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번역] 죽음이 두 사람을 가른다 해도(알카베/카베알)
요새 이런 큰 사건이 얽힌 장편에 푹 빠졌다
앞으로 번역할 비슷한 느낌의 작품들... 다 합해서 40만자 가까운...ㄷㄷ
힘내라 나!
의, 오역 주의
오, 탈자 주의
원작자님께 허가받지 않은 작품입니다
블로그에서만 감상해주세요
무단 스크랩, 유포 발각 시 법적인 조치에 들어가며,
카페 자체가 예고 없이 사라지거나 이후의 번역 활동이 완전히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출처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041414
원작자 : はな
원제 : 死がふたりを分かつとしても
※캡션
풀의 신의 권속 패러디.
신성한 나무가 병에 걸려, 컨디션 불량이 된 알하이탐이 조사하고, 알하이탐에게 차인 카베가 뒤쫓고, 여행자의 마신임무가 발생해 이러니저러니 해결하는 이야기.
(틀린 건 아니다)
갖고 싶은 캐릭터의 소설을 쓰면 와준다고 들었으므로 잔뜩 썼다.
CP는 좋아하는 쪽으로 읽어주세요.
본작의 기본설계
・ 권속 패러디입니다
・ 여행자의 성별은 좋아하는 쪽으로
・ 마신임무를 알카베, 카베알 시점으로 전개되고 있는 설정(이므로 볼 만한 장면은 여행자가 낚아챈다)
・ 날조가 심하다. 오리지널 몹 다수
・ 시계열은 학원제 후
이상을 바탕으로 OK인 분은 보시죠 →
제1막
거짓을 머금지 않은 진지한 눈동자였다. 그의 말에는 진심의 빛이 있었다. 그를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면, 알하이탐도 진심으로 대답해야 한다.
"너는, 또 흠뻑 젖을 정도로 술을 마신 건가"
그러나, 알하이탐은 어처구니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말을 잃고, 절망으로 표정을 물들인다. 그것이 지난 이별의 때를 방불케 해, 아플 리 없는 심장이 아팠다.
"숙취로 고생하는 건 너다. 뭐, 나와는 관계없지만"
자신이 말을 이을 때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해져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아진다. 알하이탐의 몸에, 살을 에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이 이상의 고통은,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그를 남겨두고, 알하이탐은 자기 방으로 도망쳤다.
최저인 짓을 했다고 자각하고 있다. 알하이탐은, 그의 마음을 짓밟았다. 하지만 알하이탐은, 그를 거절할 수도, 하물며 받아들일 수도 없다.
왜냐면, 어느 쪽을 골라도 이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되어 버리니까. 그것만은 할 수 없었다. 비록 지옥 같은 공허함에 시달리더라도――――.
○
그 이변은, 서류를 정리하고 있을 때 일어났다.
"……?
펜을 움직이는 오른팔에, 약간이지만 위화감이 있다. 그것도 한순간의 일. 펜을 놓고, 확인하듯이 몇 번인가 움켜쥔다. 위화감은 이미 사라지고, 자신의 육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감각뿐이다.
펜을 너무 쥐어서 지쳤나. 알하이탐은, 이 일을 끝내면 빨리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아까보다도 빠르게 종이에 펜을 움직였다.
그것이 보름 정도 전의 이야기이다.
위화감은 이윽고 아픔이라는 형태로, 알하이탐의 몸을 좀먹어 갔다.
이 감각을 한 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글지글 타는 듯한, 그런가 하면 쥐어뜯는 듯한, 날카로운 바늘로 찌르는 듯한,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아무튼 여러 불쾌한 감각이 부정기적으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엄습하는 것이다. 고통의 시간은 갈수록 늘어나, 보름 후에는 아프지 않은 시간이 더 적어졌다.
그와 비례해서, 알하이탐의 몸에는 기묘한 멍이 출현한다. 그것은 심장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었다. 멍을 본 자는, 우선 틀림없이 이를 떠올릴 것이다.
과거에 수메르를 괴롭히고 뿌리뽑힌 병마, 비늘병을――――。
아침, 잠을 깨우는 커피를 따르고, 느긋하게 소파에서 마시려고 옮기고 있을 때의 일. 익숙해져 버린 감각에, 제대로 쥐고 있었을 컵이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진다. 둔탁한 낙하음과 카펫에 퍼지는 얼룩에, 알하이탐은 자연스럽게 잡힌 미간의 주름살을 문질렀다.
바닥에 떨어지지 않은 만큼 낫나. 컵은 깨지지 않았고, 카펫은 새로 사면 될 일이다.
평소라면 저지르지 않는 사고에 나올 뻔한 한숨을 삼키고, 알하이탐은 부랴부랴 정리를 시작한다.
충격은 카펫에 흡수되었고, 가장 큰 걱정거리인 동거인이 일어나지 않은 건 다행이었지만.
"좋은 아침, 아까 물건이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가 났는데, 우와"
하고 생각했더니 이거다. 왜 이렇게도 이 남자는 타이밍이 절묘하게 나쁜 건지.
"또냐 알하이탐, 너 3일 전에도 같은 짓 했었다고. 최근 심하게 부주의한 거 아냐? 현자를 관뒀다고 정신이 빠진 거겠지. 그래서야, 네 서기관의 지위도 위태로워지겠어"
"현자의 자리는 스스로 물러났어. 게다가 정신이 빠진 건 네 쪽이겠지. 어제 네가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일이 끝나서, 술 마시러 갔었잖아. 돈이 들어오자마자 낭비하는 그 버릇을 고치면 어때. 그러면 빚도 빨리 갚을 수 있겠지"
"뭐, 내 일은 관계없잖아. 애초에 너는――"
가시를 품고서도 이쪽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훤히 보이는 카베에게, 굳이 퇴짜 놓는 듯한 말을 한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그에게서 걱정의 빛은 사라지고, 간다르바 성곽의 순찰관 가로되 바람 슬라임처럼 빵빵하게 부풀었다. 그걸로 됐다고, 평소대로 서로 지나치게 돌아가는 입으로 응수하며 카펫의 얼룩을 닦아간다.
자연스럽게 정리에 참가하기 시작한 카페의 옆모습을 흘끗 관찰한다. 일어나서 그대로 온 건지, 헤어핀이나 공들인 치장도 없다. 까치집도 정리하지 않은 듯, 항상 튀는 머리카락이 더욱 뿅뿅 튀고 있고, 옷도 Y셔츠에 슬랙스라는 러프한 모습이다.
평소 옷차림에 신경 쓰는 그의 무방비한 모습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충족감에 찬다. 그것이 속세에서 말하는 우월감임을, 알하이탐은 자각하고 있었다.
"자 열쇠, 또 내꺼까지 가져갔다간 못 참으니까"
정리도 끝나고, 천천히 아침을 먹고, 예기치 않게 카베에게 배웅받는 형태로 집을 나서게 되었다.
알하이탐에게 출근 시간이라는 것은,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는 평소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끔 하고 있으므로, 몇 시에 출근하든 직장 사람들이 지각이라고 아는 일은 없다. 그러므로, 이대로 일터에 가지 않아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일을, 이 동거인은 알 리도 없으므로, 알하이탐도 딱히 아무 말 않고 집을 나섰다.
실제로 요 며칠, 알하이탐은 일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
"좋은 아침, 알하이탐. 슬슬 올 때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진보는 있었으려나?"
알현이라기에는 조금 몰상식한 시간대. 정선궁의 문을 두드린 알하이탐을, 싫은 얼굴을 하지도 않고 나히다는 흔쾌히 맞아들였다.
"여전히 이렇다 할 것은 없습니다. 요 며칠, 신성한 나무 주변을 대충 둘러보았지만, 새로운 것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 역시 내부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네. 너는 그 후 컨디션에 변화는 있었어?"
"현시점에서 멍의 확산은 멈췄습니다. 그저, 원소력을 짜내지 못하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일까 합니다"
보고를 들은 나히다는, 곤란한 얼굴로 입을 다물고 몸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승낙하자 나히다가 원소력을 사용해, 알하이탐의 체내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확실히, 원소의 흐름이 나쁘네. 그저, 이건 흐트러졌다기보다, 본래 없어야 할 이물질의 침식에 저항하고 있는 것 같아. 인간으로 말하자면 면역기능이, 네 체내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네. 그 탓에 원소력을 모으는 게 어려워져 있는 거야"
"어느 쪽이든 원소력을 다룰 수 없는 것이라면 마찬가지겠죠"
"나도 신성한 나무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 건 적지만, 신성한 나무와 너는 원소력을 통해 연결되어 있어. 신성한 나무에게 이상이 생기면, 거울처럼 너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지. 네 몸이 저항하고 있다는 건, 신성한 나무도 역시 위협에 저항하고 있다고 가정해야겠네. 신성한 나무의 면역기능이 작용하고 있다면, 아직 너도 신성한 나무도 저항할 만한 여력이 있다는 거겠지"
"하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버틸지 모릅니다. 신성한 나무는 이 도시의 기반입니다. 쓰러지기라도 했다간, 2천 년에 걸쳐 쌓아온 역사가 사라지고,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합니다. 사막의 교육을 추진할 때가 아니게 되겠죠"
"그래, 알고 있어"
알하이탐과 신성한 나무는, 이른바 일심동체다. 하지만, 그 관계는 평등하지 않다. 신성한 나무에게 이변이 생기면 알하이탐에게 영향이 미치지만, 알하이탐에게 이변이 생겨도 신성한 나무는 건장함을 잃지 않는다.
알하이탐이 죽어도 신성한 나무는 계속 자라지만, 신성한 나무의 숨이 끊어지면 알하이탐의 숨도 끊어진다. 알하이탐의 목숨은 신성한 나무가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을 알고 있으니까, 알하이탐은 당초 자신의 몸을 위협하는 증상이 신성한 나무에게서 유래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풀의 신의 권능으로 싹튼 지 2천 년. 신성한 나무는 아직 쇠약함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원인을 찾아봐도 이런 기묘한 증상이 인간의 병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남은 건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좁혀진다.
그러니까 알하이탐은, 이렇게 자신의 주인이라고 해야 할 신에게 그 위기를 전한 것이다.
"네 몸을 검사하고 안 것이 있어. 네 원소력의 흐름을 저해하는 이물질. 비유하자면, 버섯몬 무리에 그 모습을 흉내 내 섞이려는 떠도는 정령 같아. 의태하려 하지만 전혀 안 되고 있어. 무리의 흐름에 섞이려다 실패해, 버섯몬에게 쫓겨나려 해. 의태가 실패했다고 눈치챈 떠도는 정령은 버섯몬의 맹공을 참을성 있게 견디며, 폭발할 기회를 찾고 있지"
"……즉, 제 원소를 저해하고 있는 건 초기 단계라는 겁니까?"
"네 체내에 있는 건, 이른바 기폭제. 점화되면 순식간에 번져, 네 목숨을 위협하겠지"
"구체적으로, 점화까지의 기간은?"
나히다는, 면목 없다는 듯 눈썹을 숙였다.
"미안해. 거기까지는 몰라. 애초에 이물질이 신성한 나무에 어떻게 심어졌는지, 그것이 대체 어떤 것인지도 불명이야. 역시, 우선은 원인을 밝혀내지 않으면"
이해하기 쉬운지 어려운지 미묘한 비유는 차치하고, 원인의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해결책을 발견했다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은밀하게 일을 수습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을 것 같네. 생론파의 현자에게 이 일을 전하자. 그리고 전문팀을 만들어, 신성한 나무의 조사를 개시할게"
"신뢰할 수 있는 겁니까?"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는 건 내가 보장할게. 물론 너에 대해서는 덮어둘 테니까"
"필요하다면 말해도 상관없습니다만"
"필요해지면 그럴게"
작은데 마치 어머니처럼 포용의 미소를 짓는 그녀가, 예전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녀와 겹친다.
나히다와 마찬가지로, 알하이탐도 옛날 기억이 어렴풋하다.
알하이탐이 되기 전, 아마 다른 이름을 받았을 시절. 아마, 지금과 옛날도 별반 다르지 않다. 희미하게 남은 옛날 그녀와 겹쳐 보인 것으로 보아, 아마 나히다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기억이 없어지더라도 신도 인외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라고 고찰해봤자 알하이탐에게 회고 취미는 없고,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탄할 일도 없다. 모든 것은 그저 사실 확인이다.
나히다가, 알하이탐을 부른다.
"이쪽에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바로 너에게 알릴게. 그러니 너도, 무슨 일이 있다면 사양 말고 나에게 와줘. 그건 너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니까"
"네"
할지 말지를 떠나, 알하이탐은 이해력 좋은 대답을 했다.
○
단독조사를 계속 허가받은 건 좋지만, 솔직히 속수무책이다. 아무리 신성한 나무의 상태가 실시간으로 전달된다고 해도, 식물학은 완전히 전문 외다. 혼자서 원인을 찾는 것도 한계가 있다. 나히다가 조사팀을 만들기로 한 것은, 타이밍적으로도 최선의 선택이었다.
조사팀을 만들게 되면, 그에게 권유가 가는 것도 필연. 마침 좋으므로, 알하이탐은 그를 만나기 위해 간다르바 성곽으로 발을 옮겼다.
"별일이네. 네가 나를 만나러 간다르바 성곽까지 오다니"
갑작스런 방문에, 타이나리는 익숙한 모습으로 응대한다. 여기는 외국인들이 들리는 곳이기도 하므로, 예기치 않은 방문에는 익숙한 것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너니까 그냥 놀러 왔을 리 없잖아?"
"이해가 빠르군. 너에게 몇 가지 질문이 있어. 덤으로, 조만간 아카데미아 쪽에서 네게 어떤 프로젝트팀에 참가하라고 소집이 올 테니, 준비해두라고 전하러 왔어"
용건을 전하자, 타이나리는 귀를 곤두세우고 놀랐다.
"프로젝트라니 어떤? 그걸 일부러 네가 전하러 왔다고? 단순한 프로젝트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데"
"그건 너를 데리러 올 아카데미아 사람에게 물어봐 줘. 그래서 내 질문에는 대답해주는 거야?"
"그 정도는 딱히 상관없지만, 네가 나한테 질문은 한다는 게 말이지. 어떤 터무니없는 질문을 받을런지"
"너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야"
경계하는 타이나리. 평소의 알하이탐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자못 그럴 만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외형의 변화는 없는데 급격하게 내부가 고갈되는, 혹은 썩거나 이해할 수 없는 무늬가 떠오르는 현상에 짚이는 건 없어?"
"……일반적으로 식물이란 건, 서식지에 적응해. 오랫동안 건강하게 키울 거라면, 물이나 비료는 너무 많이 줘도 너무 적어서도 안 돼. 예를 들면 우림의 식물. 여기는 물도 풍부하고 비도 내리니까 습기가 꽤 많은데, 그래도 과습이 오면 시들어버리고, 가뭄까지는 아니더라도 강의 수위가 내려가면 수분 부족으로 시들고 말아. 반대로 사막의 식물은, 몇 달 동안 물을 주지 않아도 시들지 않는 선인장 등이 있어. 네가 말하는 내부가 고갈되거나 썩거나 한다는 건, 그런 환경 변화에 의한 것이 크다고 생각해. 하지만, 내부만이고 외형에 변화가 없다는 건 드물지 않을까.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무늬라는 거 말인데, 솔직히 직접 보지 않으면 뭐라고 말할 수 없으려나"
알하이탐의 질문에, 타이나리는 턱에 손가락을 대고 궁리하고, 신중하게 말을 고르며 대답했다.
"그럼, 그게 나무의 경우라면 어때? 가능한 한 큰 나무일 경우야"
알하이탐은 질문을 거듭한다.
"흐―음, 뭐 풀이나 꽃보다는 없지는 않으려나. 노화에 의해 서서히 고갈되고 있었다던가. 그런 건 갑자기 뚝 부러지거나 하니까, 그래서 갑자기 썩었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또, 그렇네……벌레가 내부에 파고들어 파먹고 있다던가, 약간의 독을 안에 주입한다거나"
"그런 독은 누구라도 만들 수 있는 거야?"
"어느 정도 연구한 사람이라면 만들지 못할 것도 없지만……기다려, 너 이번엔 대체 뭘 찾고 있는 거야?"
타이나리는, 다그치듯이 질문을 거듭하는 알하이탐에게 엄한 시선을 주었다.
"안색, 나빠. 평소처럼 가장하고 있지만, 내 눈은 속일 수 없어"
"별거 아니야"
"별거인지 아닌지는 내가 정할 테니까. 그래서, 너에 한해서 일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다고 하면, 아까의 질문과 뭔가 관계가 있는 거네"
"부정은 안 해. 하지만, 지금의 너에게 진찰을 받는다고 해서 나을 것도 아니야"
가식 없는 말투는 알하이탐의 미덕이다. 타이나리도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만, 생론파의 학자에게 아까의 발언은 악수다. 증거로 타이나리의 눈동자에, 불온한 그림자가 깃들어 있었다.
"헤에, 진찰도 하게 해주지 않는데 너는 나에게 ″할 수 없다″고 하는구나"
"할 수 없다고는 안 했어. 그저, 여기에 있는 설비로는 불충분하다고 말한 거지"
짜증을 다분히 품은 타이나리에, 이건 위험하다고 알하이탐은 바로 오해를 푼다. 타이나리를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건, 그의 친구들의 공통인식이다.
"……그렇게 안 좋아? 혹시, 이미 비마르스탄의 진단을 받은 후라던가?"
오해를 풀자, 타이나리는 바로 걱정스럽게 알하이탐을 바라본다.
"아니, 그저 원인은 이미 파악했어. 그것만 배제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완치될 거야. 그걸 위해, 네가 프로젝트팀에 참가했으면 해"
"그래서 처음의 화제로 돌아간다는 건가. 알았어. 어쨌든 그 프로젝트에 참가하면 되는 거지. 좋아. 바로 준비할게"
"살았어"
이야기가 잘 마무리됐다. 이런, 언제 누가 귀를 기울이고 있을지 모를 장소에서 할 이야기도 아니고, 종착점으로서는 이쯤이 타당할 것이다.
"있잖아, 무슨 병인지는 묻지 않겠지만, 이것만 알려줘. 네 몸에 대해, 카베는 알아?"
"아니. 의심은 하고 있지만, 카베니까. 어차피 내가 게으름 피우고 있다고밖에 생각하지 않겠지"
용건은 끝이라고 돌아가려는 알하이탐의 등에, 타이나리가 말을 건다.
"내가 눈치챘어. 카베는 한참 전에 눈치채고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뭔데. 대화하라고? 쓸데없는 짓이다. 알하이탐은 그에게만은 절대로 말할 생각은 없고, 정면으로 마주하면 카베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에 시간을 쓸 정도라면, 서로의 가치관을 토론하는 쪽이 훨씬 의미가 있다. 시간은 유한하다.
사람과 사람이 아닌 것의 간극은, 매우 크다.
성곽 입구로 이어지는 현수교 중턱에서, 동료 순찰자와 함께 콜레이의 모습이 보인다. 순찰에서 돌아왔을 것이다. 그녀도 이쪽을 눈치채고,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머리 숙여 인사했다. 그때다.
"――읏!"
그 감각이 몇 배의 강도가 되어 덮쳐왔다.
격통이 심장이라고 불리는 기관을 중심으로 퍼진다. 신경계에도 이상이 나오고 있는지, 평형감각에 차질이 생겼다.
"우와아!"
목숨을 위협받은 사람 특유의 비명에 시선만 돌리면, 콜레이가 현수교에서 떨어질 뻔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다리에 걸린 로프를 잡고 있지만, 오래된 다리다. 툭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알하이탐은 기력을 최대한 쥐어짜, 전력으로 달려 콜레이의 몸을 껴안고, 흔들림이 가라앉을 때까지 다리 위에서 버텼다.
몸은 지금도 격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도 돌아온 이성으로, 흔들리는 현수교와 가까운 물건을 붙들고 있는 근처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함으로써, 이 평형감각의 차질은 신경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라 수메르가 흔들리는 것이라고 겨우 이해한다.
그리고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 흔들림은 가라앉았다. 동시에, 알하이탐을 좀먹고 있던 충격도, 약간 통증은 남았지만 싹 가셨다.
"아, 알하이탐 씨"
흔들림이 가라앉은 것을 확인한 콜레이가, 알하이탐의 품 안에서 살짝 고개를 내민다. 알하이탐은 콜레이에게서 떨어졌다.
"무사해?"
"아, 네, 네, 괜찮아요"
"다리 위는 위험해. 빨리 이 장소에서 떠나는 편이 좋아"
"아, 알았어요"
언제 또 그 흔들림이 올지 모른다. 서둘러 다리를 다 건너자, 콜레이는 간신히 밟은 안정된 발판에 긴장을 풀었다.
"무, 무서웠다. 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경 쓰지 마.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대체 뭐였어요 지금꺼?"
"지진이야. 어디까지 흔들림이 닿았는지는 불명이지만, 그 정도라면 아마 사막까지는 닿지 않았겠지"
"……지진. 저게"
콜레이의 안색은 완전히 혈색을 잃고 있었다. 진정되었기 때문에, 아까의 자신이 얼마나 위험했었는지 이해된 것 같다. 거기에, 서둘러 달려오는 인영.
"콜레이!"
"스승님!"
초조한 얼굴로 타이나리가 콜레이의 모습을 확인한다.
"무사해? 아무데도 안 다쳤어?"
"괜찮아요, 알하이탐 씨가 도와주셨어요"
안색은 나쁘지만 건강해 보이는 모습에, 타이나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래, 다행이다. 그 지진으로 콜레이가 다리에서 떨어질 뻔했다고 듣고, 서둘러 왔어"
"죄송해요 스승님, 걱정 끼쳐서"
침울해진 콜레이에, 타이나리는 고개를 젓는다.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리고, 알하이탐을 본다.
"고마워 알하이탐. 내 쪽에서도 감사 인사를 하게 해줘"
"콜레이에게도 말했지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그리고, 당분간 다리는 지나다니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그리고 이런 지진이 몇 번이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그 모습 보니, 너는 이 지진에 짚이는 게 있는 것 같네"
"이유를 알고 싶다면, 도시로 와. 그럼"
"아, 잠깐……충고해두고 자기는 건너가네"
알하이탐은 일체의 망설임 없이 다리 위를 걸어간다. 그 뒷모습을, 타이나리는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
성곽에서 나와 잠시 길을 따라 걷다가, 알하이탐은 주먹을 꽉 쥐었다.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증상이었는데, 그 격통 후는 계속 그 불쾌한 감각이 남아있다. 아마 팔의 멍도 퍼져 있을 것이다.
손바닥에 원소를 모은다. 수렴된 빛은 형태를 이루기 전에 소멸했다.
작게 혀를 찬다.
아무래도 기폭제가 점화된 것 같다.
○
도시로 돌아오자, 거기는 작은 쿠사나리 화신 구출 때처럼 어수선했다. 가게에 진열되어 있던 물건은 널브러져 있고, 아이들은 울부짖고, 집안이 난장판이라고 한탄하는 주민에, 허리를 다쳐 일어서지 못하는 노인.
아직 현자 대행이었다면, 이것들을 처리해야 했냐고 생각하면, 진심으로 사직하길 잘했다고 자신의 과거 행적을 얼굴에 철판 깔고 칭찬한다.
"아, 알하이탐 씨!"
"여, 너는 무사했구나"
우선은 집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려고 아카데미아 방면으로 가고 있었더니, 데히야, 두냐르자드, 그리고 평소에는 바자르에 있을 닐루가 바자르 앞에서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너희도 무사해서 다행이다. 이런 곳에서 뭐 하고 있지?"
"지진 후, 바로 아카데미아 사람이 왔거든. 가지가 부러지거나 하면 부상자가 생길지 모르니까, 만일을 대비해 바자르에서 나가달래서. 그 왜, 바자르는 신성한 나무 안에 만들어졌잖아. 그래서 위험이 없는지 확인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봉쇄한대"
"그래서 닐루의 공연을 보러 온 나와 아가씨도, 같이 바자르에서 쫓겨났다는 거지"
"데히야도 참, 그런 말투는 좋지 않아"
닐루의 설명에 옆에서 말참견한 데히야를, 두냐르자드가 타박한다.
"알아요 아가씨, 농담 좀 한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지금의 아카데미아가 괴롭힘을 위해 한 행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실제로 도시의 피해도 막심하고"
"있잖아, 아까의 지진으로 무대 세트가 무너졌어. 그래서 주바이르 씨, 굉장히 침울해져서"
최근 주바이르 극장의 수입이 상승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못 했던 무대 수리 등으로 극장의 자금은 아직 빠듯하다. 그런 상황에, 공연이 중지되어 수입이 없어지고, 지출이 더 늘게 되었다면 침울해지는 것도 당연했다.
아마 아카데미아의 지시는, 작은 쿠사나리 화신이 직접 내렸을 것이다.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주바이르 극장은 출입 금지가 될 것이다.
"닐루, 바자르에서 뭔가 이상은 없었나?"
"이상?"
"예를 들면 벽에 이상한 무늬가 있었다거나"
"뭐야? 또 이상한 일에 끼어든 거야?"
놀리는 어조의 데히야에, 알하이탐은 조금 마뜩잖은 듯했다.
"너희는 왜 내가 질문을 하면 그렇게 억측하는 거지"
"그치만 너니까"
"잠깐 데히야"
태연하게 대답하는 데히야에, 알하이젠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맞기는 하지만.
"이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 음식을 파는 셰비르메 씨가, 최근 일주일 정도 팔 물건이 금방 못쓰게 된다고 투덜거렸어"
"호오?"
"그리고 극장 사람들도 그러는데, 무대에 장식하는 꽃이라던가, 빨라도 공연이 시작되기 며칠 전에 장식하니까 시들 리 없는데, 공연이 끝날쯤에는 전부 시들기 시작해. 바자르에 심어져 있던 나무라던가도, 왜인지 기운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
"흠, 그 외에 또 있나?"
그러자, 두냐르자드가 말했다.
"저기, 나도 괜찮을까. 네가 알고 싶은 거랑 관계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상관없어"
"지진이 났을 때, 모두 자기 몸을 지키느라 필사적이었잖아. 나도 혼란스러워서 주변을 볼 여유는 별로 없었는데. 그때 벽……신성한 나무에, 무늬가 보였어"
"……어떤 무늬였지?"
"그, 기분 나빠하지 마. 무늬는 내 몸에 있었던 거랑 많이 닮았었어"
"! 아가씨, 그 말은"
"아, 하지만, 지진이 멈춘 후에 봤더니 사라져 있었으니까, 아마 내가 잘못 본 거라고 생각해"
잘못 본 게 아닐 것이다. 지진이 났을 때, 확실히 그녀가 본 장소에는 비늘무늬가 있었을 것이다. 역시 문제는 밖이 아니라 안쪽에 있었나.
그 무늬가 있던 장소를 확인하고 싶지만, 이미 규제선이 쳐져 있고 30여단이 입구에 서 있다. 현재의 서기관의 신분으로는,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나히다가 말 한마디 해주면 못 들어갈 것도 아니지만, 이 상황에서 그건 좋지 않다.
생각에 잠긴 알하이탐에, 두냐르자드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 이건 그다지 네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네"
"아니, 충분해"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래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나도, 라고 말하고 싶은데"
말을 머뭇거리는 닐루.
"또 있어?"
"응, 아까 꽃이라던가 금방 시드는 것 같다는 이야기에서 이어지는데. 왜, 두냐르자드랑 데히야도 봤잖아"
"아아, 그건가, 확실히 그건 이상이었지"
닐루의 이야기를 이어받듯이, 데히야가 어쩐지 기분이 나쁜 듯 입을 열었다.
"우리가 바자르에서 제일 마지막에 나왔어. 문이 닫히기 직전, 안을 힐끔 엿봤는데, 바자르에 자라있던 식물이 모두 시들고 있었다니까"
"……과연"
그렇게 되면, 쓸데없이 알하이탐이 안에 들어갈 수도 없으려나. 아직 내부에 들어가도 안전하다고 확인할 수 있는 판단재료가 없다. 여기서 억지로 안을 보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건 간에, 내부의 상황은 확인해야 한다. 다른 플랜을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대답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려나"
"고마워, 참고가 됐어"
"됐어. 그보다 너는, 빨리 돌아가서 쉬라고. 뭐 그런 큰 지진이 났었으니까. 네 집도 큰일이 나 있을지도 모르지만"
"……?"
즉각 이해하지 못한 알하이탐에게, 데히야가 이런이런 하고 어깨를 으쓱인다.
"안색, 마치 시체가 걷고 있는 것 같아"
"……검토하지"
그건 이나즈마에서 사용되는 상투적 표현과 같은 의미였다.
○
뜻밖의 수확에 시간을 빼앗기면서 귀가하자, 카베가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울컥한 얼굴로 마중 나온 카베였지만, 알하이탐의 모습을 인식하자마자 흠칫 놀란 것으로 바뀌었다.
"왜 그래, 안색 심한데. 최근은 계속 안색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의 너는 마치 유령에게 생기를 빨린 사람 같아"
"좀 더 나은 비유는 없는 건가"
"이 이상 없을 비유잖아. 설마, 아까의 지진으로 어딘가 다치기라도 했어?"
"문제없어. 아까의 흔들림에 조금 취한 것뿐이야"
이마로 뻗은 손을 부드럽게 쳐낸다. 카베의 눈동자가 한순간 상처받은 것처럼 흔들린다. 하지만, 그것을 순식간에 집어넣고, 다시 바람 슬라임처럼 부풀었다.
"아아 그러냐, 정말이지 이쪽은 네가 대량으로 방치하던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는데. 지금까지 어디 가 있었어? 오늘 아카데미아에 가봤더니, 요 며칠 너는 직장에 오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일은 하고 있어"
"서기관의 직무로 어떻게 하면 출근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건데. 너, 이번엔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야"
어쩐지 머리까지 아파지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 녀석도 저 녀석도 알하이탐을 의심하는 건지. 어떤 의미로 신뢰받고 있다고 해야 할까. 전혀 기쁘지 않은 신뢰다.
한숨을 쉰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탓인지, 생각보다 심각해 보이는 것이 나왔다.
"……달라, 나는 이런 싸움을 하고 싶은 게 아니야. 아니, 물론 너를 추궁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러자 말이 지나쳤다고 생각한 건지, 겸연쩍은 듯이 카베가 부랴부랴 정리를 재개한다. 알하이탐도, 느린 동작으로 정리에 가담한다. 그 모습에 카베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듯했지만, 말을 삼키고 정리에 몰두한다.
잠시간 두 사람은 말없이 방 정리를 했다.
"……그, 알하이탐"
"왜?"
"이번 지진, 원인은 뭐라고 생각해?"
"그건 지맥을 연구하는 학자가 해명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알아. 근데, 큰 지진의 원인은, 마신이 쓰러졌다거나, 그들이 대륙을 뒤흔들 기술을 사용했다거나, 그런 인간의 인지를 넘은 힘에 의한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어. 즉, 마신전쟁 이후에는 큰 지진은 일어나지 않았어. 마신전쟁 이후에도 지진은 종종 있었지만, 그것도 지맥 이상 등으로 규모는 극히 작은 거야. 그런 식으로 땅을 뒤흔드는 것 같은 큰 지진, 도저히 그냥 지맥 이상으로 정리될 이야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알하이탐은 작업의 손을 멈추고, 사고를 거듭한다.
티바트 대륙에 있어서, 지진이란 드문 것이다. 하물며 사람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지진이라니, 천변지이의 전조라고 퍼트리는 사람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 바위 신이 바위 창을 던졌을 때는, 지면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까지 났다고 한다. 다행히 이번엔 거기까지의 흔들림은 아니었지만. 도시의 인적 피해도 소규모로 수습될 것 같다. 그래도 사람들이 동요하기에는 충분한 흔들림이었다. 아무튼, 책장이 쓰러질 정도다.
거기까지 고찰한 알하이탐은, 불쑥 동거인을 응시했다.
"그래서, 만약 이게 통상의 지진과 다른 원인이었다 치고,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일개 건축 디자이너에 불과한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
알하이탐에게 있고, 카베에게 없는 것. 그건 정보다. 알하이탐은, 지진의 원인에 짚이는 것이 있다. 십중팔구, 지진은 신성한 나무에 의한 것이다.
신성한 나무의 뿌리는 깊다. 깊고 넓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범위는 아카데미아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기폭제는 점화되었다. 그 충격은 굉장했을 것이다. 신성한 나무는 버티지 못하고 흔들렸다. 그리고, 뿌리는 곳곳에 퍼진 지맥으로 전파되어, 광범위한 지진으로 사람들을 덮쳤다.
인간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다.
"알아. 하지만, 그게 만약 전조에 지나지 않는 거라면?"
"네 언동은 어디까지나 가정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아. 그저 공포를 부추길 뿐이지"
그것을, 이 남자는 모른다.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리도 없다.
"카베, 너는 대체 뭐가 불안해?"
"……몰라. 그저 아까의 지진, 아무래도 묘한 감각이 들었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지면이 흔들리고 있다기보다, 우리 도시를 이루고 있는 축이 어긋난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어"
이해할 리도 없다――――그랬을 텐데.
"……왜, 그렇게 느꼈어?"
"정말 감각적인 거야. 예전에 건축 현장에서 지진이 났던 적이 있는데, 그때랑 왠지 모르게 흔들리는 법이 다르다고 할까. 갑자기 공중에 내던져진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아무튼 왠지 이전에 겪었던 거랑 달랐어"
그가 눈치챈 이유는 몇 가지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그가 건축가라는 것. 건축 현장은 우림에 사막에, 심지어 외국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이른다. 경험 풍부한 그의 지식이, 무의식적으로 위화감을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그의 위험 감지 능력이 작용했기 때문에. 성격 탓에 발동이 늦어지지만, 그의 험한 곳에 대한 후각은 진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쯤, 이렇게 오체 만족으로 알하이탐 앞에 서 있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능성이 낮은 세 번째. 알하이탐과 있었던 것.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이라는 점에서, 그는 알하이탐과 가장 먼 곳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베는 알하이탐과 가장 가까운 관계이기도 하다. 그건 이른바, 마음의 거리라고 불리는 것으로.
……마음을 지나치게 준 것이다.
이런 건 억지다.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알하이탐은, 그를 이 건에 관여시키고 싶지 않았다. 풀의 신 구출 때 사막에 있던 그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이유로. 전부 그가 모르는 곳에서 해결하고 싶은 것이다.
"카베"
알하이탐은,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를 불렀다.
"이 집에서 나가"
카베의 눈이 크게 뜨였다.
"뭐, 뭐야, 또 평소의 위협이야?"
"아니, 진심이야"
그것은 매우 당혹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연하다. 너무나 맥락이 없다. 그러나, 알하이탐은 그에게 깊이 생각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
"뭔데 갑자기, 이유를 설명해"
"네가 아까 말했잖아. 아까의 지진이 전조였다면, 땅에서 멀어질수록 흔들림은 커져. 만약 네가 말한 대로, 더욱 강한 흔들림이 온다면 이 집은 어떻게 되지? 이 집은 내진이 잘 되어 있지 않아. 빨리 대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일반적인 집보다 훌륭하긴 하지만, 흔들리게 되면. 하지만 그건, 수메르의 대부분의 건물이 그렇잖아. 아카데미아는 차치하고, 어디든 침수나 비바람의 대책을 우선으로 설계되어 있어. 그건 아래든 위든 관계없어. 강한 지진이 오면 순식간에 무너져. 네 이론으로 따지면 모두 집에서 나가야 하는 게 된다고"
"그럼 도시를 떠나면 돼"
"하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녀석이라고 하듯이, 카베는 좀 깨는데요라는 듯 몸을 뒤로 물렸다.
"너, 하는 말이 엉망진창이야!"
"그런가, 어쨌든 나가"
"에, 잠깐, 어이, 알하이탐!"
소파 위에 놓여 있던 메흐락을 떠넘기고, 현관으로 끌고 간다. 카베도 저항을 보이지만, 진심이 아니다. 그 이유는 쉽게 상상이 된다.
자신의 컨디션을 이용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다.
"이봐, 진짜 왜 그러는데, 너 여러 가지 이상해"
"그런가"
"그런가가 아니야. 제대로 대화하자"
"이런 때 의논을 하고 싶다니, 너는 아주 태평하네"
"뭐……아니 기다려 기다려, 이건 이 녀석의 상투 수단. 왓, 야 밀지 마!"
"그런가"
"진짜 대화할 생각 없잖아!"
천천히 그러나 착실히 진행되던 공방은, 알하이탐의 우세로 진행된다. 퍼뜩 카페가 뭔가를 깨달았다.
"혹시, 그거 때문이야? 내가 너한테――"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시치미를 딱 떼자, 카베의 힘이 아주 조금 느슨해진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알하이탐은 그를 집에서 내쫓았다.
"아, 젠장, 웃기지 마! 야, 문 열어, 알하이탐!"
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한동안 계속되지만, 이윽고 포기한 듯 카베의 기척이 멀어져 간다.
알하이탐은 무거운 발을 질질 끌어, 거의 쓰러지는 형태로 소파에 누웠다. 후우, 하고 긴 숨을 내뱉는다. 몸을 웅크리고, 아픔이 늘어난 몸을 억누른다.
손바닥을 얼굴 앞으로 가져간다. 아직 그의 체온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심한 짓을 했다. 지금도, 얼마 전에도, 옛날 두 사람이 갈라섰을 때도. 알하이탐은 그를 말로 상처입혔다.
그러나, 알하이탐은 이성적이어야 한다. 이걸로 정나미가 떨어진다면 그걸로 좋다. 이 마음은, 알하이젠만이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조금 쉬자.
일어나면 다시 바빠진다. 그러니까 지금만은, 끝의 여운에 젖어있고 싶었다.
막간 과거
할머니를 잃고 나서, 그만둔 아카데미아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지만, 역시 수업은 따분하고 가치 있는 것은 극소수였다. 그러나, 그것은 알하이탐이 그들보다 총명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총명했기 때문에, 그는 천재의 수업보다 앞서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예전에는 자신의 미숙함 때문에 깨닫지 못했던 것을, 정신적으로 성숙한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참으로 한심하게도, 알하이탐은 초조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잃어버린 기억, 너무 지나간 시간, 그 사이에 얻을 수 있었을 대량의 지식. 약화된 몸. 모든 것을 되찾으려면 대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초조함으로 본래의 자신을 잃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어 주었을 신이 틀어박혀 있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었을 것이다. 꿈을 통해서 접촉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5백 년 전에 약화되었다는 말을 듣고 생각을 고쳤다. 만약 그녀도 알하이탐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권속에 대해 잊고 있다면, 알하이탐이라는 존재는 흔들리고 만다. 그의 정신에 영향이 미치는지는 차치하고, 정의가 흔들리고 만다. 알하이탐은, 그녀의 은총으로 사람의 형태를 얻었다. 그녀의 인식이 없다면, 알하이탐은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방법을 잃고 만다. 그건 매우 최악의 전개였다.
현재의 양친에게 주워져, 할머니 밑에서 자라온 세월을 거쳐, 알하이탐의 정신은 차분함을 보였다. 객관적으로 사물을 부감하고,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힘을 떠올리고, 그 힘을 아카데미아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최근 잃은 할머니의 가르침 대로, 아카데미아에서 조심스럽게,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학술에 힘쓰고 있었다.
유일한 가족을 잃은 것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것에 주력할 필요도 없어졌다. 알하이탐의 총명함을 가지고 한다면, 졸업 같은 건 최단으로 클리어 할 수 있다.
매우 값어치 있는 인생이다. 하지만, 왜인지 가슴에 뚫린 구멍은 메워지지 않는다. 알하이탐이 알하이탐이 되기 전에는 없었던 것이다. 이 구멍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무렵에는 더욱 비대해졌고, 찬 바람이 늘 통하는 것 같았다. 그 이유를 알하이탐은 모른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인체의 구조를 공부해도, 실제로 몸을 관찰해봐도 구멍의 정체는 파악할 수 없었다.
알하이탐은, 여기에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그것은, 자신이 잠들기 전에 힘을 지나치게 써서 결여가 생겨버린 것이 아닌가. 그때 알하이탐은, 상당한 힘을 썼다. 그러니까 매우 긴, 긴 시간 잠들게 되었던 것이다.
사람의 몸을 취할 정도까지 회복했다 해도, 잃은 힘은 시간과 함께 돌아오지 않는다. 결여는 퍼져가기만 한다. 어쩌면, 알하이탐에게 남겨진 시간은 인간의 수명보다 적을지도 모른다.
역시 한번, 풀의 신을 만나러 가야 할까. 시간으로 쳐도 아직 여유는 있을 것이고, 빨리 아카데미아를 졸업해서 정선궁에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권한을 가진 지위를 얻어야 하나. 본래 권력을 가진 지위는 좋아하지 않지만, 풀의 신을 만나면 그 후엔 적당한 이유로 물러나면 된다.
대현자도 창백해질 미래설계를 생각하면서, 오늘도 지혜의 전당에서 흥미 있는 서적을 읽고 있었다. 근처에서는 같은 학파의 인간이 의론을 펼치고 있다. 그들에게 섞일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치졸하고 평범하고 가치를 찾지 못하는 자리에, 왜 참가해야 하는가.
그런 그를, 주위 사람들은 멀찍이서 바라본다. 그 안에서, 한 명의 인간이 망설임 없이 다가와서――.
"너, 아까부터 그들의 의론에도 섞이지 않고 혼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뭔가 트러블이라도 있어? 나로 좋다면 힘이 될게"
알하이탐은 그 남자가 기억에 있었다. 왜냐면 그는, 아카데미아에서도 유명했기 때문이다. 몰락한 학파에 나타난 혜성. 그리고, 학자로서는 드물게 배려심을 가진 인간.
학자라는 것은, 많든 적든 자신에 대한 이익을 계산해서 행동한다. 그러나, 알하이탐이 언뜻 들은 이 남자의 정보는, 그것들과는 다른 것이었다.
아마 알하이탐이 문제를 일으켜 고립되어 있다고라도 생각하고 말을 걸었을 것이다. 무시해도 이런 부류의 남자는 물러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알하이탐은 책에서 고개를 들었다.
"트러블 범벅이 되어 있는 건 너잖아"
"뭣,"
그 후의 대화는, 특필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그 남자, 카베는, 외형도 알맹이도 시끄러웠다. 그 표정은 알하이탐의 한 마디에 데굴데굴 바뀌고, 세 걸음 앞서가는 알하이탐의 대화에도 아무렇지 않게 따라왔다.
여기까지 막힘없이 진행되는 대화는 신선하다. 여태까지 자신과 같은 씨름판에 서서 논의할 수 있었던 자는, 풀의 신밖에 없었다.
아카데미아에서 으뜸가는 천재로 이름난 두 사람의 의론은, 매우 뜨거웠다. 마치 세계에서 잘려 나간 것처럼, 눈치채면 알하이탐은 그와의 대화에 몰두하고 있었다.
"아직 너에겐 몇 가지 충고하고 싶은 게 있지만, 공교롭게도 이다음에 수업이 있거든. 미안하지만 이만 실례할게"
일단 구분이 지어진 곳에서, 카베가 불만스럽게 끝을 고했다. 알하이탐은, 어느샌가 덮고 있던 읽다 만 책을 펼쳤다.
"나는 항상 여기에 있어. 의론하고 싶다면 다시 오도록 해"
"후배가 선배를 오라 가라 하다니 말이 되냐. 뭐 됐어, 또 보자, 알하이탐"
씩씩하게 떠나는 그의 기척을 등 너머로 배웅한다. 겨우 돌아온 고요함 속에서, 문자를 쫓는다.
"……?"
하지만, 그것도 틈을 두지 않고 멈췄다. 가슴에 손을 댄다.
구멍이 사라져 있었다.
그 구멍의 이유를, 알하이탐은 현재에 와서도 아직 해명하지 못했다.
제2막
"그다음에 그 녀석 뭐라고 말했다고 생각해? 이 집에서 나가, 랜다! 갑자기라고, 갑자기! 아무 전조도 없이! 이유도 엉망진창이고!"
"그건, 뭐라고 할까, 재난이었네"
"진짜로. 이번만은 사과해도 용서해주지 않을 테니까"
"그가 너한테 사과한 적 있었던가?"
"없어!"
카베는 맥주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것을 타이나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지켜본다.
"그래서, 집에서 쫓겨난 너는 다양한 사람을 돕고, 어떤 가족의 호의로 집에 묵게 되었다고"
"그래. 하아, 그 집에는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지 않으면"
지진 뒤다. 도움을 구하는 사람은 많이 있다. 알하이탐에게 집에서 쫓겨난 카베는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지만, 그 성품으로 눈에 띈 사람들을 도와갔다. 그 과정에서 집에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을――약간의 거짓말을 섞어가며――말하다, 불쌍히 여긴 한 부부의 집에 하루만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그다음 날, 많은 사람의 노고에 힘입어 완전히 평소의 상태로 돌아온 도시를 정처 없이 헤매다가, 간다르바 성곽에서 나온 타이나리와 딱 마주친 것이다. 마침 점심때라는 것으로, 그대로 두 사람은 람바드 술집으로 들어간 것이다. 참고로, 둘 다 맥주잔의 내용물은 주스다.
잔을 비운 카베는, 머리를 끌어안고 책상에 엎드렸다.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어째서 나는 그런 녀석을 좋아하는 거야? 세상에는 더 나은 인간이 많이 있잖아"
셀 수 없을 정도로 들은 문구에, 이번에야말로 타이나리의 표정에 기막힘이 섞인다.
"그렇게 고민할 거라면, 차라리 고백하면? 차이면 결심도 서겠지"
"부탁이니까, 차이는 전제로 이야기하는 건 그만둬 줘"
그렇게는 말하지만, 그가 카베를 찰 확률은 반반 정도다. 자신의 내면을 이성이라는 단단한 갑옷으로 덮어 숨기고 있는 남자, 이름은 알하이탐. 그의 재능은 아카데미아에 있는 어떤 천재보다 뛰어나다. 사람과의 교류도 필요 최저한으로 끝내려 하고, 그와 사귈 수 있는 인간은 티바트 대륙 전토를 찾아도 극소수일 것이다.
하지만, 적잖이 카베에 대해서는 특별시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 남자가 타인과 함께 산다니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게 어떤 감정에서 유래한 것인가. 당사자 외에 알 자는 없다.
타이나리가 하고 싶은 말은, 카베도 이해하고 있다. 카베도, 여러 번이나 그가 자신을 집에 살게 한 이유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낯가죽이 두꺼운 것에도 정도가 있다.
"게다가, 고백이라면 이미 했어"
"……하?"
느릿느릿 고개를 들면, 진심으로 놀랐습니다 라는 타이나리의 눈과 마주쳤다. 그래, 이것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어떻게 발산하면 좋을지 알 수 없는 감정의 행방을.
"나는 너를 좋아한다고. 스스로도 조금 더 말해야 했다고 생각해.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행이었을지도. 아무리 그 녀석이라도, 내가 진심이라고 눈치챘을 거야. 그래서, 내 고백에, 그 녀석은 뭐라고 대답했을 것 같아?"
"에에―, 으―음, 정처 없이 떠돌던 상태에서 벗어난 해방감과 연애 감정을 혼동하고 있는 거 아니냐, 라던가?"
타이나리는 자신 없이 대답했다. 카베는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으로 책상을 때렸다.
"또 흠뻑 젖을 정도로 술을 마신 건가, 랜다! 그 사람 다음에 『숙취로 고생하는 건 너다. 뭐, 나와는 관계없지만』이라며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고. 참고로 그날의 나는 술을 한 방울도 안 마셨고, 그건 그 녀석도 파악하고 있었어. 즉, 그 녀석은 용기를 낸 내 고백을 없었던 일로 만든 거야!"
고백의 대답치고는 너무나도 부적절한 대사에 타이나리는 말문이 막혔다. 뭐 그렇게 되겠지, 하고 카베는 마스터에게 새로운 주스를 주문한다.
카베도 그 대답을 들었을 때는, 10분 정도 그 장소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왜냐면 그는, 카베의 이번 생 최대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랑의 고백을 술 탓으로 돌린 것이다. 이렇게까지 굴욕스럽고 부끄러운 일이 있을까?
"……음, 미안, 머리가 좀 아프기 시작했어"
"알아. 나도 그랬어"
"분명 알하이탐도 혼란스러웠겠지. 나중에 대답 들었지?"
"흐흥, 고백한 건 밤이었는데, 방에 돌아간 그 녀석은 그대로 잤어. 그리고 다음 날, 그 녀석은 나한테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해왔어"
"그리고?"
"끝이야"
타이나리는 머리를 끌어안았다. 안다. 카베도 그랬다.
"왜 알하이탐을 좋아하는 거야?"
"그걸 알았다면 이렇게 고민 안 해"
왜 그런 최악의 자식을 좋아하게 된 걸까. 이 세상은 참 신기하다.
눈치챘을 땐 이미 좋아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건 자연스럽게 툭 떨어져 왔다. 그저, 우연한 순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그것뿐.
이 남자와라면 연구도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바보처럼 믿고 있었다. 갈라섰을 때는 실연의 눈물에 빠졌다. 그리고 사랑을 할 여유도 없이, 오로지 의뢰를 해결하고 최고의 예술이란 무엇인지 자문자답하고.
그리고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 녀석이 나타났다. 끝냈을 사랑이, 다시 한번 싹트고 만 것이다.
이런 거짓말 같은 일 믿을 수 있어? 저속한 소설도 맨발로 도망치겠다.
"……좋아, 이 이야기는 이제 그만두자"
"찬성이야"
부활한 타이나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기분을 전환하듯 접시를 겹쳤다. 카베도 그 이상은 늪에 빠질 것 같아, 그를 따라 접시를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타이나리, 오늘은 왜 수메르 성에? 비마르스탄을 도우러?"
"아니, 이번엔 다른 건이야"
항상 일손이 부족한 비마르스탄은, 어제의 일로 절찬 밤새워 일하고 있을 것이다, 타이나리는 우수한 정론파의 졸업생이므로, 때때로 도우미로 불리는 일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거냐고 묻자, 타이나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사실은, 어떤 프로젝트에 협력하게 되었거든. 아까까지 바자르에 가 있었어"
"바자르? 거기는 아직 출입 금지잖아"
"자세한 사항은 말할 수 없지만, 프로젝트와 관계가 있거든. 그 건으로 알……알하이탐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그것도 있어서 카베에게 말을 걸었는데"
무거운 침묵이 떨어진다. 왜 화제를 바꿨는데 그 남자의 이름이 나오지? 좀 더 존재감을 억누를 수 없는 거냐.
"아 그래! 비마르스탄 근처에서 닐루를 만났어"
"닐루? 아, 아아, 학원제에서 심사위원을 했던 아이구나. 그러고 보니 그녀, 주바이르 극장의 무용수였던가. 바자르가 폐쇄되어 있다면, 당분간 공연은 중지겠지"
"그거 말인데, 쿠사나리 화신님의 주선으로, 비마르스탄 근처에서 간이적인 무대를 준비해주기로 했어. 환자 중에는, 오랜 요양 생활로 마음이 우울한 사람들도 많으니까, 그녀들의 공연으로 기운이 난다면 좋은 일이야"
"헤에, 그건 나도 꼭 보러 가고 싶네"
"그녀의 친구들도 돕고 있는 것 같아. 간이적이라고는 해도, 제대로 된 무대가 갖추어질 것 같아"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그래, 이런 밝은 화제를 원했던 것이다.
"카베, 여기 있었구나"
"사이노!"
두 사람이 앉은 자리에, 익숙한 목소리가 걸린다. 뒤를 돌아보자, 사이노가 서 있었다.
"타이나리, 너도 여기에 와 있었구나"
"응, 일로 조금"
"너도 점심 먹으려고? 모처럼이니 함께 어때"
"아니, 사양해둘게. 지금은 일하는 중이야. 카베, 널 찾고 있었어"
"대풍기관님이 나를? 기다려, 난 짚이는 게 없는데"
그가 일로 찾아온다는 건, 죄인에 관한 것밖에 없다. 카베는 침을 꿀꺽 삼키고, 최근의 일을 돌아보았다. 혹시, 나는 또 무슨 범죄에 휘말린 건가?
"너를 잡으러 온 게 아니야. 카베, 알하이탐 못 봤어?"
카베는 엄청나게 기력을 잃었다. 아니, 아직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해도 카베는 그 남자를 잊을 수 없는 것 같다.
"몰라. 애초에 나는 어제 그 녀석 집에서 쫓겨난 참이야. 어디 있냐고 물어봐도 대답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쫓겨났다고. 과연, 어쩐지"
내던지듯이 대답하자, 사이노는 뭔가 궁리하기 시작했다.
"알하이탐이 대풍기관의 신세를 진다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렵지만, 그건 네가 나서야 할 만큼 중요한 안건이야?"
"……여기는 사람들 눈이 많아. 장소를 이동하자"
타이나리가 농담하듯 물었다. 그러자, 사이노는 주변을 빙글 둘러보고, 두 사람을 가게 밖으로 유도했다. 더욱더 예삿일이 아닌 듯한 분위기에, 두 사람은 나란히 얼굴을 마주했다.
○
"여기면 되겠지"
가게에서 나온 세 사람은, 인기척 없는 뒷골목에서 멈췄다.
"정말 대체 왜 그래. 이렇게 사람들 눈을 피하는 짓까지 하다니"
"지금, 도시에 어떤 소문이 돌고 있는 건 알아?"
"소문? 뭐 몇 개 있지만, 네가 나설 만한 건 모르겠는데"
"나도, 이렇다 할 정도로 짚이는 건 없어"
직업 관계상 자주 외출하지만, 최근 나도는 소문 중에 사이노가 나설 만한 것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시에서 떨어져 살고 있는 타이나리의 경우는, 더 그럴 것이다.
"지진이 일어난 건 신성한 나무가 쓰러지려고 해서 그렇대"
"뭣, 에에?"
"아카데미아의 서기관은, 무언가 신성한 나무에 농간을 부려, 수메르를 위협하려 하고 있다더라"
"하아~~!?"
"쉿, 목소리가 커"
너무나도 논리가 부족한 소문――소문이니 당연하지만――에, 카베는 놀람 이상으로 부글부글 분노가 솟아올랐다.
"그런 바보 같은 소문, 어디서 나온 거야! 품성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신성한 나무가 쓰러진다고? 대체 이 나무가 몇천 년 솟아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불성실한 태도에도 정도가 있지. 게다가, 그걸 알하이탐이 꾸몄다고? 핫, 바보 같아. 수메르를 구한 영웅이 왜 그런 짓을 하는데"
"아아, 나도 동감이야. 다만, 지진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그 녀석이 신성한 나무 주위에서 뭔가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는 목격정보가 나왔어. 그러니까 직접 물어보려고, 이렇게 내가 나섰다는 거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도시 어디에도 그 녀석이 안 보여. 집에도 가봤는데, 정리도 대부분 어중간한 상태로 집에서 나간 흔적이 있었어. 즉, 녀석은 정리도 도중인 채 바로 집에서 나갔다는 거야. 평온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녀석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 안 해?"
"……확실히, 그 녀석이 나를 집에서 쫓아낼 때까지 같이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다음에는. 하지만 그 녀석 안색이 나빴거든. 그 후 바로 쉰 건가? 그렇다면 일어나서 정리하겠지"
홀로 사고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카베. 그 모습에 사이노는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너희라면 알하이탐이 있는 곳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니었나 보네"
"――미안해. 뭐, 그 녀석과 살던 때에도, 서로 어디에 가는지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으니까, 집에서 쫓겨나지 않았더라도 알려주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아니, 괜찮아. 애초에 내가 알하이탐에게 물어보려 했던 것도, 소문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지진 직후에 이 소문이 퍼지기 시작해서야"
"무슨 소리야?"
불온한 소문이 돌면 풍기관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소문의 내용이 아니라 퍼진 시기가 관계되어 있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마 전의 지진은 지맥의 비정상적인 활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 왜인지 갑자기 신성한 나무라는 터무니없는 게 나와. 게다가, 이름난 전문가나 현자도 아니고 서기관이 그걸 꾸몄다니,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그건, 알하이탐은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을 구출한 실적이 있고, 그 녀석의 제멋대로인 행동으로 빈축을 사는 일도 자주 있었어. 그런 녀석들이 이때라는 듯 흘린 소문 아냐?"
"그렇다 쳐도, 너도 아까 말한 것처럼, 왜 수메르를 구한 영웅 중 한 사람이 이번엔 수메르를 해하는 짓을 하겠어. 비록 녀석이 신성한 나무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 해도, 마치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은 움직임은 뭔데. 그 이유를, 나는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
카베는, 알하이탐이 요 며칠 아카데미아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을 말할까 망설였다. 하지만, 그 정도의 일은 이미 조사되었을 것이다. 사이노가 알하이탐을 찾는 것도, 사전에 알하이탐의 행동을 조사한 것에 의한 판단일 것이다. 그것들을 근거로 알하이탐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결심한 거라면, 카베는 그의 판단에 따라야 하고, 의심할 여지는 없다.
게다가, 이야기를 듣자 더욱더 그제 그의 언동의 불가해함이 두드러진다. 물론 그때의 그의 언동은 열 받지만, 그 이상으로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웠다. 갑자기 카베를 집에서 내쫓은 것도 그렇지만, 상태가 나쁘면 바로 일을 쉬고 자려는 녀석이다. 무리하는 일은, 어――――떻게 해도, 이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 라는 때밖에 안 할 법한 남자가, 그런 죽은 것 같은 얼굴로 돌아다닌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할 것이다.
"타이나리, 너는 알하이탐 못 봤었어?"
사이노는, 타이나리에게로 질문의 화살을 돌렸다. 그는 사이노가 소문의 이야기를 시작한 이후,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무언가 계속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알하이탐이 어디에 있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실은 나도 그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
"에―, 타이나리도?"
카베는 한심한 얼굴로 타이나리 쪽을 바라봤다. 이미 여러 가지로 마음이 꽉 찼는데.
"먼저 말해두는데, 지금부터 말하는 내용은 아무쪼록 절대 남들에게 말하지 말아줘"
"아아, 약속할게"
"잠깐만 기다려봐, 사이노는 어쨌든 나도 들어도 되는 내용이야?"
다짐하게 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소리다. 대풍기관이라면 안심이지만, 카베는 그냥 건축 디자이너다.
"뭐, 너라면 무턱대고 말을 퍼뜨리지 않겠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타이나리. 신뢰해주는 건 기쁘지만, 그걸로 좋은 건가.
"내가 도시에 온 건, 아카데미아에서 급하게 발족된 프로젝트팀에 참가하기 위해서야. 그 프로젝트가, 신성한 나무를 침범하고 있는 병의 해명과 치료 방법을 찾는 것"
충격적인 사실이 타이나리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카베는 말을 잃었다.
"신성한 나무가 지진의 원인이라는 소문, 그건 사실이야. 신성한 나무의 뿌리는 크고 길게 땅속에 퍼져 있어. 지금 이 나무는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열심히 버티고 있어. 그 분발이, 땅을 흔들고 지맥에 닿아 광범위하게 퍼진 거겠지"
"……거짓말이지?"
"유감이지만, 전부 사실이야"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이야기를 농담으로 할 법한 남자가 아니다. 게다가, 이 이야기가 진실이라면, 카베가 그때 느낀 위화감은 맞았다는 것이 된다. 그 갑자기 내던져진 듯한 감각은, 도시의 가장 중요한 요점을 잃을 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나무는 언제 쓰러지는데?"
"몰라. 이 프로젝트를 발족한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은, 얼마 전의 흔들림은 1단계에 불과하다고 하셨어. 그리고, 다음 흔들림은 더 큰 것이 될 거라고도. 그것을 버틸 수 있을지는 신성한 나무에게 달렸다고. 물론, 그 전에 어떻게든 신성한 나무를 치료할 생각이지만"
"주민들 대피는 안 시켜?"
혼란스러운 모습의 카베와 달리, 사이노는 냉정하게 주민들을 걱정한다.
"아직 그제의 혼란이 사라진 게 아니니까. 안 그래도 그만큼 큰 지진이었어. 원인은 신성한 나무가 쓰러지려고 하니까, 라고 말해도 쓸데없이 혼란을 일으킬 뿐이야. 조금 더 진정되면 주민들의 대피를 개시한대"
"이게 무슨 일이야. 신성한 나무가 쓰러진다고? 어째서 그렇게 갑자기, 여기서 봐도 어디도 병에 걸렸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그것도 포함한 조사야"
밖에서 본 신성한 나무는 건강 그 자체다. 도저히 병에 걸렸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주민들은 자신들의 피해를 걱정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확실히 신성한 나무는 병에 걸려 있어. 그것도 내부에 깊게. 바자르가 지금 폐쇄됐잖아. 아까 가봤어. 그랬더니, 거기에 자라던 식물이 전부 시들어 있었어. 게다가, 벽에는 곳곳에 비늘 같은 무늬가 떠올라 있었지. 마치 비늘병처럼"
"신성한 나무는 비늘병에 걸렸다는 거야? 있을 수 없어. 세계수는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이 치료했어. 게다가, 그건 인간이 걸리는 병이야"
사이노의 반론에, 타이나리도 긍정을 표한다.
"그래, 확실히 있을 수 없어. 하지만, 아주 많이 닮았어. 닐루에게도 물어봤는데, 그녀의 친구는 그거랑 비슷한 걸 지진이 났던 날에 봤대. 그게 신성한 나무를 좀먹고 있는 건, 틀림없다고 생각해"
"……왠지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어. 정말 이거 내가 들어도 괜찮았던 거야?"
나중에서야 알았다 해도, 마찬가지로 머리를 끌어안았겠지만. 그건 그거다. 거기서, 문뜩 깨달았다.
"즉, 소문을 흘린 건 그 프로젝트팀의 누군가라는 거야?"
"으―음, 어떠려나. 있을 수 없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고 생각해. 프로젝트의 멤버는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이 직접 선출하고 계시고, 모두 완고하거나 입이 무거운 사람밖에 없어. 아마도, 신성한 나무의 병에는 뭔가 이면이 있다고 생각해. 예를 들면, 누군가가 신성한 나무에 병원균을 집어넣었다거나"
"그게 알하이탐이라고?"
바보 같은 소릴. 자연스럽게 강해진 어조에, 타이나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어. 그저, 그가 이번 일에 관여되어 있는 건 확실하다고 생각해"
타이나리는, 지진 당일에 그가 간다르바 성곽을 방문한 일을 말했다. 그건, 어떤 각도에서 들어도 그가 신성한 나무의 건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흠……알하이탐이, 이 건에 관여하고 있는 건 틀림없는 것 같네. 하지만, 타이나리에게 했던 질문으로 볼 때, 녀석은 이 건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는 이전부터 신성한 나무의 이변에 눈치채고 있었고, 독자적으로 조사하고 있었을지도"
"그 알하이탐이 말인가. 아니, 하지만 그 녀석이라면 움직이려나. 자신의 생활권이 위협받는 걸 몹시 싫어하니까"
"흥, 그렇다면 더더욱 녀석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발생했다고 해도, 누군가의 음모라고 해도, 알하이탐이 유익한 정보를 쥐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저, 딱 하나 이해할 수 없다. 왜 알하이탐은, 카베를 쫓아냈을까. 카베에게 추궁당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알하이탐이 진심으로 숨긴다면, 카베가 파헤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성가셔졌으니까? 이제와서? 심야에 모형을 쳐서 소리 내지 말라고 핀잔을 주면서도 진심으로 쫓아내거나 하지 않는 그 녀석이?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정보제공, 고마워. 나는 계속해서 알하이탐을 쫓을게"
"천만에, 답례는 나한테도 나중에 그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알려주는 정도면 돼"
"아아. 카베는 어떻게 할 거야? 같이 갈래?"
"괜찮아?"
"아아"
주저 끝에, 카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나도 동행하도록 할게"
"타이나리, 너는 어떻게 할래?"
"도시에 있을게. 아직 조사해야 하는 것도 있고"
"그런가, 그럼 우리는 이만 갈게"
"아, 잠깐 기다려!"
이야기가 정리되고, 그럼 해산하자고 되었을 때, 타이나리는 급하게 카베와 사이노를 붙잡았다.
"왜 그래 타이나리. 아직 뭔가 있어?"
"일단 이것도 너희에게 말해둘까 해서. 실은, 신성한 나무의 병에 관해서 또 하나의 가설이 있어"
"호오"
이건 독자적으로 생각한 일이라고 전제하고, 타이나리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둘 다, 풀의 신님의 권속을 알아?"
○
잠깐 선잠을 잘 생각이었는데, 눈치채니 하루 이상 자고 있었다. 아무래도 알하이탐이 상상하고 있는 것보다, 이 몸은 소모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이 불쾌한 땀을 씻어내자고, 샤워하러 화장실로 간다. 옷을 벗고 거울을 보면, 가슴에만 있었던 멍이 등이나 옆구리, 다리 등 여러 곳에 점점이 퍼져 있었다.
그에 혀를 차고, 평소보다 2배의 시간을 들여 땀을 씻어내고, 알하이탐은 무거운 몸을 다시 소파에 가라앉혔다.
귀찮다. 나른해서 견딜 수 없다. 아픔이 강해지고 있다. 손바닥에 원소를 모으려 해보지만, 얼마 전엔 아직 빛의 입자를 머금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런 빛도 나지 않는다. 다시 혀를 찬다. 아픔을 떨치듯 심호흡을 반복한다.
여전히, 상황을 타파할 만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 현재 해야 할 일은, 어떻게든 신성한 나무의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바자르에 가는 것이지만. 거기는 아직 내부의 표층에 불과하다. 더 안쪽까지 파고들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알하이탐에겐 내부로 가기까지의 힘은 없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
자 그럼, 어떻게 할까.
사색을 하고 있자, 현관문이 두드려진다. 어차피 카베겠지 하고 무시하고 있자,
"어―이, 알하이탐, 우리야! 너를 도우러 왔어! 열어줘―!"
아이의 높은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울렸다.
아무래도 해결방안이 저쪽에서 와준 것 같다. 알하이탐은, 아픈 몸에 채찍질하여 가볍게 일어섰다. 문을 열자, 역시 거기에 있던 것을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는 여행자와 그 파트너였다.
"야, 있다면 빨리 열어!"
여행자와 빵빵해진 파트너를 집에 초대한다. 단골이 되어 버린 안색이 나쁘니 운운의 대화를 여행자들과 완료한 후, 알하이탐은 방문 이유를 물었다.
"우리, 어제 수메르에 와서 간다르바 성곽에 들렀어. 그랬더니 콜레이에게 지진에 대해서랑, 타이나리가 아카데미아 사람과 함께 성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거든. 지진이 났었으니까 콜레이가 타이나리를 걱정하고 있어. 그래서 우리가 대신 상황을 보러 온 거야. 덤으로 우리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해서 나히다를 만나러 갔더니, 너를 도와주라고 부탁받아서, 그래서, 너한테 왔다는 거지"
얼마 전의 콜레이의 모습이 뇌리를 스친다. 상당히 겁먹고 있었다. 뭐, 그런 무서운 경험을 한 것이다. 걱정도 되겠지.
"……너희는,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께 어디까지 들었지?"
"지진의 원인이 신성한 나무에 있다는 거"
"맞아맞아, 병에 걸렸다며. 그리고 신성한 나무에 대해서는 아직 도시 사람들에겐 비밀이라고"
"과연"
여행자의 대답에 페이몬이 보충을 넣는다. 병. 병인가. 그렇게 전하는 편이 알기 쉬운가. 나히다는 그들에게 최소한의 것만 전한 것 같다. 실제로 병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망설여지는 점은 있지만. 그것을 설명할지는, 알하이탐에게 맡긴다는 소리일 것이다.
"아, 근데 지진의 원인이 신성한 나무라고, 도시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
"뭐라고?"
"그리고, 신성한 나무에 네가 뭔가 한 게 아니냐고 하던 것도"
"……흠"
아무래도 알하이탐이 하루 통으로 자고 있는 사이에, 사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이건 예상 밖이다. 대체 어디에서 그런 소문이 돌았을까. 게다가, 신성한 나무에 관해서는 거짓말이 아니다.
수메르가 쓰러질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주민들에게, 이런 가설이 생긴다는 것 자체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그렇다면, 소문의 출처는――――.
"있잖아, 진짜로 그런 짓 한 거 아니지?"
불안을 짙게 보이는 페이몬이, 알하이탐에게 묻는다. 여행자도 알하이탐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우선 장소를 옮기지. 이야기는 그때부터야"
그렇게 알하이탐은, 열쇠를 한 개 가지고 집을 나섰다.
도시에서 멀어진 알하이탐들은, 중단했던 이야기를 재개했다.
"있잖아, 왜 이렇게 도시에서 떨어진 곳까지 이동한 거야?"
"그 소문이 돌고 있다면, 풍기관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 신성한 나무에 대한 건 극비사항이야. 풍기관이라고 해도 알려줄 수는 없어. 그들에게 신병이 구속되면, 나는 움직일 수 없게 돼. 그러니까 그들에게 발견되지 않게 이동한 거야"
"하, 하지만, 도시에서 네가 사라지면 더더욱 의심받는 게"
"지금 우선해야 할 것은 신성한 나무의 구출이야. 신성한 나무가 나으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돼"
"으―음, 그렇지도 모르지만"
"페이몬"
아직 무언가 말하고 싶은 페이몬을, 여행자가 나무란다. 그러자 페이몬도 마지못해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의 관계성을 잘 알 수 있는 구도다. 알하이탐은 몰래, 그들을 재미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애초에 왜 신성한 나무에 대한 걸 비밀로 하는 거야? 쓰러질지도 모르는 거고, 제대로 모두에게 알려서 주민들의 피난을 우선하는 편이 낫지 않아?"
"신성한 나무는 수메르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어. 그 나무를 기반으로 사람들은 아카데미아를 짓고, 길을 만들고, 거처로 삼았지. 그걸 잃는다면, 사람들의 공포는 얼마 전의 지진에 비할 바가 못 돼. 그렇다면, 뒤에서 피난 준비를 진행하면서 해결책을 찾는 편이 합리적이지"
"확실히, 모두 좀 당황하고 있었지. 팔 도자기가 깨져서 울고 있는 상인이라거나, 집의 물건들이 부서져서 한탄하는 사람이라거나 여기저기에서 봤고, 나히다도 굉장히 바쁜 것 같았어"
"모두 수메르를 위해 움직이고 있어"
알하이탐의 집에 가기까지의 도시의 상황을 되돌아보는 페이몬을 향해, 여행자가 입을 연다.
"응, 그렇네, 우리가 빨리 해결하면 되는 거니까"
이심전심이라는 듯, 페이몬은 여행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구분 지을 부분이 발견되었다면 그걸로 됐다.
"너희는 신성한 나무의 병에 대해서 뭔가 짚이는 건 없어?"
"으―음, 이렇다 할 만큼 짚이는 건 없네. 죽음의 땅과는 또 별개잖아?"
"아아"
"여행자는 뭔가 짚이는 거 있어?"
여행자는 옆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뭐 너희에겐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몰라도 상관없어"
"그럼 묻지 마!"
페이몬이 발을 동동 굴렀다. 위로할 생각이었는데, 역효과였던 것 같다.
"하지만, 좋은 타이밍에 와줬어. 신성한 나무 내부로 가려는데, 마침 일손이 필요하던 참이야"
"내부라니,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어!?"
페이몬이 놀라서 소리치는 옆에서, 여행자도 눈을 크게 떴다. 그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평소는 입구가 굳게 닫혀 있지만, 현재 신성한 나무의 문제는 밖이 아니라 내부야. 즉, 직접 원인을 보러 갈 필요가 있지. 그저, 지금의 신성한 나무는 매우 위험한 상태야. 그렇기에, 내부는 신성한 나무에 갖추어진 방어기능이 앞길을 막을 가능성이 있어"
"엄청 위험하잖아!"
"그러니까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진 사람의 동행이 필요해. 그러나, 이 건을 아는 자는 한정되어 있고, 학자 중에서 무술을 갈고닦은 자는 적어. 그 점에서, 네 검 솜씨는 월등히 뛰어나지. 만에 하나 전투가 벌어져도, 네 실력이라면 어렵지 않게 쓰러뜨릴 수 있겠지. 조사에 관해서도, 너희들이라면 일정한 성과를 내고 귀환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칭찬하면 부끄럽다구~"
"왜 네가 부끄러워하지"
그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아까까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여행자는 그런 파트너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응석을 지나치게 받아주는 게 아닐까.
"그리고, 내부의 조사는 너희 두 사람만이 해줬으면 해"
"응? 알하이탐은 안 가는 거야?"
"나는 사정이 있어서 지금, 원소력을 쓸 수 없어. 함께 가면, 너희의 발목을 잡게 되겠지. 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무슨 일이 있다면 서둘러 되돌아와 줘"
순간 페이몬의 표정이, 의심스러운 것으로 변했다.
"뭐―언가 수상하네. 너, 우리만 보내고, 또 너는 혼자서 멋대로 행동하려는 거 아니지?"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했잖아. 왜 너는 그렇게 내 행동을 의심하는 거야"
"평소의 행실을 돌아보라고"
정말이지, 너희는 같은 반응밖에 할 수 없는 건가. 그래서는 평범한 사람과 같잖아. 좀 더 사고력을 갈고닦는 편이 좋아. 특이 페이몬.
"그래서, 너희에게 부탁할 수 있을까"
이미 대답은 뻔하지만, 확인을 위해 묻는다.
"맡겨둬"
그러자 예상대로, 눈동자에 결의를 품은 여행자가 믿음직스럽게 가슴 앞에 손을 얹었다.
○
도시에서 더욱 멀어져, 알하이탐들의 모습은 강 변두리의 숲에 있었다.
"이쪽이야"
나무 사이를 헤치고 숲속으로 나아간다.
"정말 이쪽이 맞냐고. 전혀 길이 없잖아"
"평소엔 발견되지 않도록 숨겨져 있어. 그러니까 정비되어 있지도 않고, 누구도 다가오지 않아"
점점 안쪽으로 나아가자, 오래된 유적의 잔해가 굴러다니는 탁 트인 공간이 나왔다. 주위를 대충 둘러본 알하이탐은, 어떤 위화감을 눈치챘다. 그 정체를 찾기 위해, 어떤 장치 앞에 주저앉는다.
"왜 그러는데?"
그 모습을 눈치챈 페이몬이 다가온다. 위화감의 정체를 안 알하이탐은, 그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상해"
"뭐가?"
"장치가 기동되어 있어"
"그게 어디가 이상하단 건데?"
페이몬은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알하이탐은 그녀를 위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기로 했다.
"내부로 가는 입구는 이 앞의 호수 속에 있어. 이 장치는 호수의 수위를 낮추기 위한 장치야. 아까도 말한 대로, 여기는 평소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도록 숨겨져 있어. 하지만, 우리가 왔을 때는 이미 장치가 기동되어 있었어. 즉,"
"누군가가 먼저 왔다"
"그래"
결론을 말한 여행자에게 동의한다. 그러자, 겨우 이해한 페이몬의 표정에 초조함이 떠오른다.
"기다려봐. 그렇다는 건, 누군가가 신성한 나무 안에 들어갔다는 거야? 큰일이잖아!"
"큰일로 끝내도 되는 걸까. 보아하니, 적어도 이 앞에는 복수의 인간이 잠입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럼 빨리 확인하러 가지 않으면!"
달리기 시작한 두 사람을, 알하이탐이 뒤늦게 쫓는다. 솔직히 평상시처럼 가장하고 있는 게 고작이라, 달리는 그들을 쫓을 힘은 남아있지 않다. 뭐, 비록 따라잡았다 해도 지금의 알하이탐은 전력이 되지 않으므로, 늦는 정도가 마침 좋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에게 따라붙었을 때는, 침입자는 전원 땅에 쓰러져 있었다.
"설마 도금 여단 녀석들이었다니! 단념해!"
"젠장, 풀의 신의 신도가, 우리의 숭고한 계획을 방해하다니"
아무래도 여단의 리더는, 의식이 남아있는 것 같다. 역시, 손에 익었다. 알하이탐은, 여행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요구했다.
"그들이 신성한 나무를 병들게 한 원흉이야"
그들은 사막에 사는 도금 여단으로, 라흐만들이 유포한 적왕의 죽음의 진상을 믿지 않는 일파였다.
최근, 우림에 얌전히 틀어박혀 있던 풀의 신이 갑자기 사막에 세력을 뻗쳐왔다. 항간에 떠도는 적왕이 자신의 몸을 희생하고, 풀의 신이 모든 사태를 수습했다는 것도 그녀가 사막의 백성을 세뇌하기 위해 흘린 것임이 틀림없다. 이대로는, 사막은 풀의 신에게 지배당하고 만다.
우리는 독실한 적왕의 신도. 배반하고 적에게 붙은 야만족과는 다르다. 우리 진정한 도금 여단이, 배신한 풀의 신을 물리치고, 이 수메르를 지배하는 것이다.
――――라는 것이, 여행자들이 망을 보며 엿들은 내용이다.
"과연, 뭐 태어나서부터 믿어온 것이 거짓이었다고 들어봐야, 간단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
"핫, 우림의 백성이 우리의 숭고한 뜻을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지! 풀의 신에게 세뇌되어 가는 동료들을 숙청해온 우리의 마음을 말이야!"
"야, 그건, 동료를 죽였다는 거야!?"
증오에 물든 남자의 말에, 페이몬은 흠칫 떨었다.
"사막의 백성을 배신한 자들에게는, 당연한 벌이다"
"미, 미쳤어"
완전히 겁에 질리고 만 페이몬은, 여행자의 뒤로 숨었다.
"신성한 나무가 병에 걸렸다고 소문을 흘린 건 너희인가?"
"흥, 얼빠진 신도 놈들에게 진실을 가르쳐줬다고"
알하이탐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그들은 적왕의 열광적인 신자로, 쿠사나리 화신이 사막에서의 생활을 충실하게 만들어 가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사막의 백성들도, 서서히 그녀의 존재를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있다. 그것을 배신자라고 여긴 그들은, 풀의 신 측의 사막의 백성을 죽이고, 풀의 신의 발밑에까지 세력을 뻗치려 했다.
이런 느낌인가.
"하나가 이해가 안 가는군. 너희는 어떻게 이 장소를 알았지? 그 밖에도, 병원균의 입수경로. 왜 비늘무늬가 나타나는 건지. 여기에 도착하기까지, 너희를 안내한 자가 있었을 거야. 아마 그 인물은 아카데미아의 누군가겠지"
"그걸 말한다고 생각하냐? 어떤 고문을 받아도 우리는 입을 열지 않아"
남자는 죽을 각오를 한 눈을 하고 있었다.
"어, 어쩔 거야?"
페이몬이 조심조심 묻는다. 조금 성가신 상황이다. 다그쳐봐야, 남자는 입을 다물 것이다. 그렇다 해서 그의 협력자를 처음부터 찾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자 그럼, 어떻게 할지.
"있다 사이노!"
뒤에서 걸려온 목소리에, 알하이탐은 허를 찔렸다.
"카베! 게다가 사이노까지! 너희, 왜 여기에?"
"우리는 알하이탐을 쫓아서 여기까지 왔어. 그래서――"
사이노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본다.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야?"
페이몬은, 그렇게 된 경위를 사이노들에게 들려줬다.
"즉, 이 녀석들 전원 수메르를 위협한 중죄인이라는 건가"
그때, 기절한 여단 중 한 사람에게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우우, 젠장, 그런 꼬마한테"
"다이프!"
"보스! 무사하십니까!?"
다이프라 불린 남자는, 막 깨어난 머리로 보스의 걱정을 하고, 그를 둘러싼 낯선 자들에게 경계를 드러낸다. 그러나, 그것도 찰나의 일이었다.
"히익, 대풍기관 사이노! 죄송합니다, 죽이지 말아줘!"
사이노와 눈이 마주친 직후, 그는 이쪽이 걱정이 될 정도로 떨기 시작한 것이다.
"다이프, 너!"
죽음의 공포에 떠는 다이프에게, 보스가 분노의 시선을 준다. 사이노는, 겁에 질린 다이프에게 다가갔다.
"대답해라, 너희는 여기서 뭘 하고 있었지?"
"우, 우리는 계획의 2단계를 위해 망을 보며, 시간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어"
"계획이란 뭐지?"
"수메르 성을 없앨 계획이야. 신성한 나무를 안쪽에서 부숴서 무너뜨리면, 신성한 나무 위에서 생활하고 있는 녀석들도 전원 죽어. 증거도 남지 않으니까, 우리가 꾸몄다고 들키지 않는다고 아카데미아의 학자가"
"입 닥쳐 다이프! 그 이상 지껄였다간 그 입을 태워서 뜯어버리겠어!"
"죄송합니다 보스, 그것만은 그만둬 주세요!"
"그 녀석은 누구지?"
두 가지의 공포에 공황을 일으켜 침묵을 지키는 다이프. 사이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다이프를 노려봤다.
"발언에는 주의하도록. 지금, 네 목숨은 종이보다 가벼워"
"――가비야! 갑자기 사막에 와서, 자기는 전부터 신성한 나무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작은 쿠사나리 화신에게 복수할 방법이 있다고 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그 녀석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했어!"
"다이프!!!"
"그 녀석은 지금 어디 있지?"
"선나원에 간다고 했었어"
"그래서, 지금 신성한 나무를 좀먹고 있는 건, 대체 뭐지?"
"모, 몰라"
사이노는 말없이 다이프를 노려봤다.
"지, 진짜 몰라! 검은 돌을 넘겨주고, 그게 있으면 신성한 나무를 안쪽에서 파괴할 수 있다고 했어, 인간에겐 해롭지 않은 거니까 신중하게 다루면 괜찮다고 그 학자가"
"그건 지금 어디에 있어?"
"하나는 신성한 나무에 묻었어. 남은 두 개는,"
"작은 쿠사나리 화신의 신도로 전락한 배신자 놈! 네놈에겐 처참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반드시 전신의 피부를 벗겨 사막의 태양에 노출시켜 주지!!"
"히이이, 죄송합니다. 이제 봐줘, 죽이지 마"
보스의 서슬에 겁에 질려 엎드린 다이프는, 비참하게 울부짖으며 웅크리고 말았다. 사이노는 심문의 화살을 보스에게 돌렸다.
"남은 돌은 어디 있지?"
"……"
"빨리 입을 여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죄인에겐 용서가 없어"
"……후, 후하하, 아―핫핫핫핫핫하!!!"
최후통첩을 알리는 사이노. 그러자 보스는, 뭐가 이상한지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귀신도 맨발로 도망칠 듯한 형상이었던 남자의 갑작스러운 표변에, 페이몬과 카베는 겁을 먹고, 다른 사람들은 관망한다.
"그렇게 알고 싶다면, 보여주지!"
보스가, 품에서 천에 감싸인 물체를 꺼낸다. 그 천은 대량의 문자가 적혀 있다. 알하이탐은 그것을 본 순간, 그 문자가 봉인 주문이라고 이해한다.
"그를 붙잡아!"
거칠게 외친 알하이탐에, 사이노와 여행자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보다 빨리, 천의 내용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세계는, 절망에 휩싸였다.
○
사태가 수습될 무렵에는, 이쪽 범위 일대의 물이 모두 빠져나가 있었다. 녹색에서 갈색 일색이 된 배경을 뒤로한 여행자는, 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었다.
"모두 무사해?"
"아, 아아, 지금의 꺼림칙한 힘은 대체 뭐야? 몸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여기 일대의 식물이 전부 시들었다고"
"모르겠어. 하지만, 이걸로 증명되었네"
모두의 무사를 확인하는 여행자에게, 카베가 대답하고 조금 전의 사건에 대해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거기에 사이노가 고개를 저으며, 그러나 확신을 가진 말로 고한다. 여행자는 동감이라고 끄덕였다.
도금 여단의 보스가 꺼낸 천 안에서 나온 것은, 층암거연의 지하에서 발생하는 검은 진흙을 매우 닮았다. 그렇기에 여행자의 행동은 빨랐다. 우선 보스는 졸도시키고, 천을 빼앗는다. 그리고, 다시 검은 진흙을 닮은 돌을 천으로 감싼 것이다.
그 흐름을, 격통에 휩싸이면서 알하이탐은 보고 있었다.
"……우극"
"어이, 왜 그래 알하이탐? 아까 그거에 당했어?"
격통은 사라졌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은 아픔에 무릎을 꿇는다. 바로 그것을 눈치챈 카베가, 걱정스러운 듯 알하이탐과 시선을 맞추듯이 쭈그려 앉았다.
"안색 심하다고. 아까 그걸로 괜히 컨디션이 나빠진 게"
"이 정도, 예상 범위 안이야. 문제없어"
처음부터 악화될 것을 알고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게 다소 빨라졌을 뿐이다.
"있잖아, 일어설 수 없는 건 문제없다의 범주에 안 들어가. 어설픈 오기는 그만둬. 너답지 않아"
그것을 모르는 카베가, 눈초리를 치켜올리고 알하이탐을 질책한다.
"사이노, 미안하지만 알하이탐을 비마르스탄에"
"카베!"
사이노에게 말을 거는 카베를, 페이몬이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가로막았다.
"왜 그래 페이몬. 미안하지만, 이야기는 전부 나중에 해줄"
"아, 알하이탐의, 손"
"손?"
떨리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본 카베는, 경직되었다.
"그거 비늘병 아니야?"
페이몬이, 창백한 안색으로 말한다.
"……알하이탐"
조용한 목소리였다. 올려다보자 경직된 얼굴의 카베와 눈이 마주쳤다.
"설명해"
아아, 그러니까 싫었어. 숨을 가다듬고 일어선다. 들은 대로 팔을 관찰해보니, 팔 전체가 비늘 같은 멍으로 덮여 있었다. 상당히 진행되고 만 것 같다. 주위의 식물은 멋지게 말라 죽었으며, 피해는 신성한 나무의 입구까지 미치고 있다.
그게 알하이탐의 팔에 나타난 건가. 아니면 돌의 영향을 직접 받은 건가. 검증하고 싶지만. 자기 자신을 써서 실험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알하이탐!"
초조한 듯 이름을 불린다. 알하이탐은 도피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시선을 돌리자, 카베만이 아니다. 여행자도 페이몬도, 사이노까지 이쪽을 주목하고 있었다. 체념한 듯, 무거운 입을 연다.
"……간단한 일이야. 나도 같은 병에 걸렸다. 그것뿐이야"
"그것뿐이라니, 왜 그렇게 냉정하게 있을 수 있는 거야! 너,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소란 피운다고 병이 완치되는 것도 아니야. 지금 해야 할 것은, 그들의 계획을 저지하고 신성한 나무를 원래의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는 거지"
"그렇긴 한데, 그래도 신성한 나무를 치료해도 네 치료가 잘 된다고는 할 수 없잖아"
"신성한 나무가 나으면 모두 해결돼. 네 걱정은 기우야"
"뭐, 왜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데. 너, 아직 우리한테 뭔가 숨기고 있지"
"너하곤 관계없어"
"이 판국에 아직 그런 말을――"
카베의 말이 끊긴다. 그리고, 분한 듯 고개를 숙이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고개를 들면, 데굴데굴 변하는 표정이 거짓말처럼, 그는 모든 감정을 없앤 표정으로 알하이탐을 보고 있었다.
"이제 됐어, 맘대로 해"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고하자, 알하이탐에게서 떠났다. 그렇게 되도록 만든 것은 자신인데, 어리석게도 알하이탐의 가슴이 따끔따끔 아픈――기분이 들었다. 이미 계속 가슴 쪽이 아파서, 어떤 아픔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런 두 사람을, 페이몬과 여행자가 조마조마 지켜보고 있었다. 방관하는 태세를 취하고 있던 사이노는, 팔짱을 풀고 아직 의식이 남아있는 다이프에게 몸을 돌린다.
"2단계라고 했었지. 계획은 몇 단계까지 있지?"
"저, 전부 해서 세, 세 단계까지 있어. 처, 첫 단계는, 첫 번째 씨앗을 신성한 나무에 파묻고 상황을 보는 거야. 정기적으로 안에 들어가서 관찰하고 서서히 약해져 가는 것을 관찰해. 약해지면 반드시 수메르에 뭔가의 형태로 이변이 일어나니까, 그것을 신호로, 보스가 가지고 있던 씨앗을 다시 신성한 나무에 묻는 방법이었을 거야. 그게 2단계. 최종단계는, 마지막 씨앗을 안에 묻어. 신성한 나무는 단숨에 무너져내리고, 안에 축적되어 있던 에너지가 수메르 전역에 방출돼. 그렇게 되면, 우림의 초목은 마른 사막이 되지"
"즉, 그건 병원균이 아니라는 거군"
"가비가 말하기로는, 그 씨앗은 너희들이 말하는 병원균이 아니라. 독의 씨앗이야. 그 녀석은 용의 독이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신성한 나무 정도로 큰 나무라면, 독이 도는 것도 늦지. 그리고, 눈치챘을 때는 독을 뿌리는 장치가 되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는, 그 독을 신성한 나무에 축적시키겠다는 가비의 계획에 동참했어"
"그런 짓을 했다간, 너희의 사막도 그냥은 안 끝날 거야!"
페이몬이 창백한 얼굴로 외친다.
"사막은 이미 초목에게 버림받았어. 이제와서 어떻게 될 것도 없지"
그에 반해, 다이프의 태도는 태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식량 같은 건 어쩔 건데. 너희도 이쪽 사람들의 물자를 가로채서 생활했었잖아?"
"사막에선 약한 녀석부터 죽어가지. 강하면 자원 공급원이 끊겨도 살아갈 수 있어"
"지, 진짜 엉망진창이잖아"
"구할 수 없네"
머리가 아파 보이는 페이몬. 여행자는 다이프에게 차가운 시선을 주었다.
"그래서, 독을 뺄 방법은 있나?"
"모, 모른다고. 가비라면, 알지도 모르지만"
이걸로 신성한 나무를 괴롭히고 있던 것의 정체를 알았다. 병이 아니라 독. 나히다가 비유한 기폭제라는 것은, 그렇게 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단, 새로운 폭탄 후보로 신성한 나무가 꼽혀 버렸지만.
아직 질문은 남았지만, 그들에게 물어본들 이 이상의 수확은 없을 것이다. 사이노가 왜 알하이탐에게까지 독이 돌고 있는지 심문하고 있지만, 그가 알 리도 없다. 그것을 아는 것은, 풀의 신뿐이다.
남은 질문은, 직접 이쪽에서 가서 물어볼 수밖에 없다.
보이는 곳에까지 나타난 멍을 시야에 담는다. 만일을 대비해 붕대를 가지고 오길 잘했다. 설마 부상이 아닌 곳에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제는 신성한 나무는 독의 그릇이 되었다. 그렇다면, 알하이탐의 그릇에는 무엇이 고여 있는 걸까.
○
"나는 이 녀석들을 아카데미아까지 데리고 갈게. 너희는 어쩔 거야?"
"우리는, 나히다에게 용의 씨앗을 가지고 가려고. 그러고 보니, 사이노와 카베는 왜 알하이탐을 쫓아온 거야?"
"그 녀석이 지진을 일으켰다는 소문이 퍼졌으니까, 직전 확인하러 왔어. 덤으로, 나를 집에서 쫓아낸 이유를 물어보려고. 뭐, 적어도 소문이 된 이유는 아까 그걸로 알았네"
옆에서 노려보는 시선을 무시한다. 소문은 도금 여단에 의해 퍼졌다. 남은 건 또 하나, 알하이탐이 신성한 나무에 농간을 부렸다는 것이지만, 그건 아마 현자 대행까지 되었던 알하이탐을 싫어하는 자들이 퍼트렸을 것이다. 주위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선가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직도 알하이탐이, 정식 현자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억측하는 학자는 많다. 혹은, 가비라는 남자가 알하이탐을 경계해, 움직일 수 없게 하기 위해서 퍼트렸거나. 어쨌든, 변변한 이유는 아니다.
"그런 거야. 그럼, 나는 먼저 실례할게"
사이노가 도금 여단을 데리고, 그 장소에서 사라진다. 알하이탐은 여행자 쪽을 봤다.
"그걸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께 가져가는 건 너희에게 맡기지"
"에, 어째서. 이제 너는 의심받지 않으니까, 같이 가자. 네 상태를 빨리 나히다에게 진찰받는 편이 낫잖아"
그럴 필요는 없다고 알하이탐은 고개를 저었다.
"내 상태는 이미 그녀도 파악하고 계셔. 지금 보여드려 봐야,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야"
"뭐, 뭐, 뭐, 뭐라고~~~!?"
"불평은 그녀에게 해줘"
"야 알하이탐, 그 말투는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께 실례잖아!"
딱히 숨기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묻지 않았으니까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것을 세간에서는 숨기고 있다고 하지만, 일부러다.
"알하이탐은 어쩔 거야?"
한발 앞서 놀라움에서 돌아온 여행자가, 알하이탐에게 묻는다.
"용의 씨앗을 만들었다는 학자를 만나러 다녀올게"
"혼자는 위험해"
"그냥 이야기를 들을 뿐이야. 체포는 풍기관에게 맡길 거야"
"하, 하지만, 지금의 너 원소력을 다루지 못하잖아"
"하!? 뭐야 그거, 못 들었어!"
"말하지 않았으니까"
페이몬의 말에, 카베는 과장스럽게 반응했다. 그렇게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뭐, 신에게 경외심을 품은 인간이라면 당연한 반응인가.
이 세계에서는 신의 시선을 받은 자만이, 원소력을 다룰 자격이 있다. 그걸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신의 눈을 잃었다는 것과 동등한 의미를 갖는다.
"언제부터!?"
"그건 원소력이 불안정해진 시기? 아니면 완전히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나서?"
"양쪽 다! 보통 알잖아!"
"확실히 변화가 일어났다고 자각한 건 보름 전이야"
"그, 그렇게 전부터"
무엇인지 쇼크를 받고 있는 남자를 방치하고, 알하이탐은 여행자와의 이야기를 계속한다.
"현재, 남겨진 시간은 적어.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둘로 나뉘는 편이 효율적이야"
"하지만, 역시 혼자는 위험해"
"나도 따라갈게"
난감해하는 페이몬들에게, 생각보다 빨리 회복한 카베가 기진맥진한 몸으로 말한다.
"내가 알하이젠을 따라가면, 너희의 걱정도 필요 없잖아"
"하지만 아까 더는 모른다고"
여행자가 아까 전 그가 알하이탐을 향해 내뱉은 말을 반추한다. 그에 카베는, 우그, 하고 신음을 흘리고 일부러인 것처럼 기침했다.
"확실히 아까는 그렇게 말했지만, 이런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남자를 놔두고 갈 수 없잖아. 비록 귀엽지 않은 후배라도"
"역시 카베 선배, 상냥하시게도"
"너 말야, 나를 화나게 하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려?"
솔직히, 기분은 좋지 않다.
알하이탐의 선배는, 아무리 자신이 몹시 싫어하는 상대라도 배려를 발휘한다. 그 배려의 정체를 알고 있는 만큼, 알하이탐은 일부러 그에게 그것을 받는 것을 마다한다. 알하이탐은 기타 다수인 배려를 받는 사람 중 한 명도, 그의 특별한 사람도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럼, 그쪽은 너희에게 부탁할게"
"아아, 알하이탐은 나에게 맡겨줘. 너희는 빨리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께 가도록 해"
여행자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알하이탐과 카베만이 남는다. 조금 전까지의 떠들썩함이 거짓말처럼, 침묵이 내려앉는다.
알하이탐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이 거짓말처럼 기민하게 걷기 시작한다. 알하이탐의 등 뒤에서, 황급히 뒤쫓는 발소리가 이어진다. 기믹을 푸는 방법이 알려져 있는 이상 대단한 시간 벌이는 되지 못하지만, 일단 호수의 수위를 높여둔다. 발소리의 주인은, 바로 알하이탐의 옆에 나란히 섰다.
"알하이탐,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이미 관계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일단 말해둘게"
"호오"
"너를 쫓기 전에, 우리는 타이나리랑 만났거든. 그래서 그때 어떤 소문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는데――"
거기부터 카베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가 말한 것처럼 이번 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그렇다고 무관하다고도 할 수 없었다.
막간 마신임무
신기한 관계라고 생각해. 누구 이야기냐고?
알하이탐과 카베야.
몬드의 의형제 같은 느낌일까 하고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것보다 복잡해. 뭐랄까 뒤틀려 있어. 그거야 뭐 터무니없이.
카베 쪽은, 아직 알기 쉬워. 그는 항상 알하이탐에게 화내고 있지만, 싫어하지는 않아.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처럼도 보이지 않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야기하고 싶어져.
시야에 넣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넣고 싶어져.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하지만 보고 싶어져.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하지만 듣고 싶어져.
모순적인 행동이 돋보이는 남자이긴 하지만, 알하이탐에 관해서는 그게 현저하게 드러나는 것 같았어.
그럼 알하이젠은 어떤가 하면, 전혀 이해 불능.
완전 개인주의인 그가 보기에, 저렇게 남에게만 신경을 쏟는 남자라는 건 꺼려할 법도 한데. 그는 집이라는 자신의 영역에 그를 초대해, 더군다나 거기에 사는 것을 허락하고 있어.
좋아하는 걸까? 라고 생각하면 바로 그 알하이탐이? 라고 우주 고양이 상태가 되었어. 좋아하는 아이를 괴롭히고 싶은 골목대장 같은 움직임일까 짐작해도, 그것보다 더 질이 나쁘다고 티바트 대륙에 있는 모든 골목대장에게 마음속으로 사과할게.
깊이 들어가선 안 되겠지. 아마, 그 두 사람의 관계는 아이에게는 자극이 너무 강한 것이다. 여행자가 어른의 계단을 오르는 것을 일단 멈출 정도로, 위험한 향기가 났다.
○
나히다를 만나러 여행자들이 정선궁에 들어가자, 선객이 있었다.
"타이나리!"
"안녕, 여행자에 페이몬. 또 큰일일 때 수메르에 왔네"
상냥하게 인사한 타이나리에게, 여행자들이 달려든다.
"우리, 너를 찾고 있었어"
여행자들은, 간다르바 성곽에서 콜레이가 걱정하고 있는 것을 설명한다. 타이나리는, 면목 없다는 듯이 뺨을 긁었다.
"그래, 콜레이가. 그때는 부랴부랴 성곽에서 나왔으니까, 제대로 설명할 여유도 없었어. 그녀에겐 미안한 짓을 했네. 이 건이 정리되면, 선물이라도 사서 제대로 돌아갈게. 너희도 일부터 와줘서 고마워"
"됐어. 우리도 지진이 났었다고 듣고, 신경 쓰였었고"
콜레이에게 받은 부탁을 해결한 여행자는, 이걸로 의뢰 달성이라고 조금만 어깨의 짐을 내려놨다. 다음은 또 다른 하나의 의뢰라고, 이야기가 일단락될 때까지 기다려주고 있던 나히다 쪽을 본다.
"여행자, 페이몬, 뭔가 새로운 발견이 있었던 모양이네"
"오우, 병의 원인을 알았어"
이 장소에 있는 타이나리를 위해, 페이몬은 도시에 온 이후의 일을 자세하게 말했다. 새삼스럽게 말로 하면, 이 단시간에 꽤 대단한 체험을 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과연. 그런 일이"
"믿을 수 없어. 식물도 살아있어. 도구처럼 다뤄도 될 리가 없어. 게다가 전부터 신성한 나무를 연구했었다는 건, 그 가비라는 학자, 아마 생론파지. 그런 사람이 같은 학파에 있었다니, 당장이라고 이 활로 쏴버리고 싶어"
"이, 이게 진심으로 화났을 때의 타이나리. 굉장히 무섭다"
냉정한 나히다와는 대칭적으로, 생론파에서도 이름난 학자인 타이나리는 이번에 관련된 자들의 비정한 행위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지나친 기백에 페이몬과 여행자는, 절대로 타이나리를 화나게 하지 말자고 굳게 다짐했다.
"신성한 나무 앞에 있었던 도금 여단은, 전원 사이노가 잡았어. 아마, 나중에 너한테 온다고 생각해"
"도금 여단의 앞으로의 처우에 대해서는, 그가 오고 나서 정하기로 할게. 그보다, 그게 예의 용의 씨앗이구나"
여행자는 신중하게 나히다에게 씨앗을 넘겼다. 그녀는 원소력으로 용의 씨앗을 감싸듯이 녹색 결계를 치고, 그 안에서 봉인을 풀었다.
"잠깐, 괜찮은 거야!? 풀었다간 모두 말라버린다고!"
페이몬이 당황한 목소리로 나히다를 말린다. 나히다는, 진정시키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페이몬. 이건 식물에게만 작용하는 것 같고, 이렇게 내 원소력으로 덮어두면 문제없어"
"……확실히, 독의 씨앗이라 불려도 납득할 만한 색감이네"
페이몬을 달래는 나히다의 옆에서, 타이나리는 씨앗을 찬찬히 관찰한다.
"좀 더 알기 쉬운 독이었다면, 제가 배운 지식으로 해독약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이건, 그거랑은 또 다른 종류의 독이네요"
"그래, 힘의 원천으로서는 심연에 가까운 것을 느껴. 하지만, 심연의 힘은 온갖 생물, 식물에 영양을 주지. 이건 인간에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으니까, 다른 곳에서 힘을 추출해 응축, 혹은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거겠지"
그 말에는 여행자도 동의한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심연의 힘에 접해온 여행자는, 심연의 힘인지 아닌지, 자연스럽게 그것을 분별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도금 여단이 가지고 있던 씨앗은, 어두운 힘을 느끼지만, 기피할 법한 두려움을 품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건, 언뜻 심연을 닮았지만 다른 것일 터이다.
"하지만, 이거라면 내 힘으로 어떻게든 제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정말로!? 그럼 바로 시작하자!"
"아, 기다려!"
당장이라도 날아가려 하는 페이몬을, 나히다가 막는다.
"독을 제거하려면 준비가 필요해"
"어느 정도 걸려?"
여행자는 초조한 마음을 떨구고 묻는다.
"빨라도 내일 정도? 독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신성한 나무의 안쪽에 갈 필요가 있어. 사실은 내가 직접 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밖에서 독의 침식을 막는 역할을 맡아야 해. 그러니까, 너희가"
"대신 안에 들어가 달라고?"
"그래, 부탁할 수 있을까"
여행자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
"가능하면 나도 너희에게 동행하고 싶은데, 무슨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 누군가는 도시에 남아있는 편이 좋겠지. ……하아, 또 너희에게 수메르의 명운을 맡기게 되다니"
"오우, 큰 배에 탄 셈 치고 맡겨줘!"
페이몬이 가슴을 편다. 타이나리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뭐 됐나. 여행자는 파트너에게 물렀다.
어쨌든, 앞으로의 방침이 정해졌다. 남은 건 나히다의 준비가 끝나는 것을 기다릴 뿐이다.
"후, 죄송합니다, 풀의 신님. 역시 그 가설은 틀렸었네요"
갑자기 타이나리가, 나히다에게 사과했다.
"됐어. 원인을 다양한 각도에서 검증하는 건 학자로서 당연한 일이야"
"응? 무슨 이야기야?"
신경 쓰는 모습이 아닌 나히다. 두 사람의 모습에 페이몬이 고개를 갸웃했다.
"실은 아까까지, 병에 걸린 건 신성한 나무가 아니라,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의 권속이 아닐까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권속?"
여행자의 뇌리에 숲에 사는 요정이 떠올랐다. 여행자의 생각을 읽은 나히다가, 그들이 아니라고 부정한다.
"풀의 신님의 권속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거든. 많은 문헌에서는 적왕 문명의 붕괴에 휘말려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발견된 그 여러 문헌에서도 『그』 또는 『그녀』라고 호칭될 정도로, 존재가 수수께끼에 싸여 있어. 그리고, 그분은 신성한 나무의 화신이라고도 알려져 있거든. 다른 문헌에서는, 풀의 신님의 권속은 사라진 게 아니라, 신성한 나무와 하나가 되어 수메르의 백성을 지켜보고 있다고도 해. 그러니까, 만약 아직 풀의 신님의 권속이 살아계신다면, 그분이 병으로 쓰러져 신성한 나무에도 영향이 나온 게 아닐까 생각했거든. 뭐, 너무나 황당하다고 할까 한없이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지만.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께 확인하고 있었어. 그랬더니, 너희가 왔다는 거지"
나히다에게 권속이 있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아직 이 나라에 대해 잘 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히다는 친구다. 그녀의 구출에도 한몫하고 있고, 알려줘도 좋았을 텐데. 하지만 의문도 남는다. 권속이 있었다면, 그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권속이라고 들으면, 실제로는 다르지만 그 바위 신의 선인들을 떠올린다. 그들도 권속이라고 하지 못하지는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바위 신과 함께 살고, 바위 신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나라의 권속은 그들과는 다른 것 같다. 타이나리가 말하기로는, 수메르의 백성들에게조차 그 모습은 알려지지 않은 것 같고, 상당히 까다로워 보이는 양반이다.
애초에 실재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존재인 것 같으니, 어떤 양반인지 여행자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거 말인데, 네 가설도 빗나간 건 아니야"
나히다는, 어딘가 재미있다는 듯 미소 짓고 있었다.
"내가 이 사태를 한발 빠르게 깨달은 것도, 그가 신성한 나무와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 덕분이야. 그의 몸에도 신성한 나무의 영향이 나타났으니까, 나는 그에게 조사를 의뢰하고 대응할 수 있었어.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나 빨리 프로젝트팀을 꾸릴 수 없었을 거야"
경쾌하게 자아내는 그녀의 말에, 여행자는 걸리는 것을 느꼈다. 지금, 뭔가 중요한 말을 듣지 않았나?
"응? 그건, 네 권속은 살아있다는 거야?"
마찬가지로 걸리는 것을 느낀 페이몬이, 질문한다.
"물론이지. 이렇게 말해도, 나도 최근 알았지만. 그도 나도 기억이 희미해서, 서로 권속이라는 의식은 그다지 없어"
"……풀의 신님, 당신의 권속은 혹시, 저희가 아는 사람입니까?"
무엇인가 깨달은 타이나리가, 그 충격을 질질 끄는 모습으로 묻는다. 나히다는 무언으로 긍정했다. 그래서 여행자도, 어떤 것을 떠올렸다.
"뭐, 뭔데, 둘 다 왜 그래?"
아직 모르는 페이몬만이, 의아한 얼굴로 이쪽을 살핀다.
"페이몬, 이번에 신성한 나무에 파묻힌 독은, 어떤 특징이 있지?"
"그러니까, 풀이 잔뜩 시들고, 그리고 비늘 같은 무늬가 나오지"
"비늘이라고 들으면 어떤 병이 떠오르지 않아?"
"맞아, 비늘병이야"
"그래, 하지만 비늘병은 너희 덕분에 이제 발병하는 일은 없어. 그러니까, 인간이 비늘병에 걸리는 일은 이제 없다고"
"응, 그렇지. 콜레이도 두냐르자드도 비늘병에 걸린 사람들은, 모두 건강해졌잖아. 하지만, 그게 어쨌는데"
그녀도 알 수 있게끔, 타이나리는 하나하나 정중하게 문답을 거듭한다. 거기에 페이몬은 제대로 대답해 갔다. 그래도 그녀는 좀처럼 그가 하고 싶은 말을 깨닫지 못하는 듯, 시종일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인간이 비늘병에 걸리는 일은 없어. 하지만 지금, 우리 주변에 그거랑 닮은 병에 걸린 인물이 있지?"
"……! 설마"
겨우 깨달은 페이몬의 눈이 크게 벌어진다.
"나히다의 권속이란 건, 알하이탐이었어!?"
그 경악은, 정선궁에 매우 잘 울렸다.
"우후후"
나히다가, 짓궂은 장난이 성공한 아이처럼 웃는다. 그런 그녀가, 여행자에겐 매우 인상적으로 남았다.
제3막
우선 소란이 일지 않도록 멍을 붕대로 감고, 알하이탐은 일단의 호위를 데리고 선나원으로 왔다.
도중에 들은 풀의 신의 권속의 전승은 제법 재미있는 내용이었고, 덮쳐온 츄츄족이나 버섯몬은 모두 카베에게 통째로 맡겼다.
"너, 조금 더 나를 생각해줄 수 없는 거야!?"
"그 정도, 네 실력이라면 여유롭게 쓰러뜨릴 수 있잖아"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나를 두고 먼저 갈 건 없잖아!"
"흠, 너는 내가 두고 갈 수 있을 만큼 시간을 빼앗긴다는 거군"
"그런 말이 아니잖아! 조금 더 보조를 맞추라는 거야! 왜 환자인 네가 나를 두고 떠나는 거야,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다소의 말다툼은 있었지만, 여정은 대체로 순조로웠다. 그를 두고 먼저 간 것은, 단순히 걸음을 멈추면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는 몰라도 되는 일이다.
"가비라는 학자를 모르나?"
선나원에 도착한 알하이탐들은, 근처에 있는 학자에게 가비가 있는 곳을 물으며 돌아다녔다.
"가비? 아아, 그 말입니까"
"그를 알고 있나?"
"네, 동급생이에요. 라고는 해도 그는 퇴학당했으니, 전, 이 붙지만요"
몇 명인가 물어보던 중, 한 정론파의 여성이 싫은 듯한 얼굴을 했다. 아무래도 가비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퇴학? 가비는 아카데미아를 그만둔 건가?"
"네, 뭔가 위험성 높은 연구에 손을 대려 한 모양으로, 그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던 소론파 사람이 풍기관에 신고한 거예요. 그래서 연구는 중단되고, 근신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 뒤, 아자르의 예의 프로젝트에 참가했었던 듯 퇴학 처분을 받았어요. 대외적으로는 자퇴한 걸로 되어 있지만요"
아자르의 프로젝트라는 것은, 그는 신을 만드는 연구에 관여하고 있었던 건가. 많은 학자와 학생이 이 건에 관여했지만. 가비는 학생이었던 건가. 그는 아자르들처럼, 아비디아 숲에서의 수행의 길을 택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아카데미아의 학생에게 나이는 관계없다. 졸업을 못 하면 몇십 년이라도 계속 학생인 것이 아카데미아다.
학생이라면, 연구의 핵심이 되는 부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생각되지만. 적어도 그 프로젝트에서의 일이, 이번 사전을 야기한 원인일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래서,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
"글쎄요, 어제 여기에 왔었는데요, 저기에 있는 그와 이야기하고 나서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그녀가 가리키는 쪽을 보자, 다소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무엇인가 책상 앞에서 머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아까 말했던, 그와 공동연구를 하던 사람이에요. 가비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다면, 그에게 물어보는 건 어떠세요?"
"고맙다"
"아뇨"
감사를 표하자, 여성은 무뚝뚝하게 떠났다.
다음은 저 남자에게, 하고 발을 내디딘 순간 팔을 잡아당겨져 헛발을 디뎠다. 뭐 하는 거냐고, 알하이탐은 카베를 노려봤다.
"너는 거기서 쉬고 있어"
진지한 눈빛을 한 카베가 가리킨 것은 벤치. 알하이탐은 왜냐고 말없이 묻는다.
"이제 곧 밤이야. 그렇게 되면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가비를 찾게 되겠지. 그렇다면 탐문은 나한테 맡기고, 너는 빨리 쉬고 체력을 온존해야 해. 저기라면 대화의 내용도 들리고, 불만 없잖아"
밖은 해 질 녘. 어둠에 익숙하지 않은 눈으로 숲속을 활보라는 것은 악수다. 게다가, 알하이탐은 전력 외. 솔직히, 기력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지, 달릴 만한 여유는 없다. 그러므로, 거친 일은 모두 카베에게 맡기게 된다. 만에 하나 전투가 벌어졌을 경우, 역시 시야가 좋은 낮이 유리하다. 이쪽에는 신의 눈이 있다. 근방에 널린 도금 여단이나 마물 무리라면, 카베를 당해낼 수 없다.
"……괜찮겠지"
알하이탐은, 벤치에 앉아 책을 펼쳤다. 책을 읽기 시작한 것으로 뭔가 말하고 싶은 얼굴을 한 카베였지만, 그것을 숨기고 사람 좋은 미소로 남자에게 다가갔다.
○
"안녕, 잠깐 괜찮아?"
"아, 네……근데, 묘론파의 카베 씨!?"
"어라, 나를 알아?"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든 남자는, 카베를 보자 황급히 일어섰다. 그 모습에, 카베는 어리둥절했다.
"당연하죠! 저, 당신의 팬이에요. 학파는 다르지만, 카자르자레궁이라던가, 당신이 지혜의 전당에서 메모를 단 서적이라던가 전부 읽었어요. 설마, 당신이 말을 걸어주시다니"
"아하하, 나는 네가 말하는 정도로 굉장한 인간이 아니야"
반짝반짝 존경의 시선을 받아, 카베의 얼굴이 노골적으로 녹는다. 알하이탐은, 남자에게 그가 얼마나 평소에 칠칠치 못한지 알려주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본제를 떠올린 카베가, 정신을 차리듯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 남자의 이름을 묻는다.
"무르한브입니다"
"무르한브, 가비라는 사람을 알아?"
"네, 네에……알고 있는데요"
가비의 이름이 나온 순간, 무르한브는 노골적으로 거동이 수상해졌다.
"실은 그에게 볼일이 있어서 찾고 있어. 너는 어제, 그와 이야기를 했다던데. 그의 행방에 대해, 뭔가 못 들었어?"
"그, 이유를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이런 말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그와 엮이는 건 그만두는 편이 좋아요"
"대단한 용건은 아니야. 내 지인이, 그 때문에 성가신 일에 말려들었거든. 좀 이야기를 하려고 생각해서"
잘 얼버무린 대답에, 무르한브는 그러냐고 어깨를 떨어뜨렸다. 호의적인 이유가 아니라고 알고 안심한다는 것이, 수상쩍인 기색을 드러낸다.
"언뜻 들었는데, 너는 좀 전에 그와 공동연구를 했었다며. 어떤 연구였는지 물어봐도 될까?"
카베는, 마침 잘 됐다고 그들 사이에 발을 디디기로 했다.
"네, 괜찮아요. 연구 자체는 아무것도 나쁜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무례한 부탁에, 무르한브는 별다른 저항 없이 승낙했다.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뭐하다고, 두 사람은 자리에 앉는다.
"그래서, 너희는 어떤 연구를 하고 있었어?"
"저희는, 『신성한 나무에 깃든 원소력과 풀의 신의 권속과의 관계성, 더 나아가 주변 환경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라는 테마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어요"
빠르게도 사건의 확신에 다가가는 이야기에, 알하이탐은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헤드폰을 틀었다.
"그건 어떤 내용이야?"
"신성한 나무가 풀의 신님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건 알고 계시죠. 그럼, 그게 풀의 신님의 권속이라는 이야기는?"
"다소 들어본 적은 있어. 하지만,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에게 권속이 있다는 건 미심쩍다는 설이 있지. 실제로 그분 입에서 권속의 이야기가 나온 적도 없잖아?"
"네 그렇죠. 하지만 이 연구는,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이 정선궁에 갇혀 계실 때 하고 있던 거예요. 본인에게 확인할 수단이 없었기에 그 테마가 된 거죠. 간단히 설명하면, 풀의 신님의 권속이라면, 원소력을 다룰 수 있겠죠. 그렇다는 건 화신이라고 알려진 신성한 나무에도 강한 풀 원소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 가정할 수 있어요. 그렇게 거대한 나무에 깃든 원소라면, 양도 막대하죠. 보통이라면 그 환경에서 자라지 않을 법한 식물도 신성한 나무 근처에 심으면 싹을 틔울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몬드에서도 특정 환경에서만 피는 세실리아 꽃. 풀의 신님의 힘이라면, 수메르에서도 피울 수 있겠죠. 신성한 나무도 그게 가능하다면, 풀의 신님의 권속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되지 않을까. 저희는 그렇게 가설을 세웠어요. 그 외에도 다양하게 실험하고 논문을 써갈 예정이었어요. 이 연구가 성공했다면, 저희는 더 빨리 아카데미아를 졸업할 수 있었겠죠"
"뭐, 이치에 맞긴 하지만. 정말로 풀의 신님의 권속이 증명되면, 역사에 이름을 남길 대발견이었겠네"
그런 건가? 하고 알하이탐은 생각했다. 당시 수메르 사람들의 대다수가 작은 쿠사나리 화신을 소홀히 여겼는데, 권속의 존재가 증명되면 대발견이 되는 건가. 참으로 기묘한 일이다.
신을 필요로 하지 않았는데, 신과 그와 관련된 것의 존재는 믿는다. 당시 수메르의 형태를 잘 알 수 있는 시대 배경이다.
"그래서 왜 프로젝트를 그만둔 거야?"
"처음엔 순조로웠어요. 숲의 생태계를 망치지 않도록 배려해서 실험을 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그렇게 잘 될 리도 없었죠. 모든 실험을 끝내도, 좋은 성과는 얻지 못했어요. 그렇다면 저희 가설은 틀렸다는 말이잖아요? 신성한 나무는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의 권속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 답은 얻을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서 신성한 나무를 연구하자고, 저는 그에게 제안했어요. 하지만, 그 녀석은 세기의 대발견이라는 것을 고집하고 있었어요. 그는 많은 실험을 저에게 제안해왔어요. 그 어느 것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거였죠. 물론 저는 몇 번이나 반대했고, 그를 말렸어요. 하지만, 그는 그만두지 않았죠. 그러니까, 늦기 전에 풍기관에 신고해서 연구를 동결시킨 거예요"
결과에 대한 고집은, 많은 학자가 가지고 있는 집착이다. 가비의 그것도, 특별히 드문 감정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방향성이 애석하게도 일탈하고 있었다.
"……그, 폐가 되지 않는다면, 그가 어떤 실험을 제안했는지 알려줄래?"
카베가, 말하기 힘든 듯 가비에 대해 더욱 탐문한다.
"그렇네요, 알기 쉬운 걸로는 불을 지른다는 게 있었죠. 그 밖에도 가지를 전부 벤다. 뿌리를 뽑는다. 곰팡이균을 부착시킨다. 유적 수호자에게 습격하게 한다. 죽음의 땅으로 만든다"
"그걸 진짜로 신성한 나무에 하려고 했다고!? 왜 그런 걸 제안할 수 있지! 제정신이야!?"
어지간히 카베를 신뢰하고 있는지, 무르한브는 선뜻 알려주었다. 그 지나치게 과격한 내용에, 카베는 눈을 부릅떴다.
"생명의 위기가 닥치면,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해온 풀의 신의 권속이라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의미를 모르겠어. 그걸로 인해 수메르의 백성이 죽어도 좋다고? 연구란 지식의 심리를 추구함과 동시에, 사람들의 더 나은 번영을 위해 있어. 그가 하려고 한 일은, 아카데미아의 6가지 죄에 위반돼"
"그래서 신고한 거예요. 일단 미수였으니까, 그에겐 3년간 어떤 프로젝트든 발족 정지, 3개월의 근신 처분이 내려졌어요. 설마, 그걸 이용해서 아자르가 그 녀석을 예의 프로젝트에 참가시킬 줄은 몰랐지만요"
한숨을 쉰 무르한브는,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보였다. 카베는 그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냈다.
"아아, 아까 그의 동급생이었다는 여성에게 들었어. 그 뒤 퇴학당했다고"
"퇴학해서 다행이었을지도 몰라요. 그의 지식욕은 놀랄 만한 것이었지만, 분에 넘치는 호기심은 자기 몸을 망치죠. 그는 마치 이성이 끊어진 짐승이나 다름없어요"
무르한브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아무래도 가비라는 남자는 리미터가 벗겨진 지식욕의 화신인 것 같다. 게다가 학자로서의 프라이드도 높은 완벽주의자. 뭐, 학자라고 자칭하는 것도 주제넘은 오만함이지만.
이런 타입은 꽤 성가시다. 아무리 이쪽이 말로 설득하려 해도, 들어먹지 않을 것이다. 여차하면 폭주해서 사태가 보다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너는 그제 가비와 대화한 거지. 그는 너에게 어떤 이야기를?"
"음 확실히, 그제의 지진은 자기가 일으킨 거라던가, 이 실험이 성공하면 다시 아카데미아로 돌아갈 수 있다던가, 그리고 박사가 어떻다던가"
무르한브는 떠올리듯이, 말을 더듬었다.
알하이탐은 무시할 수 없는 단어에, 약간 눈을 크게 떴다. 설마 거기서 우인단이 나오다니. 박사가 가비와 접촉했다고? 일개 학생에게?
하지만 이걸로, 아직 풀리지 않았던 수수께끼가 해명되었다.
"박사? 그건 아카데미아 사람이야?"
별명 같은 특이한 호칭에, 카베는 눈살을 찌푸린다. 무르한브는 어깨를 으쓱였다.
"거기까지는, 대부분 흘려들어서 모르겠어요. 그 녀석, 저한테 다시 함께 연구하자고 말하러 왔던 거예요. 풍기관에 신고한 녀석을 꼬시다니 도저히 정상이 아니잖아요"
"뭐, 적어도 제대로 된 판단력은 잃은 상태겠지. 그래서 그의 행방은"
"아아, 그랬죠. 그는 선나원 근처의 언덕에 사람을 대기시켜뒀다고 했어요. 저를 그 사람과 만나게 하고 싶었나 보죠. 하지만, 명백하게 수상하잖아요. 그래서 거절했더니, 의외로 선뜻 물러났어요. 아마 가도 이미 없다고 생각해요. 죄송합니다,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해서"
"아니, 충분히 도움이 됐어. 아 그렇지, 다음에 내가 그린 건축 설계도를 보여줄까?"
"괜찮습니까!?"
"아아, 알려준 답례로. 흥미가 있다면, 건축학에 대해서도 기초적인 거라도 좋다면 알려줄게"
어떻게 생각해도 답례치고는 너무 큰 양에, 무르한브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 같다.
또 시작됐다. 알하이탐은 한숨을 쉬고는 헤드폰의 위치를 되돌리고, 그 자리를 뒤로했다.
○
무르한브들에게서 떨어져, 선나원 가장자리에 있는 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초조한 표정의 카베가 달려왔다.
"갑자기 사라지지 마!"
"네가 언제까지고 이야기를 길게 끌어서잖아"
그 후 한바탕 불평을 듣고, 두 사람은 예정대로 선나원에서 밤을 지새우기로 했다. 라고는 해도, 근처에 여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알하이탐은, 학자들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먼저 이동한 것이다. 요컨대 노숙이다.
스으스으 편안하게 자는 남자를 관찰한다. 역시 여기저기 일로 돌아다니는 남자다. 어디서든 잘 수 있는 재능이 있다. 틀림없이 알하이탐을 신경 써서 철야라도 하는 거냐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도 피로가 쌓여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은, 소중한 사람이 자기보다 남에게 관심, 애정을 주면, 질투라는 감정을 떠올린다고 한다. 이러한 감정이 생기면, 그 사람 앞에서 삐지거나, 솔직하지 않은 태도를 취하거나, 지나친 폭력이라는 행위로까지 치닫는 모양이다. 그것을 일반적으로 질투라고 부른다고 한다.
알하이탐은, 카베에게 남다른 집착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한 감정에 시달린 적은 없었다. 왜냐면, 카베라는 남자는 과도한 배려를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죽어버릴 법한, 매우 희한한 생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의 죽음은 목숨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의미다. 기타 다수에게 주는 죄책감이 담긴 배려를, 알하이탐에게까지 주는 건 진심으로 그만뒀으면 하지만, 배려가 없어지면 카베는 카베가 아니게 된다. 옛날엔 늦기 전에 그의 삶의 방식을 바꾸려 했지만, 지금은 포기하고 관망하기로 했다. 애초에, 연인도 아니니까 질투고 뭐고 없다.
즉, 알하이탐에게 질투할 요인은 없는 것이다.
조형은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균형 잡힌 파츠를 고르게 배치한 것을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경향이 있다. 카베의 얼굴을 꾸미는 파츠도, 하나하나 고집해서 만들어진 듯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아카데미아 시절에는, 카베의 아름다움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학생이 있었을 정도다. 그는 수메르에서도 아름다운 인간일 것이다. 유감이지만, 알하이탐은 그러한 『미』라는 것의 감성을 알 수 없다. 카베는 그 점에 대해서, 자주 쓴소리를 하고 있었다. 이쪽의 주장으로서는, 예술에 대해 논의하는 건 신이나 인간뿐이며, 그 외의 것은 미추에 우열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왜 카베의 잠든 얼굴을 관찰하면서 질투나 미에 대해 고찰하고 있냐고 하면, 잘 수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눕자마자 1초 만에 잠들 자신이 있고, 이 몸속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는 불쾌함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러나, 여기서 자버리면 두 번 다시 눈을 뜰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정신이 아찔해지는 긴 밤을 지새우려 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의리 있게 인간의 흉내를 내고 있었던 게 이상했다고 생각하면……아니 이상했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계속 같은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에 질린다는 일은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
문득, 카베가 뒤척인다. 그 박자에 그가 풀어둔 머리카락이 얼굴에 걸린다. 알하이탐의 손이 자연스럽게 그 머리카락을 넘기고――깜짝 놀란다. 카베가 일어나지 않았는지, 주위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그의 공구함과 눈이 마주쳤다.
"……지금 그건 비밀로 해줘"
조심스럽게 녹색 빛을 낸 메흐락이, 알았다는 듯이 흔들렸다.
……왠지 모르게 불편하다. 이게 어색하다는 것인가. 카베나 여행자들은 항상 이런 견딜 수 없는 감각을 품고 있었던 건가. 흥미롭다. 앞으로는 좀 더 그들을 배려――하지 않아도 되려나.
알하이탐은 산책 겸, 언덕에 가보기로 했다.
대단한 흔적은 남지 않았겠지만, 독서에 집중도 되지 않고 한가하므로. 메흐락에겐 잠깐 나간다고 제대로 전했다. 메모도 했다. 카베는 숙면. 응, 아무것도 문제없다.
○
우인단은 바보인가?
암약 조직이지?
왜 아직 언덕에 있는 거야. 그리고 왜 당해 있지. 어딘가 기시감이 있는 상황에, 뭐 수고를 더니 됐나, 하고 아직 의식이 있는 우인단에게 다가간다.
"너희는 박사의 명령으로 여기에 있는 건가?"
"어, 어떻게 그걸! 설마, 네가 그 녀석이 말했던 동료냐?"
긍정하듯 알하이탐이 고개를 끄덕인다.
"켁, 아카데미아란 건 늦게 오는 게 예사냐?"
그러자, 우인단은 선뜻 믿었다. 바보인가? 아직 한마디도 안 했다고.
"도중에 츄츄족에게 습격당해서 놓쳐 버렸어, 그는 지금 어디에?"
"그 녀석이라면 마지막 마무리라고, 벌써 신성한 나무 쪽으로 가버렸다고"
"그런가"
세 번째 씨앗은, 가비가 소지하고 있다는 걸로 틀림없는 것 같다. 아마도 마지막은 그의 손으로 모든 것을 끝내고 싶은 것이겠지. 근성이 왕성하게도.
신성한 나무의 안에는 방어기능이 작동하고 있는데, 과연 그는 최심부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그건 간단히 뚫고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악인 것은 물론 신성한 나무 최심부에서 씨앗을 터뜨리는 것. 차악은 최심부로 향하는 도중에 가비가 사망하고, 어떤 박자에 봉인이 풀려 버리는 것. 형태는 다르지만, 가비의 목적은 달성되고 만다. 라고는 해도, 역시 혼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남은 도금 여단도 함께 있을 것이다.
다만 위에서도 말했듯, 최심부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 신의 눈을 가진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도 유예는 짧다.
그렇다 쳐도, 너무 간단하게 정보가 손에 들어오는군. 우인단의 정보관리는 허점투성이인가?
"만일을 대비한 확인인데, 그 용의 씨앗은 가비가 만든 건가?"
"아아? 어이어이 무슨 소리야. 그런 거 보니 너, 그 망할 꼬마한테 속았구나. 그건 우인단 집행관, 박사가 신의 창조계획 중에 생긴 부산물이야. 세계수가 치료되더라도 비늘병은 재현할 수 있는가. 그건 심연의 힘을 이용해 만든 실패작이야"
"즉, 인공적인 비늘병을 만들려고 한 건가"
신을 만들려고 한 남자가 할 법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만은 실패해줘서 다행이다. 만약 인간에게 다시 피해가 미친다면, 금단의 지식을 이 세계에서 매장한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신성한 나무로 가는 그 길을 알려준 것도 너희인가?"
"박사님은 그 녀석에게 기대하고 계신 것 같았거든. 하기 쉽게 준비해줬다고"
액면 그대로밖에 사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단락적인 사고. 역시 이 우인단의 머리 나사는 엄청나게 느슨한 모양이다. 아군이라면 짐이 되겠지만, 적이라면 이만큼 다루기 쉬운 잔챙이는 없을 것이다.
"정보제공 고마워"
"아? 야, 어디 가! 도우라고!"
저 정도라면, 내버려 둬도 얼마 안 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할 것이다. 어느 조직도 바위처럼 굳건하지 않지만, 우인단은 실력의 차이라는 것이 위와 아래로 여러 가지 의미에서 현저했다.
자 그럼, 이걸로 요점은 모였다. 남은 건 연결해가는 것뿐이다.
우선, 가비라는 남자. 그는 자기의 사상이 절대라고 여기고 있다. 이거라고 자신이 정하면, 어디까지라도 추구한다. 비록 그것이 이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아자르의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었다는 것은, 성적은 좋을 것이다.
그리고, 경위는 불명이지만, 그는 박사가 오락으로 만든 것을 발견했다. 또는 그의 연구에 눈독을 들인 박사가 거래를 제의했다. 협상 끝에, 가비는 용의 씨앗을 손에 넣어, 그것을 사용해 무시무시한 계획을 떠올린다.
우인단이 그에게 손을 빌려준 것은, 아마 관측하기 위해. 실패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일단 봐두자는 것일 것이다. 덤으로, 수메르의 도시를 무너뜨리고, 작은 쿠사나리 화신의 권속을 확인할 수 있다면 감지덕지.
정리하면, 수메르 성은 박사가 만든 쓰레기에 의해 무너지려 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사건인 것처럼 착각하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수수께끼를 풀어버리면, 일은 이렇게나 단순하다.
뭐 와중의 중심이 된 쪽은, 견딜 수 없지만. 자신보다 화낼 자들의 얼굴을 떠올려, 알하이탐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먹을 꽉 쥔다.
너무 아프다. 하지만, 아직 버틸 수 있다. 아마 인간이라면 기절했을 아픔일 것이다. 알하이탐은 보통 사람보다 여러 가지로 조금 무디므로, 움직이지 못할 것도 없는 것이다.
인간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이 순간 이상으로 자신의 출생에 감사하는 날은, 분명 오지 않을 것이다.
○
선나원으로 돌아왔을 때는, 하늘에 오렌지색의 그라데이션이 시작된 무렵이었다.
"늦었잖아"
알하이탐은, 언짢은 카베의 마중을 받았다.
"동틀 녘에 돌아온다고 써놨을 텐데. 메모 안 읽었어?"
"아아, 읽었지. 돌아올 시간만 써둔 이걸 메모라고 한다면 말이야!"
째릿 알하이탐을 노려보며 내민 종이에는, 약간 비뚤어진 글씨로 일출 시간만이 적혀 있었다.
"너라면 이것만으로 내 행동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잘못 판단한 모양이군"
"흥, 얕보지 마. 네 행동 패턴은 꿰뚫고 있다고. 어차피 예의 언덕에 갔다 온 거잖아. 왜 얌전히 자고 있을 수 없는 거야. 평소의 너라면 컨디션이 나쁘면 바로 일을 쉬고 하루종일 자잖아"
"이쪽도 목숨을 걸고 있어. 무리를 해서라도 해결하는 게 보통 아닌가?"
목숨이라는 말에, 카베는 숨을 죽였다.
"……그래도, 네 행동은 답지 않아"
그것을 마지막으로 카베는 말하지 않게 되었다.
왜 갑자기 온순해지는가.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는 건 어렵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어느 정도 예측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건 복잡해서 때로는 예측을 뛰어넘는다.
자신을 희생하여 해결로 움직이는 알하이탐은, 평소의 그를 아는 사람이 보면 비정상으로 비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것에 사고를 돌리고 있기 때문에 도출한 선택이다.
평온한 나날이야말로, 알하이탐이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다. 작은 쿠사나리 화신 구출 때처럼, 자신은 안전권에서 작전 성공 소식을 기다리는 건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말려드는 것을 기다리는 게 아닌, 스스로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에, 너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하이탐은 깨닫지 못한다.
그저, 적어도 나쁜 짓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능력은 있다.
알하이탐은, 언덕 위에서 있었던 일을 자신이 가설을 포함해 말해주었다. 그건 그 나름의, 속죄이기도 했다. 의도는 정확히 그에게 전해진 것 같다. 카베의 눈이 감기고, 열린다. 더는 분노의 감정은 떠 있지 않았다.
"알하이탐, 나는 너를 좋아해"
얌전한 표정에, 모친을 닮았다는 화사한 얼굴이 돋보인다. 당치 않은 고백에, 알하이탐은 말을 잃었다.
"이크, 술 핑계는 안 돼"
마치 저번 날의 보복이라는 듯, 선수를 친다.
"너는 민폐일지도 몰라. 하지만, 부탁이니까 내 고백을 없었던 일로만은 하지 말아줘"
어딘가 간청하는 듯한 고백을, 알하이탐은 무감동하게 듣고 있었다. 그리고 생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입을 연다.
"……왜 지금, 그걸 나에게 말했어?"
"의사 표명이라는 거려나. 너는, 가비를 쫓아 그 안으로 들어갈 거잖아? 그렇다면, 나도 따라갈 거야. 그리고 전부 끝나면, 그 집을 나갈게"
"어째서?"
카베는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어떤 이유든, 너는 누군가의 마음을 소홀히 할 법한 인간이 아니야. 제대로 그 사람을 마주하잖아. 하지만 너는 그때, 내 마음을 없었던 셈 쳤어. 그게 대답이잖아. 너는 잡일꾼을 잃는 것이 아쉬웠던 걸지도 모르지만, 나는 나를 찬 사람의 집에서 살 수 있을 만큼 뻔뻔하지 않아"
알하이탐의 입이 무의식적으로, 「네――」 하고 움직인다.
네 추리는 틀렸어.
그렇게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러니까 알하이탐, 찰 거라면 제대로 차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카베가 말한다. 도망치지 말라고 들었다. 그때의 고백을 없었던 걸로 하지 말아달라고. 그건 사형선고와 같은 무게가 있었다.
적당한 때다. 알하이탐은, 이를 꽉 깨물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네 마음에 응할 생각은 없어"
두 번째의 도피는 허용되지 않는다.
알하이탐의 대답에, 카베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알았어. 지금까지 고마워, 알하이탐"
하지만, 눈동자에 맺힌 감정과는 정반대로, 개운해진 모습으로 카베는 알하이탐에게 그동안의 감사를 전했다.
찰나, 알하이탐의 안에서 그의 멱살을 잡고 따지고 싶은 충동이 솟구쳤다. 그것을 이를 꽉 깨물고 견딘다. 불합리한 일이지만, 포기한 그가 너무나 비정한 인간이라 생각된 것이다.
좋아한다고 한다면, 어떻게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는 거지. 네 마음은, 간단하게 떨쳐낼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것이었나. 지나치게 이기적인 말이다.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도 그를 탓하는 말의 나열이 차례차례 떠오른다.
그러니까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된다고 알고 있었으니까. 예술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완고한데, 자신에 대해서는 깨끗이 포기한다. 그런 녀석이니까, 미루고 있었는데.
카베의 탓이 아니다. 비난하는 건 잘못이다. 하지만, 어째서 지금 그날의 일을 다시 문제 삼았나.
기뻤다. 좋아한다고 말해줘서. 알하이탐도, 같은 감정을 품고 있으니까. 계속, 계속, 카베가 알하이탐의 구멍을 메워줬을 때부터. 항상 그가 알하이탐에게 새로운 감정을 가르쳐 주었으니까. 거울인 네가 있으니까, 너를 통해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흥미를 품은 것도, 좋아한다고 생각한 것도,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품은 것도. 전부 네가 가르쳐 주었다. 너만이, 새로운 세계의 측면에 매료될 수 있게 해준다.
그렇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아프다. 쥐어뜯고 싶을 정도의 아픔이 안쪽에서 날뛰고 있다. 이게 실연의 아픔인가.
"――알하이탐!"
아니 다르다. 이건――――.
○
"――나――탐――떠――일어나! ――알하이탐――눈을 떠! 이게, 일어나라고 무뚝뚝한 자식!"
"……시끄러워"
누군가에게 강하게 흔들려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보기에는 너무 눈부신 남자가 있었다. 카베는 알타이탐이 눈을 뜬 것을 확인하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아, 다행이다! ……근데, 시끄럽다니 뭐야. 나는 기절한 너를 일으켜줬다고. 우선은 감사를 말하면 어때"
"고마워"
"에? ……아, 아아, 천만에"
왜 순순히 고맙다고 하면 재촉한 인간이 주춤하는가. 욱신욱신 아픈 몸을 일으켜, 카베를 본다.
"무슨 일이 있었어?"
"지진이야. 네가 쓰러진 것과 동시에 또 흔들렸어. 아무래도 마지막 하나가 묻힌 것 같아"
과연. 그 아픔은 신성한 나무의 고통이었던 건가. 어쩐지 정신을 잃는다 했다.
"……우리는, 늦은 것 같아"
세 번째가 파묻힌 충격은, 신성한 나무에게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초래했다. 가비의 계획은 세 개의 용의 씨앗을 파묻는 것으로 완수된다. 즉, 카베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림이 끝난다.
"아니, 아직 그의 계획은 끝나지 않았어"
정말에 빠져 고개를 숙인 카베는, 알하이탐이 부정하자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잘 떠올려봐. 두 번째 씨앗은 어떻게 됐지?"
"……아"
떠올린 카베의 눈동자가, 크게 뜨인다.
"게다가 주변의 식물은 아직 시들지 않았어. 신성한 나무가 쓰러졌다면, 여기에 있는 인간들도 더 당황하고 있었겠지. 그렇다는 건, 아직 유예는 있어"
두 번째 씨앗은, 신성한 나무의 밖에서 해방되었다. 그것은 바로 봉인되어, 피해는 최소한. 씨앗은 회수되어, 지금은 나히다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비의 계획을 수행하려면 앞으로 하나 더, 씨앗이 필요하다.
카베의 눈동자에, 한 줄기 빛이 깃든다. 희망은 아직 있다.
"그렇다면 빨리 도시로 돌아가 여행자들과 합류하자!"
메흐락에게 말을 거는 그의 옆모습을 곁눈질하며, 천천히 일어선다. 도중에, 가슴 부근에 강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이미 익숙하므로 시치미 떼는 얼굴을 고수한다. 그보다도, 왼팔에까지 퍼진 멍이 더 신경 쓰였다.
"알하이탐"
건네진 붕대를 받아, 왼팔에 감아간다. 카베는, 굳이 그것을 신경 쓰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붕대를 다 감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베에겐 그렇게 말했지만, 이미 저건 아슬아슬한 상태다. 언제 독을 뿌려도 이상하지 않다. 그때, 알하이탐은 어떻게 되는가. 몇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어떤 것도 「죽음」임에 변함은 없다.
가령, 알하이탐이 죽는다 치고, 그는, 카베는――――함께 죽어줄까.
눈이 뒤집힌 사고에 머리를 흔든다. 있을 수 없다. 그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절대로 둘이서 사는 쪽을 고르겠지.
그런 인간이니까, 알하이탐은 그에게 끌린다.
그런 카베니까, 알하이탐은 그의 삶을 지켜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죽을 그를, 배웅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것도 더는 이룰 수 없는 소원이다.
모든 것은 알하이탐이 선택한 것이다.
수메르가 끝날 때, 그것은 알하이탐이 죽는 때다. 그러니까 아직 신성한 나무는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출발하자"
컨디션 최악인 알하이탐을 신경 쓰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도, 카베의 배려일 것이다. 이게 알하이탐이 아니었다면, 그는 절대로 방치하지 않는다.
그것도, 이제 끝이다. 알하이탐은 카베의 특별이 아니게 된다. 이제와서 그게 아깝다고 생각했다.
막간 과거
알하이탐은 한번, 신의 눈을 잃었다. 잠들기 전에는, 확실히 신의 눈은 이 손에 있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지나 눈을 떴을 때, 알하이탐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름도, 기억도, 신의 눈도, 주인도.
알하이탐은 부득이하게 처음부터 인생을 걸어야 했다.
"정말이지, 왜 우림과 사막은 이렇게 기후가 다른 거야? 벽을 사이에 둔 것뿐이잖아?"
"그 벽이 무엇을 위해 세워진 건지 잊었어?"
"풀의 신님의 힘이 없었다면, 우림의 식물은 오로지 감소하고 있었을 거야, 물론 알지. 하지만, 그거랑 이거랑은 별개잖아. 하아, 어디 시원한 데 없으려나"
사막에 와서까지 입이 돌아간다면 충분히 기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공교롭게도 알하이탐에겐 그것을 말할 기운이 없었다. 수분이 극단적으로 적은 장소는, 식물에게는 독이다. 여기에 신의 눈이 있다면 토론할 여유가 있었겠지만,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두 사람은 공동연구를 위해 사막에 와 있었다. 적왕 문명에 대해 조사하려면, 어떻게든 현물을 이 눈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도중에는 적왕을 숭배하는 과격한 도금 여단도 있으므로, 기습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유적을 목표로 한다.
"……어이, 저기 봐, 오아시스 아냐?"
감자기 카베가 알하이탐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자, 갈색뿐인 경치에 녹색이 비쳤다. 아까까지 기진맥진했던 카베에게, 희색이 깃든다.
그리고, 오아시스를 향해 맹 대쉬했다. 그의 뒤를, 알하이탐은 느릿느릿 쫓는다.
"아하하, 너, 나보다 체력 없네"
알하이탐이 오아시스에 도착했을 때는, 카베는 신발을 벗고 샘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탈 뜻이 뜨거운 햇살이 금빛을 비춰, 맑은 수변을 강조한다. 그 모습이, 얼마 남지 않은 기억과 겹친다.
"나부 말리카타"
"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와 그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 그 꽃의 신이, 이런 인간다운 남자와 닮았을까 보냐.
"자, 서 있지 말고 너도 물에 들어오면 어때. 기분 좋다고"
알하이탐은 카베의 옆에 앉아, 손을 물에 담갔다. 몸 구석구석까지 물이 퍼지는 것 같은 감각에, 후우, 하고 황홀한 한숨이 쏟아진다.
"그렇다 쳐도, 아카데미아의 옷은 사막에서는 너무 더워. 좀 더 사막에 맞는 옷을 만들면 좋을 텐데"
"교복은 신분을 밝히는 목적도 있어. 교복이 여럿 있으면 눈치채지 못하는 인간도 나오겠지. 게다가 아카데미아의 학생 전원이 사막에 가는 것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적어도 사막용으로도 만들었으면 좋겠어. 조사 신청을 낸 사람에게만 제공한다던가"
"왜 너는 귀찮은 일을 늘리는 방향으로 생각해? 스스로 옷을 조달하면 될 뿐이잖아. 애초에, 불평하기 전에 네가 사전에 준비해뒀으면 되잖아"
"아, 안다고. 조금 투덜거렸을 뿐이야"
카베와 공동연구를 하게 된 후, 전보다 말다툼하는 시간이 늘었다. 원래부터 그와는 사고방식이 달랐으므로, 흔히 서로의 주장이 합쳐지지 않아 싸움이 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현재와 비할 정도는 아니다. 사막에 오기 전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말다툼을 했다.
알하이탐들의 연구는, 머지않아 파탄날 것이다. 그것은 초기 단계에서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다. 카베와 알하이탐의 삶의 방식은, 너무나도 다르다.
그야말로 물과 기름처럼, 어디까지나 조화를 이룰 수 없다. 전혀 쓸데없는 짓이다. 싸움은 지칠 뿐이고, 이해시키려 노력해봐야 얻는 것은 맺힌 고양뿐.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않을래? 이대로 계속 가도 유적에 도착하는 건 밤이야.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고, 가능하면 조사는 낮이 좋아"
"괜찮겠지"
그래도, 왜인지 그의 옆은 떠나기 어려웠다.
머지않아 그의 앞에는, 이상과 현실의 골이라는 커다란 벽이 가로막을 것이다. 그의 남들을 위해 움직이는 삶의 방식을, 알하이탐은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당사자만이 손해를 보고, 괴로울 뿐이다.
사람은 은혜를 잊는 생물이다. 그가 타인을 위해 해온 일은, 언젠가 좋은 형태로든 나쁜 형태로든 변해 돌아온다. 누구나 해피엔딩이 되는 세계 같은 건 있을 리 없다. 단 한 사람의 자기희생으로 다수가 구원받는 미래, 이 얼마나 불쌍한 일인지.
어른이 되었을 때, 그는 그것들에 괴로워할 것이다. 그 전에, 알하이탐이 그를 바꿀 수 있다면――.
씩, 도전적으로 그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오랜만에 너랑 의견이 맞았네"
"네가 더 합리적으로 판단해준다면, 의견이 대립하는 일도 없을 텐데"
"너란 녀석은 또, 쓸데없는 한 마디를 붙이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거냐"
조형미는 아름답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알하이탐에게 그것을 감상하고 즐거워하는 취미는 없고, 왜 사람이 아름다운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지 이해할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던 게 아니다.
인생을 바꿀 만한 극적인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가, 알하이탐의 가치관을 바꿀 만한 무언가를 알려준 것도 아니다.
그냥 대화했다.
싸움을 했다.
식사를 했다.
연구를 했다.
수업을 받았다.
끌어들이고, 말려들었다.
잠에 떨어졌다.
옆에 나란히 섰다.
만났다.
「알하이탐」
이름을 불러주었다.
발견해 주었다.
구멍을 메워주었다.
계속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계속 이야기하고 싶다.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다.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알하이탐만을 봤으면 좋겠다.
그 눈에 계속 알하이탐만을 비춰줬으면 좋겠다.
어디에도 가지 마.
붙들고 싶다.
묶어두고 싶다.
가두고 싶다.
같은 시간을 살아.
이것을 집착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알하이탐은 심한 더위로 나른해진 머리로 몽롱한 상태에서도 이해했다.
신의 눈을 손에 넣은 날의 일이다.
제4막
도시 밖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카베! 알하이탐!"
인파를 거슬러 도시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더니, 저쪽에서 여행자와 페이몬이 달려왔다.
"상황은?"
"나히다가 주민들에게 대피 지시를 내렸어. 타이나리와 사이노, 그리고 데히야들이 솔선해서 모두를 도시 밖으로 유도하고 있어"
간결한 질문에, 페이몬이 간략하게 설명한다.
"너희는 어디에 가려 하고 있었어?"
"우리는, 너희와 합류하려고 선나원으로 가려던 참이었어"
"여기서 합류해서 다행이야"
"진짜로. 덕분에 괜히 왔다 갔다 하지 않고 끝났어. 다음 목적지는 신성한 나무야"
"우리도 너희에게 전하고 싶은 게 있어"
어쨌든 이야기는 가면서 하자는 것으로, 네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사람들의 흐름을 타고 도시 밖으로 나왔다.
"그래서, 해결책은 발견됐어?"
"오우! 나히다의 힘으로 제거할 수 있대. 대신, 두 번째의 용의 씨앗이 밖에서 사용되었던 탓인지, 독이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것 같아. 그래서 나히다는 밖에서 독의 분출을 억누르고, 우리가 이걸 사용해서 안에서부터 신성한 나무를 치료하기로 했어"
"그건, 항아리 지식?"
여행자의 손에는, 이전까지 널리 사용되었던 항아리 지식이 올려져 있었다. 그걸 어떻게 쓰는 거냐고, 카베는 고개를 갸웃했다.
"겉보기에는 닮았는데, 이 안에는 나히다의 풀의 신의 힘으로 채워져 있어. 이걸 신성한 나무 안에서 해방시키면, 독이 정화되고 전부 원래대로 돌아온대"
"……확실히, 굉장한 원소력이 느껴지네. 이 정도로 거대한 힘이라면, 신성한 나무도 치료되겠지. 그렇다 쳐도, 역시 일곱 신은 굉장하네. 이전의 수메르였다면, 이미 이 나라는 한참 전에 끝났겠지"
원소 시야로 봤을 것이다. 거기에 깃든 밀도 높은 원소력에, 카베는 경외감을 느꼈다. 그에 반해 알하이탐은, 특별히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 그녀라면 그것을 한번 보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 이른바 신성한 나무는, 이전의 세계수와 같은 상태. 그 열화판이다. 단지 원인을 해명하는데 시간이 걸렸을 뿐. 모든 풀이가 완료되면,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여행자들 사이드의 이야기가 끝나자, 이번엔 이쪽이 얻은 정보를 공유한다. 세세한 부분은 시간이 없어서 생략했지만, 일련의 사건 흐름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분노를 드러냈다.
"뭐야 그게! 너무 제멋대로잖아!"
"용서 못해"
"아아, 용서해선 안 된다구. 우리가 절대 그 녀석을 붙잡아주자"
"너희에게만 이 나라의 명운을 짊어지게 하지 않을 거야. 나도 미력하지만 힘을 보탤게. 사양 말고 의지해줘"
"오우, 의지하고 있어 카베"
다시 한번 작전을 향해 투지를 불태우는 여행자와 페이몬, 그것에 감화된 카베도, 의욕을 내고 있다.
단 한 사람, 알하이탐만이 냉정하게 일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었다.
선두를 가는 카베의 뒤에서, 여행자와 페이몬이 최후미에 붙은 알하이탐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다.
"있잖아, 정말 너도 가는 거야?"
"안색 심해. 쉬는 편이 좋아"
"내 걱정보다, 너희는 우선 자신의 몸의 안전을 우려해야지"
이 앞에서 기다리는 것은, 적만이 아니다.
"아마도 안에는, 가비의 동료가 복수 있을 거야. 게다가, 아직 신성한 나무 내부의 방어 시스템이 가동하고 있어. 나는 문제없지만, 그건 너희를 이물질로 인식해, 가차 없이 이를 드러내겠지"
"그, 그건, 네가 도와줄 거잖아? 우리를 따라온다는 건 그런 거잖아. 그치만 너 신성한 나무지?"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께 뭐라고 들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신성한 나무를 조작할 만한 힘은 없어. 기대해도 소용없어"
"뭐――"
페이몬이 놀라서 굳는다.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었던 건가. 맨 처음에 들어오려 했을 때는, 알하이탐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전했을 텐데. 그 발언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올 텐데.
"그럼, 왜 따라오는 건데!?"
"신성한 나무의 방어 시스템은, 나와 풀의 신님이 옛날에 고안한 거야. 그 안에 몇 개의 기믹을 넣어뒀어. 그걸 풀려면, 너희만으로는 날이 저물어도 끝나지 않을 거야"
"그래서 알하이탐도 가는 거야?"
"아아"
"대체 얼마나 어려운 걸 고안한 건데!?"
여행자에게 긍정하자, 페이몬이 전율했다.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다소 시간을 낭비할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간조차 아깝다.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냐고 앞을 본다. 하지만 꽂히는 시선에, 뭐냐고 다시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아직 뭔가?"
뭔가 말하고 싶어 보이는 여행자에게 묻는다. 머뭇거리다가, 여행자는 작게 입을 열었다.
"카베에겐 말했어?"
"무슨 소리야"
"알하이탐에 대해서"
"그 녀석은 몰라도 되는 일이야"
전방을 본다. 어딘가 초조함을 밴 등이 보였다.
"……"
"이제 됐지. 앞길을 서두르자"
아직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여행자를 뿌리치고, 알하이탐은 납덩이처럼 무거운 다리를 움직였다.
○
수위를 올렸을 호수는, 역시 예상대로 지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드디어 왔네"
그리고, 신성한 나무 앞에는 예상외의 선객이 있었다.
"너는, 방랑자!?"
"방랑자?"
그 인물에 페이몬이 가장 먼저 반응한다.
"너는 확실히, 학원제에 나왔던 인론파의"
"모자"
"맞아, 모자 군이네!"
여행자가 이름을 말하자, 기억을 되살리려던 카베가 그거라고 손뼉을 쳤다. 그 모자 군은, 여행자를 언짢은 듯 노려봤다.
"지금, 그 이름은 그만둬"
"그럼 뭐라고 부르면 되는데?"
"아까 저기의 하얀 게 말했잖아. 나는 방랑자라고 불러"
"하얀 거라니 뭔데! 나는 페이몬이야! 이제 좀 이름으로 부르라고!"
페이몬이 물고 늘어지지만, 방랑자는 어디서 바람이 부냐는 식이다.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이 알하이탐이 끼어들기로 했다. 뭐, 그 이유는 뻔하지만.
"그럼 방랑자, 보아하니 너는 망보고 있던 도금 여단을 쓰러뜨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데. 대체 왜, 이런 곳에 있지?"
"흥, 최근 우인단의 동향이 수상해서 쫓고 있었더니, 그 박사가 또 시시한 실험을 하고 있다잖아. 이 나라가 어떻게 되는 나는 상관없지만, 그녀에게 은혜를 입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거든. 내친김에 너희를 도와주려고, 이렇게 기다려주고 있었지"
"뭔가 싫은 말투네"
방랑자의 설명에, 페이몬이 작게 투덜거린다. 학원제에서 종종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왜 항상 그녀는 흠을 잡는 걸까. 뭐랄까, 제2의 카베처럼 감정 기복이 심하다. 게다가 속기 쉽고, 보물이라는 말에 쉽게 낚인다.
알하이탐은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게도, 여행자에게 조금만 동정했다.
"그건 든든하군. 그럼 가지"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뭐야?"
왜인지 만류하는 카베에, 약간 짜증을 내며 돌아본다.
"왜 그렇게 선뜻 정하는 거야. 에, 이거 내가 이상한 거야?"
"아―, 카베, 확실히 이 녀석은 엄청나게 수상하고 성격 나쁘지만, 지금은 나쁜 짓 하지 않으니까 괜찮아"
"지금은 말이지"
"입 다물어"
여행자가 방랑자의 삿갓을 때린다. 그로 인해 그의 인형처럼 갖추어진 생김새가 가려진다. 뭐 하는 거냐며, 방랑자가 여행자에게 불평한다.
흐르는 듯한 주고받기에, 혹시 이게 그들의 통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카베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당혹감은 있었지만, 적어도 협조하겠다고 했으니까 라고 그의 동행을 허락했다.
알하이탐은, 그가 학원제에 참가한 것이나, 학원제 도중의 동향도 포함해, 그가 어떠한 입장의 인물인지 대체로 추측하고 있다. 그렇기에, 반대할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카베가 보기에는 안면이 조금 있을 정도인 이국의 인간이, 갑자기 자기도 싸우겠다고 끼어든 것이다. 의심하지는 않아도, 부자연스러움은 다 떨쳐낼 수 없을 것이다. 그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딱히 네 허가 같은 건 필요 없지만"
그건 그렇다.
조용히 중얼거린 싸늘한 말은, 알하이탐의 귀에 똑똑히 들어왔다.
다소 옥신각신했지만, 일행은 드디어 신성한 나무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안에 들어온 순간, 이상함을 깨닫는다. 거기는 마치, 용의 체내 같았다.
비늘투성이의 내부. 도금 여단 사람들이 이정표로서 둔 횃불도 어우러져, 방심하면 괴물이 기어나 올 것 같은 섬뜩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우우~, 정말 이 앞으로 가는 거냐구"
"페이몬, 떨어지지 마"
길은 한 갈래가 아니라, 복수로 갈라져 있다. 알하이탐은 망설임 없이 이쪽이라고 걸음을 옮긴다.
잠시 나아가자, 서서히 시끄러운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어이, 보라고 저거!"
아까까지 겁먹고 있었던 것도 잊고, 페이몬이 왁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일행의 앞에는, 복수의 도금 여단이 대량으로 출현한 나무뿌리와 대치하고 있었다.
"――젠장, 어이, 불을 던져!"
"하지만 그런 짓 했다간 여기 일대가 다 타버린다고!"
"여기서 죽는 것보단 낫잖아!"
아무리 잘라도 끝이 없는 나무뿌리에 기다리다 지친 한 사람이, 횃불을 든다.
"위험해! 여기서 불을 질렀다간 전부 불탄다고!"
"돕자!"
여행자가 뛰쳐나간다. 한발 늦게 방랑자와 카베가 달려간다. 마지막으로 알하이탐이 느긋하게 쫓는다.
그리고 그들이 싸우는 틈을 유유히 지나, 도금 여단이 지키고 있던 벽 앞에 멈춰 섰다. 그 벽에는 어떤 고대 문자로 문제가 적혀 있었다. 아마 이 문제도 옛날의 알하이탐과 풀의 신이 만들었을 것이다. 현대에는 고대 문자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에는 상용언어의 일종이었다.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기믹의 내용은 알고 있지만, 어떤 문제를 만들었는지까지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일까. 그렇기에 자력으로 풀 수밖에 없지만, 알하이탐에게 걸리면 큰 시간은 걸리지 않는다.
"알하이탐, 너 말이야, 싸울 수 없다고 뭘 태평하게 있는 거야! 위험하니까 숨으라고!"
"흠, 이렇겐가"
뭔가 쓸데없는 잡음이 닿았지만, 무시하고 답을 보인다. 그러자, 그냥 벽이었던 장소에 빈 공간이 생겼다.
"빨리 들어가도록 해. 그건 이 앞까지는 안 쫓아와"
도금 여단을 빠르게 쓰러뜨리고, 나무뿌리에 맞서고 있는 그들을 부른다. 그 말에, 그들은 서둘러 벽 너머로 달린다. 덤으로, 쓰러뜨린 도금 여단도 데리고 오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저, 정말로 안 쫓아와"
"젠장, 이런 거 못 들었다고"
오른 숨을 가다듬는 카베. 그 옆에서, 방랑자가 욕을 뱉었다.
그 나무뿌리는, 문지기다. 모든 문제 앞에 배치되어 있으며, 기믹을 풀고 경계선을 빠져나가면 역할을 끝낸다. 문제를 풀면서 그것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이른바 학자를 울리는 기믹인 것이다.
옛날의 그들이 터무니없이 지독했는지 잘 알 수 있는 사양이다.
"저 나무뿌리들, 알하이탐은 공격하지 않았지"
"나에게 피학취미가 있는 것처럼 보여?"
여행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고말고.
애초에 성적 흥분을 느낄 수 있는지조차 수상한 것에, 피학취향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없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옆에서, 카베가 방랑자에게 아까의 싸움을 칭찬하고,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방랑자가 주춤한다는 진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남은 두 개의 기믹을 해제하고, 겨우 최심부까지 도착했다. 도중에도 비교적 비참한 양상이었지만, 최심부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거기는 마치 지옥이었다.
기믹 앞을 지키고 있던 자들을 웃도는 인간의 수. 그들은 한결같이 몸의 수분을 전부 빨린 것처럼 바짝 말라 있었다.
"저건 도금 여단 녀석들이지. 왜 미라처럼 죽은 거야?"
"우우, 나 토할 것 같아"
중앙의 천장을 향해 뻗은 한 개의 줄기. 저것이 신성한 나무를 지탱하고 있는 지주다. 그 앞에,
아카데미아의 교복을 입은 남자가, 무언가를 바치듯 자체를 취하고 있다. 남자의 주위에는, 실드 같은 것이 쳐져 있었다.
"거기까지야!"
남자가 돌아본다. 가비의 눈은 충혈되고, 초점이 맞지 않은 채, 뺨은 여위어 반야 같은 형상을 띠고 있었다.
"오지 마!"
가비의 목소리에 호응하듯, 여러 차례 알하이탐들을 막아온 나무뿌리들이 그를 지키듯 기어든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이 나무, 저 녀석을 지키듯이 움직이는 거냐고!"
"하하하, 굉장해.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어. 나를 바보 취급했던 그 녀석들도, 나를 죽이러 온 너희도 전원 내 연구의 초석이 되는 거야아"
미친 듯이 가비가 웃는다.
"잠깐 기다려, 우리는 너를 죽이려 한 적――"
"무슨 말을 해도 무리야……저 자, 이미 취했어"
황급히 정정하려 한 카베를, 방랑자가 말린다. 그 목소리는, 냉혹할 정도로 무감정했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나는 대현자가, 아아아아아 나를 바보 취급한 녀석들도 이걸로, 마마 파파 저 해냈어요"
황홀한 표정. 지리멸렬한 표정. 어떤 경위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미 제정신을 잃고 있다. 이래서는 대화로의 해결은 불가능할 것이다. 뭐, 애초에 그럴 예정은 없었지만.
대체 이 상황의 원인은 무엇인가. 알하이탐은 주위로 시선을 돌려, 원인을 찾는다. 도금 여단들의 주위에 소형 기계장치가 굴러다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게다가 가비 쪽도 살펴보니, 그의 손에도 같은 것이 쥐어져 있었다.
"그의 손을 봐"
"손? 뭔가 가지고 있네. 멀어서 잘 안 보이지만, 뭔가의 신호를 발하는 건가?"
"저걸로 신성한 나무를 조종하는 거야?"
카베와 여행자가 분석한다. 방랑자가 작게 혀를 찼다.
"박사 놈, 쓸데없는 짓을"
"뭔데. 저것도 그 가면 자식이 만든 물건이라는 거야?"
귀 밝게도 들은 페이몬이, 허둥대며 방랑자에게 다가간다.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자못 언짢은 기색을 드러낸 방랑자는, 그런 그녀에게 싫은 얼굴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저건, 원래는 잠입이나 신속하게 임무를 수행해야 할 때, 적측의 인간을 세뇌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야. 저기에서 방출되는 초음파는, 인간의 리미터를 해제하는 작용이 있어. 요는 사안의 전신이야. 다만, 너무나도 강력해서 1번이면 쓸모없게 되니까 폐기처분이 된 거야. 아마, 주위의 도금 여단은 저걸 쓰려고 하다 대가를 견디지 못하고 죽은 거겠지. 저기의 그도 견딜 수 있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지만……뭐, 그에게만 개량한 것을 넘겼을지도 모르지"
쓸모없게 된다는 것은, 대체 어느 쪽을 가리키는 것인가. 현재 사용자의 모습을 볼 때, 양쪽일 것이라 결론짓는다.
"그런 위험한 걸, 왜 우인단은 저 녀석에게 넘긴 건데!"
"후후, 쓴 장난감은 치워야 하잖아? 아아 그리고, 저걸 만든 건 박사야"
"그런 거 말하지 않아도 알아!"
방랑자의 해설에, 여행자들의 얼굴이 혐오로 일그러졌다. 또한 그것을 태연하게 말하는 방랑자에, 섬뜩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그를 풍기관에 넘겨도 사정 청취는 어렵나"
"거기가 중요해!? 너, 아픔이 너무 심해서 이상해진 거지!"
분위기를 잃지 않는 중얼거림에, 무심코 카베가 츳코미를 넣는다. 무슨 소리야, 중요한 일이잖아. 사정 청취는 서기관인 알하이탐과는 무관하지만.
아니 뭐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다리는 납 같고, 멍이 있는 곳은 얼얼하고, 배는 꾸륵꾸륵거려 기분 나쁘고, 상시 전신이 침에 찔린 듯한 통증을 느끼고 있지만, 견디지 못할 것도 아니다. 천 년 전의 그때와 비교하면 이런 것……역시 기분 나쁘군.
"――피해!"
여행자의 경고에, 전원이 그 자리에서 회피행동을 취한다. 전원이 없어진 장소에, 대량의 나무뿌리가 꽂힌다.
"자, 수메르의 위기다 풀의 신의 권속이여! 지금이야말로 깊은 잠에서 깨어나, 수메르를 구원해다오!"
마치 자신을 제물로 바치듯이, 가비가 지주를 향해 고한다.
"자기가 수메르를 해하려 하고 있는데 구원해달라고? 설마 그는, 정말로 자기의 연구를 위해 이런 엉뚱한 짓을 저지른 거야?"
어안이 벙벙해진 카베를 향해, 나무뿌리가 덤벼든다. 알하이탐은, 카베와 나무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러자, 왜인지 나무뿌리는 알하이탐의 앞에서 멈춘다.
"멍하니 있지 마!"
"――읏 미안!"
알하이탐에게 도움받은 카베는, 분한 듯 사과했다.
"여행자, 저걸 멈출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내가 엄호해줄 테니까, 너는 빨리 이 사태를 수습해"
고전하고 있는 여행자를 돕듯이, 방랑자가 그를 덮치는 나무뿌리를 도맡는다. 여행자는, 방랑자에게 맡기라는 듯 눈짓을 하고, 단숨에 지주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방랑자 사이를 빠져나간 나무뿌리가, 여행자의 옆에 떠 있는 페이몬에게 향한다.
"우와―!"
"페이몬!"
날카로운 끝부분이 페이몬의 작은 몸을 꿰뚫기 직전, 대검이 나무를 두 동강 낸다.
"그녀는 맡겨둬! 빨리 그 항아리 지식을 신성한 나무에게!"
"고마워!"
다시 여행자가 뛰기 시작한다. 그 뒤를 알하이탐도 쫓는다. 그렇게 떠나는 순간, 스친 카베에게 귓속말을 했다.
못 들었더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한 그 말을, 카베는 정확하게 들은 것 같다.
"야, 이번엔 대체 뭘 할 생각이야! 멈춰 알하이탐!"
"카베!"
"――읏, 젠장!"
앞뒤 생각 없이 덮어놓고 움직이는 건 자기답지 않다. 긴장된 생활보다, 여유 있는 생활이 더 충실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은 걸을 때마다 끼익끼익 몸이 삐꺽거리고, 뛰거나 하면 찢어지는 듯한 격통이 생긴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하이탐이 해야 하는 일이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아아아아아아아아!!!!"
점점 다가오는 여행자에게 위기감을 느낀 가비가, 더욱 기계의 출력을 올린다. 그러자, 지금까지 영향이 없었을 알하이탐에게까지, 뇌 속을 지배당하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공격은 무시무시함을 늘려 간다. 알하이탐은, 걸음을 멈춘 여행자를 겨우 따라잡았다. 여행자의 앞으로 뛰쳐나가자, 역시 공격이 멈춘다.
"나를 가져가"
진의를 정확히 읽어낸 여행자가, 초조한 표정으로 제동을 건다.
"그런 짓을 했다간, 알하이탐은"
"조금 잠들 뿐이야. 네가 슬퍼할 일이 아니야"
"하지만――!"
"끝나면,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께 보내줘"
전신의 힘을 뺀다. 순간, 그렇게 괴로웠던 몸이 가벼워졌다.
머리도 점점 깨끗해져,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잘 때도 이런 식으로 사고가 흩어져 갔지.
멀리에 눈에 띄는 금발이 보였다. 흐릿해지는 시야에, 마치 눈이 마주친 듯 붉은빛이 섞인다. 왜인지 이쪽으로 팔을 뻗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무의식적으로 입가가 느슨해졌다.
왜 필사적이 되는 거냐고, 너는 계속 의심하고 있었지. 간단한 일이야.
네가 살아갈 평온을 지키고 싶었어. 그것뿐.
속물적이지?
이건 5백 년 전, 기억을 잃을 것을 예상한 내가 남긴 기록이야
어느 곳에 한 마리의 녹색 새가 있었습니다. 녹색 새는 어느 광대한 나라를 안녕으로 이끌기 위해, 서로 다른 종족들과 협력하여, 동분서주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주위를 순회하고 있던 녹색 새에게, 작은 가지 하나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혹시, 당신은 녹색 새님이십니까?"
녹색 새는 가지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렇단다. 너는 누구니?"
"저는, 이 근처를 헤매는 정령입니다. 여느 때처럼 이 근처를 날고 있었는데, 엄청나게 거센 파도에 휩쓸려, 정신을 차려보니 이 나무에 갇혀 있었습니다"
가지가 갇힌 것은, 녹색 새가 대지에 부탁하여 싹트게 한 거대한 큰 나무였습니다. 그것을 들은 녹색 새는 크게 탄식합니다.
"아아, 그건 참으로 운이 나빴구나. 이 나무를 만든 건 나란다. 설마 네가 말려들어 버린 줄은 몰랐어. 미안한 짓을 했구나. 사과로 너에게 꼭 맞는 몸을 줄게"
녹색 새의 속죄를 겸한 제안을, 작은 가지는 필요 없다고 몸을 흔들었습니다.
"저는 이 상황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보세요. 그들은 항상 이 시간이 되면 여기에 와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말하는 법을 배운 것도, 그들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작은 가지는 말합니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만으로는 보충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면, 겁을 먹게 만들겠죠. 그러니, 만약 괜찮으시다면, 당신이 제 말동무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작은 가지의 제안에, 녹색 새는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그 이후로, 녹색 새는 때때로 작은 가지를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속죄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마음도 곧 사라져 있었습니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배우고.
하나를 물어보면, 열이 돌아온다.
가지라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작은 가지는 매우 총명했습니다.
"당신의 말은 항상 재치가 넘치네요. 모두가 당신의 지식을 의지하게 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나도, 너 정도로 영리한 가지는 처음이란다. ……너, 정말 몸은 필요 없니?"
"지금으로선 불편함은 없으니까요. 이걸로 됐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몇 계절이 지났을 무렵, 갑자기 작은 가지가 "몸을 가지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녹색 새는 크게 놀랐습니다. 왜냐면, 녹색 새가 몇 번 제안해도 작은 가지는 딱 잘라 거절해왔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왜 그러니?"
"그들의 이야기에도 질렸습니다. 이 몸으로는 더 많은 지혜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그러니, 슬슬 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이미 그 제안은 무효입니까?"
"아니, 그렇지 않아. 녹색의 나라는 너를 환영한단다"
이렇게 해서 녹색 새가 부러뜨린 작은 가지는,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몸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들의 생활에 녹아든 작은 가지는, 어느새 녹색 새의 친구라고 불리게 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 말대로였기 때문에, 녹색 새도 작은 가지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몇 계절이 지난 어느 날, 모래의 나라를 다스리는 사슴이, 녹색 새에게 구원을 요청했습니다. 사슴은, 예전에 녹색 새의 동료였습니다.
「당신과 그녀의 충고는 옳았네. 이 나라를 지키려면, 이 몸을 희생할 수밖에 없지. 이 땅은 모두 당신에게 바치겠소. 그러니 부디 이 나라를 지켜주오」
녹색 새는 사슴의 소원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윽고 사슴은 말한 대로,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여 백성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백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의 희생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사슴은, 더 나은 나라를 위해서라며 어떤 기술을 손에 넣어왔습니다. 그 기술은 이 세계에서는 맹독과도 같은 것. 진정으로 사슴의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장소에서 가져온 기술을 이 세계에서 근절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녹색 새의 힘으로도 쉽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 몸이 작은 새보다도 작은, 새끼보다도 어린, 알로 부화해 버린다면, 네가 나 대신 나라를 다스려주지 않겠니?"
그 말에 작은 가지는 강한 거절을 표했습니다.
"도저히는 아니지만, 저에게 그 나라를 다스릴 능력은 없습니다. 녹색의 나라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의 것입니다"
작은 가지는 그렇게 말했지만, 과연 녹색 새는 어느 정도의 힘을 남길 수 있을까요. 작은 가지는 녹색 새의 불안을 읽고 있었습니다.
"제 힘을 사용해주세요"
생각지 않은 제안에, 녹색 새는 난색을 표했습니다.
"제 힘은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그걸로 어느 정도 보전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짓을 하면 너는 다시 작은 가지로 돌아가 버릴 거란다"
"다소 오래 잠들 뿐입니다. 기억도 어느 정도 잃어버릴지도 모르지만, 죽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나라가 멸망해 버리면 본말전도잖아요"
작은 가지가 하는 말은, 매우 이치에 맞는 말이었습니다.
"이 나라에는,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녹색 새는 각오를 정했습니다.
그리고, 작은 가지는 길고 긴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녹색 새는 가지로 돌아간 그를, 큰 나무의 깊숙한 곳에 심었습니다. 때때로 상황을 보러 와서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그를 향해 말을 걸었습니다.
작은 가지가 잠든 지 5백 년, 녹색 새의 친구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
"거기서 더욱 5백 년이 지난 어느 날, 한 부부의 품에, 아기가 내려왔어. 아이를 갖지 못했던 그 부부는, 그에게 알하이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키우기로 한 거야"
"그럼 알하이탐은, 다시 긴 잠에 빠진 겁니까?"
창백한 얼굴로, 카베는 이 나라의 신과 대치하고 있었다.
"아니, 지금의 그는 지쳐서 잠든 것뿐. 분명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마음이 풀린 거겠지. 괜찮아. 건강한 흙과 물과 햇빛, 그리고 그가 가장 안정을 느끼는 장소에 두면, 조만간 일어날 거야"
그 말에, 카베는 겨우 굳어있던 몸에서 힘을 뺐다. 하지만, 그 손에 든 화분은 떨어뜨리지 않도록 확실히 잡고.
"알하이탐은 신성한 나무의 화신이 아니야?"
카베와 함께 온 여행자가, 나히다에게 묻는다.
"그는 내 권능에 말려들었을 뿐인, 그냥 피해자야. 그 몸은 신성한 나무와 일체가 되어 버려서 떼어낼 수는 없어. ……조금 복잡하지만, 그 자신이 신성한 나무인 건 아니야. 이번처럼 다소의 영향은 받겠지만, 그 자신에게 특별한 힘은 없어. 지식을 추구하고, 진리를 추구하는 자. 그는 수메르에 있는 학자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럼, 신성한 나무가 알하이탐을 공격하지 않은 건 그의 힘이 아닌 거야? 여행자가 그 녀석을 쥐었더니, 전혀 공격하지 않게 됐다고"
"그의 본체는 신성한 나무에 난 작은 가지야. 너도 마구잡이로 자기 자신을 공격하지 않잖아"
싸움 도중, 갑자기 알하이탐의 몸이 작은 가지로 변신했다. 그것은 카베에겐 엄청난 쇼크를 가져왔다.
눈앞에서 그 모습을 목격한 여행자도 충격으로 한순간 굳어있었지만, 이내 목적을 떠올리고, 그것을 주워들고 달려 나간다. 가지를 줍자마자, 나무뿌리의 공격이 멈췄다. 가비는 허둥댔다.
그것이 빈틈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그 기계에 휩쓸려 폐인 상태가 되고 말았다.
덕분에 카베들을 향한 공격도 멈춘 것이지만. 그리고, 지주에 도착한 여행자가 항아리 지식을 해방해, 신성한 나무는 정화되었다.
그 후, 찾아온 사이노와 타이나리에게 뒤를 맡기고, 카베들은 서둘러 나히다에게로 달려온 것이다. 참고로, 방랑자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여행자에게 그가 있었던 것은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받았으므로,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기여했다는 기록은 남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듣게 된 동화풍의 옛날이야기.
오래 알고 지내 온 카베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여행자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알하이탐이 풀의 신의 권속이었다는 것보다 쇼크로, 형언할 수 없는 불쾌감을 낳았다.
"카베, 그가 네게 아무것도 전하지 않았던 것은, 너를 생각해서야"
카베의 추악한 심정을 꿰뚫어 보듯, 나히다의 눈이 바라본다.
"우리 같은 존재는, 인간처럼 감정이 풍부하지 않아. 공감력이 부족하고, 그중에서도 그는 그 경향이 현저했어. 분명 네게 모든 것을 전하면, 너는 그를 위해 무리를 한다고 생각했던 거겠지. 부디 그를 탓하지 말아줘"
"네, 알고 있어요. 그 녀석은 언제나 제가 하는 일마다 트집을 잡거든요"
학생 시절부터 그랬다. 그는 카베가 누군가를 위해 행동하는 것을 진심으로 신기한 듯, 이해할 수 없다는 모습으로 방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도중부터 참견을 하게 되었고, 언제부터였더라? 그래, 공동연구를 시작했을 즈음부터다.
그가 하는 말은 합리적이다. 이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거기까지 이성적이지 않고, 인정에 의해 상황은 얼마든지 변한다. 비록 호의를 배신으로 돌려받더라도, 화는 나지만, 그러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생각하면, 그는 사람의 감정에 약간 무뎠다. 아니, 그건 무디다기보다, 모른다는 느낌이었다. 마치 순수한 아기처럼, 사람들의 감정 표출을 관찰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아, 뭐야. 좀 더 파고들었다면 알 수 있었던 일이잖아. 상처받는 게 무서워서, 주저하다가, 그래서 이 꼴인가. 참으로 촌스럽다.
"그런 말이 아니지만. 아니, 이건 너희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네"
근심이 사라지지 않는 카베에게, 나히다는 쓸쓸해 보이는 시선을 보냈다.
"이것만은 기억해뒀으면 해. 알하이탐에게 인간의 감정을 가르쳐 준 게 그의 가족이라면, 그를 인간으로 만든 건 카베, 너야"
그렇게 굉장한 일을, 카베는 그 알하이탐을 상대로 해낸 걸까. 도저히 현실성이 없는 일이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신의 말이라지만, 카베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
꿈을 꿨다.
"우리 집에 돌아왔어. 자, 네 집이야. 정말이지 전혀 정리가 안 됐잖아. 게다가 어제의 지진으로 더욱 어질러졌고. ……이거, 결국 내가 치워야 하는 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시끄러워.
"야, 언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 생각이야 뭔가 말하면 어때"
나는 집에서는 조용히 있고 싶은 파야.
"……하아, 미치겠네"
네 상태가 이상한 건 평소의 일이잖아.
"둘 곳은……네 방으로 좋을까"
이봐, 너에겐 방을 줬잖아. 내 방에 네 실패한 모형이니 제도 도구를 두려고 하지 마.
"네 방, 햇빛이 굉장히 잘 드네. 그러고 보면, 아카데미아에 있었을 때도 대체로 지혜의 전당이나 햇빛이 잘 드는 테라스에 있었고, 식물이라서 그런가?"
식물만이 아니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태양 빛을 쬐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어. 너는 그런 것도 모르는 건가.
"좋은 아침. 아직 자는 건가. 아침에 약한 그 모습을 아카데미아 녀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좋은 아침. 오늘은 휴일이야. 틈만 나면 밖에 나가 트러블에 휘말리는 너와 나는, 휴일을 보내는 방법이 달라. 쉬는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제일이야.
"아차. 물은 어느 정도로 줘야 하지?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께 물어보러 갈까? 아니아니 이런 일로 그분의 수고를 끼치게 할 수는……역시 타이나리에게 물어보러 갈까"
그러는 편이 좋아. 네 경우 너무 많이 줘서 시들게 하니까, 제대로 지도를 받아야 해.
"있잖아, 문득 생각했는데, 너는 대체로 뭔가 마시고 있었지. 그건 물 주는 거였어? 잘 자"
묘한 억측은 그만둬. 단순히 수분 보충이야. 뭐, 남들보다 다소 빈도가 많은 건 부정하지 않지만. 잘 자.
"좋은 아침. 어제 이야기의 계속인데, 전에 공동연구로 사막에 갔을 때의 일 기억해? 그때 너는 땡볕 아래에서 책을 읽는 데 열중하고 있어서 내가 주의 줬었잖아. 너는 언제나 물을 마시고 있었지. 보통,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땀을 많이 흘리기 쉽고 더위에 약해. 그런 사람은, 자연히 그늘에 있기 마련이지. 하지만, 너는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에 비해 태양 아래에 있는 건 전혀 아무렇지 않았잖아……혹시 그건, 광합성하고 있었던 거야?"
좋은 아침. 왜 나를 일반적인 식물의 성질과 대조하는 거야. 앞으로 나를 관엽식물로 인식할 생각이야?
"야 너, 언제까지 잘 생각이야! 나도 한가하지 않다고. 앞으로 사막에서의 건축 작업이 있는데, 너 때문에 진행되지 않잖아! 잘 자!"
뭘 그렇게 화내는 거야. 가면 되잖아. 너는 이 집을 나가겠다고 그렇게 말했었잖아. 잘 자.
"나는 당분간 사막에 갔다 올 건데, 그 사이의 보살핌은 사이노와 타이나리에게 맡겼어. 여행자도 때때로 상황을 보러 오는 모양이니까……집이 떠들썩하면 너도 일어나겠지……다녀올게"
흠, 그건 곤란해. 나는 집에 최대한 타인을 들이고 싶지 않아. 부재중으로 하자. 다녀와.
"다녀왔어! 타이나리에게 왠지 네가 기운이 없다고 들었는데……뭐야, 내가 집에서 나왔을 때랑 전혀 달라지지 않았잖아"
어서 와. 그가 왔었어? 전혀 기억에 없는데.
"……좋은 아침"
좋은 아침. 졸려 보이네. 또 너는 철야한 거냐.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을 흉내 내서 네게 말을 걸고 있는데, 효과 있는 걸까? 아니, 결코 풀의 신님을 의심하는 건 아닌데. 내가 말을 거는 것보다, 여행자라던가가 하는 편이, 그래도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은 내가 하는 편이 좋다고 하셨지"
무슨 생각이야 그 신. 잠자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이라 하더라도 심한 인선이야.
"들어줘~. 겨우 착공까지 도달했는데, 의뢰인이 멋대로 재료를 바꾼 바람에 외관까지 완성했던 집이 얼마 전의 폭풍으로 무너졌어. 왜 나 몰래 재료를 바꾸는 거야! 그것도 중요한 뼈대 기둥을!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토대라고! 덕분에 프로젝트가 연기됐어! 우, 우으~, 오늘 밤은 아침까지 마셔버릴 거야!!!"
못 하는 일은 선언하는 게 아니야. 어차피 날이 새기 전에 만취해서 곤드레만드레가 될 거잖아, 마실 거라면 네 방에서 해줘. 거실에서 자도 나는 옮겨주지 않을 거니까.
"……있잖아, 너 언제쯤 일어나는 거야?"
일어나 있는데? 네 눈은 옹이구멍이야?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이, 너한테 인간의 감정을 알려준 건 네 가족이고, 너한테 감정을 싹트게 한 건 나라고 하셨는데. 진짜야?"
매우 본의가 아니지만 사실이야. 나는, 너와 만난 것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어. 유감스럽게도, 너의 정서에 대한 수수께끼는 깊어졌지만.
"수메르의 더 좋은 흙으로 바꾸면 좋을까? 너는 어때? 사람으로 치면 침대 매트리스를 바꿨다거나 그런 감각이야?"
너무 부드러우면 도리어 허리가 아파. 적당한 경도로 해줘. ……뭐, 흙은 부드러운 게 좋아.
"그 말, 나는 용서하지 않았으니까"
어떤 거 말이야? 미안하지만 짚이는 게 너무 많아서 짐작이 안 가.
"네가 무슨 생각으로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어"
하아, 왜 너는 그렇게 과거의 일을 질질 끄는 거야. 그런 식이니까, 항상 너만 손해를 보는 거야.
"빨리 눈을 떠, 알하이탐"
아아, 잊고 있었어. 나는 그런 이름이었나.
○
긴 꿈을 꾸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알하이탐은 목에서 뚜둑 소리를 내면, 쭈욱 기지개를 켰다. 왜 이렇게 몸이 뻣뻣한 걸까.
보아하니, 여기는 알하이탐의 방인 것 같았다. 창문에는, 아무것도 심어져 있지 않은 화분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흠"
대충 파악했다. 그녀니까 틀림없이, 또 거기에 알하이탐을 심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예상이 빗나간 것 같다.
방 안을 빙글 둘러본다. 물건의 배치가 바뀌어 있지만, 대강 정리되어 있는 것 같다. 아마 카베가 정리했을 것이다. 그가 나간 후로 정리는 진행되지 않았고, 그대로 방치해 두고 집을 나갈 만한 남자도 아니다.
보아하니 먼지는 쌓이지 않은 것 같다. 이번에는 그렇게 깊은 잠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카베는, 이미 나간 건가.
전부 끝나면 나가겠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이것도 예상이 빗나갔다는 것이 되려나. 새삼스럽게 그날까지의 일을 되돌아보면, 그 무렵의 알하이탐의 사고력은 상당히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쪽으로 해결됐겠지. 그토록 괴롭히던 통증도 없고, 멍도 사라졌다. 기억도 뚜렷하다.
이번엔 힘도 쓰지 않았으니까 당연한가.
한숨을 뱉는다. 조금 생각하면 알 수 있을 텐데. 의외로 정신적으로 약해져 있었던 건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만, 그런 종류의 검증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 약해지는 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어쨌든 한번 집 안을 둘러보자. 그리고 나히다에게 얼굴을 비추고――――눈을 크게 뜬다. 이제는 착각할 리 없는 발소리가 귀에 닿았다.
찰칵, 하고 문이 저절로 열린다. 붉은 눈동자가, 알하이탐을 꿰뚫었다.
"……알하이탐?"
그는 현관 앞에 방치되어 있던 낡은 물뿌리개를 들고, 거기에 있었다.
"카――"
"이, 이, 바보 자식!"
카베, 라는 말은, 그의 큰 목소리에 가려져 사라졌다. 카베는 물뿌리개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귀신 같은 형상으로 이쪽으로 덤벼들었다. 진심으로 내지른 주먹을 막은 손바닥에, 찌릿찌릿 아픔이 전해진다. 알하이탐은 눈살을 찌푸렸다.
"왜 막아!"
"왜 막지 않는다고 생각해? 일어나자마자 주먹질이라니, 네 말버릇인 품성이니는 어쨌어?"
"이것만은 네 자업자득이야! 내가 어떤 마음으로"
화내고 있는가 생각했더니, 이번엔 우는 건가. 아니, 아직 울지 않네. 열심히 참고 있어.
"한 달이야. 그날 네가 작은 가지로 변하고 나서, 한 달이나 너는 그 모습이었어"
알하이탐은, 놀라서 눈을 크게 깜박였다. 그 얼굴은 어딘가 어리다. 자신은 그렇게 오래 자고 있었던 건가. 또 예상이 빗나갔네.
"……미안했어"
"사과로 때리게 해라"
"그건 곤란해. 발놀림이 가벼운 너와 달리, 나는 인도어파야. 네 주먹으로 맞으면, 나는 쉽게 부러져 버리겠지"
"나보다 근육 있는 주제에 뻔뻔스럽게, 네 문약은 새빨간 거짓말로도 거론할 가치가 없으니까"
운다고 생각했더니 다시 화내기 시작했다. 감정의 낙차로 지치지 않는 건가.
"……다시는 깨어나지 않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
이번엔 온순해졌다. 알하이탐의 시선에서는, 고개 숙인 카베의 표정을 살필 수 없다.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은 조만간 일어날 거라고 하셨는데, 하지만 그게 내가 죽은 뒤라면? 또 네가 깊은 잠에 빠지면, 나는 다시는 너를 만날 수 없다는 거잖아"
새빨갛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뜨거운 눈동자가 들여다보았다.
"그런……그런 이별, 나는 인정 못 해"
알하이탐은 겨우, 그가 매우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에 두 사람이 크게 싸우고 갈라섰던 날보다도 격렬하게.
"다시는 나한테, 이 집을 내주려고 하지 마!"
알하이탐은, 그날, 스쳐 지나가면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 집의 것들은 전부 네 거야″
마음이 흔들린 것이었다. 그때는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알하이탐에겐, 스스로도 통제하기 어려운 욕구가 있었다.
자신만을 비춰줬으면 좋겠다.
자신의 일에만 일희일비했으면 좋겠다.
계속 계속 알하이젠을 위해서만 살았으면 좋겠다.
그 짧은 생애를, 알하이탐을 위해서만 바쳤으면 좋겠다.
그것들은 모두 카베를 향하고 있었다. 아카데미아에 있었을 때, 차라리 신성한 나무 속에 가둬버리려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타인을 빼앗으면, 카베는 알하이탐이 요구한 카베가 아니게 되어 버린다.
아마 그 장소에 가서,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고 만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성기의 풀의 신과 함께 금단의 지식을 없앴을 때보다 압도적으로 짧은 시간 잠든 것도, 그녀가 잠든 알하이탐의 보살핌을 카베에게 맡긴 것도, 그가 알하이탐을 내버려 두지 않은 것도. 그때, 제대로 뇌의 연산이 기능하고 있었다면 계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차피 다시는 그를 만날 수 없게 된다면, 그 집을 전부 그에게 물려줘 버리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건 원래 두 사람의 연구로 손에 넣은 재산이고, 그가 포기한 것을 되돌려줄 뿐. 모두 팔아서 빚을 갚는 데 써도 좋고, 그대로 거처로 삼는 것도 좋다.
어차피 언젠가 놓게 될 것이다. 아무것도 문제는 없다――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미안했어"
두 번째의 알하이탐의 사과에, 카베가 꾹 참듯이 숨을 몰아쉬었다.
"그때는……뭐, 사고력이 저하되어 있었다고 할까, 나도 조금 그것에 중독되어 있었던 것 같아. 제정신이라면, 너한테 그런 말을 하지 않아"
그러고 보니, 카베에게 제대로 사과하는 건 처음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선뜻 사과할 수 있구나. 맥이 빠졌다.
그렇게, 실례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알하이탐이었지만, 의외로 진지한 사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카베는 입을 삐죽이며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너는, 진짜 심한 녀석이야"
"응"
"나한텐 알려주지 않았는데, 알게 된 지 오래되지 않은 여행자는 알고 있었고"
"나는 알려주지 않았다만, 불만이라면 작은 쿠사나리 화신님께 말해줘"
"나보다 체격이 좋은 주제에, 그런 작은 가지가 본체라니 사기잖아"
"그러니까 나는 평소부터 문약하다고 말했잖아"
"나를 쫓아냈고, 그건 역시 어떤가 생각해"
"미안했다"
"나를 찼고"
"……"
"그렇게 긴장해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던 고백을 없던 셈 치고"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이럴 때의 대처 방법을, 알하이탐은 모르는 것이다.
불만이라면 얼마든지 흘려들을 수 있다. 대항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자기 한 사람을 향한 연정을 받아내는 방법은 모르는 것이다.
무표정 아래에서 끝없이 곤란해하는 알하이탐을 앞에 두고, 카베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작게 심호흡했다. 그리고, 똑바로 바라본다.
"대개의 일이 세 번째는 제대로 된다고 하지, 알하이탐. 네가 사람이 아니든, 풀의 신의 권속이든, 정체가 그냥 가지라도――나는 너를 좋아해"
알하이탐을 호흡을 멈췄다.
"그 이후로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봤어. 선나원에서, 너는 내 마음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 이상하잖아. 평소의 너라면 확실하게, 응할 수 없다고 말할 거야. 그런 함축성을 가진 말투는 안 해"
"……내 사고력이 저하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 안 해?"
"그렇다면 더더욱, 그게 네 본심이었던 거 아니야? 사고의 저하는 사람의 본성을 드러내. 이크, 너는 사람이 아니었지. 하지만, 이건 사람이 아니더라도 공통적인 일이야"
"그냥 식물이라도?"
"그냥 식물이라도. 이제 숨길 건 없어. 얼버무리는 것도 안 돼.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이유를 알려줘. 말했잖아, 대개의 일이 세 번째는 제대로 된다고. 네 말이 정당하다고 알면, 나도 이번에야말로 포기할게"
끈질긴 남자라고 생각했다. 정말 포기를 못 한다. 체념을 못 한다.
하지만, 카베는 이런 남자였지. 양보할 수 없는 건 온갖 수를 써도 포기하지 않는다. 살기 힘든 인간의 화신.
분명 알하이탐이 평생 걸려서도 풀지 못하는 존재.
그래서 알하이탐은 그를――.
"너는, 나보다 빨리 죽잖아"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운명. 몇천, 몇만이라는 목숨이 알하이탐을 두고 흩어져 간다.
"한번 행복에 빠져 버리면, 너를 잃은 상실감은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돼. 그렇게 되면, 나는 틀림없이 정신이 흔들리겠지"
그건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 화신이 모래의 왕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바친 것처럼. 모래의 왕이, 사랑했던 여자의 죽음에 미친 것처럼.
사랑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이 이상, 흐트러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네――"
그러니까 네 마음에 응할 수 없어.
더 이어질 말은, 어중간하게 끊겼다.
"……왜 그래?"
알하이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 잠깐, 조금 기다려줘"
사과처럼 새빨갛게 물든 카베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른 한 손을 알하이탐의 눈앞에 내밀었다.
그것을 성가신 기분으로 알하이탐이 치운다.
"네가 설명하라고 했잖아"
"그, 그렇긴 한데, 하지만 설마 이런"
"납득했다면 빨리 나가도록 해"
"싫어!"
뭔데 진짜. 잠시 후, 숨을 내쉰 카베가 아직 붉은 기가 남은 얼굴로, 후후 하고 기쁘게 미소 지었다.
"뭐가 이상해"
"그치만, 나는 틀림없이 수명이 다르다던가, 권속으로서의 역할이라던가, 평범하게 나를 연애 대상으로 볼 수 없다거나를 이유로 차일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설마 이렇게――"
생각해 냈는지, 카베가 쿠후후 웃는다.
"이렇게 열렬하게 구애당하다니"
구애? 알하이탐은 놀라서 눈을 깜박였다. 글쎄, 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구애했던 거야?"
"구애했잖아!"
카베의 웃음은 멈추지 않는다.
"내가 없으면 미쳐버린다니, 터무니없이 무거운 사랑을 하고 있잖아!"
카베가 양손을 뻗는 것을, 알하이탐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얇은 Y셔츠 너머의 등은, 화사한 외형에 비해 단단하게 근육이 붙어 있었다.
"옛날의 나라면, 깔끔하게 물러났겠지. 어머니는, 아버지를 잃은 후부터 힘든 일을 겪으셨고, 나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가 죽으면 어머니 같은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하지만 나는, 너에 관해서만은 예외인 것 같아"
카베의 이야기는, 어떤 나라에서도 드문 일이 아니다. 이 세계에서는, 갑자기 사람이 사고에 휘말리거나 유괴당한다.
"있잖아, 그 말이 네 본심이라면, 더더욱 내 마음에 응해줘"
귓가에서 즐거운 듯 속삭인다.
"부탁해, 알하이탐――――나로 미쳐줘"
알하이탐은, 그 몸뚱이를 끌어안았다.
"……이미 미쳤어"
죽음이 두 사람을 가른다 해도
정신이 흔들리면 좋을 뿐
END
참회
수메르조 전원 넣을 수 없었다 (눈물)
몇 번이나 재검토할 기력이 없었다 (눈물)
당분이 적다 (눈물)
사실은 에필로그로 이어질 예정이었는데 쓰다 보니 어라 이거 어느 쪽이지? 라고 되었어 에필로그가 실컷 알카베 같아 아마 그렇다면 좋겠네 이것도 저것도 당분이 적으니까 (마루 쾅)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