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시티 사파리 모두가 하나 되는 시간
선입견이란 건 참 무섭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멋대로 상상하고 결론지어버리니 말이다. 한때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포켓몬고. 당시에도 그들만의 리그라고 치부했고 이미 한물가버린 과거의 게임 정도로만 여겼다. 불과 일주일 전 우연히 다운을 받게 되고 이틀간 동네를 돌며 열심히 잡았다. 뭔가 한참 잘못됐다는 걸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별 감흥 없던 감정은 흥미로 바뀌고 어느새 몰입하게 된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빠져버리게 된 것. 한창 재미를 느낄 때쯤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포켓몬고 시티 사파리의 이벤트 소식.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스케줄을 조정한 끝에 이튿날이자 마지막인 2023년 10월 8일 동참할 수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의 감동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빠짐없이 즐기려면 서둘러야 해
지인들과 함께라 갈 수 있었지만 만약 혼자였다면 선뜻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중년의 나이에 게임 행사에 참석한다는 게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닐 테니까. 자칫 동물원 원숭이 꼴이 될까 봐 불안하기도 했었다. 근데 이게 웬걸. 지하철 옆자리에서 말끔하게 정장 차림을 한 신사분이 화면을 쉼 없이 터치하고 계신다.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하철 출구를 나서면서 조금 남아있던 불안함은 안도의 한숨으로 바뀐다. 거리에 가득 찬 피카추 모자가 사방 천지에 널려있다. 여기 모인 많은 사람들의 목적은 하나다. 현대 아웃렛에서 치러지는 행사를 위해 모인 것.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든 연령이 참여하는 것도 놀랍지만, 그 속에 섞인 외국인들을 보며 행사의 의미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서울의 주요 지역 세 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우선 방금 도착한 현대 아웃렛 동대문점. 두 번째는 서울의 랜드마크인 남산 서울타워 플라자, 마지막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인사동 쌈지길이다. 어느 하나 놓칠 수 없기에 빠짐없이 돌아보려면 시간이 부족하다. 원활한 동선을 짜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멀쩡하던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근데 어느 누구도 돌아갈 생각이 없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어느 정도 파급력은 예상했지만 포켓몬고 시티 사파리의 인기는 가히 놀라운 수준이다. 사실 이렇게나 많은 분들에게 여전히 사랑받을 줄 몰랐다. 작년 고양시에 이어 또다시 개최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추억도 남기고, 흔적도 남기고
현대 아웃렛 광장이 사람들로 넘쳐난다. 입구부터 길게 늘어선 줄이 보인다. 바로 피카츄, 이브이와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존이다. 여길 왔다면 우선 한 컷 찍는 건 기본이지만 이따 다시 오기로 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인포메이션 데스크로 이동해 기념 모자와 팸플릿부터 챙겼다. 본격적으로 동참할 시간이다.
피카츄 모자를 쓴 것만으로 행사의 일원이 된듯한 기분이 샘솟는다. 다양한 볼거리가 존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분위기에 이끌려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가 있다. 연인끼리 오신 분들도 많지만 가족단위의 무리들이 정말 많다. 젊은 부모님과 어린 자녀가 함께 하는 모습이 너무 부럽고 좋아 보인다.
빠질 수 없는 코스가 있다. 바로 건물 옆 한편에 마련된 포켓몬 인생 네 컷. 스마트폰으로 추억을 남길 수도 있지만 출력해서 나눠가지는 기쁨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엄마 손을 잡고 차례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분명 아이들에겐 평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부모와 함께 한 특별한 시간들은 생각보다 강하게 남는다. 포켓몬고 시티 사파리의 취지도 여기서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어디서 왔는지 지도에다 표시할 수 있다. 서울 경기권이 가장 많지만 전국 지방마다 스티커가 부착돼있다. 심지어 해외 여러 지역에도 마크가 되어있는데. 단순히 서울에서만 즐기는 행사가 아닌 세계인들의 축제 같은 분위기다. 여기서만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전부 둘러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다음 행선지인 남산으로 이동할 차례다.
정상에서 맞이하는 축제의 재미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한다. 국립극장에서 내려 환승을 해야만 입구까지 갈 수 있다. 근데 오는 버스마다 빈자리가 없다. 심지어 승차조차 힘들다. 모두 남산을 향하는 분들이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라 그냥 걸어서 올라가기로 결정한다. 팔자에 없던 등산을 감행하게 된 것. 힘들게 올라간 만큼 기쁨은 클 거라고 확신한다.
역시나 수많은 인파가 자리 잡고 있다. 전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지만 열기만큼은 뜨겁다. 관광객들과 이벤트 참여인원이 뒤섞여 조금은 정신없다. 장소를 찾는 것부터 쉽지가 않았다. 정상까지 올라가기 전 좌측으로 빠졌다면 곧바로 도착인데 아무런 이정표도 없었던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동대문에서 찍지 못한 기념촬영을 할 시간이다. 포토존만큼은 앞선 장소보다 좀 더 신경을 쓴듯하다. 프레임부터 의자까지 완벽히 갖추고 있다. 돌아가며 사진을 찍고 한쪽에 모여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막간을 이용해 고수들에게 게임을 잘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아직 초보라 모르는 것투성이다.
곳곳에 캐릭터 조형물들이 있지만 피카츄 말고는 낯설다. 만화를 보지 않은 영향도 있지만 이제 게임 이틀 차이니 당연한 결과일 텐데. 오히려 어린 친구들에게 격한 환영을 받는다. 각자 애정 하는 캐릭터가 다른 듯 서는 위치가 각기 다르다. 저 친구들이 게임까지 즐긴다고 생각하니 쉽게 사라질 인기는 아니라고 본다. 자연스럽게 다음 이벤트도 기다려진다.
게임을 몰라도 아무 상관 없어
앞서 말했듯이 다운로드하고 이틀 동안 다뤄본 게 전부다. 심지어 제대로 된 방법도 모른 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즐겼다. 현장에서 배운 게 더 많을 정도다. 남들이 열심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플레이할 때 지켜보고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하지만 축제를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학습이 아니라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게 더 컸고 이해도 잘 됐다.
나오길 잘했단 생각이다. 게임을 하지 않았더라도 참여하면서 서서히 관심이 생겼을거다. 마니아분들에겐 리서치도 즐기고 특별한 혜택도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을거다. 나조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제대로 사냥하는 법을 배웠으니. 아직은 미숙하지만 방법을 알았으니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다.
게임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춘 분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정보만 넘쳤던 것이다. 나 같은 초보는 중간에 포기할 만한 위기가 여러 번 있었다. 현장에 와서야 앞으로도 이어가야 할 게임이란 걸 확인받는 시간이었다. 어깨너머로 배운 정보들이 꽤나 쏠쏠했다. 다양한 체험은 덤으로 얻게 된 결과물이고.
아직도 이렇게나 많은 팬들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자연스레 이런 행사에도 관심이 생겼고. 다음 개최지는 어디가 될지 궁금해진다. 포켓몬고 시티 사파리 엄청난 재미와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예상보다 길어져서 인사동 쌈지길을 가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추후 같은 이벤트가 진행된다면 고민 없이 참여하겠다. 뒤늦게 재미를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