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비예트(원신)에게서 AI판사의 미래를 상상하다.

원신이라는 중국산 게임을 재밌게 플레이하고 있다.

느비예트 얘기를 하기전에

원신을 플레이하고 있는 게이머로서 필자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하고 싶다.

현재 필자의 원신 아이디는 조선청년전위대이다.

처음엔 정상적인 아이디였으나 깨달음을 얻고 이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좌익단체의 이름으로 바꾸게 되었다.

조선청년전위대는 드라마 야인시대에도 나왔던, 해방직후 존재했다는 좌익단체인데

이딴 이름으로 짓게된 경위를 얘기하자면..

발매 초기엔

일본의 젤다의전설을 베껴서 만든 중국겜이라고 무시하는 여론이 강했고

야생의숨결을 플레이해본 필자도 그렇게 생각하고 무시하곤 했다.

나중에 이 게임이 승승장구 하는걸 보고선

(마치 뒤늦게 불기둥 단타를 치는 개미마냥 뛰어들어)

직접 플레이 해보곤

마침내 전향하고 말았다.

(이 게임의 엔드컨텐츠, 나선비경 36별 인증)

그리고 이전에 이미 경험해봤지만 잊고있던 교훈을 다시금 얻었다.

까더라도 해보고 까고

인정할건 인정해야한다.

(베꼈어도 잘베껴서 재밌으면 그만이다..)

당시 원신을 플레이하며 다시한번 깨닫은 교훈이었다.

게임을 '플레이'해보지도 않고

섣부르게 판단한 그당시 나의 어리석음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아이디를 '조선청년전위대'라는 공산당 산하좌익단체의 치욕스러운 이름으로 바꾸고

지금까지 플레이를 해오고 있다.

(중국산 게임에다 캐릭터 수집&육성이 메인이 게임이라 은근 게임과 잘어울리는 아이디라고 생각한다.)

원신이란 게임은 차이나머니가 작정하고 천억단위로 투입된 게임이라

기본적인 게임성도 갖춘데다 업데이트양도 무시무시하고

캐릭터 퀄리티나 그래픽연출에선 돈으로 찍어누르는 만큼 상당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결과

출시 이후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해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는 글로벌 흥행작이 되었다.

호요버스 \'원신\'이 \'푸리나\'의 힘을 얻어 국내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1위에 올랐다. 올해 2월 이후 약 9개월 만에 다시 정상을 정복했다.원신은 14일 오후 5시 1위 엔씨소프트 \'리니지M\'을 제치고 1위로 ...

www.gametoc.co.kr

아쉽게도 이번 글에선 느비예트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인기캐릭터 푸리나는 그냥 지나가던 길을 가야 할것이다.

여기부턴 원신 폰타인 스토리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분들은 읽지마세요

정의의 신이 다스리는 폰타인엔 계시 판결 장치라는

마치 AI판사마냥 재판을 지켜보고

이에대한 최종판결을 내리는 '기계장치'가 있다.

2023년 현실의 판사님은 재판의 진행&최종판결을 모두 담당하지만

폰타인의 재판은 역할이 나눠져있어서

최고심판관인 느비예트가 재판을 진행하고

최종판결은 계시 판결 장치라는 판결장치가 한다.

언젠가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엔

재판의 진행자 정도는 사람이 할수도 있지만

AI변호사를 대동한 재판끝에

결국엔 AI판사가 최종 판결을 내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다만 이 게임에서 특이한점은..

재판의 진행자로 보이는 느비예트가

계시 판결 장치가 최종판결을 내리기 전에 먼저 판결을 선고한다는 점이다.

최종판결은 게임내 정의의신의 가호를 받은 계시 판결 장치가 내리는 것이기에

느비예트의 판결은 법적 효력이 없고 계시 판결 장치가 최종판결에 참고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희한하게도 게임내 설정상 타르탈리아의 판결을 제외하고

폰타인 500년동안 느비예트와 계시 판결 장치의 판결이 달랐던 경우는 없다고 한다.

따라서 폰타인 사람들은 이미 느비예트의 판결이 판결장치의 최종판결과 같다고 생각하며

최고심판관 느비예트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존중하고 있다.

이런 게임내 설정을 처음 봤을때

"아니 이미 완벽한 AI판사장치가 최종판결을 내리는데 최고심판관이 왜 필요하고

느비예트는 지가 뭔데 500년 동안 이중판결을 내리는거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게임 스토리에선 '폰타인 사람을 구하고자 했던

정의의신이 일부러 최고심판관의 역할을 느비예트에게 맡겼다'

라는 설명으로 이 이상한 이중판결을 해설한다.

(정의의신의 자세한 행적은 큰 스포일러니 이하 생략..)

게임스토리와 별개로

이 대목에서 우리현실에 다가올수도 있는

AI판사의 미래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인간의 역사이래 '법'이 생겨났고

그 '법'을 토대로 심판하는 판사(재판관) 또한 생겨났다.

심판이라는 행위의 명분은 정의(Justice)에서 나오는 것이며

심판의 근거가 되는 법 또한 정의를 충실히 따라야 할 것이나

법이 생겨난 이래로 법은 제자리에 있는게 아니라

항상 권력에 예속되어 법의 내용을 바꿔갔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무조건 법=정의 가 성립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법은 사회의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만들고 바꿀 수 있으며

대한민국에서 그 합의를 할 수 있는 자들은

삼권분립에서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들이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흔히 말하는 '높으신 권력자'에 속한다.

역사가 미래로 진행됨에 따라

법도 시대에 따라 바뀌고

정의관도 시대에 따라 바뀌지만

권력자들의 의도에 따라 그때그때 만들어지고 바뀌는 법과 다르게

사람들의 정의관은 명확하게 명문화되지 않았기에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데다

그마저도 쉽게 바뀌지 않고 천천히 조금씩 바뀌어간다.

따라서 많은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와 '법'은

어느정도 교집합은 있으나 100% 일치하지 않는다.

절대적이지 않고 계속 추가되고 변화하는 법의 속성은

심지어 원신 게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권력자들의 의도에 따라 법이 만들어지고 바뀌는게 무조건 나쁘다, 정의롭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이방인으로 차별받는 멜뤼진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입법을 추진한 최고심판관 느비예트처럼 말이다.

하지만 뜬금없이

[갈수기에 떠내려온 이매패류(조개류)는 다 물의신(푸리나) 것이고]

[애완동물에게 '푸리나'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을 금지하고]

[식당에서 케첩만 먹을 수는 없는..]

푸리나가 억지부려서 밀어붙인 법안이 아닐까 의심이 되는 뭣같은 법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런 법을 토대로 심판을 내려야하는

이상적인 '판사'란 무엇일까?

단순히 '법'을 공명정대하게 집행하는 자인가?

법원 앞엔

으레 정의의여신 '디케'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여신은 재판의 공정함을 위해 눈을 가리고 있으며

재판과 심판을 위한 저울과 칼을 들고 있는게 특징이다.

그런데 재판을 위한 저울이

처음부터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면 어떨까?

앞이 보이지 않으며 봐서도 안되는 '디케'는

저울(법)이 처음부터 기울어 있었다는걸 알수도 없으며

알아서도 안된다.

대한민국 최고엘리트 판사들이

몰라서 국민들이 이해못할 판결을 내리는게 아니다.

실제로 부패한 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성실한 판사님들은 '법'의 내용대로 판결했을 뿐이다.

참 어려운 일이다.

법은 정의로운 심판을 내려야 하는데

막상 법의 내용은 특정인(집단)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반영된 법이라면..

단순히 악법도 법이라고 따르는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를 알면서도 참는건 궁극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현대 법치국가에선 국민의 투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투표를 꾸준히, 잘하자..)

효율을 따진다면

처음부터 판결을 내리는 판사가 모든 조건을 '정의롭게'고려해

납득할만한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주면 된다.

그런데 '정의'의 관점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고

판사한명이 그런 일탈행동을 주도하는건 불가능할 뿐더러

판사자리는 주인이 계속 바뀐다.

그렇다면

AI가 사람을 대체하며 동시에 AI와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미래시대의

AI판사라면 어떨까?

분명 처음엔 엄청난 거부감과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AI판사라고 해봐야 저건 전자레인지같은 기계다! 사람이 아니야"

"AI는 도구일뿐 감히 사람을 심판해서는 안된다"

원신게임의 느비예트는 이를 시간과 노력, 즉 빅데이터로 해결했다.

500년 동안

최고심판관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이중판결해온 끝에

폰타인의 정의이자 법 그자체가 되었듯이

AI판사도 인간과 갈등을 겪으며 몇십 혹은 몇백년이 지나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빅데이터를 확보해

사람보다 더 사람답고

판사보다 더 정의롭고

법전보다 법을 잘아는

법, 그 자체인 궁극의 AI판사가 등장한다면

그때는 게임에서 느비예트가 그랬듯이

법의 역사로서 정당성을 인정받게 될지도 모른다.

미래에 겪을수도 있는

AI 과도기 시대엔

철저하게 '법'만 가지고 공평하게 판결하는 열화판 계시판결장치 같은게 등장하게 될 날이 올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원신게임에서 느비예트가 계시판결장치조차 뛰어넘어 폰타인의 정의이자 법 그자체가 되었듯이

'법'만 가지고 판단하는 AI가 아니라

인간과 법을 모두 아우르는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 AI정의의신이 판결하게 될 날이 올것이라 상상하였다.

아마 그날이 온다고 해도

아주 먼 미래일것이기 때문에 내가 살아서 볼일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AI가 주도하는 미래따위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고..

사람과 기계가 동화되어 몇백살 먹은 인간판사가 그자리를 계속 차지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여하튼 단순히

푸리나 귀여워 푸리나 불쌍해로 끝나지 않고

이런저런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게임이라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