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O 슈퍼스파2X 대회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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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나님의 3호선따라 걸어보기를 보다가

장충 체육관이 나오는 순간 재생되는 추억.

주말을 맞아 또 장거리 걷기 시작 동국대학교 장충체육관 옥수역과 강변북로 동호대교 길이 너무 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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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서 개최한 슈퍼 스트리트파이터2X 대회.

3DO 버전으로 진행하는데다가

상품이 무려 3DO 본체!

당시 동네 오락실 짱이었던 나에게

이 소식은 아주 흥분되는 이야기였죠.

출처 : https://bbs.ruliweb.com/family/508/board/182821/read/9413557

장소는 장충 체육관.

하지만 혼자 갈 엄두는 나지 않았고

오락실 원정 동료들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다들 어차피 입상도 못할거라며

거절을 했기에 최종 4명이 모였습니다.

4인의 동료가 모였다! 코와붕가!

당시 저는 게임 매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손님이 없을 때 가게에서 연습도 하고

퇴근할때 기계를 빌려오기로 했죠.

친구중 한명이 반지하 원룸에 살았는데,

부모님이 밤에 일하러 나가시는 아이라

그녀석 집에서 밤샘 연습을 했습니다.

지하 비밀 기지에 들어가는 것 같아서

매번 두근두근 했던 것 같아요.

밤에 일하는 부모님을 둔 친구의 집은 우리의 비밀연습장이 되었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어느날,

맴버 중 한명이 자랑을 하더군요.

주말에 아빠가 3DO를 사줬다나...

그러면서 자기는 대회에 안가겠다고 합니다.

배신자...였지만 자기 집에 데려가서

3DO로 연습을 시켜주길레 용서했습니다.

아이의 목표를 없앰으로써 일탈 행동을 막는다.

친구 아버지의 엄청난 전략이었다!

저희 셋은 잠을 줄이며 연습에 열중했고

연습의 성과를 보러 간간히 오락실에 가서

플레이중인 분들의 양민학살을 감행했습니다.

그렇게 드디어 대회 날이 되었습니다.

약속 시간이 되어도 친구들이 나오질 않았어요.

당시는 휴대폰도 삐삐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두고 갈 수 밖에 없었죠. 인생은 혼자...

결국 대회장으로 혼자 가야 했다.

장충 체육관 앞에는 긴 줄이 생겼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게이머들이었죠.

인터넷이고 뭐고 없던 시절이었으니...

얼마나 사람들이 올지도 몰랐고

진행요원들도 곤란했을 것 같아요.

다만 안전 문제로 체육관 최대 수용 인원

이상은 입장을 못하게 하더라고요.

저도 인원 제한에 걸려서 못들어감. ㅠ

멀리서 왔다가 그냥 돌아간 분들 많으셨을듯.

수용인원 안전 문제로 들어가보지도 못한채 쫓겨났다.

우리의 연습은 무엇이었나 우울해했지만,

이번 대회의 폭발적인 인기로 LG에서는

전국 대회를 다시 개최한다고 했습니다.

다시 한번 우리의 열정을 불태우자아하며

저희 넷은 다시 뭉쳐서 연습을 시작했어요.

대회의 폭발적인 인기에 전국 대회가 새로 시작되었다!

서울 대회를 앞두고 지난번 경험이 있기에

저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첫차를 타고 갔죠.

친구들에게는 내가 먼저 줄 서 있을테니

나중에 거기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결국 대회 시작전까지 온 친구는 한명 뿐.

배신자들...은 일단 잊어버리고

우리 둘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대회에 입성합니다.

리모델링 이전 장충 체육관의 내부 사진.

이런 엄청난 장소에서 게임 대회를 하다니. 감탄했다.

간단한 오프닝 행사 이후 드디어 대회 시작!

체육관 중앙 홀에 3DO 여러대가 비치되었고

우루루 내려가서 기기마다 2줄씩 섰습니다.

그렇게 랜덤(?)으로 옆자리에 선 사람과 대전!

옆에 선 사람을 은근히 관찰하면서

이 사람은 강할까 약할까를 가늠했죠.

친구는 가급적 어린 친구들 옆에 서더라고요.

게임은 3판 2승제 단판으로 치루어졌는데요,

1회전과 2회전은 싱겁게 승리.

상대는 두번 다 켄이었는데,

예상했던 부분이었습니다.

3DO는 패드로 조작하기 때문에

오락실 플레이어는 승룡권 조작을 못하는 것.

우리는 3DO로 연습해서 익숙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죠.

저는 회전커멘드가 없는 춘리로 했어요.

3회전 상대로 만난 것은 같은 춘리.

치열한 난타전 끝에 승리했습니다.

2회전에서 탈락한 친구가 있는 관중석을 향해

주먹을 굳게 들어올리며 승리를 표시했고

잠시 '나 왠지 멋진걸?'했습니다. ㅋㅋㅋㅋ

당시 고등학생이었지만 여전히 중2병이...

4회전 상대는 류라서 쉽게 봤어요.

1라운드는 가볍게 승리했는데,

문제는 2라운드에서 벌어졌습니다.

저의 연속기 루틴이 상대에게 적중했는데,

갑자기 Start를 눌러서 게임을 멈췄다고 푸는것.

덕분에 입력 타이밍이 미스가 나버렸는데

이거 반칙 아닌가 싶어서 진행 요원을 부르는 중

상대가 저를 쓰러뜨려버렸습니다.

어이없는 반칙에 당황했다.

어이없어서 3라운드 시작하자마자

게임을 멈춰두고 진행 요원을 불렀어요.

'아까 2라운드에서 게임을 갑자기 멈춰서 졌다.'

진행 요원은 '게임이 왜 멈춰있죠?'라고 묻길레

'저쪽이 아까 반칙한거 이야기하려고 내가 멈췄다.'

이대로 진행하면 안되지 않느냐고 했죠.

연속기 중간에 Pause가 문제임을 이해 못하는 진행 요원.

나는 그렇게 반칙패를 당했다.

그러자 어이없게도 저를 반칙패로 하더군요.

제가 따지자 '실수로 눌려서 1초 정도 멈춘건 괜찮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 멈춰두는건 반칙이다'라며...

심판들이 격투 게임을 안하는 사람들이니

연속기 중간에 멈춰서 흐름을 끊는다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참 따지다가 결국 말이 안통해서 포기함.

한순간 크게 흥분했었다.

이렇게 억울하게 저는 대회에서 탈락했습니다.

저한테 반칙한 상대에게 대회 끝나면

체육관 정문으로 나오라고 한껏 위협했지만...

그렇게 겁을 줬으니 나올리가 있나요. ㅋㅋ

체육관안에 수천명이 있는데 찾을 수도 없죠. 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신 캐릭터 디제이. 무시무시했다.

본선에 나가도 어차피 졌을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결승전에서는 의외로 신캐릭터 디제이가 강했고

어차피 본선에 올라가도 쟤는 못이겼겠다 싶은

마음으로 포기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게임 대회를 수없이 참가했지만,

가장 억울했던 대회였던 것 같아요.

그래도 친구들과 밤을 새며 게임 연습을 하던

그 시절은 반짝이는 추억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당시 기사. 좌측 입장줄 인파 사진에 나와 친구를

발견하고는 잡지에 나왔다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