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게임

요즘 나의 고민은, '포켓몬고 게임'이다.

#첫째

#7살

첫째의 하루는 포켓몬으로 시작해 포켓몬으로 끝이 나고 있다. 이 게임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도 모른척 했다. 이미 카드, 띠부씰, 도감 등에 열광하고있어 끝없이 빠져들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주변에서 하는 걸 보고 어쩔 수 없이 시켜줬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아주 바쁘다. 곳곳에서 포켓몬을 잡고, 체육관을 찾아가 자신의 포켓몬을 세우고, 레이드배틀에 참여하고, 포켓스탑을 돌려 이것저것 얻는다. 새로운 포켓몬을 잡으면 기뻐하고, 여러 마리를 잡아 진화를 시키고 싶어한다.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궁금한 마음에, 이왕 시작했으니 같이 즐기자는 마음에, 남편과 나도 시작했다. 해보니 재미있다.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뭐가 나올지 궁금해 자꾸 들여다보게 되고 새로운 포켓몬을 잡으면 기뻤다. 아이와 친구를 맺고, 함께 체육관을 찾아다니고, 서로의 포켓몬을 교환했다. 운동도 되고, 대화도 되었다.

며칠전에는 레이드배틀에서 전설의 포켓몬이 떴다. 남편, 나, 첫째가 기다리고 있다가 알이 깨지는 순간 참여했다. 17명의 유저가 힘을 모아 이벨타르를 이겼다. 그 다음 주어진 찬스에 남편과 나는 아슬아슬하게 이벨타르를 잡았다. 짜릿했다. 그런데, 첫째는 끝내 놓치고 말았다. 첫째는 속상해서 울었다.... 우는 아이를 달래고 별의 모래를 모아 교환해주기로 했다.

내가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분명 별거 아닌데 왜 우냐고 했을텐데, 우는 아이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평소 포켓몬의 모습을 흉내내는 아이의 마음, 뭐가 나오나 궁금해 자꾸 켜보는 마음도 알겠다. 내가 똑같이 그러고 있으니까. 같이 게임을 즐기니 좋은 점이 있다.

게임 자체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부분이 없다. 포켓몬끼리 배틀을 하지만 직접 때리는 것도 아니다. 하나씩 수집하여 도감을 완성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만화와 도감을 통해 알게된 포켓몬의 세계를 내 것으로 만들어 직접 참여하는 느낌이 든다. 더 빠져든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의외로 이 게임을 했거나 하는 사람이 많았다. 내가 아는 사람들도 한번쯤은 해봤다고 했다. 증말 포켓몬의 세계는 넓다. 대단한 창작물이다.

그러나.

몰입하며 즐거워하는 걸 보면서 걱정이 커졌다. 나는 틈틈이 하지만, 첫째는 끝이 없다. 눈을 떠서 잠들 때 까지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만 했다. 언제 어디서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깨어있는 내내 켜보고 싶어했다. 한마디로 '중독'되었다.

#게임중독

왕년에 나도 게임을 무척 했다. 어렸을 때 TV에 연결해서 게임팩을 넣어 하는 게임기를 즐겼다. 중학생 때는 오락실 DDR에 빠지고, PC모뎀을 연결해서 엄마 몰래 새벽까지 게임을 했다. 대학생 때는 오락실게임인 1945에 빠져서 원코인 2-1탄에 가는걸 목표로 엄청 열심히 했다. (성공했다.......ㅋㅋ)

나와 반대로 남편은 게임을 좋아하지 않고 하지 않는다. 포켓몬고 게임도 재미없다고,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이다. 난 재밌던데- 그렇다면 내 유전자가 아이에게 전해진걸까?............

하지만 7살 때는 아니었던 것 같다.

7살은 너무 어리다.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을 하느라 '다른 것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임 생각에 일상 생활이 되지 않는다. 밥을 먹다가도 게임을 켜 보고 싶어하고, 한번 시작하면 끌 줄 모른다. 좋아했던 다른 활동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이전에는 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자유시간에 게임만 하고 싶어하니 너무나 걱정이다.

어른도 절제가 힘든데, 아이에게 스스로 절제하기를 기대할 순 없다. 여러가지 방법을 써보는 중이다. 일단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아이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솔직히 말하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답정너지만) 아이의 동의하에 시간을 정해서 해보다가, 아예 못 하게 하다가, 할 일을 다 하면 정해진 시간만큼 하다가, 책을 읽은 만큼 할 시간을 벌어서 하다가, 지금은 하원 후 30분만 허락해주고 있는데 정말 어렵다. 아직 어려서 내 통제가 먹히지만 더 크면, 어떻게 될까.

마음 같아서는 모든 매체를 끊고 책만 읽히고 싶지만, 앞으로를 살아가는 아이에게 무조건 차단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고, 절제력을 키워주자니 너무 어렵고, 게임 때문에 아이와의 관계가 나빠질까봐 걱정이다. 남편과 많이 고민 중이다. 일단 아이들 앞에서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며, 책을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자고 했다.

좋은 방법 없나요...?

#육아고민

#삼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