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원신
어제 아들이 원신 여름 축제에 다녀왔다.
(전날 저녁)
나 : “내일 몇시에 집에서 출발할거야?”
아들 : “일찍 가야할 것 같은데. 일단, 내일 9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출발할거야.”
나 : “알았어~ 친구랑 같이 가?”
아들 : “아니. 내일 가족 외식 있어서 못 간대.”
나 : “거리도 먼데, 혼자서 괜찮겠어?”
아들 : “어차피 혼자서 가려고 했던 건데, 괜찮아.”
당일 아침 아들이 7시에 알람이 울리자 일어난다.
아들 : “엄마, 나 햄에 밥 먹고 갈래.”
나 : “벌써 가려고?”
아들 : “사람들이 이미 줄 서고 있더라고.”
나 : “4시 입장인데, 벌써부터 와 있다고? 와... 사람들 대단하다.”
그렇게 아들은 아침을 먹고,
가방에 물과 모자, 낚시 의자 등을 챙겨서 새빛섬으로 출발했다.
날씨가 엄청 더울텐데, 그 땡볕에서 어떻게 하루를 줄서서 기다리고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것보다도 원신 그게 뭐라고 그것 때문에 이렇게 아침부터 채비를 하고 나갈까 싶은 생각에 공부보다도 다른 것이머릿속에 가득한 것 같아 이것이 더 걱정이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뉴스에서 아이돌 콘서트 장면이 나오며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밤을 새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장면들이 떠오르며, 내 아들도 그들과 같은 마음이겠구나 싶었다.
예전에 아이돌과 가수들의 콘서트였다면, 요즘은 게임과 애니메이션인가?라는 생각도 들면서....
나는 연예인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돈도 용기도 부지럼함도 없어서 콘서트 같은 곳에 갈 생각도 안 했었다.
그런데,
아들은...
원하는 굿즈를 사기 위해 아침부터 서두르다니...
아들의 집념과 용기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도착했다고 아들에게 톡이 왔다.
그곳에서 얼음물도 함께 주었다는 사진과 함께.
아들 : “뒤에 있는 분이 우산 같이 쓰자고 하심.”
나 : “ㅎㅎ 좋은 분이네. 많이 덥지? 더위 안 먹게 조심해.”
아들 : “대기번호 136, 우산 빌려주신 일행분들이랑 카페”
아들이 톡 보내며 보내준 사진. 사람 진짜 많다...ㅠㅠ
오후가 되자 아들에게 온 카톡
아들 : “지금 퇴출당하는 중”
걱정스런 마음에 전화를 해서 상황을 물어보니 경찰도 오고, 안에도 못 들어가고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고 한다.
혹시, 안에서 위험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닌지 물으니 아니라고 하고, 집에가서 상황 얘기해주겠다고 하니 나는 답답할 수밖에....
집에 오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지만,
기다리겠다는 아들... 아들의 고집을 어떻게 꺾을 수 있으랴...
무슨 일 생기면 전화 하라고, 아빠와 데리러 가겠다고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 시간 뒤,
다시 입장하기 시작했다고 톡으로 상황을 전하는 아들...
오랜 기다림 끝에 사고 싶던 굿즈를 모두 샀단다.
그 사이 나와 남편은 아이 데리러 새빛섬으로 향했다.
아들과 통화 후 만났는데,
아들의 얼굴이....ㅠㅠ
아무것도 못 먹었고, 너무 힘들다고 해서
일단 차로 데려와서 에어컨 바람 쐬우고 나는 편의점으로 물을 사러 갔다.
헉....
편의점 냉장고에 물이 동이났다. 냉장고에 물이 놓여있어야 할 2줄이 싹 비워져있네....
간신히 얼음과 물을 사서 차로 돌아오니 아들이 조금 살아났다.
아들 : “저녁에 퍼레이드랑 축제가 남아있는데, 그냥 갈래. 힘들어서 못 있겠어.”
나 : “지금까지 버티고 있던 게 용해. 쓰러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아들 : “구급차에 실려간 사람이 내가 본 것만 20명이 넘어.”
나 : “그렇게나 많이? 우리 아들 용케 잘 버텼네.”
아들을 데리고 집에 오는 길에 아들은 시원한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원신 여름축제에 사람이 엄청 많이 왔다고 한다. 몇만명이 왔다고 하던데....
그래서 새빛섬으로 이동하는 다리가 구부러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이동도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상황 속에 내 아들이 있었다니...
남편은 아들에게 좋은 경험했다고 이야기를 해준다.ㅠㅠ
그래, 이 때 아니면 언제 이런 경험 해보겠냐 싶으면서도 마음 한 편은 걱정이...
아들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리고,
원신이라는 게임이 인기가 많다는 것, 중국에서 만든 게임이라는 것, 게임의 좋아하는 연령층이 다양하다는 것들을 알게 되었다.
아들을 데리러 갔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것!!!
래미안 원베일리 공사현장이다.
그 옆은 아크로리버파크~~!!
웅장하다~
와~~ 멋지다, 격하게 갖고 싶다!!
라고 생각하며,
말로만 듣던, 원베일리와 아리팍을 보고 왔다~
아들의 이런 모습을 그냥 두어도 되는 건지 걱정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뭔가에 이렇게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다면,
나중에 관심사가 다른 것으로 이동했을 때,
자신의 미래나 성공에 대해서도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과 함께
가만히 잠자는 아들을 바라본다.
아들~! 넌 멋지게 잘 성장할거야!
엄마는 울 아들 믿어.
이렇게 얘기하면
“엄마, 믿지마. 그리고 사람은 믿는거 아니야.”
라고 이야기하겠지만,
다른 사람은 안 믿어도, 엄마는 널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