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킹덤 팬픽] 두 천재 음악가의 크리스마스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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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혼잡스러운 무대 뒤편에서 바이올린을 튜닝하는 소리가 들린다. A 음을 맞추기 위해 음은 a 음 주변에서 오르내린다. 네 개의 줄을 모두 완벽히 맞춘 민트초코 쿠키는 리허설 전 악보를 한 번 더 꼼꼼히 숙지하고 있는 크림브륄레맛 쿠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크림브륄레맛 쿠키. 비록 같이 연습할 시간은 많이 없었지만 우리 잘 해 봐요."

상쾌한 민트향이 밋밋한 공기를 화사하게 꾸민다. 그 사이로 달콤한 설탕과 바닐라의 향이 퍼진다.

".. 연주를 위한 준비는 완벽하게 끝냈어."

크림브륄레맛 쿠키는 무심한 듯 악보에만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는 리허설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준비에 열중한 모습을 보인다.

"자, 다음, 민트 초코 쿠키, 크림브륄레맛 쿠키 리허설 시작합니다!"

크림브륄레맛 쿠키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입장해 웅장한 피아노 앞에 서고 민트초코맛 쿠키는 바이올린을 허리 옆에 위치시킨 채 입장해 무대의 중앙에 선다.

민트초코맛 쿠키가 바이올린을 올린다. 연주 자세의 그는 크림브륄레맛 쿠키가 피아노 건반을 누르기를 기다린다.

'?'

연주가 시작된다. 민트초코맛 쿠키의 부드러운 바이올린 선율과 크림브륄레맛 쿠키의 섬세한 피아노 연주가 한데 어우러져 화음을 만든다. 리허설 스텝들은 천재적인 그들의 연주에 매료된다.

'?'

'?'

'이런..!'

연주의 하이라이트 멜로디. 크림브륄레맛 쿠키와 민트초코맛 쿠키의 선율이 서로 어긋난다. 몇 초간의 불협화음은 지금까지 들려온 선율과 더욱 대조되어 당황스러움을 불러일으킨다.

뛰어난 연주가들답게 그들은 다시 원래의 멜로디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그들에게 이건 정말 만족스럽지 못한 연주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리허설이라고 너무 긴장하셨나 봐요. 내일은 더 잘 하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 내일 뵙겠습니다."

그들은 망친 기분을 가라앉힌 채 리허설 스텝들에게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 공연장을 나간다. 크림브륄레맛 쿠키는 짜증이 머리끝까지 밀려와 결국 민트 초코 쿠키에게 한 소리 하고 만다.

"92마디, 왜 틀렸지?"

"... 뭔가 오해가 있던 모양입니다. 92마디에서 페르마타로 음을 길게 빼야 했는데.. 크림브륄레맛 쿠키는 길게 빼지 않고 바로 넘어갔죠."

"페르마타가 있다고 한들 내가 아는 범위는 그 정도야. 너무 길었어, 민트 초코 쿠키."

"... 하지만, 이건 우리 둘의 연주니까요, 크림브륄레맛 쿠키."

민트 초코 쿠키는 차분히 그에게 답한다.

"서로의 의견 차이는.. 아무래도 우리 함께 연습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

크림브륄레맛 쿠키는 고개를 푹 숙였다.

민트 초코 쿠키의 말은 완벽히 맞는 말이었다. 그들은 모두 뛰어난 연주가임이 분명했지만, 서로의 스케줄을 맞추기 어렵다 보니 각자 연습을 많이 한 것에 비해 협응력이 좋지 못했다. 그 점에서 의견 차이 및 실수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력 있는 연주자인 크림브륄레맛 쿠키가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악보 가방을 고쳐매고 민트 초코 쿠키에게 말한다.

"민트초코 쿠키, 우리 연습하자."

"연.. 습을요? 시간은 이미 너무 늦었는 걸요."

"내 집에 방음부스가 있으니 괜찮아. 하자, 민트 초코 쿠키. 난 우리의 연주의 세밀한 부분 하나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아."

가로등의 불빛이 비치는 크림브륄레맛 쿠키의 얼굴은 진지했다. 그의 음악에 대한 진심은 민트 초코 쿠키의 마음을 동요시킨다.

"... 좋아요. 해봅시다."

그들은 밤새 같은 곡을 연주하고 또 연주한다. 제대로 된 연습. 그들은 서로의 연주에서 각자가 결코 실력을 뽐내려는 것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크림브륄레맛 쿠키, 그는 절대 기교만 부리는 피아니스트가 아니야. 이건... 섬세한 표현, 수많은 고민을 담고 있는 그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예술이야.'

'... 민트 초코 쿠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 곡이 표현하고자 하는 걸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데다가 청중을 압도하는 실력.'

늦은 밤, 그들은 다음날 연주를 위해 그만 쉬기로 한다. 크림브륄레맛 쿠키는 소파에 민트 초코 쿠키가 잘 수 있게끔 푹신한 베개와 담요를 내어준다. 난롯가의 불이 따뜻하고 은은하게 집 안을 비춘다.

".. 그러고 보니 오늘이 크리스마스네. 메리 크리스마스, 민트 초코 쿠키."

"당신도요, 크림브륄레맛 쿠키."

민트 초코 쿠키의 눈이 나른하게 감긴다.

".. 아, 민트 초코 쿠키. 페르마타 길게 하는 게 곡과 더 잘 맞을 것 같아. 내일 그렇게 하자. 아까는 화 내서 미안해."

"하하, 그럽시다. 잘 자요."

공연장은 어제와는 다르게 쿠키들로 붐빈다. 그중 공연장 가장 앞쪽 중앙 자리에는 이른 아침부터 앉아있는 두 명의 쿠키가 있다.

"으.. 너무 긴장돼. 린저 쿠키, 민트 초코 쿠키가 잘 할 수 있겠지?"

"걱정 말아요, 그는 잘 할 거랍니다. 그를 믿어줘요, 코코아맛 쿠키."

한껏 꾸민 코코아맛 쿠키와 린저 쿠키. 코코아맛 쿠키는 민트 초코 쿠키보다 더 긴장한다. 린저 쿠키는 그런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하지만 정작 린저 쿠키 또한 꽤 가슴 졸이고 있었다. 이런 큰 무대에서, 그것도 다른 쿠키와 함께하는 연주는 크림브륄레맛 쿠키에게 오랜만이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오늘의 하이라이트죠.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민트 초코 쿠키와 천재 피아니스트 크림브륄레맛 쿠키의 연주입니다!"

빛나는 조명. 조명 빛을 받으며 등장하는 두 명의 천재 음악가는 멋진 정장을 입고 있다. 둘은 객석을 슥 둘러보다가 중앙 자리에 시선이 고정된다.

'코코아맛 쿠키..!'

'린저 쿠키..?'

그들의 긴장한 마음이 한층 풀어진다. 그들은 각자의 악기에 손을 올린다.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한 그들의 연주가 시작된다.

'?'

'..!'

린저 쿠키는 첫 마디가 시작되자마자 깜짝 놀란다.

'... 엄청난 연습이 느껴져.'

그녀는 그들의 더 완벽해진 연주에 놀람과 만족스러움을 느낀다. 반면 옆에서는 연주가 어떤 부분에서 완벽한지 보다는 감정 면에서 앞선, 연주에 매우 감격한 코코아맛 쿠키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민트초코 쿠키... 흑..."

"..."

린저 쿠키는 그녀를 어이없게 보면서도 피식 웃으며 조용히 손수건을 내민다.

연주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히 흘러갔다.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멜로디. 페르마타로 끝 음을 길게 빼며 바이올린 비브라토까지 더해져 공연장 안에 멜로디가 환상적으로 울려 퍼진다. 민트 초코 쿠키와 크림브륄레맛 쿠키는 무결점의 연주를 끝내고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함께 퇴장한다.

"완벽한 연주였어요."

"다시없을 만큼 최고의 무대였어."

모든 공연이 끝나고, 두 천재 음악가는 짐을 챙겨 무대에서 내려온다.

"민트초코 쿠키!!!"

공연장 밖으로 나가는 쿠키 사이를 가로지르며 코코아맛 쿠키는 민트초코맛 쿠키에 달려가 안긴다. 눈가는 여전히 그렁그렁하다.

"하하, 코코아맛 쿠키. 오늘도 와줘서 고마워."

"오늘 연주 너무 멋졌어..! 너무 감동이었어... 흑.."

싱긋 웃으며, 민트초코맛 쿠키는 코코아맛 쿠키를 꼭 안아준다. 그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고 또 웃는다.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린저 쿠키는 민트 초코 쿠키 옆에 멀뚱히 서 있는 크림브륄레맛 쿠키를 발견하고는 그에게 다가간다.

"그새 실력이 늘었더라, 크림브륄레맛 쿠키."

".. 민트 초코 쿠키와 밤새 연습했거든."

"그렇구나. 기교만 부리는 게 아닌 너만의 연주를 잘 표현한 것 같았어."

".. 고마워, 린저 쿠키."

"... 흐음."

린저 쿠키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홱 돌아선다. 큰 키의 그녀는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쿠키들과 함께 공연장 밖으로 걸어나간다.

".. 아, 린저 쿠키..!"

크림브륄레맛 쿠키는 무언가 생각난 듯 린저 쿠키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에게 달려간다.

린저 쿠키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본다.

"할 말이 남았니?"

"뭐.. 그냥. 와 줘서 고맙다고. 메리 크리스마스."

그는 옅은 미소를 띠며 그녀에게 말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조는 어쩔 수 없이 무뚝뚝했다.

"... 메리 크리스마스. 다음에 보자."

린저 쿠키는 크림브륄레맛 쿠키의 무뚝뚝한 어조에 작게 웃어 보이고 떠난다.

하늘에서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려온다. 누군가에겐 큰 감동을 주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또 하나의 추억이 되고, 누군가에겐 뜻깊은 시간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웃음을 주기도 하는, 다시없을 하나의 크리스마스의 시간이 흐른다.

-Merry Christmas!

-written by Rosema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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