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마블2 출격] 문체부-게임위 '방관' 덕분에...2억명 즐긴 게임 후속작, 한국은 못한다
한국에서는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를 즐길 수 없다. /사진=모두의마블2 홈페이지
전세계 2억명 이상이 즐기고 누적 매출만도 1조원이 훌쩍 넘는 메가히트작 '모두의마블' 후속작인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가 19일 출시되지만 우리나라 게이머들은 먼 산만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게임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게임은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인 넷마블이 개발한 게임이다. 한국에서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한 지식재산권(IP)의 후속작을 정작 우리나라에서만 즐기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게임업계는 이미 수년전부터 블록체인 게임 등급분류 기준 마련을 요청해왔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일각에서는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직무유기'라는 거센 비판도 나온다.
한국에서는 즐기지 못하는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이날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를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를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 전세계 대다수 국가 게이머들이 이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유독 한국 게이머들은 즐길 수 없는 것이다.
넷마블은 이 게임 출시를 앞두고 사전예약자도 모집했는데 한국 게이머들의 사전예약은 받지 않았다. 물론 그럼에도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는 100만명 이상의 사전예약자를 모았다. 글로벌 게이머들이 이 게임에 거는 기대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넷마블이 한국 사전예약자를 받지 않고, 한국에서의 게임 접속을 차단한 것은 이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게임 내 자산을 대체불가능한토큰(NFT)으로 만들 수 있고, 게임 내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게임토큰을 준다.
NFT는 게이머 개인 지갑 등을 통해 외부로 이동할 수 있으며 NFT 마켓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게임토큰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토큰은 가상자산으로 교환되고, 이 가상자산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VPN 등 우회로도 있는데...규제 실효성 있나
문제는 이런 시스템이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게임 내 아이템 획득을 '우연'으로 규정하고 있고 '우연히' 얻은 아이템이 현금으로 교환되면 사행심을 조장한다고 본다"며 "이런 법 조항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되는 모든 게임은 국내에서 서비스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 사진=이성우 기자
실제로 블록체인 게임을 서비스하려는 회사들이 지난 2019년부터 몇차례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등급분류 신청을 했지만 모두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이후엔 게임사들이 아예 한국을 서비스 국가에서 빼고 글로벌 서비스만 진행하고 있다. 현재 블록체인 게임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중국, 싱가포르 정도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법 개정이나 규제샌드박스 특례 등을 통해 국내서도 블록체인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에서도 접속 주소를 임의로 바꿔주는 VPN을 활용하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도 블록체인 게임이 하나의 장르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자칫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알고도 방치하는 정부..."사실상 직무유기"
문제는 정부도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뒤로 미뤄두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게임법 전부 개정이 추진되면서 주요 내용으로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대한 등급분류 방안 연구 등이 거론된 바 있다. 실제로 토론회가 활발히 이뤄지며 게임법 전부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지금까지도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사진=전용기 의원실 제공
업계 한 관계자는 "문체부는 업무보고 등 주요 현안에서 '게임'과 관련된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등 사실상 게임산업 주무부처로서의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법 개정이 오래 걸린다면,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부작용을 검토하며 단계적으로 문을 열어주는 방법도 있는데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의 직무유기"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업자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게임회사 중 하나인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최근 미디어 간담회에서 게임법의 사행성 규제가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사특법)의 사행 규정보다 엄격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실상의 입법실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법을 바로잡고, 블록체인 게임을 허용하되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미성년자의 접근을 못하게 한다든지, 여러 방식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허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