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 도전2(AIDA2X, AIDA1O)_태국 4일차

프리다이빙 도전기를 적음에 앞서서 먼저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

프리다이빙은 레저가 아닙니다.

나 자신을 극복해야 하는 극한 스포츠입니다.

남들도 다 한다고 해서 여러분도 다 하실 필요는 없어요.

자격증 취득을 못해도 창피한 게 아니라구요.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여정을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내고 있잖아요.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은 여러 곳이 있지만, 모두 대동소이한 듯하다.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가장 역사가 깊고, 스쿠버 다이빙을 같이 취급하지 않는, 스킨다이버만의 고집과 전통이 느껴지는 AIDA가 개인적으로 더 멋져 보였다.

AIDA는 프랑스에서 설립된 비영리 프리다이빙 기관으로 각종 대회와 선수 육성, 강사 과정을 전담하고 있다.

내가 도전한 것은 ADIA2과정으로 헤드다운, 즉 물구나무 선 자세로 수심 12m를 갈 수 있어야 하고, 레스큐(의식을 상실한 다른 버디를 구하는 것, 5m쯤 가라앉은 버디를 구할 수 있어야 함), 스태틱(숨 참기 2분 이상) 등 자격 발급에 필요한 조건들이 있다.

제한 수역(수영장)과 개방 수역(바다)에서 훈련이 이뤄지는데, 먼저 수영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훈련하고 바다에서 응용하는 순으로 이해하면 쉽다.

교육은 오전 8시부터 시작되는 강행군이다.

업체마다 교육 순서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자격증 발급을 위한 조건이 있으므로 대동소이할 것이라 본다.

내가 프리다이빙을 강습 받은 업체를 기준으로 작성하겠다.

https://goo.gl/maps/ET3EQPshxKGtFRk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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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 있다.

1. 숨 참기(static)@수영장

어제 이퀄라이징 세션을 담당했던 Tom이 아니라, Mas라는 이름의 젊은 남자가 실기 세션을 맡아주었다.

그리고 같이 다이빙하는 버디로는 케이프타운에서 온 Tom과 함께했다.

강사와 이름이 같아 Cape-Tom이라고 불러달라며 농담을 건네는 쾌활한 청년이었다.

Cape Tom은 이날이 두 번째 세션으로 이퀄라이징에 문제가 있어 며칠 보류하다가 다시 듣는 거라고 했다.

이 친구는 무려 스태틱을 3분 동안 할 줄 알았다.

먼저 스노클을 착용한 채 온몸의 긴장을 풀고 두둥실 떠다닌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가 되면 최종 호흡(final breath)으로 복압을 채운 뒤, 스코클을 빼고 숨참기에 들어간다.

수면과 가깝기 때문에 강사가 하는 말이 들리는데, 이때 옆에서 계속 진정시키는 문장을 말해준다.

'Your body is so comfortable.'

'You have enough oxyzen.'

문장이 너무 달콤해서 청혼할 뻔했다.

나는 첫 도전에서 바로 2분 참기에 성공하지 못했다.

내가 얼마나 물속에 있었는지 Mas에게 물어봤으나, 숫자를 알게 되면 더 괴로워진다며 비밀이라고 했다.

두 번째 도전 전에 마스가 알려 준 팁이 있는데, 바로 '5초만 더 버티기'다.

호흡 충동(urge to breath)이 오면 우선 오른손만 들어보고, 5초를 더 버틴다.

너무 괴로우면 왼손, 그리고 또 5초 버티기, 마지막으로 무릎을 꿇고

언제든지 숨을 쉴 수 있다는 자세로 마음속 평온을 찾은 뒤, 물 밖으로 나와 회복 호흡(recovery breath)을 한다.

나는 두 번째 도전에 2분 12초를 기록했다.

물속에서 고작 1분 정도만 있었던 것 같은데, 긴장을 푸니 숨이 참아지더라.

신기한 경험이었다.

2. 덕 다이브(duck dive)@수영장

AIDA2 과정은 12m 수심을 거꾸로 들어갈 줄 알아야 한다.

즉, 덕 다이브를 할 줄 알아야 한다.

'Duck dive'라는 말 그대로 오리가 잠영할 때처럼 수평으로 펴진 몸을 수직으로 만들어 하강하는 기술이다.

2.4m 수심의 수영장에서 진행했는데, 나름 오리발을 차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덕 다이브는 큰 문제가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고작 2.4m 수심임에도 이퀄라이징을 잊으면 안 된다.

처음 느껴보는, 생경한 수심의 압력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3. 레스큐(Rescue)@수영장

말 그대로 의식 상실에 이른 다른 버디를 구출하는 순서와 방법에 대해 배운다.

의식 상실이 된 버디(입에서 공기가 나오고, 눈의 초점이 없고, 움직임이 기이함)를 보게 되면 적극적으로 다가가

수면 위로 올리고, 마스크를 제거한다. 그리고 아래 순서로 의식을 확인한다.

B: blow; 눈가에 바람을 불어 넣는다.

T: Talk; 이름을 부른다. 'Wake up, Tom', 이때 버디의 이름을 알고 있다면 'Hey'라고 부르지 말고 꼭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고 함.

T: Tap; 손가락으로 얼굴을 친다.

BTT를 했음에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는 바로 CPR로 넘어가고, 의료진에 넘겨야 한다.

먼저 강사인 Mas가 시범을 보이고, 훈련생이 다른 버디 혹은 강사를 대상으로 레스큐를 진행해야 한다.

나는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어깨 돌리는 위치가 잘못되어 두 번째에 레스큐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실전에서는 입으로 공기를 불어 넣어야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았다.

4. 헤드업 다이빙@바다

위에 1~3번까지를 거의 1시간 반 정도에 끝내고, 보트를 타고 프리다이빙 부이가 있는 해역으로 나간다.

이때 다른 업체에서 훈련하는 사람들도 같이 보트에 타게 되는데, 그날따라 여자는 나 하나여서 좀 외로웠다.

보트에서 수역에 나갈 때는 뒤로 입수해야 한다.

Mas는 바다에 먼저 들어가 나를 기다렸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입수했다.

다행히 입수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바다에 떨어지자마자 곧 심적 압박감이 찾아온다.

나는 수영을 30대가 되어서야 배운 데다가 깊은 바다에서 유영해 본 적이 전혀 없다.

물론 롱핀을 차고 있고, 리드줄도 있으며, 쉴 수 있는 부이도 있었으나, 망망대해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첫 번째 시도에 5m까지 내려갔다.

2분 이상 숨을 참을 수 있고, 12m 왕복하는 것은 30~4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이해하고 있으나, 물속에서 막상 이퀄라이징을 하며 내려가려고 하니 무척이나 두렵고 고독했다.

많은 업체들이 수영을 할 줄 몰라도 다이빙은 할 수 있다고 홍보를 하는데,

글쎄, 나는 그것에 썩 동의하고 싶지 않다.

물론 다이빙에 반드시 멋진 수영 실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수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발이 닿지 않는 물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압박감이 심할 것이다.

5. 헤드다운 다이빙@바다

헤드업에서 12m를 내려가지 못해도 헤드다운을 안 할 수는 없었다.

리드줄을 겨드랑이 사이에 넣고 조금씩 내려간다.

나는 이 헤드다운 다이빙에서는 6m까지 성공했다.

머리를 거꾸로 입수할 때의 이퀄라이징이 헤드업일 때에 비해 곱절은 더 어렵다.

바닷속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 어두웠고 고독하다.

수월했던 오른쪽에 비해 왼쪽 이퀄라이징은 간헐적으로 되고 안 되고를 반복한다.

마스크에 느껴지는 안면 압박감도 심해진다.

심연에서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나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물론 첫날 세션이라 합격의 당락이 결정되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이때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나의 버디였던 Tom은 자신도 한 번에 성공하지 못했고, 며칠 동안 바다에서 릴랙스하면서 지내다가 다시 도전하니 되었다고 격려를 해 주었다.

과연 Tom에게 통했던 그 시간이 나에게도 통할까?

평소의 나 같았으면, 무조건 밀어 부쳤을 것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고작 6m만 더 내려가면 되는데, 여기에서 포기한다고?

그깟 두려움 하나 못 참으면서, 무얼 이루려고 하니?

그러나 나는 이제 지구에 태어난 지 30년이 지난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해하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은, 30년산 지구인.

그리하여 AIDA2 여정은 다음으로 기약하고, AIDA1 자격증을 받는 것으로 노선을 바꿨다.

다시 도전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는 Mas의 말에 온기가 느껴진다.

프리다이버 강사들은 다이빙만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Mas도 여러 히스토리가 있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의 인생사를 들으며 나의 역사를 반추하였다.

안식은 어느 장소, 어느 시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서 옴을,

바닷속의 고독함을 통해 조금을 알게 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