도 한다.

일부러 이상하고 엉뚱한 선택지를 골라서, 주인공과 대화하는 상대방이 황당해하며 태클을 거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차분한 인상의 장교 나나세 나나미(일명 나나밍)가 주인공 루카의 헛소리를 남들처럼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받아치는 장면들이 개인적으로 특히 재밌었다.

전투 시스템도 괜찮았다고 느꼈다.

턴제 시스템이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효율적인 전투 방법을 구상하며 덱을 편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전투에서는 누구의 어떤 스킬을 어떤 순서로 써야 좋을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다.

브레이커, 어태커, 버퍼, 디버퍼, 블래스터, 힐러, 디펜더 등등 각자의 특성을 지닌 다양한 직업이 존재해서, 일단 전투를 할 부대를 편성할 때 어떤 직업을 얼마나 편성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효율적인 전투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적과의 상성도 신경 써야 하고, 스킬 포인트도 각자 너무 부족하거나 남아돌지 않게 신경을 써줘야 한다.

앞서서 말한 이런 요소들은, 이 게임을 만들 때 정말 많은 정성을 들였구나 하고 느껴지게 해서 게임할 만한 맛이 나게 하는 장점들이다.

헌데, 아쉽게도 이 장점들로 인한 점수를 아주 많이 깎아먹기에 충분할 만큼의 결점들도 보였다.

일단 개인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는 건 이 게임의 편의성 부족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단 타겜들에 비해서 상당히 불편함이 느껴지는 조잡한 UI다.

이 게임은 상성 시스템을 만들어놨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전투에 입장할 때 적들의 약점 속성과 내성 속성을 제대로 표시해놓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시계탑에서의 전투이다.

그래서 일단 전투에 입장해서 적들의 상성 정보를 확인하고, 후퇴해서 다시 덱을 짜고 다시 입장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게 생긴다.

그런 반면에, 아레나에서는 적들의 약점 속성은 표시되는데 내성 속성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게임하다 보면, 이렇게 상성 정보가 표시되어 있더라도 약점 속성만이 표시되고 내성 속성은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시계탑처럼 약점 속성조차도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전투에 직접 입장해서 확인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프리즘 배틀은 보면 또 약점 속성과 내성 속성이 모두 제대로 표시되어 있다.

이처럼, 게임에서 약점 속성과 내성 속성을 모두 함께 제대로 표기해놓은 경우가 드물고 컨텐츠마다 약점 속성만 표시되어 있든가 아니면 그나마 그것조차도 아닌 경우도 많다.

상성 표기의 일관성이 전혀 없고 저마다 제각각이라서 아주 엉망인데, 이런 걸 보면 제대로 만든 게임이 아니라 만들다 만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엄청난 수고가 필요한 일도 아니고, 저런 건 그냥 입장 UI에 상성 표시 두 개씩만 넣어두면 끝나는 일인데...

앞에서 언급한 높은 완성도의 공들인 컨텐츠가 무색해질 정도로, 편의성 관리는 엉망진창이다.

게임을 이 따위로 만들 거면 상성 시스템 따위는 그냥 없는 편이 게임하기 훨씬 더 수월했을 것이다.

각 전투원의 정보를 확인할 때는 화면 하나에 각 전투원이 사용하는 스킬 정보가 모두 표시되지 않는다.

각 전투원이 사용하는 스킬 정보를 전부 확인해보려면, 항상 일일이 클릭을 해서 별도의 스킬 창을 열어보고 확인해봐야 한다.

아니 대체 왜...?

그냥 한 화면에 사용 가능한 스킬 전부를 표시해주면 훨씬 더 낫지 않나?

이런 것 또한 도대체 이렇게 해야 할 필요가 무엇인지 의문을 느끼게 하는 매우 조잡한 UI다.

크로스 베기 스킬을 확인해보려면 별도의 클릭을 해야만 한다

심지어 이런 가챠 게임의 밥줄이라고 할 수 있는 뽑기에서는, 각 전투원의 정보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다.

사용 가능한 스킬 정보는 잠깐 화면에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져버려서 여유 있게 차분하게 읽어볼 수가 없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각 전투원의 속성 정보를 표시해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 전투원의 속성 정보를 알려면, 유저 본인이 보유 중인 해당 캐릭터의 하위 호환 스타일을 확인해서 어떤 속성인지 일일이 알아서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다.

거기다 해당 캐릭터가 브레이커인지 어태커인지 도대체 뭔지 직업도 표시해두지 않았다.

그것도 유저 각자가 보유 중인 하위 호환 스타일을 일일이 찾아보고 알아서 직접 확인해보거나, 아니면 스킬 정보를 보고 직업은 대충 눈치로 알아보라는 것일까...;;;

과금해서 SS 등급 스타일 한 개 확정 뽑기를 하려면 최소한 6만 쿼츠가 필요한데, 쿼츠를 구입하려고 보면 그나마 제일 싼 게 15000 쿼츠에 99000원 짜리다.

그만큼 비싸게 팔고 싶으면서, 그런 것치고는 상품의 정보 표기는 보면 정말 너무도 무성의하다.

돈 받고 파는 캐시 아이템마저, 해당 캐릭터의 정보 표기가 이토록 엉망이다.

이런 걸 보면 자기들이 게임에 상성 시스템을 만들어놓고도 상성 시스템이 있다는 걸 까먹은 거 같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정도다.

이럴 거라면, 정말로 그냥 상성 시스템 따위 안 만드는 편이 백배 더 나았을 듯하다.

내가 직접 해본 모바일 타겜들과 비교하면, 유저들을 배려하는 편의성을 갖추는 일에 너무나도 소홀했다고 본다.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지만 유저들을 위한 배려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라서 게임이 이런 거라면, 이 게임에 대한 평가는 더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게임하는 도중에 플레이어가 덱 편성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게 틀어막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러다 보니 덱 편성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전일자로 돌아가서 그 날부터 다시 플레이를 해야만 하는 수도 있다.

이런 요소도 자유로운 편성을 막아서 게임의 재미를 떨어뜨리고, 다양한 학생들을 써보려는 의욕을 떨어뜨린다.

게임에서 덱 편성을 맘대로 못 바꾸게 번번이 틀어막을 거라면, 상성이고 뭐고 따질 것 없이 무작정 높은 등급의 스타일만 사용하는 게 안전하고 편하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항상 쓰던 학생들만 전투에 반복해서 쓰게 되니 게임하는 재미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점들이 더 있었던 거 같기도 한데, 지금 당장 바로 생각나는 것만 적어놔도 이 정도다.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아주 망겜이라고 하기도 힘든 이유가 앞서서 말한 장점들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이건 갓겜도 망겜도 아닌, 그저 사람들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재밌게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정도의 게임 정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